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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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7화. 무신(武神)은 진짜인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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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헌터협회,‘큰일 났다. 단체 학살극.’]
미국 워싱턴 현지시각 14시부터 주최예정이었던 TOP50 연회가 현 시각 학살극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어 굉장히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원래 년마다 주최하는 TOP50 행사는 상위 헌터들에게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사교의 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모임이다.
게다가 이번 년도의 TOP50 연회에는 그동안 사석에는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던 ‘무신’이 참여했기에 세간의 관심을 더더욱 받고 있는 중이었다.
TOP50 연회는 연회 개최시각인 17시에는 맞추어서 진행되었지만, 현재 시각 15시 12분, 국제헌터협회에 근무하고 있던 협회원에 의해 현재 연회장에서 학살극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졌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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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원의 차 안.
저녁 약속이 있는 이서연을 데리러 가기 위해 아랑 길드로 가고 있던 김시현은 인터넷을 뒤지던 중 갑작스레 올라온 뉴스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뭐야?”
“왜?”
“아니, 지금 좀……이상한 뉴스가 뜬 것 같아서…….”
‘오보인가? 어그로?’
김시현은 눈앞에 떠 있는 뉴스를 보며 진지하게 이 글이 어그로나 오보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헌터업계쪽 기사던, 다른 곳의 기사던, 가끔가다 기자들이 어떻게든 조회수를 벌어보겠다고 어그로나 오보를 내보내는 일이 있는 만큼 김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찬찬히 글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이내 뒤로가기를 누른 김시현은 혹시 이에 관련된 뉴스가 떴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있잖아?”
곧, 김시현은 네이버 메인에 떡하니 올라와 있는 나머지 하나의 기사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다 이내 네이버메인을 끄고 미국 저널앱을 실행시켰다.
그리고-
“……이런 미친,”
“아니, 뭔데 그래?”
김시현은 자신이 평소 애용하는 국제 저널앱이 온통 조금 전 봤던 ‘학살극’이야기로 가득 차있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이곳에서는 어느정도 사진 정보도 확보한 듯 여기저기서 찍혀 있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고, 번역 반지 덕분에 읽는데 불편함이 없는 김시현은 서둘러 기사를 눌렀다.
제목을 누르자 순식간에 로딩되어 떠오르기 시작하는 로그들, 김시현은 분명 아까 전 미국으로 향한다고 했었던 김현우를 떠올리며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아니…….”
“아니 뭐냐니까!”
김시현은, 한석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사진 속에 찍혀있는 한 사진을 바라봤다.
상공에서 찍힌 것을 확인된 뷰에는 두명의 남자가 찍혀 있었다.
한 명은 추리닝을 입고 있는 남자.
그리고 다른 한명은 그런 남자의 맞은 편에 서 있는, 넝마조각이 된 상의를 입고 있는 남자.
넝마조각이 된 상의를 입고 있는 남자는 알 수 없었으나 김시현은 이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중 한명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사진에 추리닝을 입고 찍힌 남자.
그것이 두말할 의심이 여지가 없는 김현우라는 것을 김시현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아니, 석원이 형.”
“그래서! 뭐 때문에 그러는데?”
한석원의 조금 뿔이난 것 같은 물음에도 아랑공 하지 않은 김시현은 로그를 내리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현우 형, 학살극에 연관이 된 것 같은데요?”
“무, 뭐라고?”
***
김현우의 뒤에 생긴 세 개의 만다라(曼茶羅).
마치 붕우리를 터지기 직전처럼 검붉은 마력을 머금고 있는 검붉은 색의 만다라가 만들어지고, 흘러나온 마력들이 김현우의 등으로 움직여 마력으로 만들어진 팔을 만든다.
검은색의 팔.
무신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
“그냥 가면 섭하지-”
무신은 어느새 자신 주변에 있는 마력들이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 맨 처음, 김현우가 괴력난신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던 수라 무화격은 이렇지 않았다.
