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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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고인물을 대하는 법(4)
‘아레스’길드의 인사과장인 ‘강병호’는 눈앞에 앉아 있는 남자 김현우를 바라보며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한 채로 생각했다.
‘네가 아무리 화제의 고인물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라도 결국 이 헌터 업계에서는 눈에 띄는 신인일 뿐이지.’
강병호는 김현우에 대한 평가를 그렇게 내렸다.
아무리 말도 안 될 정도의 기본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신인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따져보면 김현우는 이제 막 탑을 빠져나온 신인이었다.
마력도 아직 사용하지 못하고,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도 못했다.
만약 그가 저 능력치를 가지고 제대로 성장했다고 하면 아레스 길드에서도 살짝 긴장해야 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김현우의 상태는 다 크지 않은 새끼 호랑이와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 기를 잡아 놔야지.’
자기가 호랑이 새끼란 것을 그가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무기를 길들이는 것처럼, 사람도 길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강병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덤으로 이 계약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다면 내 가치를 조금 더 올릴 수도 있으니까.’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레스 길드 한국지부 내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미묘한 줄타기와 다음 분기쯤에 있는 인사이동을 떠올리고 있자.
“풋”
김현우가 돌연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강병호에게 물었다.
“지금 나 협박하러 온 거냐?”
갑작스러운 그의 반말에 일순 강병호의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그는 억지로 웃음을 만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협박이라니 그럴 리가요! 다만 저는 현실을 알려주러 온 것뿐입니다.”
“그게 그냥 협박하러 온 거 아니야?”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강병호를 바라본 김현우.
“이 자식이 과장님한테……!”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강병호의 뒤에 서 있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 떡대 같은 몸을 앞으로 내밀었지만, 강병호는 그를 손짓으로 재지하곤 말했다.
“판단을 잘 하시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김현우 헌터.”
“무슨 판단?”
“저희 아레스 길드를 적으로 돌리고 한국 헌터 업계에서 살아남을 것 같습니까? 당신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저희 아레스 길드는…….”
“한국 던전의 66%를 혼자 독점으로 처먹고 있는 길드라고?”
김현우의 말에 강병호는 말했다.
“잘 아시는군요.”
불과 몇 시간 전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회포를 풀다 주제로 나온 길드 이야기 때문에 김현우는 ‘아레스 길드’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다.
아레스 길드는 한국이 헌터가 부족했던 7년 전, 결국 해외 헌터 시장 유입을 허락한 정부 덕분에 들어오게 된 외국 길드였다.
표면적으로 가지고 있는 타이틀은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초대형 길드’로서 세금도 꼬박꼬박 내며 한국 내 헌터 시장에 관여하고 있는 외국 길드였지만.
동료들에게 들은 아레스 길드의 실체는 어떤 관점으로 봐도 그냥 쓰레기 짓을 하는 악덕 길드와 다름없었다.
혼자서 한국 전체 던전 중, 퍼센트로 따지면 약 66%에 달하는 던전을 독점으로 관리하고 있는 아레스 길드.
그들은 신입 헌터들이 다닐 수 있는 D급 던전과 여러 가성비가 좋은 A등급 던전을 홀로 독점해, ‘던전 입장권’을 만들어 헌터들을 압박했다.
‘던전 입장권.’
아레스 길드 소속의 헌터는 입장권이 없어도 던전에 입장 할 수 있다.
허나 그들은 자신의 길드 소속이 아닌 헌터들에게는 무척이나 비싼 값을 받고 던전의 입장료를 파는 것으로 헌터들에게 갑질을 했고.
그나마 실력이 좋은 헌터에 한해서는 그 헌터가 다른 길드에 속해있더라도 ‘던전 입장권’을 빌미로 아레스 길드에 끌어들여 다른 길드의 헌터를 빼앗았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헌터를 먹어 치우는 아레스 길드 덕분에, 아레스 길드 외의 다른 길드는 그 힘이 점점 약해졌고.
반대로 아레스 길드는 점점 강해지는 독점 시장이 되어 버린 것이 현 한국 헌터 업계의 상황이라는 것을 김현우는 동료들에게 들었다.
“알다마다, 아주 쓰레기 같은 곳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했지. 너희들이 그렇게 인성 터진 짓을 잘한다며?”
