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I told me to beco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68
67화 –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다. (3)
구연서에게 선물을 전해주고 태성은 구본모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부랑 협상한다고 골치 아팠네.”
“그래도 앞으로 통신 사업은 꼭 잡고 있는게 좋아요. ADSL 사업으로 들어오는 수익만 봐도 아시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런데 자네가 말한 수준의 요금은 어려울거 같아.”
“이곳저곳에서 반대하나보죠?”
“그렇네.”
태성이 제시한 요금은 구본모 회장을 비롯한 재벌들 기준에서 터무니 없이 저렴한 수준이었다.
10초간 통화시 고작 1원의 요금이 부과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포항철강과 콜론이 합작한 신세기통신에서 반발이 심하네. 그쪽은 두 회사가 합작하다보니 특히나 보수적이더군.”
“그런가요. 정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아무래도 우리가 유선통신도 하고 있다보니 조금 양보하라는 분위기 같더군.”
“흐음… 역시 그쪽을 걸고 늘어지는군요.”
이에 대해서는 생각해둔 대응법이 있다.
TS가 최종적으로 노리는 것은 GL과 합작을 통해 한국의 유무선통신을 TS의 관활 아래에 두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유선통신이 독점 사업은 아니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게 정부에서는 걸리는 모양이야.”
“이거 다음 정부를 기다릴 수도 없고.”
다음 대통령인 DJ가 임기를 시작하는건 98년 2월.
2년이 조금 넘는 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음, 당장은 조금 양보하는 수 밖에 없겠네요.”
“그래도 우리쪽 요금제는 자네가 이야기한대로 가기로 했네.”
“생각보다 더 잘 따라주셨네요.”
“자네가 보여준 미래의 비전이 아니었다면 나도 욕심을 좀 부렸을거야. 그런데 자네 덕분에 큰 그림을 볼 수 있으니 따라주는게 좋겠지.”
“그 점은 감사해요.”
“그나저나 연서한테 관심이라도 있는겐가?”
“…네?”
설마 구본모 회장이 갑자기 주제를 전환해서 이야기를 꺼낼줄 몰랐기에 태성은 당황했다.
“아니 그런 선물을 가져오길래 말이야. 혹시 흑심이라도 품었나 싶어서 물어본거네.”
“하하… 그건 아닙니다. 설령 생각이 있더라도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라서 말이죠.”
“그런가. 자네 정도면 괜찮은데 말이지.”
“못 들은걸로 하죠.”
그런 태성의 반응에 구본모 회장은 웃으며 대화를 마쳤다.
태성이 기다리던 마지막 인물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형모야, 늦게도 오는구나.”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더라고요.”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그러면 나는 먼저 일어나보마.”
적당히 구본모 회장이 빠지고 구형모는 그 자리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그런 구형모를 본 태성은 음료가 들어있는 잔을 그에게 전해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조사해보니 어때?”
“생각한거 이상으로 판이 커요. 어마어마한 대기업이 여러곳 끼여 있어요.”
“대기업 여러곳이?”
“네, 그런데 국적이 다양해요.”
한국, 일본, 대만.
그 이름을 들은 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해당 국가의 기업들의 정체를 듣고는 눈을 감고 상념에 잠겨야했다.
“대중, 소니, TSMC. 이름들이 다들 화려하네.”
세계 경영을 주창한 것으로 유명한 김중우 회장의 대중 그룹.
일본 최대의 대기업 중 하나인 소니.
그리고 대만의 자존심이나 다름 없는 반도체 기업인 TSMC.
“뭘 어떻게 하면 이런 조합이 나오는거야?”
“대중쪽은 어느정도 알겠고 TSMC도 반도체 기업이다보니 예상되는데 소니는 모르겠네요.”
“음, 그건 내가 일본 지사를 통해서 알아볼게.”
사실 별 다른 이유가 나오지 않더라도 상관 없다.
아무튼 이 3개 기업은 TS의 기술을 노린 것이나 다름 없으니 뒤가 좋지 않을 것이다.
“으음.”
“피곤하냐?”
“네… 네? 아니, 괜찮아요.”
“괜찮기는 목소리가 딱봐도 잠 오는 목소리인데? 그동안 조사한다고 고생했으니 들어가서 쉬어.”
