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98
98
098화. 무신(武神)은 진짜인가?(4)부스러진 흙바닥에 오연하게 서 있는 무신(武神).
“-!”
그의 모습이 일순간 사라진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다.
김현우는 무신이 사라진 것이 아닌, ‘이동’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천마일권(天魔一拳)이라 했던가.”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
“!!!”
김현우가 인지하지 못했을 때, 그는 이미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이 급하게 돌아간다.
조건반사적으로 몸을 뒤튼 김현우는 곧바로 주먹을 쥐고 뒤에 서 있는 무신을 후려치기 위해 마력을 격발했으나-
“이런 미-”
“진짜 천마일권(天魔一拳)은 이런 것이다.”
이미 무신의 주먹은 김현우의 심장을 가격하고 있었다.
“끄학!”
김현우의 입가에 피가 터져 나오고, 무신의 주먹이 김현우의 몸을 뚫어버릴 듯 깊게 파고들어간다.
마치 활시위를 당긴 활처럼 꺾인 김현우의 몸.
콰아아앙!
김현우의 몸이 총알처럼 튕겨져 나가 흙바닥을 구른다.
이리저리 어지러운 시야.
그 상황 속에서도 김현우는 치미는 격통에 이를 악물고 시야를 바로잡았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사고.
스스로가 흙바닥에서 튕기고 있는 것도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느껴지는 그 고속화된 사고 속에서 김현우는 겨우 자세를 바로 잡는 듯했지만-
“청룡각(靑龍脚).”
“크헉!”
이미 그의 앞에 나타난 무신은, 자신의 오른 발에 검은 흑룡(黑龍)을 머금고 김현우의 머리를 차올렸다.
순식간에 공중으로 솟아오른 김현우의 몸.
그리고-
“극-유성각(流星脚)”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김현우의 몸은, 다시 한번 흙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꽈아아앙!!
협회 부지를 전부 울릴 정도로 거대한 소음.
김현우는 연속으로 맞은 공격에 슬쩍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본능적으로 무신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순식간에 흙먼지가 가득한 곳을 벗어난 김현우.
“진짜 이형환위(異形換位)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럴듯하게 잘 따라 한 모조품 정도는 되는군.”
“이런 씨발!”
쾅!
허나 김현우가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순식간에 날아온 무신의 주먹.
김현우는 기적적으로 팔을 올려 방어해 냈지만, 무신의 공격을 막아낸 손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지독한 격통이 몰려왔다.
그리고-
콰아앙!
“끕!”
김현우의 몸은, 잠시의 휴식도 없이 또 한번 하늘을 날았다.
“혈풍권(血風拳)”
김현우의 등에 거대한 자상이 생긴다.
“마룡일권(魔龍一拳)”
무신의 등 뒤에서 일렁거리는 룡이 김현우의 몸을 꿰뚫는다.
“천룡과야(天龍過野)”
땅바닥에 처박힌 김현우의 몸 주변의 땅들이 모조리 부서지고, 그 지반 속에 김현우가 파묻힌다.
그 이외에도 그의 몸에서 펼쳐지는 수십, 수백 가지의 무공이, 김현우의 몸을 난자했다.
김현우의 몸이 하늘을 날고, 바닥에 처박힌다.
마치 공성추처럼 사방을 날아다니며 국제 협회의 건물들을 깨고 다니는가 하면, 멀쩡한 잔디밭을 갈아버리기도 한다.
그 끝에서.
“대단하군. 진짜 무(武)를 보여준다고 말하기는 했어도, 그 수많은 무공을 맞고도 온전히 서 있을 줄이야.”
김현우는 서 있었다.
“…….”
그래, 말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
“씨발-”
“호, 아직 입을 열 기력도 남아 있나?”
김현우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이미 그가 입고 있던 추리닝은 더 이상 추리닝이라고 부르지 못할 정도로 넝마가 되어 있었고, 그가 신고 있던 슬리퍼는 어디로 갔는지 그는 맨발로 서 있었다.
