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화(1/250)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
프롤로그
천재(天才)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재능을 가진 사람.
동시대 사람들에게 칭송과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천재.
니콜로 파가니니.
전쟁과 혁명의 시대.
정치적 격변으로 유럽 대륙이 요동치던 시기.
1782년 10월 27일,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제노바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이며 지휘자였던 파가니니가 태어났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죽는 순간까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린 파가니니.
그가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그가 남긴 바이올린 작품보다 더 뛰어난 곡을 만드는 이도.
그보다 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
2022-06-14
1831년. 프랑스 파리. 니콜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독주회.
“꺄아아아아아아악!!!!”
곳곳에서 여인들이 쓰러진다.
치명적이며 매혹적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소리.
장내를 가득 채운 수많은 청중의 모든 신경은 그의 손짓, 몸짓만을 따라간다.
그의 왼손이 바이올린 줄을 빠른 속도로 잡고 튕기는 피치카토를 선보이다가.
어느덧 빛의 속도만큼 빠른 속주가 이어진다.
민첩한 오른손의 움직임과 현란한 왼손의 운지.
네 개의 현을 넘나들며 숨막히는 화려한 연주가 펼쳐진다.
파가니니 외에 아무도 연주할 수 없었다던 바로 그 곡.
카프리스 24번
(Paganini : 24 Caprices, Op. 1- No. 24 In A minor)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즉흥곡 형식의 카프리스.
파가니니는 주제 선율을 11개의 다른 형태의 변주로 연주한 뒤, 신들린 듯한 솜씨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신의 경지(境地)
그의 엄청난 기교에 넋을 놓고 보는 이들과 실신하는 이들이 뒤섞여 장내의 열기가 뜨거워져만 갔다.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서 저런 연주를 하는 거래.”
“정말?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으면 그 말이 진짜인 것 같아. 극에 달한 그의 기교는 이 세상 사람의 연주가 아니야. 진짜 악마가 하는 연주 같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이 퍼진 지도 벌써 오래.
파가니니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내 피나는 연습의 결과가 악마와의 계약 때문이라니.’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다.
쉽게 수그러질 줄 알고 스스로 농담으로 얘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소문은 부풀려지고 진짜가 되었다.
소문은 소문을 잡아먹어 점점 커다랗고 깨부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가 되어갔다.
파가니니는 더 방탕하게. 더, 더 망가져만 갔다.
도박과 술과 여자는 언제나 파가니니 주위에 넘쳐났다.
그가 현란한 솜씨로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그때만이 오롯이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 떠들어봐. 나는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나만의 연주를 하겠어.’
시간은 흐르고 흘러…….
마치 정말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처럼. 그의 마음과 몸은 피폐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1840년 5월 27일. 프랑스 니스.
오랜 투병 끝에 파가니니는 숨을 거둔다.
그의 곁에는 어린 아들 아킬레 만이 임종을 지켜보고 있었다.
죽어가는 파가니니는 아들에게 자신을 제노바 교회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유언은, 사후 몇십 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가니니는, 교회 무덤에 묻힐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 *
2015년, 서울. 하늘병원
“뇌진탕입니다. 엑스레이 상으로는 심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주치의의 말에 문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래도 며칠은 안정을 취하면서 여러 검사를 해보도록 하죠. 원래 머리를 다치면 좀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네, 물론이죠. 고맙습니다.”
“오토바이와 부딪쳤는데 이만하면 정말 다행이네요. 환자 깨어나도 안정을 취하게 해주세요.”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병실밖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다다다닥.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오고.
병실 문이 드르륵 열렸다.
“형, 일어나 봐. 형!”
“지환아, 형 자야 해. 안정을 취해야 하거든. 아버지 오셨어요?
뒤이어 문혁의 아버지 문성주가 들어왔다.
“주원이는 괜찮은 게야?”
“아버지 많이 놀라셨죠? 주원이 괜찮다고 해요. 정말 다행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오토바이가 신호를 위반하고 주원이랑 부딪쳤는데, 주치의 말로는 가벼운 뇌진탕이래요.”
