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84
84
84화. 생각하기 싫다 (3)
3일 뒤.
아랑 길드 11층의 길드장실.
이서연은 길드장실 소파에 앉아 있는 김시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미궁 탐험은 2주 뒤로 미루자고?”
“응, 어차피 저번 달에 두 번 다녀왔으니까 이번에는 2주 정도 미뤄도 되지 않을까?”
“……뭐, 우리 길드원들도 들어보니까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더라.”
“석원이 형한테도 물어보니까 별 상관없다고 하더라고, 애초에 그때가 보스 사냥 기간이랑 겹쳐서 안 그래도 미루려고 했다더라.”
김시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이서연은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 미루는 건 현우 오빠 미국가는 데 따라가려고 하는 거지?”
“뭐, 그렇지. 너는 안 갈 거야?”
“이번에는 딱히,”
“그래?”
“그래서, 현우 오빠는 어디?”
“아, 오늘 그…… 헌터연합인가? 동대문역에서 집회하는데 한번 가본다고 하던데?”
“……가서 또 뭘 하려고…….”
“낸들 알겠어……대충 예상할 수 있는 건, 이번 집회가 끝나고 나면 또 유튜x나 뉴스가 형으로 도배될 거라는 것 정도?”
“……그건 나도 예상할 수 있어.”
이서연의 말에 김시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런 것 정도지.”
“그래서, 오늘 그거 말하려고 온 거야?”
이서연의 물음에 김시현은 흠흠하고 목을 가다듬는 듯하더니 물었다.
“아니. 사실 그거 말고도 물어볼 게 하나 더 있어서.”
“물어볼 거?”
고개를 끄덕이는 김시현. 이서연은 물었다.
“뭔데?”
“그…….”
말을 길게 늘이며 슬쩍 눈치를 보는 김시현, 그 모습에 이서연이 이상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시현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여자는 말이야,”
“?”
“어느 기념품을 사주면 좋아할까?”
김시현의 물음에 이서연은 순간 묘한 표정을 지었다.
***
동대문역의 거대한 빌라 홀 가운데.
그곳에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빌라 홀의 절반을 채울 정도로 많은 사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헌터.
그래, 그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단순한 사람이 아닌 헌터들. 그들은 ‘헌터 연합’이라는 글씨가 박힌 조끼를 입고, 빌라 홀 가운데에서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 중에서도 한 사람.
헌터연합의 장이자 A급 헌터인 ‘심전도’는 헌터들이 모여 있는 무대 위에서 혼자 열심히 무엇인가를 연설하고 있었다.
“여러분! 고인물 헌터 김현우의 행태를 보십시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무술로 손쉽게 던전 공략을 하면서 일부러 다른 이들에게는 무술을 알려주고 싶지 않아 우리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맞다!!”
“직접 만들어 낸 무술로 재앙을 두 번이나 막은 김현우는 전 인류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무술을 헌터 사회에 공개해야 합니다!”
“”옳다!”
그 이외에도 김현우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열심히 부르짖는 헌터 연합.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김현우는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미령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죽일까요?”
“제자야, 너는 너무 인생을 편하게 산 것 같구나.”
김현우의 말에 미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래.”
“허나 저번에 스승님이 네 앞을 가로막는 건 모조리 네 방식대로 치워버리라고-”
“…….”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있었던 것 같은 게 아니라 있었다.
탑 안에 있을 때, 김현우는 은거기인 컨셉을 잡으며 그녀에게 여러 가지 상식을 집어넣었다.
물론 그 상식이 김현우 제멋대로 만든 상식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자신의 제자인 미령에게 가르친 상식은 ‘무협지’에서 나오는 웃기지도 않는 제왕학 같은 상식이라는 게 문제였다.
“아무튼 제자야.”
“예, 스승님.”
“사람을 죽이는 건 멋대로 하면 안 된다.”
“그렇…습니까?”
“물론 네 마음에 안 들면 시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슥 해버리는 것도 좋지만…….”
김현우가 말하자 미령은 뭔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탄성을 내뱉었다.
“아!”
“대충 무슨 뜻인지 이해했냐?”
“예 스승님, 제자. 스승님의 뜻을 모두 이해했습니다!”
김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령은 곧바로 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순식간에 그녀 앞으로 내려오는 검은색 가면을 쓴 가면무사.
미령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1호야.”
“예.”
“지금부터 저기 모여 있는 이들을 전부 마킹해라.”
“예.”
“그리고 그들이 혼자 있을 때 모조리 죽여라.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
“예.”
“예는 씨발, 무슨 예야?”
“예? 스승님, 하지만…….”
“하지 말라고 했다 제자야.”
김현우의 말과 함께 미령은
‘뭔가 잘못했나?’
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잊어라.”
“예.”
미령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지는 가면무사.
“제자야.”
“예, 스승님.”
“너는 도대체 탑에서 빠져나오고 어떻게 산 거냐?”
물론 김현우가 누구에게 상식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우스운 상황이었으나 김현우는 지난 1주간 미령과 같이 있으면서 느꼈다.
‘제자가 상식이 부족했다.’
김현우가 묻자 미령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입을 열었다.
“우선, 스승님에게 맹세한, ‘스승님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길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래.”
“그리고 법을 바꿨습니다.”
“?”
“?”
김현우가 미령을 바라보고 미령이 똘망똘망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손을 휘적거리곤 말했다.
“그래, 계속 말해봐라.”
“예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우선 법을 바꾼 뒤에…… 우선 근처에 있던 길드들을 모조리 힘으로 찍어 눌렀습니다.”
“죽였냐?”
“거슬려서 죽였습니다. 물론 전력은 필요했기에 몇몇은 길드원으로 흡수했습니다.”
“…….”