“음, 그러면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가만 그런데 니 여동생한테 선물은 안 주냐?”
“저는 아까 아침에 줬어요.”
“아, 그래? 그러면 들어가봐.”
구형모를 보낸 태성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구연서에게 다가갔다.
방금까지 구형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기에 그녀도 분위기를 파악한 듯 했다.
“이야기는 다 들으셨어요?”
“그래, 니 오빠 덕분에 앞으로 할 일이 많아졌어.”
“그것도 결국 아저씨를 돕겠다고 나선거잖아요?”
“음, 그건 그렇지.”
“그러니 나중에 오빠가 힘들 때 도와주면 되겠네요.”
“힘들 때라… 그녀석이 원하면 그러지 뭐.”
하지만 구연서는 모를 것이다.
구형모는 이미 태성에 의해서 가장 큰 산을 넘긴 상태였다.
단명이라는 본래 역사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그로인해 지금의 그는 점차 GL의 후계자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나도 일찍 가볼게.”
“벌써요?”
“오늘만 이야기 할 수 있는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기는 하죠.”
“이제부터 바쁠 예정이라 한동안 못 보겠지만 연락하면 전화 상대 정도는 해줄게.”
“아까 준 휴대전화로요?”
“그러면 좋고. 아무튼 난 갈게.”
“조심히 가세요.”
그렇게 밖으로 나오니 2시간이 조금 안지난 상태였다.
대기 중이던 차량으로 향하면서 태성은 이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대응 방법에 대한 구상은 다 끝났지?”
[네, 3개 기업 모두에게 대응할 방법을 구상했어요. 기술의 차이로 압도할지 똑같이 뒷공작을 벌일지는 태성님의 선택에 달렸고요.]“니 추천은?”
[대중 그룹은 사실 우리가 건드리지 않아도 IMF로 무너질 예정이에요.]“당장은 놔두고 IMF때 추가 공세를 넣어서 잔해도 안 남을 정도로 박살낸다?”
[대중 그룹의 중공업 같은 분야는 필요가 있기에 먹어치우는 쪽이 될 듯 해요.]“좋아, 다음은?”
이어서 거론된 TSMC는 이미 기술력에서 TS 그룹에게 밀리고 있었다.
TSMC는 얼마 전에야 250nm 공정을 완성했다.
하지만 TS는 이미 180nm를 상용화 하고 150nm 연구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TSMC가 나중에 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지?”
[네, 전세계 반도체 기업 중에서 시총 1위를 기록할 예정인 기업이죠. 물론 우리 때문에 1위는 절대 못하겠지만요.]“반대로 말하면 가만히 놔두면 글로벌 2위까지 성장할 반도체 기업이라는거지.”
[그렇죠. 제가 생각한건 곧 완성될 150nm 공정을 저렴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그렇게 해서 TSMC의 고객을 빼앗아온다?”
[그렇죠.]생각보다 순한 맛의 견제였다.
이번에 유출된 기술은 반도체 미세 공정에 연관된 기술이었다.
그래서 TSMC에게 조금 더 강한 공세를 하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이리스는 생각보다 약한 답을 내놓았다.
[당연히 더 강력한 방법도 있지만 경쟁 상대가 아예 사라지는건 또 안 좋거든요.]“어쩔 수 없이 살려둔다는 건가?”
[그렇죠. 먼훗날 반도체 분야는 인텔, TSMC 그리고 일성의 3각 구도가 되는데 여기서 인텔은 내부 문제로 밀려요. 일성도 장기 계획으로 추격하지만 결국 넘지는 못하고요.]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태성은 TSMC에 대한 견제는 이리스의 이야기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기업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소니. 일본의 자존심과 같은 기업이죠.]“우리가 소니는 뭔가 건드린게 없지 않나?”
[겉으로 보면 그렇지만 사실 소니도 엔화 공격때 꽤나 타격을 받았어요.]“그때 그거? 생각해보니 그 일도 1년이 다 되었네.”
지금에서야 돌아보니 제법 시간이 빨리 흐른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태성에게 이리스가 말했다.
[아무튼 이쪽도 대응할 방법은 있어요. 다만 IMF 이후에나 가능할 거예요.]“그래? 뭐, 그정도면 될거 같기는 하네. 그나저나 그동안 이것저것 많이 했지?”
