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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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고인물을 대하는 법(3)
김현우가 초밥의 맛에 황홀함마저 눈물을 찔끔거리자 김시현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뒤 말했다.
“옛날에 형이 맨날 그랬잖아요?”
“뭘?”
“기억 안 나요? 형 맨날 70층 오를 때 어인들 잡으면서 맨날 초밥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잖아요.”
“……그랬었나?”
김현우가 슥 고민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자 이서연이 기억났다는 듯 풋 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 그때 기억난다. 석원이 형 칼 빌려서 어인 꼬리 잘라다가 회친 거 말하는 거지?”
“서연이가 말하니까 기억나는군, 그때 현우가 내 칼 들고 가서 꼬리 예쁘게 자르려고 발광했었던 것까지 기억이 나.”
이윽고 추억을 공유하듯 키득거리는 세 사람.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피식 웃은 뒤, 초밥을 입에 넣었다.
“그래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어?”
그렇게 김현우가 초밥을 먹던 중 건네 온 한석원의 질문에 그는 물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냐니? 나야 계속 탑 안에 있었지.”
“그러니까, 그걸 물어보고 있는 거야.”
“탑 안의 이야기?”
“그래.”
“오빠 관련해서 좀 재미있는 괴담이 여러 개 돌거든요.”
“뭐? 괴담?”
‘괴담이라고 할 만한 게 있나?’
김현우는 문득 자신이 탑 안에서 지냈던 일상을 쭉 떠올려 봤다.
“확실히…… 있을 만하네.”
김현우는 탑에서 자신이 행했던 컨셉질과 또라이짓을 생각하며 초밥을 먹다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어? 잠깐, 내가 지금까지 했던 컨셉질과 또라이 짓이 괴담화됐다면…….’
김현우는 갑작스레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옷 안 입고 던전 클리어한 거랑 골룸 코스프레 하고 던전 클리어 한 것도……!’
“그, 그래서, 무슨 괴담이 있는데?”
김현우가 평점심을 가장하며 물음에 이서연은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뭐,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한데, 제일 유명한 거로는 무슨 춤추면서 던전 보스들 잡고 다닌 거랑…… 혼자서 탑 1층에서 발차기로 탑을 10층까지 뚫었다는 이야기 정도……?”
“다른 이야기는?”
“음, 많기는 한데. 제일 유명한 건 이 두 개 정도인 것 같은데……?”
이서연의 말에 김현우는 그제야 은근슬쩍 마음을 놓으며 말했다.
“그거 내가 한 거 맞아.”
“진짜요?”
“……진짜 형 탑 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거야?”
김시현의 물음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곤 말했다.
“춤추면서 던전 보스 잡은 건…… 뭐, 혹시 이렇게 하면 탑에서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해 본 거고.”
김현우는 초밥을 마저 삼키고 이야기했다.
“탑을 10층까지 뚫은 건 그냥 아무리해도 탈출이 안 돼서 답답한 마음에 그냥 점프했는데 그 정도까지 올라가던데?”
“……와.”
“솔직히 튜토리얼 존에서도 괴물이 됐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본인한테 직접 검증받으니까 더 확실하게 와닿네.”
이서연이 말없이 감탄하자 그 옆에서 김시현이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을 지었고 김현우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네가 탑에 안 갇혀봐서 그래. 진짜 탑을 클리어하고 또 클리어해도 탑을 못 빠져나가면 그때부터는 진짜 뭐든지 해보게 된다니까?”
그렇게 음식이 전부 나올 무렵 김현우는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탑 안에서 키웠던 제자들도 있는데. 걔들은 뭐 하고 지내려나?”
“제자들이요?”
“응.”
김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석원은 흥미가 동한다는 듯 물었다.
“무슨 제자들?”
“음…… 그러니까 대충 몇 회차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한참 50층에서 60층 사이에서 지내고 있을 때, 탑에서 낙오된 애가 한 명 있었거든.”
