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95
95
095화. 무신(武神)은 진짜인가?(1)
“오빠.”
“왜?”
“이제 슬슬 다른 곳에다가 마법진 그리는 게 어때요?”
아랑길드 지하 2층에 있는 훈련실 구석.
이서연은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뭔가를 추가하고 있는 아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왜?”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여기는 우리 길드 훈련실이거든요?”
“아니, 뭐……그렇긴 한데 어차피…….”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훈련장을 바라보았다.
사람 하나 없이 텅텅 비어 있는 훈련장.
“사람 하나도 없는데?”
“당연히 사람 하나 없죠! 일부러 제가 지하 3층은 못 쓰게 출입 제한을 해놨으니까.”
“아 그래? 그러면 뭐……바꿀까?”
김현우의 말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법진을 그리고 있던 아냐가 휙! 소리가 나게 김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호, 혹시.”
“왜?”
“자리를 바꾸면 마법진 새로 다 그려야 하나요……?”
아냐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아……아앗, 아아앗…….”
김현우의 긍정에 금세 얼굴이 울상이 되는 아냐.
분명 이전 판데모니엄의 용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가득 창 있었다.
……정확히는 평온한 음울함이 가득 차 있었다.
“야…야근……야근 싫어…….”
아냐의 중얼거림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야근? 아니 그냥 느긋하게 하면 되잖아? 애초에 마법진 어디 그릴지 자리도 안 잡았는데.”
“그치만……마법진 다시 그리려면 가디언 길드 사무 업무를 전부 끝내고 나서 그려야 하는데……지금까지 그려놓은 마법진 다 그리려면 최소 2주는 야근을…….”
아냐의 음울한 대답에 김현우는 ‘흠’ 하고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냥 아침에 업무 보지 말고 나와서 그리면 되잖아.”
“네? 그러면 업무가…….”
아냐의 물음에 김현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대타 구하면 되지.”
“헉……진짜로요?”
“그럼 가짜겠냐?”
김현우의 말에 아냐는 마치 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더니 이내 힘차게 입을 열었다.
“여,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길드장님!”
“…….”
갑작스레 의욕이 고취되어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그녀를 한번 바라본 김현우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리에 앉았고, 이서연은 김현우의 옆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미령을 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빠.”
“왜?”
“시현이에게서 이야기는 들었는데, 결국 가기로 한 거예요?”
이서연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원래는 안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냥 이름만 빌려주고 전 세계를 마법진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면 편할 것 같아서.”
“오빠 여행 좋아해요?”
“아니, 그건 아닌데.”
“……솔직히 해외 나갈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
“글쎄다…….”
뭐, 김현우는 해외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해외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그냥 어디 간다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게 김현우였다.
그렇기에 탑에서 12년 만에 빠져나왔어도 그가 하는 집에 처박혀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두들겼다.
그런 그가 굳이 마법진 때문에 국제 헌터 협회에 가는 이유는 바로 ‘등반자’ 때문이다.
지금은 이상하게 잠잠해도 등반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올라온다.
그리고 지구에 올라온 등반자들은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것은 지나가던 개를 줘버린 것인지 나타나자마자 그 지역을 박살 내 버린다.
천마(天魔)때도 그랬고,
괴력난신(怪力亂神)이 나타났을 때도 그랬다.
뭐, 사실 사태가 이미 벌어지고 난 뒤라면 마법진으로 이동해도 태클을 받지 않겠지만-
‘역시 최선은 사상자가 나기 전에 처리하는 거지.’
물론 재앙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상자들은 김현우에게 있어서 그리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말 그대로 기분 문제였다.
‘미리 막을 수 있는 걸 못 막아서 사상자가 나면 괜히 껄끄러우니까.’
“야, 이제 얼마 정도 남았냐?”
“이제 10분 정도면 완성돼요!”
힘차게 외치는 아냐의 목소리를 들으며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잠시 스마트폰을 보려던 중-쿵! 쿵!
“살려줘! 살려주세요! 밖에 사람있죠?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아아아아아악!!!”