그때에는 오롯이 마력을 만다라 뒤에 담고, 괴력난신의 일보를 막기 위해 만다라에 채워 넣었던 마력들을, 오롯이 한 번의 공격에만 때려 박는 기술이 되었다.
허나 그렇게 해서 기술을 만들고 나니 기술 자체는 한번 들어가면 강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너무나도 딜레이가 큰 기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 결점을 보완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내 괴력난신의 십보멸살(十步滅殺)에서 그 방법을 찾았다.
그 방법은 바로 마력의 팽창.
괴력난신처럼 일보를 내디딜 때마다 곱절에 곱절을 곱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김현우 주변의 마력을 일시적으로 팽창시키는 것은 만다라에 담은 마력이라면 가능했기에 떠올린 방법.
씨익-
팽찬된 마력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무신을 보며 김현우의 입가가 올라가고, 그와 함께 검은 만다라가 폭주하며 그 꽃잎을 개화한다.
콰아아아아-
꽃잎이 개화하자마자 검붉은 마력이 사방으로 요동치며 무신의 몸을 더더욱 압박한다.
그리고-
마침내 기술의 최종장을 알리듯, 김현우의 등 뒤에 만들어졌던 검은색의 팔들이 김현우의 오른손에 밀집되듯 모이기 시작했다.
검은 마력이 쌓이고 쌓여, 빛도 투과하지 못할 것 같은- 그야말로 흑색의 팔이 되어버린 김현우의 손이 몸을 속박한 무신에게로 쏘아지고-
“수라(修羅)”
-무화격(武和擊)
김현우가 새롭게 보완한 수라무화격이, 무신의 심장에 닿았다.
──────삐
순식간에 잡아먹히는 시야,
김현우의 뒤로 감당하지 못한 검붉은 마력이 사방으로 튀어나오며 땅을 헤집고, 무신이 잡혀있던 주변의 지형이 순식간에 바뀌어 나간다.
그런 상황 속에서 김현우의 등 뒤에 있던 만다라는 마치 김현우의 추진제라도 되는 듯 그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검은 만다라를 모조리 먹어치워 버린 김현우는-
콰────
자신의 몸 안에 들어왔던 만다라들의 마력을 그 한 주먹에 담아 발출했다.
시야에 잡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검붉은 어둠으로 물들어 버린 세상.
김현우의 마력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겠다는 듯 난폭하면서도 사납게 주변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이내 모든 게 끝났을 때.
“멋지군.”
“뭐-?”
무신(武神)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물론 그로서도 그 공격을 피해 없이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는지, 안 그래도 헤진 도복상의가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그것뿐이다.
그래, 그것뿐이었다.
“이런 미친…….”
분명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죽였을 때 사용했던, 아니- 그때보다도 훨씬 보완했다고 생각했던 수라 무화격은, 무신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정작 그 공격을 받아낸 무신의 반응은 김현우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는 조금 전까지 찌푸려져 있던 인상을 펴고 흥미로운, 그러나 역시나 하는 눈빛으로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설마 그 공격으로 내가 쓰러질 줄 알았나?”
무신의 물음에 김현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맞았으니까.
김현우는 만약 이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고 해도 무신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줄 수 있을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김현우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무신은 말했다.
“양심이 없군. 고작 이딴 기술로 내게 이기려 한 것인가?”
그 짧은 말과 함께 무신은 몸을-
“!”
움직였다.
순식간에 김현우의 뒤에 나타난 무신의 속도에 놀란 김현우.
곧바로 뒤쪽을 향해 발을 쳐들었지만, 그의 발은 무신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돌았다.
빡!!
“끅-!”
순식간에 머리통을 때린 무신의 팔에 김현우의 시야가 비틀린다.
돌아가는 시야.
김현우는 자세를 잡았으나,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 전에 들어오는 그의 발차기에 다시 한번 몸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꽝! 꽈가가강!
