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80
80
080. 네가 왜 여기서 나와? (3)
천호동에 있는 저택 안.
제자, 미령의 등장으로 저택 밖은 이전보다도 훨씬 소란스러워졌지만, 그와 반대로 저택 안쪽은 긴 침묵이 도래하고 있었다.
“…….”
“…….”
“…….”
“…….”
조용한 침묵.
김현우의 동료들인 이서연, 김시현, 한석원은 김현우의 옆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미령을 보고.
“…….”
그녀의 뒤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방 근처와 저택 주변에 깔린, 가면을 쓴 무사들을 은근히 돌아보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침묵 끝에,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김현우였다.
“제자야.”
“예. 스승님.”
“저것들은 뭐냐?”
“저들은 미천한 제자가 비루하게나마 준비한 스승님의 호위 병력입니다.”
무릎을 꿇은 상태로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미령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김시현은- 아니, 그 자리에 있는 김현우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저 소녀가, 그 패도 길드의 길드장인 패룡(敗龍)이라고?’
김시현은 눈앞에 보이는 소녀의 모습과 동시에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문들을 떠올렸다.
한국에서는 김현우의 활약(?)으로 인해 그리 큰 기사화가 되지 못했으나, 최근 패도길드에 대한 뉴스는 중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도 나름대로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불과 3년 전에 불현듯 나타나 중국 던전의 독점권한을 50%나 홀로 먹어치운 괴물 길드.
땅덩어리 크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중국을 50%나 통일했다는 것만으로도 패도길드는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었고, 최근에는 그 주목도가 더 심해졌었다.
주목도가 더 심해진 이유.
그것은 느긋하게 중국을 먹어치우고 있던 패도 길드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사이에 중국을 양분하고 있던 ‘위연’ 길드를 박살 낸 것 때문이었다.
원래 중국의 패자였던 위연 길드를 무너뜨리고 중국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은 패도길드.
그리고 패도 길드가 그렇게나 빨리 중국 헌터 업계를 먹어치울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고 제대로 된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았던 패도 길드의 길드장이 드디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움직였기 때문이다.
S등급 세계랭킹 5위이자. 정보통이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위연 길드의 센터라고도 할 수 있는 지하도시를 혼자서 뭉개버린 괴물.
‘패룡(敗龍)’
그녀가 움직였기에 위연 길드는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녀의 등장은 임팩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임팩트에 따라 여러 가지 뜬소문도 흘러나왔었다.
그런데-
‘…중학생. 아무리 잘 쳐줘도 고등학생.’
김시현은 다소곳이 앉아 있는 미령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물론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갸름한 얼굴.
게다가 김현우의 물음에 대답하는 목소리도 소녀답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명에 따라 저택 주변을 남김없이 지키고 있는 가면 무사는 눈앞에 있는 소녀의 정체가 패도 길드의 길드장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눈에 거슬리니까 치워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김현우의 말에 미령은 고개를 숙이곤 슬쩍 목을 움직였다.
-슥
그와 함께 그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가면 무사들.
그냥 시선을 돌리기만 해도 5명은 보였던 가면 무사들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한석원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금 거기에 있는 걔가 그 유명한 패도 길드의 길드장인 패룡이라는 거지?”
“패룡?”
“보잘것없는 제자에게 붙여진 이명입니다. 스승님.”
김현우가 처음 들어본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김시현이 입을 열었다.
“형, 혹시 모르고 있는 거예요?”
“뭘 모르고 있어?”
“아니, 그러니까, 형 제자가 패룡이란 거요.”
“모르고 있었지. 아니, 애초에 패룡이라는 이명이 유명해?”
난 딱히 인터넷을 돌아다녀도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김현우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하자 김시현은 뭔가 묘한 표정으로 김현우와 미령을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패룡이라는 이름은 S등급 세계랭킹 5위한테 붙은 이명이에요.”
“뭐? 세계랭킹 5위?”
김현우의 되물음에 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미령은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제자가 세계랭킹 5위라고?’
김현우는 분명 자신의 제자가 어느 정도 강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강하지 않은 이상에야 중국 전체를 혼자서 먹어치울 정도로 힘을 가진 길드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근데 요점은 그게 아니었다.
‘얘-‘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미령을 바라보았다.
물론 미령에게 무술을 알려준 것은 자신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령에게 제대로 알려준 무술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김현우와 미령이 만났던 때는 그가 한참 은거기인 컨셉에 빠져 있을 초기였고, 그때 당시에 그는 딱히 실용적인 무술을 만든 적이 없었다.
전부 다 엉망진창에 엉터리, 무술이라고 하기에도 추잡한 무엇인가.
‘그나마’ 써먹을 수 있는 패왕식(?王式)이 있기는 한데 미령에게 알려준 패왕식은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떻게 강해진 거야……?’
김현우는 미령이 S등급 세계랭킹 5위라는 사실에 묘한 표정으로 미령을 바라봤고, 그녀는 그런 김현우의 시선을 받더니 곧-
“죄송합니다. 스승님!”
쿵!
“!!”
“?”
갑작스레 오체투지를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동료들과 김현우, 미령은 신경쓰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불초 제자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 스승님의 뜻을 가슴에 그리고 있었음에도 스승님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이유 하나로 스승님의 뜻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무……뭐?”
