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83
83
83화. 생각하기 싫다(2)
“…너무해요! 너무하다구요!”
“그래그래,”
김현우는 붉은 버튼을 들어 올리며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달고 있는 아브를 보며 피식 웃었다.
“웃을 때가 아니라니까요! 저 추웠어요! 무지하게 추웠다고요!”
“그럼 좀 부르지 그랬어?”
딸깍.
김현우가 그렇게 말하며 붉은 버튼을 누르자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튜토리얼 탑의 1층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방안은 어느새 김현우가 옛날에 지내던 김시현의 집처럼 바뀌어 있었다.
아브는 그제야 살았다는 듯 새롭게 생긴 소파에 누워 불평했다.
“부르려고 했는데!”
“했는데?”
“이미 가디언이 한번 나갔다 와서 부르는데 제한이 걸렸었다구요!”
“……제한? 그런 것도 있어?”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는 없었는데 가디언한테 출입 기능이 생긴 뒤로는 가디언이 한번 시스템룸에 들르면 5일간 가디언을 부를 수 없게 바뀌었어요.”
“……그렇게 금방금방 업데이트 되는 시스템이야?”
“그렇죠. 데이터베이스에는 지금도 무한한 정보가 쌓이고 있을걸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아브의 맞은편에 앉았고, 아브는 그 뒤로도 김현우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그 투정을 어느 정도 받아주던 김현우는 이내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아브.”
“네?”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되는 스킬 같은 거 없어?”
“아,”
김현우의 물음에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친 아브.
“한번 정보창을 열어보시겠어요?”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별말 없이 자신의 정보창을 열었다.
———–
이름: 김현우 [9계층 가디언]
나이: 24
성별: 남
상태: 매우 양호
-능력치-
근력: S-
민첩: S-
내구: S++
체력: A++
마력: B++
행운: B
SKILL –
정보 권한 [중하위]
알리미
출입
———–
주르륵 떠오르는 정보창.
“어?”
“왜요?”
“아니, 민첩이 올라 있어서.”
“무슨 문제라도?”
아브의 물음에 김현우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아니, 보통 능력치가 오르면 로그가 떠오르지 않나?”
“그렇죠?”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정보창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확신했다.
‘확실히 민첩이 A++에서 S-로 올랐다.’
다른 헌터들과는 다르게 정보창을 수시로 열어보지 않는 김현우.
‘언제 오른 거야?’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민첩 능력치가 언제 올랐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복제자와의 전투인데……그때 로그가 떠올랐었나?’
멍하니 정보창을 보고 생각하던 김현우는 이내 쯧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뭐 그때쯤에 올랐겠지.’
어차피 더럽게 오르지도 않는 능력치가 오를 곳은 그때 즈음밖에 없으니까.
김현우는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아브에게 말했다.
“그래서, 이번엔 어떤 스킬이 업그레이드 돼?”
“음, 솔직히 이번에는 별거 아니긴 한데, 성향표시의 업그레이드예요.”
“성향표시의 업그레이드?”
“네.”
“…그건 뭔데?”
“음, 말 그대로 ‘성향’을 조금 더 자세하게 보여주는…? 그런 거예요. 예를 들어 그냥 ‘기회주의자’로 표시되는 정보들이 어느 것에 대한 기회주의인지 조금 더 자세하게 표시되는?”
“……그거 쓸모 있냐?”
“……글쎄요?”
쓸모는 있다. 저번에 김현우는 성향표시 덕분에 무척이나 편하게 길드원들을 뽑았으니까.
‘어, 그러 고보니 길드 사무소에 출근하지 않은 지도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은데.’
언제 한번 가야겠다.
짧게 생각한 김현우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다른 스킬 업그레이드는 없고?”
“정보 권한이 완전히 중위로 올라오면 아마 새로운 업그레이드가 있을 거예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렇게 해서 언제 정보권한 상위까지 올라가냐.”
김현우의 말에 아브는 음…하고 고민하더니 이내 무엇인가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가디언.”
“왜.”
“음, 이건 정말 만약의 이야기인데. 어쩌면 가디언이 알고 싶어 하는 걸 등반자들이 알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
“……등반자들이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네.”
“어떻게?”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입을 열었다.
“물론 저도
‘이게 이럴 것이다.’
라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제게는 정보권한이 있잖아요?”
“그렇지?”
