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94
94
094화. 원하니까 알려 줬다(4)
이수기가 몇 번이나 간호사 호출 벨을 눌렀으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간호사도 오지 않는다.
그 상황에 이수기는 비로소 자신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 속에 놓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 주변에 서 있는 가면 무사들과 그 사이에 서 있는 미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제야 그녀의 이명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S등급 세계랭킹 5위 패룡.
그의 눈이 순간 공포로 물들었고, 이내 그는 제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그래도 공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슬쩍 떠는 듯한 목소리로 가면 무사들과 미령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 나를 건든다면 네 스승도 안 좋은 꼴은 면치 못할 거다!”
그의 말에 미령은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지? 이미 네가 뿌려놓은 작업세력들은 모조리 적발 당했고, 지금 당장 뉴스를 채운 것들은 모조리 너의 목을 순식간에 조를 수 있는 뉴스뿐이다.”
그런데도?
미령의 말에 이수기는 그제야 어제 출현한 작업세력이 미령의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대답해라. 너를 건든다면, 어째서 내 스승이 안 좋은 꼴을 본다는 거지?”
미령의 물음에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당연하지! 여기는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라……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의 의미다! 여기는 네가 지배하고 있는 중국이 아니다! 만약 네가 여기서 나에게 무슨 해를 가한다면 너는 몰라도 네 스승인 김현우는 분명 이슈에 휘말리겠지!”
미령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자 이수기는 슬쩍 확신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이미 작업세력을 밀어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내가 1주일간 해놓은 작업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연히 짐작할 수 있지 않겠나?
이수기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정확히는 본인만 그렇게 생각할 뿐, 그의 미소는 지극히 어색해 보였다.
조금 전에 터졌다가 재생된 오른 팔은 덜덜 떨고 있었고, 눈가는 파르르 떨렸다.
그 누가 봐도 긴장하고 있다는 모습이 역력히 보이는 그 모습.
미령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고작 이런 머저리새끼가 스승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다니…….”
“아, 아무튼 나를 건들면 네 스승이-”
“상관없다.”
“뭐…… 뭐라고?”
촤아아아악!
재생되었던 그의 오른팔이 한 번 더 잘려나간다.
그와 함께 이수기의 비명이 병실에 울려 퍼지고, 미령이 미친 듯이 발악하고 있는 이수기의 앞에 다가갔다.
그는 몰려오는 고통에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미령은 무정무감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아무리 그 아가리를 놀리고 다녀도 스승님이 피해를 보는 일 따위는 없을 테니까.”
“그게 무슨……!”
“네 녀석은 내게 그렇게 말했지, 여기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끅……끄으윽……!”
그는 핏발선 눈으로 미령을 바라봤고, 미령은 망설임 없이 그의 남은 왼손을 발로 찍어 눌렀다.
“끄아아아악!!”
이수기의 비명이 한 번 더 터져 나옴과 동시에 그의 오른손이 기형적인 각도로 꺾인다.
그와 함께 그는 기절할 듯 두 눈을 뒤집어 깠으나-
“끄엑!”
그의 등 뒤에 갑작스레 느껴지는 전류에 그는 정신을 잃지도 못한 채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그 모습을 보며 미령은 말했다.
“나는 네게 기절하는 것을 허락한 적이 없다. 네가 내 질문에 대답했으니, 나도 네가 다시 답해줄 의무가 있지 않나? 그러니-”
끝까지 들어라.
미령은 그렇게 입을 열며 이수기를 바라보곤 말했다.
“맞아, 네 말이 맞다. 여기는 ‘중국’이 아닌 ‘한국’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나?”
응?
미령은 그제야 무감무정한 얼굴에서-진득하게 두려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여기가 한국이라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내가 하고자 해서 못하는 것도 없고, 내가 얻고자 해서 못 얻는 것은 없다.”
“끄륵…… 그, 그런 바보 같은……!!”
“왜? 아니라고 생각하나?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다.