씩 웃으며 거침없이 막말을 내뱉은 김현우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강병호는 안색을 굳힌 채 말했다.
“내가 말했을 텐데? 입을 조심하라고.”
“어우 갑자기 그렇게 목소리 깔고 나오는 거야?”
“여기가 협회 내의 합숙소라고 해서 너에게 아무런 손도 못 댈 줄 아나?”
그 말과 함께 강병호의 뒤에 서 있던 남자는 갑작스레 강병호가 김현우가 사이에 두고 있던 책상의 한쪽 끝을 집더니.
우지지지직!
통짜 철로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이는 책상을 그대로 우그러뜨리기 시작했다.
별 힘을 들이지 않은 것 같은데도 순식간에 우그러진 책상.
“미안하지만 협회도 우리의 입김이 닿은 지 오래다. 한 마디로 내가 말 한마디만 하면 이 곳에서 있던 모든 일은 ‘없는 게’ 될 수도 있다는 소리지.”
“이야, 아까는 협박이 아니라고 광고를 하더니 이젠 그냥 대놓고 협박을 하네?”
하지만 강병호가 어떻게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목소리를 깔고 눈을 살벌하게 떠도 김현우는 무서운 척도 하지 않고 그들을 비아냥거렸다.
마치 어린아이의 조롱을 보는 것처럼.
“지금 상황을 이해 못 하는 모양인데, 지금 내 뒤에 있는 헌터는 종합 능력치 판정 A등급을 받은 헌터다. 네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강병호의 말과 동시에 그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보기만 해도 역겨운 미소를 지으며 김현우를 바라봤다.
“아주 쓰레기 새끼들 아니랄까 봐 와꾸도 꼭 지같이 생긴 것들만 데리고 왔네.”
김현우는 그 말을 끝내고는 더이상 입을 열 필요도 없다는 듯이 갑작스레 몸을 숙여 무엇인가를 손으로 집었다.
“야 일로 와봐.”
그것은 슬리퍼였다.
검은색 배경에 메인에는 하얀색 줄이 세줄 그어져 있는 삼선 슬리퍼.
김현우는 그것을 손에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너 같은 놈들은 직접 손을 쓰기도 더러우니까 내가 슬리퍼로 상대해 준다.”
탁! 탁!
그는 마치 강병호의 등 뒤에 있는 헌터를 놀리듯 슬리퍼를 책상에 탁탁 소리 나게 치며 등 그의 호위로 온 A급 헌터의 어그로를 끌었고…….
“이 새끼가 진짜……!”
강병호의 뒤에 서 있던 헌터는 금방이라도 김현우를 죽을 듯 노려보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쫘아아아악!
“끄악!?”
김현우가 쥐고 있던 슬리퍼가 거침없이 움직이며 정면을 달려든 헌터의 얼굴을 후려쳤다.
우당탕탕! 쾅!
얼굴에 슬리퍼를 맞은 헌터는 순식간에 붕 떠오르더니 휴게실 내에 있는 책상과 의자들을 모조리 박살 내며 바닥을 굴렀고.
그는 그것을 끝으로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그 일련의 모습을 보며 강병호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박살 난 휴게실 사이에 미동도 하지 않는 헌터를 보았고,
“다시 한번 지껄여 봐. 새끼야.”
곧 자신에게 입을 여는 김현우를 쳐다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기선제압과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강병호는 A급 헌터를 데려왔다.
그냥 A급 헌터도 아니었다.
그는 현재 아레스 길드 내에서도 던전 파밍률이 제일 높은 2파티의 탱커였으니까.
두꺼운 방패를 들기 위해 성장한 근력은 두말할 것 없었고, 탱커로서의 맷집은 아레스 길드 내에서는 두각을 드러낼 정도였다.
‘그런데…… 한 방에?’
강병호는 멍하니 시선을 돌려 김현우의 손에 들려 있는 슬리퍼를 바라봤다.
이미 그것은 슬리퍼라고 하기에는 여기저기가 전부 터져 버려 김현우가 들고 있던 끝부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건, 분명히 슬리퍼였다.
분명히 자신의 앞에서 몸을 숙여 손에 쥐었던 슬리퍼였다.