김현우는 갑작스레 훈련실 지하 3층의 문이 시끄럽게 울리는 것을 보며 시선을 돌렸고, 이서연은 어? 하는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더니 이내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아!”
“……왜?”
“저 안에 저번에 오빠가 데려왔던 걔가 갇혀있었는데…….”
까먹고 있었다.
이서연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자, 김현우는 걔가 누구냐는 표정으로 물으려다 이내 탄성을 질렀다.
“걔? 걔가 누구…… 아, 그 아레스 길드…… 걔?”
“네! 그 녀석이요! 생각해 보니까 가둬놓고 구속구랑 식량만 던져 놓은 뒤로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이서연은 그렇게 말하더니 잠겨 있는 쪽문 쪽으로 다가갔고, 김현우와 미령도 이서연의 뒤를 따라 3층에 있는 쪽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끼이이익-
“와, 와!! 살았다! 살려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쪽문을 열자마자 갑작스레 튀어나온 6번의 모습을 보며 이서연은 저도 모르게 헉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아아아악!!! 아아악! 살려줘! 살려주세요! 저는 빛을 보고 싶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줘─!!!!!!”
“야, 왜 문을 닫아?”
“아, 아니,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어느 짐승이 인간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
이서연의 말에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으쓱이곤 문고리를 잡아 돌렸고,
“아…… 살려주십쇼. 아는 건 전부 말하겠습니다…… 살려주세요…….”
“”…….”
그곳에는 한 남자가 굉장히 추례한 꼴로 질질 짜고 있었다.
분명 깔끔했던 얼굴은 수염이 여기저기 나 있어 굉장히 추레해진 모습의 6번.
“…….”
“…….”
자신들의 앞에 서서 질질 짜고 있는 6번을 보며, 김현우와 이서연은 할 말을 잃은 채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불과 몇 주 전,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분명 협박을 당해 그에게 옷이고 뭐고 전부 빼앗기기는 했으나 6번은 분명 김현우에게 이곳이 끌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열지 않을 거다!’
‘내 입을 열게 하긴 어려울 거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
물론 김현우로서도 이미 등반자를 죽인 상황에서 6번은 정보보다는 인질로서의 느낌이 더 강하기에 그냥 구석에 박아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제발…… 제발…… 다 말해드릴게요…….”
“…….”
“…….”
“……만약 문 닫을 거면…… 빛이라도 보게…… 불이라도 좀…… 켜주세요…….”
불과 1달도 안 되는 시간 만에 곧바로 모든 저항 의지를 잃어버린 그를 보며, 김현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
시간이 멈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리암은 자신의 시간이 마치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동공에 비추고 있는 무신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그가 손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 손에 맞아 머리가 날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거기에서 무신의 근처에 모여 있던 이들은 저마다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새하얀 식탁보에는 붉은 피가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제의 몸이 털썩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으……으아아아아악!!!”
연회장이 난장판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의 머리가 땅바닥에 떨어지자마자 혼비백산하며 달아나기 시작했고, 그제야 리암의 시간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연회장 안.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직이고 시작했고, 연회장 중심에서 퍼지기 시작한 그 혼란은 순식간에 연회장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팟-
꽈직!
무신(武神)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회장 중간에 앉아 있던 무신은 리암의 눈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나타나 출구 쪽으로 뛰어가는 남성의 몸을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가 조각상에 처박히는 남자.
그와 함께 무신의 옆에 앉아 있던 탱크와 키네시스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순식간에 벌어지기 시작하는 학살극.
사람들이 날아다니고, 헌터들이 날아다닌다.
“이런 미친……!”
순식간에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헌터들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듯 제각각의 무기를 들어 올린다.
이 연회장 안에 있는 것은 전부가 세계에서 TOP 50위 안에 들어가는 헌터들.
그들은 곧바로 이 학살을 시작한 무신에게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27위 ‘기간티커’ 가 자신의 건틀렛에서 빛을 뿜어내며 달려든다.
16위 ‘타임스탑’ 이 마법을 외우며 무신(武神)의 시간을 일시적으로 빼앗고-42위 ‘환영사’ 가 사방으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무신의 급소를 향해 칼을 찔러 들어간다.