그녀는 미소를 거두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그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하나의 법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그 법칙이 무엇인 줄 아나? 그건-”
약육강식이다.
“약한 자는 먹힌다. 강한 자는 계속 살아남아서 올라간다. 그 하나의 법칙은 이런 사회가 만들어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지.”
“아…… 으그으으윽. 아윽!!”
“그리고, 내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고 해도-”
-내가 강자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콰직!
“끄아아아아아악!!”
이수기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미령은 그의 비명을 들으며 입을 열었다.
“죽이지는 않겠다. 스승님이 죽이지 말라고 하셨으니. 그래도-”
-대가는 확실해 받도록 하겠다.
미령의 표정이 미소에서 진득한 분노로 바뀐다.
“감히 머저리 주제에 우러러볼 수도 없는 스승님을 우롱한 죄부터 시작해서,”
-스승님을 귀찮게 한 것까지.
“확실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받도록 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병실 내에는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시각.
천호동에 위치한 단독주택.
“형,”
“왜?”
“그러고 보니까 패룡…… 아니, 미령은 어디 있어요?”
“미령……?”
김시현의 말과 함께 김현우는 자신의 옆을 한번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까 잠깐 할 일이 있다며 사라졌었지.”
“그래요?”
김시현의 물음에 김현우는 다시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며 중얼거렸다.
“뭐, 곧 다시 돌아오겠지.”
김현우의 말에 김시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TV를 바라봤다.
그로부터 3일,
김현우는 김시현이 처음에 말한 대로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깔끔하게 터져 버린 헌터연합을 볼 수 있었다.
헌터연합의 장인 이수기는 갑자기 3일 뒤, 갑작스레 TV에 등장에 자신이 김현우 헌터를 물맥이기 위해 작업 세력을 풀었다는 것을 밝혔고, 헌터연합은 그대로 해체되었다.
그리고 가만히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던 김시현은 이내 소파에 누워 선잠을 자고 있는 김현우를 보며 조신하게 웃고 있는 미령에게서 왠지 모를 오한을 느꼈다.
***
“흠…… 역시 오지 않는가.”
리암.L.오르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을 보며 짧게 탄식했다.
“뭐야 아직도 그 녀석 오는 걸 기다리고 있어?”
S등급 세계랭킹 4위, 에단의 말에 리암은 후,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리암의 짧은 대답에 에단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만 포기해. 어차피 지금까지 오지 않은 걸 보면 안 오는 거나 다름없지 않아?”
“그렇긴 하지만…….”
리암이 말을 잇지 않자 라일리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왜 굳이 대답을 그렇게 받겠다고 한 거야? 그냥 그 자리에서 답변을 달라고 하거나, 메일이나 서신으로 언제까지 답변을 주세요~ 라고 했으면 될 거 아니야?”
라일리의 말에 리암은 답했다.
“그 당시에 바로 답해달라고 하기엔 좀 그랬지, 왜냐하면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었으니, 그렇다고 해서 답신을 요구하는 것도 아마 그에게는 좀 거슬릴 것 같았거든.”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아니 제안을 하면 답을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에단이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한 거지만 내가 볼 때 그 녀석은 좀 달랐거든. 내 생각에는 그냥 이렇게 와달라고 하는 게 그가 내 제안을 수락할 확률이 제일 높다고 생각했네.”
리암의 말에 에단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라일리는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한동안 지속되는 침묵.
“그래도,”
허나 곧 에단의 말로 인해 침묵은 다시 깨졌다.
“지금 당장은 시간을 번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저번에 그 그림은 김현우가 일방적으로 리암을 구해주는 듯한 뉘앙스로 사람들에게 비춰졌을 테니까.”
라일리는 그렇게 말하며 저번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은 길드를 관리하느라 미처 현장에서 보지 못하고 영상으로만 봤던 김현우와 록의 전투를.
