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82
82
82화. 생각하기 싫다(1)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국제 헌터 협회.
처음 지구에 던전과 몬스터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나서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국제 헌터 협회는 굉장히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거대한 땅덩어리 안에 지어져 있는, 보기만 해도 큼지막한 건물들.
그리고 그런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건물들 사이에서도 그 땅덩어리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국제 헌터 협회 본관 건물.
마치 고대 로마의 건축물을 따라 한 듯 화려한 조각품으로 장식된 본관의 건물 3층에는 거대한 연합실이 있었고.
그곳에는 총 3명의 사람이 거대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2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
잠시간의 침묵.
“흠…….”
그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회의실 상석에 앉아 있는 남자.
정갈한 정장을 차려입고 한 눈에는 금색 테두리의 오라클을 끼고 있는 그는 바로 이 국제 헌터 협회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두 명의 최고의원 중 한 명인 ‘리암.L.오르’였다.
“다 모였나?”
“최고의원은 이게 다 안 모인 걸로 보여?”
그런 최고의원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책상에 발을 올리고 반박한 남자.
그는 바로 S등급 세계 랭킹에서도 4위를 차지하고 있는 헌터, 다른 이들에게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라고도 불리는 ‘에단 트라움’이었다.
“그러게.”
그리고 그 맞은편에 여자.
그녀는 마찬가지로 S등급 세계 랭킹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는 헌터였다.
이명은 ‘사일런스’, 그 이름은 ‘라일리’였다.
그 둘의 타박에 남자는 흠흠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뭘, 나도 알고 있네, 그냥 시작한다는 의미로 말했을 뿐이지.”
리암의 말에 에단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 때문에 우리를 호출했는데? 정기호출은 2주 전에 했잖아?”
에단의 물음에 리암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아니지 이번에는 그런 문제가 아니야. 어쩌면 조금 더 심각한 일일 수도 있지.”
“뭔데?”
에단의 물음에 리암은 슬쩍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흐음 하고 짧게 침음을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메이슨이 이번에 슬슬 움직일 것 같네.”
“…메이슨이?”
메이슨.
그는 이 국제 헌터 협회를 쥐고 있는 또 다른 최고위원 중 한 명이었고, 여기에 앉아 있는 리암과는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나 있는 적대관계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리암에게 붙어 있는 에단과 라일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평소에 멀쩡하게 있던 놈이 갑자기 왜?”
“그쪽은 이미 미국 내의 동맹 기반을 확실하게 다져놨어. 이제 슬슬 우리도 치워버리고 자기 멋대로 협회를 주무르고 싶은 거겠지.”
“우리 최고위원님은 그동안 뭘 한 거야?”
에단의 비아냥에 리암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물론 나도 할 수 있는 바는 전부 했지, 하지만 막지 못했네. 자네도 알겠지? 메이슨의 지지기반은 그냥 튼튼한 게 아닐세.”
그의 말에 에단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리암과는 적대관계인 메이슨은, 미 정부 고위 측 관료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에 딱히 외부의 라인이 없는 리암은 확실히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메이슨 쪽에는 TOP 5중에서도 3명의 지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1위와 3위, 그리고 6위.
사실 3위와 6위는 그다지 상관없었지만, 중요한 건 메이슨이 바로 TOP 5중에서도 1위, 무신의 지지를 받는 게 문제였다.
무신은 딱히 헌터 협회 내의 정치에 끼어들지는 않는다.
허나 그가 정치에 끼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이름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S등급 세계랭킹 1위, 무신(武神).
전 세계 헌터 중에서도 제일 꼭대기에 올라 있는 그 이름은 쉽사리 무시할 수 없었다.
당장 무신의 지지를 얻은 것만으로도 메이슨은 미 정부쪽과 헌터 협회 내 세력들, 거기에 더불어 대형길드들의 표를 확실하게 휘어잡았으니까.
그 덕분에 리암이 메이슨과의 정치 싸움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했다.
메이슨의 세력은 점점 커지고 있고, 그와 반대로 리암의 세력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에단의 물음에 리암은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턱을 툭툭 치다가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슬슬 우리 쪽에서도 새로운 카드가 필요할 것 같네.”
“새로운 카드?”
“그래.”
“뭐, 우리를 도와줄 새로운 스폰서라도 찾았어?”
에단의 물음에 리암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테이블 안에 있는 미니 서랍 안에서 사진을 한 장 꺼냈다.
“아니, 우리를 후원해 줄 스폰서를 찾는 건 이제 무리지. 안 그래도 우리 배는 무너지고 있는데 누가 오려고 하겠나?”
리암에 말에 라일리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기 일인데 너무 담담하게 말하는 거 아니야?”
“자네들도 나랑 같은 배를 타지 않았나?”
“……내가 왜 이놈이랑 친구였을까.”
이 새끼가 의원 되겠다고 깝죽거릴 때 말려야 했는데.
짧게 탄식하는 라일리. 그러나 리암은 그런 라일리의 모습을 한번 보고는 이내 그들의 가운데로 사진을 한 장 던졌다.
“아무튼, 무너지는 배에 스폰서를 태우는 건 불가능하지만 저 녀석들이 우리를 먹어치우지 못하게 방어할 만한 카드는 있지.”
“……얘는 누군데?”
에단이 테이블 가운데로 던진 사진을 흘끔 보며 묻자 리암은 말했다.
“김현우.”
“김현우?”