‘슬리퍼로…… 아레스 길드의 탱커를 단 한 방에?’
긴 사고를 거쳐 마침내 결론에 도달한 강병호의 사고는 그제야 지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시작했고, 강병호는 거기에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평소 그의 특기인 태세전환으로 상황을 무마할 수도 없었고-그가 등에 업길 좋아하는 아레스 길드의 인사과장이라는 직책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그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생각이 끝없이 떠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좆 됐다.’
그래, 좆 됐다.
그렇게 강병호의 안색이 파리해질 때쯤, 김현우는 이미 꼭대기 부분밖에 남지 않은 슬리퍼를 쥐며 말했다.
“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 줄 알아?”
강병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김현우의 팔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있는 슬리퍼 때문에.
그리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올라가던 슬리퍼가 멈출 무렵-?
김현우는 말했다.
“나는 나를 협박하는 걸 제일 싫어해.”
이 개새끼야.
빠아아아악!
휴게실에서 거대한 파육음이 터져 나왔다.
***
“그래서, 완전 개 박살을 내고 온 거예요?”
잠실 쪽에 있는, 보기만 해도 굉장히 미래적인 디자인이 엿보이는 고급 아파트의 꼭대기 층.
한강의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방 안에서 김시현은 소파에 앉아있는 김현우를 바라봤다.
“먼저 개기길래 개 박살을 내줬지.”
김현우가 당당하게 말하며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딸기를 먹자 김시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형도 진짜 대책 없네요. 아레스 길드 그놈들 아주 지독한데.”
“뭐가 지독한데?”
“그 녀석들 자기들 쪽 당하면 어떻게 해서든 복수하려고 지랄 발광을 하거든요.”
“복수? 어떻게?”
“뭐…… 여러 가지가 있죠, 길드 가입하려고 하면 길드에 압박 넣어서 가입 못 하게 하는 것도 있고, 아니면 미궁에 들어갔을 때, 아무도 못 본다는 점을 이용해서 조용히 슥삭 하기도 하고.”
“슥삭?”
“죽인다고요.”
“……진짜?”
“뭐, 솔직히 그런 일이 없지 않긴 하죠.”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도 협회소에서 듣기는 했는데 진짜 미궁 속에서 그렇게 죽인다고?”
“네, 미궁 내는 어차피 너무 넓고 깊어서 제대로 파악도 못 하고, 거기서 죽으면 시체는 몬스터들이 뜯어먹으니까 사실상 누가 봐서 신고하는 게 아니면 들킬 수가 없죠.”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는 혀를 차며 말했다.
“세상 참 살벌하구만.”
“제가 볼 때는 형이 이번에 한 짓이 더 살벌한데요? 그냥 이참에 제 길드 들어오는 건 어때요?”
“말했잖아, 길드는 가입 안 한다고.”
“아니 형 편하게 지내고 싶다면서요? 그럼 최소한 적은 만들지 말아야죠. 무슨 탑에서 나온 지 1주일밖에 안 됐는데 적을 만들어요?”
왜인지 따지듯 묻는 김시현의 말에 걱정하지 말란 투로 손을 휘적거리며 딸기를 먹던 김현우는 문득 머릿속에 든 생각에 먹던 딸기를 삼키고 물었다.
“아 맞아, 우선 당분간 편하게 지내면서 하고 싶은 거 하는 건 보류하기로 했어.”
“또 왜요?”
“좀 해야 할 일이 생겼거든.”
‘탑의 비밀’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아까 전 합숙소에서 보았던 로그를 떠올렸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최소한의 증명을 위해 세 개의 던전을 클리어하라는 그 문구.
‘어쩌면 탑의 비밀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니었지만, 김현우는 탑에 갇혀 있을 때 항상 혼자만 탑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항상 의문을 느껴왔다.
의문만 느껴봤겠나?
혼자 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김현우는 이 탑을 만든 장본인을 찾아 죽여 버리고 싶었고, 마찬가지로 자신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둬놓은 사람도 찾고 싶었다.
찾아서 말을 섞을 것도 없이 똑같이 탑에 처박아 버리게.
“야 시현아.”
“네?”
그렇기에-
“너 혹시 ‘아도론의 연구소’라고 알고 있냐?”
김현우는 탑의 비밀을 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