“그런데?”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내가 혼자서 무술 만들겠다고 깝죽거리던 때라.”
“무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한석원이 머리에
‘?’
를 띄우며 말하자 김현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 예전에 만화나 소설 같은데 보면 어디 갇힌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으면 탈출하잖아? 어쩌면 나도 깨달음을 얻으면 탈출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헐…….”
그 말을 들은 이서연이 저도 모르게 탄식을 했고 김현우는 큼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이어서 말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결국 52층쯤에서 낙오돼서 죽으려고 하는 애를 구해줬거든.”
“그래서 그 녀석을 제자로 들여서 키웠다?”
“뭐, 그렇지. 덤으로 거기서 만들었던 제 무술 비스무리한 것도 알려주고.”
“무술 비스무리한 거……?”
김시현이 왠지 떨떠름하게 중얼거리자 김현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말했다.
“근데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녀석에게 미안하기는 하네. 생각해 보면 녀석한테 그 이상한 무술을 가르친 거니까.”
“그 정도야……?”
김시현이 묻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무술의 무 자도 모르고 몬스터는 그냥 순수하게 때려죽이는 것밖에 모르는 데다가 무술 관련은 웹소설 밖에 읽어보지 않은 내가 멀쩡한 무술을 만들 수 있었겠어?”
“……하긴,”
김시현이 그제야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자 그 옆에 있던 이서연은 김현우를 바라봤다.
“그 제자라는 사람 이름은 알아요? 이름만 알면 찾아볼 수도 있을 텐데.”
“응? 이름? 알기는 아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왜요? 궁금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 되묻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그 녀석은 내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를 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예요?”
“녀석을 제자로 들였을 때, 나는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었거든.”
“……네? 그건 또 무슨……?”
이서연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지만, 김현우는 거기까지 말한 채로 서둘러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리며 생각했다.
‘사실 그때 당시에 중2병 비스름한 것에 걸려 있었다고는…….’
말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막 무술로 깨달음을 얻어 보겠다고 숲 지형이 있던 50층에서 머물고 있던 때의 김현우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얼굴이 부끄러워졌다.
무술 같지도 않은 짝퉁 무술을 가지고, 탑에서 낙오한 애 한 명을 낚아 소설에나 나오는 ‘은거기인’인 척하며 세상 만물이치를 지 멋대로 해석해 씨부렸던 걸 생각하면…….
‘역시 그냥 묻어 두는 게 상책이다. 게다가…….’
김현우는 문득 엉터리 무술을 수련시켰던 제자를 떠올렸다.
‘…눈 똑바로 안 뜬다고 때리고, 반말한다고 때리고, 도망치려 한다고 때리고, 대든다고 때리고…어, 이거 만나면….’
폭행으로 끌려가는 거 아니야?
‘역시 제자하고는 만나지 않는 게……’
김현우는 그렇게 결정하곤 불만을 토해내려 입을 여는 이서연보다도 빠르게 말했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해줬으니까. 너희들 이야기를 좀 해줘 봐.”
“음, 그럴까?”
그리고 김현우는 오히려 반대로 자신이 없었던 12년 동안 그들이 겪었던 일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
그날 저녁, 처음 스시집에 들어간 뒤로 4시간이 넘게 전 동료들과 회포를 푼 김현우는 합숙소에서 잠시만 기다려 보라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 합숙소로 돌아왔다.
“…….”
멍하니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본다.
졸림도,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는 그곳과 다르게 지금은 적당히 배부르니 기분이 좋았고, 등이 푹신한 침대에 누우니 잠도 잘 왔다.
거기다가 오늘 만난 동료들.
그들은 다들 세월의 흐름 덕분에 나이를 먹기는 했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처음 탑에 같이 떨어졌던 자신의 동료들이 맞았다.
그리고 오늘 그렇게 동료들을 만나고 이렇게 침대에 눕고 나서야, 김현우는 자신이 정말 탑 밖으로 빠져나왔다는 걸 실감했다.