“정보권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조합하고 나름대로 추론을 해봤는데 지금 탑을 오르는 등반자 중에서는 ‘재등반자’가 있는 것 같아요.”
“뭐? 재등반자?”
“네.”
“그게 뭔데?”
“말 그대로 일반 등반자와는 다른, 탑을 끝까지 올랐다가 다시 등반하는 이들을 말하는 거예요.”
“그런 놈들이 있다고?”
“저도 재등반자들이 생겨나는 ‘이유’까지는 정보가 부족해서 추론하지 못하긴 했는데,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녀의 긍정에 김현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이미 탑을 한번 올랐던 녀석들에게 물어보면. 이 튜토리얼의 탑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거지?”
“음, 그렇죠. 그도 그럴 것이 결국 가디언이 있는 곳은 ‘계층’이고 탑을 이미 한번 올랐던 등반자들은 그 비밀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요?”
아브의 긍정에 문득 김현우는 얼마 전에 싸웠던 복제자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분명 그에게서도 등반자들이 탑을 오르는 이유를 언뜻 들었다.
좌를 얻기 위해서.
‘…이 새끼 이유 알려준다고 해놓고 뭐 이렇게 추상적으로 알려줬어?’
김현우는 슬쩍 짜증이 나는 것을 느끼며 복제자와의 대화를 저 뒤로 밀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탑을 오르는 등반자 중 한 명이 ‘탑’을 만든 놈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거군.’
“가시게요?”
아브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뭐, 여기 있어봤자 할 것도 없잖아?”
김현우의 답에 아브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김현우가 문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며 소리쳤다.
“잠깐!”
“?”
“플라이스테이션 만들어 주고 가야죠!”
“…….”
김현우는 말없이 들고 있던 붉은 버튼을 눌렀다.
딸깍.
***
천호동에 위치한 저택.
김시현의 집이 다시 원래대로 수리될 때까지 잠시간 이곳에서 머물기로 한 김현우는 새로운 정보 권한도 실험해 볼 겸 방 밖에 있던 미령의 정보를 확인했다.
————————
이름: 미령
나이: 21살
성별: 여
상태: 양호
-능력치-
근력: S+
민첩: S++
내구: S+
체력: S++
마력: S+
행운: A++
성향: 절대 헌신주의 성향 [대상: 김현우]
SKILL –
[정보 권한이 부족해 열람할 수 없습니다.]———–
“제자야.”
“예. 스승님.”
“너는 중국으로 안 돌아가냐.”
김현우가 미령의 성향을 보며 묻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는 미령.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김현우는 왠지 양심이 찔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혹시, 제자가 불편하십니까……?”
“그게 아니라, 너 길드는 괜찮냐? 네가 길드장이잖아?”
김현우의 물음에 미령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스승님의 옆입니다.”
“…….”
김현우는 뭐라 말을 하려다 말고 이내 말했다.
“알았다. 나가봐라.”
“예.”
“그리고 문 앞에 서 있지 말고 너도 너 할 거 하고 있어라.”
“제자를 생각해 주시다니! 이 은-”
“나가 좀.”
미령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내보낸 김현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현우가 있던 방 안에 김시현이 들어왔다.
그것도 상당히 묘한 표정으로.
“형.”
“왜?”
“쟤 무슨 일 있어요?”
김시현의 쟤, 는 미령을 뜻한다는 것을 알기에 김현우는 물었다.
“왜 그러는데?”
“혼자서 중얼중얼하면서 헤실거리던데요?”
“……그냥 못 본 척해.”
“아..네.”
“그보다, 무슨 일?”
“무슨 일이라니요, 여기 엄연히 제 집이거든요?”
뭐,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건 맞긴 해요.
“아…그랬었지.”
미령과 가면 무사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그렇지 사실 이 집은 김시현의 집이 맞았다.
정작 어처구니없는 건 갑작스럽게 미령이 이 집에 들어온 뒤 시점부터 김시현이 집이 부담스러워져 나가서 살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일 정도일까.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왔는데?”
김현우가 말하자 김시현은 곧바로 물었다.
“아, 미국 가실 거예요?”
“미국? 미국은 또 왜?”
“형, 스마트폰으로 뭐 안 왔어요?”
“뭐가?”
김현우의 대답에 김시현은 대답했다.
“이번에 뉴스 보니까 국제 헌터 협회에서 김현우 헌터를 공식적으로 호출했다고 하던데요?”