그런 넝마가 된 추리닝 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자상과 피멍.
김현우는 오롯이 서 있는 무신을 보며 생각했다.
‘강하다.’
김현우는 탑에 들어가고 나서 지금껏, 딱히 누군가에게 지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것은 같은 헌터들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재앙’을 상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천마, 괴력난신, 복제자,
그 세 명의 등반자를 상대할 때도 김현우는 위기를 겪었지만 어떤 의미로는 나름대로 훌륭하게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등반자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무신은, 한 번도 지겠다는 생각을 해본적 없는 김현우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진다’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와 더불어 그가 쓰는 무공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무공들.
김현우의 내구 등급이 S++가 아니었다면, 아마 무신의 공격을 받고 서 있는 것은 불가능 했을 정도로, 무신(武神)의 무공은 그 하나하나가 굉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필멸자라면 그 누구도 견디지 못했을 공격들을 견뎌냈습니다. 내구 등급이 올라갑니다!]“하.”
김현우는 시야를 가리며 떠오른 로그를 보며 짧은 웃음을 내뱉고는 무신을 바라봤다.
그는 마치 김현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기다려보겠다는 듯,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오연하고도 오만한 무신의 태도.
허나 그런 무신의 태도 덕분에 김현우는 욱신거리는 온몸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싸울 생각이라니, 대단하군.”
김현우는 다시 자세를 잡기 시작하는 김현우를 보며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지랄하고 있네.”
“아직도 그런 식으로 욕설을 내뱉을 수 있는 기개도 인정해 주도록 하지.”
무신의 말에, 김현우는 웃었다.
맨 처음, 무신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을 때, 김현우는 무신과의 전투를 회피하려 했었다.
김현우에게는 ‘출입’이라는 스킬이 있었으니까.
지금 당장에는 방법이 없으니,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서 무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려 했었다.
하지만, 김현우는 출입을 사용하지 않았다.
왜?
그것은 바로 아직 이 연회홀 안에 자신의 제자인 ‘미령’이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김현우가 이곳에서 출입스킬을 사용해 전투에서 이탈해 버리면 무신의 다음 타깃은 미령이 될 것이 뻔했기에. 김현우는 무신과의 전투를 회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것을 기회로 삼았다.
“뭐, 네 그런 기개를 인정해서, 더 이상 고통스럽게 만들지는 않겠다.”
단 한 번에, 편하게 보내 주도록 하지.
무신의 말과 함께 그의 손에 검은 마력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손안에 폭풍이 있는 것처럼 휘몰아치는 검은 마력.
허나 김현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무신(武神)의 모습을 보며, 마치 와보라는 듯 그 자리에 서서 공격을 기다릴 뿐이었다.
무신은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보고 자세를 잡고 있을 뿐, 더 이상 저항 의사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며 김현우의 앞으로 이동했고,
“괴룡폭격(怪龍爆擊).”
꽈────가가각!!!
자신이 여러 가지 무공들을 합쳐서 만든 필살의 무(武)를 김현우에게 펼쳐 보였다.
검은 마력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김현우가 자리한 곳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우고-
“!!!”
“놀랐냐?”
김현우는 어느새 무신(武神)의 옆에 서 있었다.
무신은 갑작스레 옆에서 나타난 김현우의 모습에 당황하며 자신이 펼친 괴룡폭격을 회수하려 했다.
허나- 곧 무신은 김현우의 팔에 모여드는 검붉은 마력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김현우에게 아직 마력이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란 것이 아니었다.
“무슨-!”
무신은 김현우의 팔에서 펼쳐지고 있는 무공(武功)을 보며, 기함했다.
“야-”
김현우의 기세가 달라졌다.
이전처럼 사방으로 흩뿌려지던 검붉은 마력들은, 이제 제대로 통제되고 절제되어 김현우의 팔 안쪽에만 모여들고 있었고-
“천마일권(天魔一拳)은-”
그저 껍데기를 따라 해 마력만 가득 때려 넣어 발출했을 뿐인 그는, 어느새 제대로 된 무공(武功)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쓰는 거라며?”