김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시위를 하고 있던 그들을 바라보다 또 한번 시선을 돌려 미령을 바라봤다.
“제자야.”
“예, 스승님.”
“너 혹시 탑에 들어가기 전에는 뭐했냐?”
“……뭘 했냐니……제자, 너무 미천해서 스승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의 질문이다. 탑에 들어가기 전에는 뭘 하고 지냈냐 이거다.”
‘듣다보니 이건 좀 상식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상식이 없다.
김현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 보통 상식이 없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제자처럼 이렇게 맹목적으로 상식이 없을 수 있을까?
김현우의 물음에 미령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탑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는…….”
“그래.”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 그저 흔한 재벌 2세였습니다.”
“…….”
“그리고-”
“됐다. 더는 이야기할 필요 없다.”
“네 알겠습니다.”
입을 다무는 미령을 보며 김현우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째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 복잡해지는 것 같으니 그만두도록 하자.’
복잡한 걸 싫어하는 김현우는 이번에도 외면을 택했다.
한동안 그렇게 미령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현우는 이내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차 안에 들어가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김현우의 말에 미령은 조심스레 고개를 숙이며 차 안으로 들어갔고, 김현우는 아직도 열심히 소리를 치고 있는 시위 현장을 바라봤다.
“무술을 공개하라! 무술을 공개하라!”
“지랄도 이 정도면 병이지.”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시선을 돌려 시위 현장 옆에 있는 상당히 거대한 방송용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아주 실시간으로 촬영까지 해서 뿌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곧 김현우는 한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무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가가고 있는 김현우를 제대로 깨닫지도 못하고 시위에 열중하고 있던 그들.
“어, 어어……김현우?”
“김현우! 고인물 헌터 김현우다!”
“뭐? 어디!”
허나 한 명의 사람이 김현우를 알아봄과 동시에 시위를 이어가고 있던 헌터들은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며 김현우를 찾기 시작했고, 그는 그 순간 망설임 없이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그들.
무대 위에 서 있던 심전도도 갑작스레 올라와 자신을 바라보는 김현우를 보며 몸을 움찔하는 듯했지만 이내 손을 올리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김현우 헌터는 인류의 안전을 위해 무술을 공개해라!”
“맞다! 공개해라!”
“공개해!”
조금 전까지 당황하던 녀석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소리를 지르는 그들을 보며 김현우는 피식 웃은 뒤, 입을 열었다.
“지랄 좀 그만 떨어라.”
“뭐, 뭐?”
김현우의 말 한마디와 함께 조용해지는 거리.
그는 순식간에 조용해진 거리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 뒤 말했다.
“왜? 못 들었어? 다시 한번 말해줄까?”
빙글거리는 웃음을 띈 김현우의 모습에 당황 심전도는 이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김현우 헌터! 지금 당신이 하고있는 행동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헌터를 죽이고 있는 일입니다!”
“내가 뭘 했는데?”
“저는 알고 있습니다. 김현우 헌터! 당신의 힘은 당신이 만들어 낸 그 무술에서 나온다는 것을”
“또 지랄이네? 내가 저번에 TV에 나와서까지 말해주지 않았나? 또 말해줘야 해?”
김현우는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강하니까 내가 쓰는 무술도 강한 거라니까? 몇 번을 말해줘야 해?”
그의 말에 심전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다!”
어느새 존댓말은 하지도 않는 그.
“무슨 근거로?”
“그건 그냥 눈속임이 아닌가! 지금 너는 자신의 무술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거야!”
“지랄하지 마. 머저리새끼야.”
김현우의 말에 심전도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김현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주변을 한번 돌아봤다.
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헌터들.
김현우는 말했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이 새끼들아. 진짜 여기서 내 무술만 익히면 정말 나처럼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 없지?”
있으면 병신이지.
김현우는 쯧 하고 뇌까리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너희들 내가 왜 고인물 헌터라는 웃기지도 않는 별명으로 불리는지 잃어버린 것 같은데, 나는 너희들이랑 다르게 탑에 12년 동안 갇혀 있었거든?”
12년이야 12년, 감이 와?
“너희가 탑 한번 돌고 밖에 나와서 세상 문물 다 즐기고 있을 때 나는 탑 안에서 12년 동안 존나게 뺑이치고 있었다고, 탑을 계속해서 돌면서.”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마이크를 집은 채 움찔하고 있는 심전도를 바라봤다.
“그런데 뭐? 내 무술이 강해서 내가 강해? 진짜 지랄하지 마라. 죽여 버리기 전에.”
팍 씨!
김현우가 손을 올리자 심전도는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머리를 가렸고, 그런 그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본 김현우는 이내 그들을 보며 말했다.
“내가 강한 건 그냥 말 그대로 노력을 존나게 해서 그런 거야. 알았어? 너희들처럼 탑 한번 클리어하고 밖에서 쎄쎄쎄 거리면서 논 게 아니라 탑 안에서 열심히 뺑이치다 와서 쎈 거라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허접한 새끼 말에 선동당해서 나온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새끼들아.
“강함이라는 게 무슨 기연 하나 만나면 존나 쎄지고 그런 것 같냐? 응? 내가 무슨 만화 속에 주인공처럼 무술 하나 잘 만들어서 강해진 거라 생각해?”
그는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했다.
“귀 파고 잘 들어라, 애들아.”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건 없어.
“응? 그런 건 없다고! 막 내가 제대로 강해지려는 노력도 안 하는 허접이였는데 무술 하나 배우고 세계최강!? 이딴 전개는 일본 웹소에서나 나오는 전개라고 병신들아! 그러니까-”
헌터 등급 올리고 싶으면 이딴 선동질 당하지 말고 던전 들어가서 몬스터 한 마리를 더 잡아라.
“이 멍청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