“정보.”
탑 안에서, 수십 수백 번을 외쳤을 그 단어를 외치자 김현우의 눈 위로 익숙한 창이 떠오른다.
————————
이름: 김현우
나이: 24
성별: 남
상태: 매우 양호
-능력치-
근력: A++
민첩: A+
내구: S+
체력: A+
마력: — ?
행운: B
SKILL –
없음
[루프가 해제되었습니다!]———————–
수십 번도 더 봤을 그 능력치 창은 탑을 빠져나오며 변해 있었다.
각 능력치의 옆에 붙어 있었던 [튜토리얼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라는 문구는 사라져 있었고, 나이 옆에 떠 있던 36이라는 숫자도 사라져있었다.
’24살이 사라진 게 아니라 36살이 사라진 걸 보면…… 나는 아직도 24살인 건가?’
문득 김현우의 머릿속에 떠오른 궁금증에 그는 머리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그는 피식하고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24살이면 어떻고 36살이면 어떠냐. 이제부터는 적당히 돈이나 벌면서 인생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텐데.’
그가 그렇게 피식하고 웃으며 정보창을 끄기 위해 시선을 옮겼을 때.
문득 그의 눈에 걸리는 문장이 있었다.
“……이건 왜 아직도 떠 있지?”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정보창 아래에 떠 있는 [루프가 해제되었습니다!]를 클릭했고, 이어서 그의 눈에 익숙한 문구가 떠오르지-
—
축하합니다! 당신은 성공적으로 탑을 빠져나왔습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시려면 최소한의 증명을 위해 세 개의 던전 보스를 클리어 해주시기 바랍니다.
– 아도론의 연구소
– 숲지 부락
– 눈에 보이는 늪
—
-않았다.
“뭐야……?”
김현우는 탑을 빠져나온 이후로 처음 보는 문구에 이상함을 느끼며 그곳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고, 곧 찬찬히 문자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 세 개의 던전 보스를 클리어 해?”
‘뭐야 이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현우가 다시 한번 알림창을 눌렀지만, 로그를 출력하고 있는 알림창은 더이상 변하지 않았다.
그저 똑같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증명을 위해 세 개의 던전 보스를 죽이라고 할 뿐.
“이건 대체……?”
김현우가 눈앞에 뜬 로그에 의문을 느끼는 그때-
“김현우 헌터, 계십니까?”
문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그곳에는 합숙소를 관리하는 관리원이 서 있었다.
“무슨 일로……?”
“아, 김현우 헌터를 만나고 싶다는 분이 찾아오셔서요. 아레스 길드 소속의 스카우터인 것 같던데.”
“아레스 길드요?”
“1층 휴게실에 있습니다.”
협회원의 말에 귀찮음을 느낀 김현우는 귀찮음이 섞인 음색으로 말했다.
“안 간다고 전해주세요.”
“그, 꼭 좀 불러달라고 하셔서…….”
협회원의 말에 김현우는 짧게 혀를 차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느낌을 보니 계속 귀찮게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확실하게 말하고 오는 게 낫겠군.’
짧게 생각을 정리한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
김현우는 대답과 함께 슬리퍼를 신고 방 밖으로 나와 아레스 길드의 스카우터가 기다리고 있다는 1층 휴게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오, 당신이 김현우 헌터?”
“…….”
그는 휴게실에서 상당히 거만해 보이게 앉아 있는 한 남자와 그의 뒤에 서 있는 대머리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김현우가 아무런 말도 없이 자리에 앉자. 그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이내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아레스 길드의 인사과장인 강병호입니다.”
그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본론으로 들어갔다.
“분명 저는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김현우가 그렇게 말하자 자신을 강병호라고 소개한 남자는 묘한 웃음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뭘요?”
“김현우 헌터가 아레스 길드에 들어오지 않고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겠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