“다행이다. 지환이가 사고 소식에 놀라서 태권도도 안가고 그냥 여기로 바로 왔다.”
“잘하셨어요. 아버지, 좀 앉으세요.”
* * *
여기는 어디지?
낯선 공간에서 정신을 차린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관객이 모두 빠져나간 공연장 무대 위.
아까 횡단보도에서 오토바이랑 부딪친 기억까지는 나는데?
아직 꿈속인가?
손에 쥐고 있는 이건 뭐지?
익숙한 감촉이 느껴져 바라본 내 손엔 바이올린이 들려 있었다.
갑자기 든 급격한 피로감에 정신을 다시 잃었다.
그리곤 한참 뒤, 뒤척이며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빠? 할아버지? 지환이? 여기는 우리 집인가? 아! 병원인가보다.
방금 전까지 겪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하필 바이올린이라니.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손끝의 감촉.
좀 전까지 내 목에 있었던 바이올린의 느낌.
나의 연주를 보고 소리 지르며 쓰러지던 여인들까지.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모든 것들이 생생하다.
회복이 덜 됐는지 아직도 졸리다.
그 이후로도 나는 계속 꿈을 꾸고 깨고를 반복했다.
꿈속에서 나는 계속 그 사람이 되었다.
니콜로 파가니니.
나는 그 사람이었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나는 파가니니였다.
* * *
“이제 내일은 퇴원해도 될 것 같습니다. 몸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수면시간이 꽤 길었지만 이제 괜찮네요.”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외래 예약 때 오시면 됩니다. 그전에라도 환자분 몸에 이상 있으면 오시고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빠와 의사 선생님의 대화가 배경음악처럼 지나갔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일주일 동안 나는 정신없이 꿈을 꾸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였다.
왜 이렇게 계속 파가니니의 꿈을 꾸는 걸까?
바이올린이라면 보기도 싫은데.
손끝에 느껴지던 생생한 감촉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써 무시했다.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아서 아빠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 나 이제 진짜 괜찮아.”
“다행이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자. 병원 밥 먹느라 지겨웠지?”
“어, 좀 지겨웠어.”
* * *
퇴원한 이튿날. 하늘 고등학교 1학년 5반 교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애들이 우르르 나에게 몰려들었다.
“문주원. 이제 괜찮냐?”
“너 꾀병 아니었어? 어차피 학교에서 공부도 안 하잖아.”
“야, 나 진짜 오토바이 사고 제대로 났거든?”
“근데 이렇게 멀쩡하다고?”
“뇌진탕이었다.”
“8 곱하기 9는?”
“…….”
“야, 너 이제 이런 것도 대답 못 하는 거야? 와! 진짜 어디 가서 내 친구라고 하지 마라.”
그때, 담임이 교실에 들어왔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한마디 한다.
“문주원, 괜찮아? 너는 오늘 체육 하지 마. 체육 선생님께는 직접 말씀드리고.”
“네.”
“얼굴 보니 뭐 괜찮네.”
“저 아직 안 괜찮아요. 그래서 말인데, 보건실 가서 좀 누워있어도 될까요?”
“1교시부터?”
담임의 대답에 반 친구들이 모두 웃었다.
“수업 좀 듣다가 정 힘들면 조퇴하러 와.”
“네.”
담임이 나갔다.
어차피 공부도 안 하는데 좀 누워있으려고 했더니만.
고개를 돌려 김우진에게 물었다.
“1교시 뭐냐?”
“음악.”
“1교시부터 이동 수업이라니.”
“가자! 음악실 가서 자면 되잖아. 음악쌤 피아노 자장가 소리에 맞춰 자면 꿀잠 가능.”
“나도 쌤 피아노 소리만 들으면 잠이 오더라.”
나는 반 친구들과 함께 떠들면서 음악실로 이동했다.
올해, 우리 학교에 처음 부임한 이나리 쌤.
선생님은 수업에 의욕이 넘치고 뭐든지 열심이었다.
하지만 학생을 다루는 스킬이 부족해서 자거나 딴짓하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선생님은 수업을 엄청 열심히 준비해 오셨다.