“그건 또 뚱딴지같은 소리? 누구 마음대로 사람을 오라 가라 지랄이야?”
“아마 S등급 세계랭킹 심사 때문에 오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뭐? 심사?”
“네, 심사요.”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하곤 대답했다.
“그게 뭔데?”
“뭐긴요. 말 그대로 S등급 세계랭킹 등록하는 거죠.”
“…아. 그, 네가 예전에 그 등록만 되어 있어도 돈 퍼준다는 그거냐?”
“왜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S등급이 되면 돈을 주는 건 맞으니까…그쵸?”
“흐음….”
김시현의 긍정에 그는 고민했다.
‘지금 상황에서 굳이?’
분명 1~2달 전만 해도 돈을 준다면 바로 달려가려고 했던 게 김현우였으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탑에서 빠져나와 이곳에서 지낸 지도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났기에 김현우는 슬슬 자신이 벌어들이고 있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당장 아레스 길드에게 뜯어낸 돈만 해도 수백억이 넘는다.
“굳이 가야 하나?”
김현우가 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김시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굳이? 라고 생각한다면 갈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어지간하면 전부 가는 편이죠.”
S등급 세계랭킹에 순위를 올린다는 건 헌터들에게 있어서는 꽤 영광스러운 일이거든요.
“…그래?”
“그렇죠. 그래도 지천에 널려 있는 헌터 중에서도 상위 1%정도가 된다는 소리인데. 게다가 지금 형 입장에서는 아니긴 해도 보다 보면 들어오는 돈도 꽤 짭짤하고요.”
뭐, 제가 던전 돌면서 버는 돈이 훨씬 많겠지만요.
“흐음….”
김현우는 김시현의 말을 듣고는 짧게 고민했으나 이내 답을 정했다.
“뭐, 까짓것 한번 갔다 오지 뭐.”
‘어차피 지금 당장 할 일도 없으니까.’
맞다.
어차피 지금 김현우로서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등반자가 나타난 것도 아니고, 아레스 길드와 남아 있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으니 느긋하게 기다렸다 답변이 나오면 행동하면 된다.
“뉴스에 떴다고?”
“네.”
김현우는 김시현의 말에 따라 국제 헌터 협회와 관련된 뉴스를 보기 위해 곧바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네이버 포털의 뉴스를 들어갔고.
“…뭐야 이거?”
김현우는 뉴스 포털 최상단에 올라와 있는 뉴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고인물 헌터 김현우는 자신의 무술을 의무적으로 세상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김현우는 헤드라인을 클릭했다.
그러자 주르륵 떠오르는 기사글.
—-
최근 아레스 길드의 암살로 그들과 본격적으로 척을 지게 된 고인물 헌터 김현우.
그에 대한 원성이 일부 헌터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그들, ‘헌터연합’이 고인물 헌터 김현우를 원망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김현우 헌터가 자신이 만든 무술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헌터연합의 장이자 A급 헌터 ‘심전도’씨는 지금 같은 몬스터와 재앙이 들이닥쳐 헌터들이 쉼 없이 죽어나가고 있을 때 김현우 헌터는 자신의 특권을 위해 무술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 답했다.
그리고 이어서 심전도씨는 ‘설령 본인이 만든 무술이라고 해도 헌터의 생존률을 올리기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 김현우 헌터는 의무적으로 본인이 만든 무술을 공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렇게 김현우 헌터를 향해 원성을 내뱉는 그들은 오늘 23일에 김현우 헌터의 무술 공개를 촉구하는 ‘무술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헌터들을 모으고 있다.
—-
“이건 또 뭔 개소리야?”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스마트폰을 바라보자 김시현이 물었다.
“또 왜요?”
“이것 봐.”
김현우가 스마트폰을 넘겨주자 김시현은 그 스마트폰을 넘겨받더니 기사를 바라봤고 이내 아 하는 탄식을 내뱉으며 김현우에게 폰을 넘겨주었다.
“아 얘들이요?”
“알고 있어?”
“네, 알고 있죠. 저번에 형이 자세한 건 저한테 물어보라고 인터뷰했을 때 있죠?”
“응.”
“그때 지랄 맞게 전화하던 새끼들이 이 새끼들이거든요.”
“그래?”
김현우는 스마트폰을 돌려받으면서 기사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저도 모르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김현우의 입가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