“아, 이번에 그 아레스 길드랑 1:1 삭제빵 뜨는 애?”
“……그것보다는 재앙을 막은 헌터로 더 유명하지 않나?”
에단의 물음에 라일리랑 리암이 답하고, 에단은 그제야 얘가 누군지 알았다는 듯 손뼉을 딱 치며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얘 그 또라이 아니야?”
“또라이?”
“그거 못 봤어? 인터뷰 영상 유튜x에 모아져 있는 거 한번 봤는데 개또라이던데?”
“어떻길래?”
“그냥 기자가 자기 심기에 거슬리는 질문 하면 바로 욕하던데?”
“……정상은 아니네.”
“아레스 길드랑 1:1 캐삭빵 뜨는 것만 봐도 정상은 아니지.”
에단과 라일리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자 리암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무튼, 이번 분기에 그가 S등급 세계랭킹 안에 들게 될 걸세.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그는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확률이 높지.”
리암의 말에 라일리와 에단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기사단’ 조지는 영상 보니까 그리 엔간하게 보이지는 않았지.”
“뭐, ‘재앙’이랑 싸우는 영상만 봐도…….”
그 둘의 긍정.
그들의 반응에 리암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내 말은 이 헌터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면.”
“끌어들이면?”
“물론 무신보다 못할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네임벨류가 있다 보니 우리도 어느 정도 버틸 지지기반이 만들어진다 이걸세.”
재앙이 일어났던 ‘독일’ 쪽과’일본’ 쪽을 우리 쪽으로 회유시킬 수 있으니까.
리암의 말에 에단는 타당한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그래서, 어떻게 김현우를 회유할 건데?”
하는 짓 보니까 보통내기가 아니던데?
에단의 말에 리암은 고개를 슥 하고 끄덕였고 이내 입을 열었다.
“그건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지.”
리암의 말에 모여 있던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
김현우가 카워드를 만나고 3일 뒤, 경기 하남시
“그래서, 이게 뭐라고?”
“스승님이 지내실 별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무척이나 거대한 집을 보았다.
‘집? 아니, 아니야……이건 집이 아니라…….’
거대한 장원.
김현우는 문득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에 탄성을 내지르면서도 앞에 보이는 장원, 정확히 말하면 이제 70% 정도 만들어져 있는 장원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것은 김현우의 뒤에 있던 김시현도 마찬가지였다.
“하, 하남에 이런 곳이 있었나?”
김시현도 가끔가다 업무적인 이유로 하남에 온 적이 있었으나, 적어도 자신의 기억에는 하남에 이런 거대한 장원을 짓는 장면은 본 적이 없었다.
‘뭐지? 뭐지……?’
김시현은 그렇게 고민하면서 거대한 장원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을 바라보며 시선을 돌리다 이내 자신의 발치에 걸린 한 판때기를 볼 수 있었다.
[새로운 도시! 우리의 도시로 오세요! 신도시 파미안.]“아.”
그리고 그제야 김시현은 지금 이 거대한 장원이 지어지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 분명 신도시 아파트 짓는다던 그곳 아니야!?’
맞았다.
현재 미령이 자신의 스승인 김현우에게 주겠다고 장원을 만들고 있던 자리에는 원래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자리였다.
그 증거로, 이 장원이 만들어지는 곳 이외에 다른 곳은.
‘…아파트, 올라가고 있잖아.’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었다.
김시현은 순간적으로 높게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를 확인하고 다시 장원이 지어지고 있는 땅을 바라본 뒤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도대체 이 엄청난 땅을 사고, 또 저 정도의 인부들을 고용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박아 넣어야….’
김시현은 생각을 계속하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아무리 해도 계산이 안 나왔으니까.
게다가 인부들 대부분이 장원 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 다니고 있는 걸 보면 거의 대부분이 ‘헌터’ 노동력인 것 같았다.
김시현이 말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장원을 보며 입을 벌리고 있을 때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제자야.”
“예, 스승님.”
“도대체 돈을 얼마나 꼬라박은 거냐.”
“스승님에게 받은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금(金)이야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아니 그러니까 얼마나 꼬라박았냐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김현우였으나, 이내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바라봤다.
미령은 무척이나 밝은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그리고 그런 미령의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었던 그 의문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느꼈다.
‘어째서 제자가 나에게 무한한 호의를 가지고 있는가?’
김현우는 탑에서의 생활을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의가 생각하기에는 조금 힘든 구조였던 것 같은데 눈앞의 제자는 자신에게 엄청난 신뢰와 애정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탑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 보면 미령이 호의를 느끼고 있는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우선 안쪽은 전부 만들어져 있으니 원하시면 한번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미령의 물음에 김현우는 미령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다른 수를 꾸미고 있나?’
김현우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수를 꾸미고 있으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김현우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쳐다보고 있자 미령은 순간 그런 김현우의 모습에 갸웃하며 그를 불렀다.
“스승님?”
하지만 미령이 김현우를 부르든 말든 이미 김현우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내가 탑에서 제자에게 제일 많이 했던 건 때리는 것밖에 없는데…….’
김현우는 문득 굉장히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을 스스로 상기하며 어깨를 으쓱이다 엇 하는 표정으로 미령을 바라봤다.
그리고-
“제자야.”
“예,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너 혹시, 마조히스트냐?”
“…예?”
김현우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다소 어이없는 물음을 그녀에게 던졌고, 잠시 그 말을 듣고 있던 미령과 김시현은 김현우를 보며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