[글쎄요. 앞으로 해야할 일이 워낙 많아서 그동안 해온게 그렇게 많아보이지는 않네요.]“매정하네.”
[태성님은 몰라도 저는 현실을 계속 직시해야하니까요.]“가끔은 말이야. 니가 보모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
그 말에 이리스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래서 태성은 이리스의 답을 기다리며 자신이 타고 온 차량을 향해 움직였다.
[저의 마스터인 태성님이 아직은 미흡하니까요.]“많이 발전했다고 해도 역시 모자라구나?”
[면목 없네요. 하지만 선조가 되어서 후손보다 못할 수는 없잖아요?]“청출어람이라는 말도 있잖아? 후손이 뛰어나면 뛰어난대로 두어도 좋지. 물론 후손보다 못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게 하루가 또 다시 지나갔다.
그리고 또 다시 시간이 흘렀다.
*
해가 바뀌어 1996년이 되었다.
[데이콤, CDMA 상용화를 통해 무선통신 시장 진출.] [저렴한 가격의 요금제를 무기로 내세운 데이콤.] [TS 테크놀러지, 첫 휴대전화 ‘세레스’ 출시.] [게임프리크에서 제작한 게임보이의 새로운 게임 ‘포켓몬스터’ 출시.] [심상치 않은 흥행. 포켓몬스터에 대해 알아보자.] [올해 10월 애니메이션 방영 확정. 게임프리크 “애니메이션 제작은 작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 [TS 그룹. 창립 이후 최대 수익을 기록하다!] [TS 인베스트먼트의 어마어마한 투자 성공률. 그 비법은 무엇인가?] [올해도 여러 신제품과 신작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예정인 TS의 행보를 주목하라.]기사에서 알 수 있듯 연초부터 TS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갔다.
이렇게 TS의 존재감을 보이는 것으로 얻어야 할 이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번째, 우리는 설립된지 이제 3년이 되는 회사에요. 그런만큼 인지도가 눈물날 정도로 떨어지죠.]“IT 분야 같은데서는 안 그러잖아?”
[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미래나 일성 그룹보다 인지도가 떨어지죠.]첫 번째 목표가 TS의 인지도 확보라면 두 번째는 자본 확보였다.
[TS 인베스트먼트, 대규모 펀드 운용한다!]“괜찮겠어?”
[곧 다가올 경제 위기를 대비해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득이지 않을까요?]“그 생각대로 안 될수도 있잖아?”
[솔직히 말하자면 소위 말하는 서민층보단 중산층 이상이 참가할 가능성이 높기는 해요. 하지만 경제 위기는 상류층마저 무너트려요. 그러니 이번 모집에서 계층 같은건 딱히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보시면 되요.]“그래?”
이리스의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 태성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겨울이 지나가고 이제 조금씩 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학교에서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3월.
지금은 그런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 그런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가?”
[딱히 주목할만한 이슈는 없어요. 다만 지금 추세로는 자금이 조금 모자랄 듯 해서 말이죠.]“우리 회사 사내유보금 다 긁어 모으면 100억 달러 가까이 되는거 아니었어?”
[네, 100억 달러 가까이가 쌓여 있죠. 신 제품 출시를 위한 홍보비나 통신망 증설 비용을 계속 지출하면서 말이죠.]그럼에도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말에 태성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의 외환보유고는 얼마일까요?]“음, 신문에서 본거 같은데. 300억 달러였나?”
[잘 알고 계시네요. 지금 대한민국은 외환보유고를 300억 달러 정도로 유지하고 있어요.]“우리의 3배네. 역시 국가는 다르구만.”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의 외채가 1천억 달러에 근접했다는 점이죠.]“국가 부채는 역시 스케일이 다르구만.”
태성은 이리스가 왜 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지 납득했다.
경제 위기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였다.
미래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 이리스 입장에서는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300억 달러 가까이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준비 중이에요.]“요즘 이야기하는 단위가너무 커서 막연한 기분이 드는데?”
[나중에는 더 큰 금액도 이야기하게 될걸요?]“그런가? 뭐, 나중 일은 천천히 생각하자. 지금은 지금 해야할 일에 집중 하는게 좋을테니까.”
그때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
[회장님, 드디어 150nm 공정이 완성 되었습니다!]어마어마한 대어를 가지고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