흙바닥을 구르며 겨우 자세를 잡은 김현우.
무신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흥미롭기는 하나 실망이군, 정말로 실망이야. 정말 그런 하찮은 기술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하찮은…… 기술이라고?”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자, 무신은 무심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기술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지? 아무것도 없다. 무공의 구결도, 그리고 구결에 따른 묘리도.”
심지어 삼재검법에만 있는 기본적인 조화도, 네 기술에는 없다.
“그것이 무공이라고? 웃기지 마라 잡놈. 네가 쓰고 있는 기술들은 그저 겉만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들어 놓은 잡기술일 뿐이다.”
무신의 폭언에 김현우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무신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수라무화격? 천마일권? 무형환위? 아니, 틀렸다. 네가 쓰는 기술들은 그저 ‘마력파동’이라고 불리는 게 어울릴 정도로 단순한 마력의 발출물일 뿐이다.”
요행으로 운 좋게 몇 가지 묘리를 깨달은 것 같으나.
“고작 그딴 수준으로, 수백 년에 걸쳐 무(武)를 수행해 온 나를 쓰러뜨리려는 생각은 접어라.”
“수백 년이라고……?”
“그래, 수백 년이다.”
“……너는 분명히……!”
인간이 아니었나?
그렇게 말하려던 김현우의 입가가 멈추었다.
그의 입가가 멈춘 이유.
그것은 바로, 김현우가 조금 전에 볼 수 있었던 그 정보창 때문이었다.
김현우는 그의 정보창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누가 봐도 말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높은 능력치들과 함께, 그 아래에는 하나의 스킬이 존재했다.
S등급 세계랭킹 1위의 정보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빈약해 보였으나, 그런데도 그 정보창에 새겨져 있는 그 글씨.
‘아이템 기억 회귀’라는 무신의 스킬은, 김현우의 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틀림없는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지 못하는 ‘필멸자’이다. 허나-”
무신은 처음으로, 자신의 입꼬리에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내게 생긴 스킬은, 아이템 속이기는 하지만 일시적으로나마 그 ‘필멸자’의 삶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오랜 시간을 들여 무공을 배울 수 있었다.
“맨 처음,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의 신공인 북천신공(北天神功)은 대성하기까지 92년이 걸렸다.”
무신(武神)은-
“그다음, 마교(魔敎)의 교주이자 살아 있는 천(天)의 신공인 천마신공(天魔神功)을 대성하기까지는 108년이 걸렸지.”
자신이 배웠던 무공들의 이름을-
“백팔마귀(百八魔鬼)중에서도 일(一)이었던 ‘무형괴공(無形怪功)’을 대성하기 까지는 42년이 걸렸고-”
-말했다.
그의 입에서, 김현우조차도 모르는 수많은 무공의 이름들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무림에서 최강이라고 칭송받던 태양인(太陽神人)의 무공이, 무림에서 최악이라고 두려워하던 마귀악신(魔鬼惡神)의 무공이.
그 이외에도 무공에서 한때, 업적을 세우고 하나의 역사로 남겨진 수많은 무공들이, 무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치 역사의 발자취를 확인하듯, 조용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하제일마(天下第一魔)의 신공인 ‘혈마신공(血魔神功)’을 대성할 때까지는 30년이 걸렸다.”
무신은, 어느새 달라진 기세를 풍기며,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어느 것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
김현우는 자신의 눈에 비추는 무신의 모습을 보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무엇도 느끼지 못했던 무신의 몸에서는, 형형색색의 기운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붉은 홍안은 그 어떤 감정의 편린 없이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가 어느새 뿌리고 있는 검은색의 마력은 온 세상을 잡아먹을 듯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신은 김현우를 보며-
“그러니, 무술의 껍데기만을 고집하고 있는 네게 보여 주도록 하지.”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진짜’ 무술(武術)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