꽈아앙!
“큭!?”
무신은 자신의 옆구리를 치고 들어온 김현우의 주먹에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금강형신공(金剛形神功)’을 운용했다.
그 어떤 공격이라도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낼 수 있는 금강형신공.
김현우가 처음 무신을 죽이기 위해 사용했던 수라무화격을 막아낸 것도 금강형신공 덕분이었다.
“끄으으윽!!”
허나, 무신은 자신의 옆구리에 박힌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저 마력을 박아 넣어 발출할 때와는 달랐다.
지금 김현우가 무신에게 내지른 일권(一拳)에는, 분명 틀림없는 묘리와 이치가 담겨 있었다.
그저 마력을 발출할 때와는 다른,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진 공격을 받은 무신의 몸이 크게 기울고, 김현우는 입가를 비틀어 올린 채,
“똑같이 갚아 주지.”
발에, 검붉은 용이 머금어지기 시작하고,
“!!!”
무신은 그것이 바로 자신이 사용했던 청룡각(靑龍脚)임을 깨달았다.
콰아아아아아-!
김현우의 발에서 만들어진 검붉은 용이, 무신의 머리통을 후려친다.
순식간에 하늘로 떠오른 무신.
“쯧,”
그러나 아쉽게도 무신은 이미 정신을 차리고 땅바닥에 착지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땅바닥에 착지한 무신은 자신의 옆구리를 한손으로 부여잡으면서도 말도 안 된다는 듯 김현우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내가 정말로 아무것도 못 하고 맞기만 하는 줄 알았어?”
“뭐라고?”
김현우가 무신에게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하고 몸을 내준 이유.
그것은 바로 김현우가 몸을 지키는 것을 제외한 모든 마력을 오로지 ‘눈’에 때려 박았기 때문이었다.
김현우의 모든 마력을 담은 눈은, 그를 콤마단위 조차도 인식할 수 있는 경지로 이끌었고, 그 곳에서 김현우는 무신(武神)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신의 몸 안에서 요동치고 있는 마력들을, 김현우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관찰했다.
극도로 정제되어 무신의 통제대로만 흘러나오는 마력덕분에 김현우는 무척이나 쉽게 그의 마력이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유동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고, 깨달을 수 있었다.
무신이 말하는 무공(武功)이라는 것을.
‘……물론 대가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치르기는 했어도.’
물론 김현우는 무신의 무공을 훔쳐보기 위해 그 대가를 확실하게 치렀다.
모든 마력을 눈에 집중한 터라 무신의 공격에는 전혀 반응할 수 없었으니까.
‘만약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승산은 없었다.’
김현우는 아까 무신이 수라무화격을 막았을 때를 떠올리며 생각을 일축했다.
애초에 그 무공들을 모두 막아낸다고 해도 결국 김현우의 공격이 통하지 않아서야 그의 패배는 예견된 것이기에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그 선택은 성공했다.
“말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 내 무공을 본 것만으로 따라 했다고?”
허나 김현우의 자신만만한 표정과 다르게 무신의 표정은 무섭게 굳어 있었다.
적어도 그의 상식에서 ‘무공(武功)’을 본 것만으로 따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무신의 의문은 정당했다.
마력을 눈에 집중해 혈도의 방향을 보는 것은 간단했다.
하지만 ‘보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천하제일인도 무공을 잘못 운용하면 주화입마에 빠져 죽는 경우가 있었고, 그것은 다른 무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외에도 혈도를 움직이는 마력에는 각 무공의 묘리가 축적되어 있기에 아무리 혈도가 움직이는 방향을 알아낸다고 해도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허나 김현우는 해냈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과, 김현우의 폭발적인 마력을 버티며 넓어지고 단단해져 있는 김현우의 혈도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무섭게 굳어져 있는 무신(武神)의 모습을 보며.
“자, 어디 한번-”
씨익 웃곤-
“배운 것들을 써먹어 볼까?”
그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