다들 일면식도 없는 헌터들이라고 펼쳤다고 하기에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정말로 훌륭한 연계기.
허나-
“엇-?”
무신의 상체를 분쇄하기 위해 새하얀 빛을 내뿜으며 나아가던 기간티커의 몸이 반으로 갈라진다.
사방으로 분신술을 사용해 다가오던 환영사는 어느새 본체가 잡혀 목이 사라졌으며-
“크학!”
조금 전 무신의 시간을 빼앗았던 ‘타임스탑’은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림과 함께 그 자리에서 쓰러져 명을 달리했다.
“이런 미친……!”
TOP 50급에 드는 헌터가 순식간에 3명이나 죽어 나간다.
그리고-
“영감, 내가 곧 죽을 거라고 이야기했지?”
“헉!”
어느새 리암의 뒤에 나타난 탱크, 트락 록은 악마같은 미소와 함께 리암의 머리를 찍어 내리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고-까아아앙!
리암을 향했던 주먹은, 곧 에단의 칼에 막히고 말았다.
“이런 인성 파탄자 새끼……!!”
“오! 검 없으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병신 아니야?”
“지랄하고 있네!”
에단은 자신이 제대로 들기에도 벅차 보이는 거대한 투핸디 소드를 크게 휘두르는 것으로 탱크를 밀어내고, 곧 이어 싸움을 이어갔다.
라일리는 어느새 사람들의 목을 졸라 죽이고 있는 염동술사 ‘키네시스’와의 전투를 이어하고 있었고-다른 헌터들은 에단과 라일리가 탱크와 키네시스를 막고 있는 그 틈을 타 모조리 무신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일 대 절대다수의 대결.
무신의 주변으로 수십 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몰려든다.
아까처럼 고작 세 명에서 하는 연계가 아닌. 수십명의 헌터들이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무신을 죽이기 위해 하는 연계.
근접계 헌터들은 무신의 급소를 향해 각자의 검을 휘둘렀고-마법형 헌터들은 헌터들과 무신에게 각각 버프와 디버프를 걸었다.
탱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잔상으로 날아오는 무신의 손발을 막기 위해 기꺼이 최전방에 섰다.
하지만-
콰아앙!!
“까-학!”
탱크의 공격에 에단의 투핸디 소드가 저 멀리 날아가고-
“끅-”
“쯧, 내가 말했지? 너는 애초에 나를 못 이긴다니까? 네가 아무리 은신해도 내 베리어는 못 뚫잖아?”
라일리는 키네시스의 염동력에 붙잡힌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돼는……!”
리암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망연하게 바라봤다.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연회장.
이미 연회장은 초반의 그 아름다운 풍경을 잊어버렸다.
여기저기 박살 나 있는 내벽들과 대리석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피.
사람들의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몸뚱이는 연회장 사방에 뿌려져 그로테스크함을 더 했다.
그런 학살극의 중심.
“대체…… 왜……!”
그곳에는 자신 앞에 쓰러져 수많은 헌터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어느새 붉어진 눈으로 리암을 바라보고 있는 무신이 있었다.
TOP 50안에 드는 헌터를 별 어려움도 없이 모조리 죽여 버린 그.
리암은 시체의 늪이 만들어져 있는 무신의 주변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여기에 있는 헌터들을 처리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
5분? 3분? 아니, 그것보다도 더 짧았다.
그가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자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무신은 리암의 망연한 물음에 대답했다.
“필요했으니까.”
“필요하다니, 무슨……?”
무신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여는 리암.
무신은 답했다.
“말 그대로다. 세계멸망을 위해서는 몬스터를 막을 수 있는 헌터를 최대한 줄이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치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 그의 입에서 나온 ‘세계멸망’이라는 단어에 리암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그렇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서 있는 리암의 모습.
허나 무신은 그런 리암의 생각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슬슬 끝내도록 하지.”
짧은 선고.
무신은 그 말과 함께 리암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리암이 곧 자신의 직감으로 찾아오는 불길함을 느끼고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