김현우가 뭔 소리냐 물으려 했으나 미령은 그것을 곡해했는지 더더욱 고개를 땅바닥에 처박으며 말했다.
“스승님은 제게 그 무엇도 제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로지 제 위에 있는 건 스승님뿐이ㅇ-…….”
“아가리 닥쳐라 제자야!”
미령의 갑작스러운 흑역사 공개에 김현우는 당황하며 입을 열었으나, 미령은 그런 그의 비명어린 소리에 더 크게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불초 제자! 스승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말았습니다! 천(天)인 스승님의 아래에는 제자밖에 없었어야-!!”
빡!
“꺅!”
“제자야, 한마디 더 하게 하지 마라.”
네가 1위든 1위가 아니든 상관없으니까.
미령의 계속되는 공격에 김현우는 그녀의 머리를 한 대 후려치며 말했고, 미령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다가 이어지는 김현우의 말에 ‘아 아앗’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금방이라도 흑역사가 생각난 듯 끄으윽 거리는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붙잡는 김현우와 그의 말을 어떻게 착각했는지 홍조를 그리고 있는 얼굴로 그런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는 미령.
그 둘의 모습을 보고만 있던 김시현은 한석원과 마찬가지인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형.”
“왜?”
“그러니까…그, 미령……?”
찌릿!
움찔.
김시현은 말하다 말고 한순간 자신에게 가해진 압박감을 느끼며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조금 전까지 홍조를 띄고 있었던 미령이 무척이나 냉정한 눈빛으로 김시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님에게 받은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거기에 추가로 김시현의 머릿속에 울리는 미령의 목소리.
그는 들려온 목소리에 눈을 휘둥그레 뜨다가 이내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아니, 패룡과의 관계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물론 대략적인 상황을 봤을 때 이미 어느정도 사태를 파악 한, 김시현이었으나 그는 본인에게 대답이 듣고 싶었다.
그런 내심이 숨겨진 그의 물음에 김현우는 대답했다.
“내 제자야. 그리고-”
툭-
김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령의 머리를 툭 치곤 말했다.
“너도 아무 데서나 살기 뿌리고 다니지 마라.”
“…송구합니다. 스승님. 제자가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
조금 전 냉정한 눈빛과는 다르게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미령의 모습.
김시현은 왠지 머리가 어질어질 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그…도대체 어느 시점에 패룡을 제자로 받은 거야?”
김시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묻자 김현우는 대답했다.
“내가 저번에 말해주지 않았어?”
“저번에?”
“그래, 내가 탑에 있을 때 제자들 받았다고 했잖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김시현은 예전, 김현우가 처음 탑에서 빠져나와 같이 식사를 하러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분명 김현우는 자신의 제자가 있었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럼 탑에서 키운 제자 중 한 명이 패룡……?”
“그래.”
웅성웅성-
“아…이 새끼들 더럽게 시끄럽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김현우는 집 밖에서 꾸준히 들려오는 소란에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고, 미령은 그때가 기회라는 듯 입을 열었다.
“스승님.”
“왜.”
“제자, 허락만 해주신다면 스승님의 근심을 해결해 드리고자 합니다.”
“어떻게?”
“허락해 주신다면 지금 당장 무사들을 이용해 밖에 있는 이들을 전부 죽여 버리겠-”
“헛소리하지 마라. 제자야.”
김현우의 말에 미령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안 돼……겠습니까?”
“그럼 되겠냐?”
“혹시 다른 사회적인 시선 때문이라면 이 제자, 은밀히 밖에 있는-”
“후, 제자야. 일 더 만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알겠습니다.”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미령을 뒤로 한 김현우.
그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뭐 하게요?”
“뭘 하긴 뭘 해. 저 녀석들이 원하는 질문 타임 열어주러 가는 거지.”
“질문 타임이요?”
“그래, 이제 대답이 안 오는 걸 보니 한 번 더 찔러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거든.”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내 안방을 나서 다시 기자들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김현우가 나가자마자 순식간에 몰려드는 기자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기도 전에 김현우가 선수를 쳤다.
“우리 다들 욕먹기 싫으면 아시죠?”
그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조용해진 좌중.
김현우는 빠른 기자들의 태세전환에 만족하며 입을 열었다.
“자, 룰은 전부 알죠? 제가 대충 얼굴을 기억하는 기자들도 있는 것 같은데.”
주변을 슥 돌아본 그.
“우선 이번에는 제가 할 말 하기 전에 기자분들이 그렇게 원하시는 질문타임부터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김현우는 곧바로 손가락을 움직여 한 기자를 지목되었고, 그와 함께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매끄럽게 진행되는 기자들의 질문타임.
이미 3~4번의 기자회견으로 김현우에게 자극적인 질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기자들은 김현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질문을 했다.
“김현우 헌터! 혹시 패도 길드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그냥 좀 아는 사이요.”
“김현우 헌터! 아까 전 찾아온 그 소녀는 누굽니까?”
“전과 동일. 그냥 아는 사람입니다.”
김현우는 그렇게 질문을 받으며 슬슬 질문을 끝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자, 그럼 이제 슬슬 마지막 질문 받고 나서 질문은 좀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김현우 헌터 오늘 오후 2시에 아레스 길드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는데, 이 답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느긋하던 김현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답변이요?”
“예! 오늘 오후 2시, 아레스 길드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의 말에 김현우는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