그녀가 그렇게 생각을 떠올리고 있자 리암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확실히 메이슨이 당장 어떤 신호를 보내오지는 않아도 지금 당장은 김현우가 내 편에 서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
지금 당장의 시간은 번 셈이지.
리암의 말에 에단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열었다.
“뭐, 그럼 이제 기다릴 대로 기다렸으니까 슬슬 우리도 가보자고.”
그의 말에 리암과 라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오늘 국제헌터협회에 모여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오늘이 세계랭킹 TOP 50안에 들어 있는 랭커들을 초대하는 연회를 열기 때문이었다.
굳이 이런 연회를 여는 이유?
겉으로는 다양했다.
‘헌터들끼리의 친교를 다지기 위해’ 같은 가벼운 이유부터 시작해 오만가지 이유가 이 연회의 목적에 주렁주렁 달라붙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이 연회의 목적은 하나.
‘연줄 만들기’
그래, 연회의 목적은 그것뿐이었다.
헌터들은 나라의 고위층 인사들과 열심히 연줄을 만들어 자신의 미래에 대비하고 각 나라의 핵심 고위층들도 어떻게든 사익을 위해 헌터들과의 친교를 튼다.
결론적으로 오늘 열리는 연회는 그냥 세계적인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는 작은 정치판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래서, 연회 시작이 언제였지?”
“언제기는 언제야 벌써 시작했지.”
“쯧, 생각해 보면 나는 애초에 별로 그 구렁이새끼들이랑 인연을 만들어두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
“그래? 그럼 빠지든가. 그런데 미래에 별일도 안 하고 평화롭게 놀고먹고 싶으면 연줄은 하나 쯤 있는 게 좋을걸?”
라일리의 말에 에단은 쯧 하면서도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기는 하지. 그 양반들은 돈이 넘쳐나서 좀만 도와줘도 돈을 뿌려대니까.”
그렇게 그들은 대화를 나누며 연회장에 도착했다.
“후. 여전히 징글징글하게 많네.”
연회장은 굉장히 화려했다.
분명 2주 전, 탱크와의 싸움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연회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복구가 되어 있는 연회 홀은 다시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바닥에는 문양이 새겨진 대리석이 여기저기 깔려 있고, 성심껏 조각해놓은 벽화들은 다시금 그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
“어?”
“……저건.”
리암은 연회장의 중심 테이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있는 그곳에서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를 보았다.
“……무신(武神)?”
S등급 세계랭킹 1위 무신(武神).
그가 연회장에 와 있었다.
“어? 저거 진짜 무신이야?”
“……뭐지?”
리암의 양옆에 있던 에단과 에일리도 그 S등급 세계랭킹 3위인 ‘탱크’와 6위인 ‘키네시스’ 사이에 있는 무신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물론 랭킹 1위가 이 자리에 오는 것 자체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이 연회는 애초에 TOP50으로 세계랭킹 50위 안에 든 헌터들이 참석할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도대체 왜 무신이……?’
무신(武神)은 S등급 세계랭킹에 들고 나서는 단 한 번도 협회에 모습을 비춘 적이 없었다.
그가 모습을 비춘 때라고는 TOP5가 되겠다고 정식으로 신청하러 왔을 때뿐, 그는 그 이후로 그 어떤 곳에도 연회 같은 곳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리암의 동공에 표정 없는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는 무신의 모습이 보이고-이내 말 한마디 못할 것 같은, 다물어져 있는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헌터들은 전부 모여 있나?”
무신의 물음에 그의 옆에서 한창 그와 친교를 맺기 위해 떠들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음, 아마 지금쯤이면 전부 모였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이제 연회가 시작된 지 30분이 넘었으니 올 사람은 전부 왔다고 봐도 되겠지.”
마치 무신과 친한 듯 서슴없이 반말을 내뱉는 어느 고위층의 자제.
무신은 그를 한번 보곤 중얼거렸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리곤.
무신은 그대로 손을 들어-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필요는 없지-”
촤아아악!
-그에게 말을 걸고 있던 고위층 자제의 머리를 터트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