진짜 다른 선생님들에게서 잘 볼 수 없는 모습.
어떤 때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래도 쏟아지는 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편한 자세로 자려고 엎드렸는데, 그 순간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그건 바로 꿈속에 나타난 파가니니가 수없이 연주했던 그 곡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나리 쌤이 너튜브로 어떤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손가락은 어느덧 박자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온몸에서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었다.
정말 왜 이럴까?
생경한 느낌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문주원, 오늘은 안자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네? 너 이게 누구 곡인지 설마 아는 거야?”
이나리 쌤이 나를 콕 집어 물었다.
에이 엎드리고 있을걸.
“파가니니 맞나요?”
“이야.”
깨어있던 몇 안 되는 반 친구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파가? 뭐? 그게 사람 이름이야?”
옆에 있던 김우진이 깜짝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야, 너 진짜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러자 이나리 쌤이 기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오, 문주원 음악에 조예가 깊은데?”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멋쩍어 어깨를 으쓱했다.
“너희들 혹시 파가니니 별명이 뭐였는지 아니?”
“몰라요. 별로 안 궁금해요.”
“누군지도 모르는데 별명을 어떻게 알아요. 하핫.”
친구들의 시답지 않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파가니니의 히스토리를 읊어댔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평소와는 다르게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하고 집중했다.
이나리 쌤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모든 장면이 재생되었다.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 미친 걸까? 아니면 사고 후유증? 헛것이 보이나?
곧이어 선생님은 음악 교과서에 나온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자, 같이 불러보자.”
그런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엔 선생님이 치는 모든 건반 소리가 하나하나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음의 높낮이가 거슬렸다.
수업이 끝난 후 나는 이나리 쌤에게 다가갔다.
“쌤, 피아노 조율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음이 피치가 다 낮아요.”
“그런가? 내가 듣기엔 괜찮던데?”
“전체적으로 낮아서 그래요. 상대적으론 맞게 들리니까요.”
“내가 올해 부임해서 이 악기 언제 조율한 지는 모르겠네.”
선생님은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물었다.
“근데 문주원, 너 절대음감이니?”
“글쎄요. 아무튼 음이 전체적으로 다 낮게 들리니까 확인 꼭 해보세요.”
선생님이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너, 혹시 음악 전공이야?”
“아니요.”
“그렇구나…. 알았어, 다음 시간에 보자.”
선생님은 어딘가 모르게 아쉬운 눈치였다.
음악실에서 나와 교실로 이동하던 중, 아까 들었던 파가니니의 연주곡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문득 나는 무언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교실로 돌아간 나는 사물함에서 음악 노트를 꺼냈다.
노트는 한번도 필기를 하지 않아서 새것이었다.
수학 수업이 시작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엎드린 채 음악 노트에 미친 듯이 음표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집중하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2교시가 끝났다.
쉬는 시간이 되자 김우진과 차수혁이 내 자리에 왔다.
“문주원, 너 수학 시간 내내 안 자고 필기해서 진짜 머리 크게 다친 줄 알았잖아. 근데 그림 그리고 있었네?”
“이거 그림이 아니라 악보거든?”
“이게 지금 네가 지금 그린 거라고? 엄청 길어.”
“야! 나 음악실 좀 갔다 올게.”
“음악실은 왜? 같이 가줘?”
나는 친구들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무작정 음악실로 뛰었다.
이나리 쌤은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
선생님의 책상 위에, 수학 시간 내내 적은 음악 노트를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메모를 남겼다.
-선생님, 저 1학년 5반 문주원이에요. 이거 아까 수업시간에 들려주신 그 곡 맞죠?
머릿속을 가득 채운 기억 속의 선율.
결코, 배워 본 적도 연주해 본 적도 없는 파가니니의 곡.
왜 이렇게 사진이라도 찍은 듯 선명한 걸까?
파가니니와 나 사이에 어떤 관계라도 있는 걸까?
나는 확인이 필요했다.
메모를 남기고 헐떡이는 숨을 진정하며 교실로 돌아왔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른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음표들을 쏟아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