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0)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0화(10/250)
“왜? 무슨 할 말 있어?”
“저 이제 철들었나 봐요. 저 소풍 때마다 항상 감사했어요.”
“언제적 얘기야. 고맙긴. 도시락 하나 더 싸는 게 무슨 일이라고.”
“정말 감사했어요. 한 번은 꼭 말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그래, 어른 되면 나 맛있는 거 한 번 사줘.”
“꼭 그럴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
2008년 어느 가을날.
엄마가 없는 초등학생 아이의 소풍 날 풍경은 이랬다.
아빠는 오랜 경험으로 대충 반찬도 사서 먹고, 고기도 먹고 해서 하루하루의 식사는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언제나 소풍날이었다.
“아. 김밥 싸는 건 너무 힘들단 말이지.”
온 부엌을 난리를 쳐놓고도 터지지 않은 김밥이 없었다.
“아빠, 모양이 뭐가 중요해. 다 맛있어. 터져도 괜찮으니까 그냥 넣어줘. 숟가락 챙겨갈게.”
“그래, 미안해. 다음 소풍 전엔 내가 꼭 김밥 마스터가 될게. 오늘만 좀 이해해줘.”
“…어.”
옆구리가 다 터진 김밥은 내 마음 같았다.
감출 수 없이 터져버린 마음.
뚜껑을 열면 단무지며 햄이며 계란이며 모두 뒤섞인 마음이었다.
어린 마음에 누가 도시락을 보고 놀릴까 봐 멀찌감치 떨어져 혼자 앉았다.
그때였다.
김우진과 차수혁이 슬그머니 내 옆에 다가왔다.
둘은 나에게 예쁜 색의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김우진이 말했다.
“우리 엄마가 김밥 많이 쌌다고 꼭 너 갖다 주라고 하셨어. 아까 집에서 슬쩍 보니까, 네 도시락에는 비엔나 소세지가 문어 모양이고 눈도 붙어 있던데. 내건 없더라. 우리 엄마 차별하나 봐.”
눈물이 핑 돌았다.
“문어한테 눈이 있다고? 봐봐. 못 믿겠어.”
차수혁의 호들갑에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알록달록 예쁜 모양의 김밥 옆에는 귀여운 문어가 까만 눈을 붙이고 있었다.
“너무 예쁘다. 이 도시락.”
그러자 차수혁이 말했다.
“야, 이거는 간식이야. 과일이랑 쿠키. 이것도 예뻐.”
차수혁이 건네준 도시락을 열어보니 알록달록한 과일이 소담스럽게 담겨있었다.
“와. 이것도 너무 예쁘다. 아까워서 못 먹겠어.”
“야, 그런 게 어딨어. 입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아.”
“그런데 우리 아빠가 싸준 도시락은 어쩌지? 아빠가 새벽부터 일어나서 싸준 건데. 모양은 이상하지만.”
“어디 열어봐.”
부끄러운 마음에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아빠의 정성을 생각해서 뚜껑을 열었다.
김우진과 차수혁은 우리 아빠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완전 맛있겠다. 이건 우리 셋이 나눠 먹자. 나는 원래 김밥 꼬투리가 좋더라. 터진 게 더 맛있어.”
“그 왕 꼬투리 내가 먹을 거야.”
“내가 먹을 거야.”
아빠가 서툴게 싸준 도시락을 가지고 친구들이 서로 먹겠다고 다투자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런 친구들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
소풍 갔다 온 날 저녁.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아빠는 김밥 마스터 이제 도전하지 마.”
“왜? 아빠 할 수 있어.”
“앞으로 우진이랑 수혁이 어머님이 소풍 때 내 도시락도 싸주실 거래. 하나도 안 힘드시다고.”
“…그래? 정말 고마운 분들이구나…….”
“오늘도 아주 예쁘게 싸서 애들이 줬어.”
“그랬구나. 그럼 아빠가 만든 김밥은 버렸어?”
“아니, 다 먹었지. 그게 제일 맛있었어. 모양은 좀…….”
“허허. 그래. 모양은 인정.”
옛 추억을 더듬으며 걸었더니 어느새 연습실에 도착했다.
최종호 원장님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문주원, 왔어?”
“네, 오늘 좀 늦었죠?”
“오늘 연습실 늦게 예약 했더구만.”
“좀 연습하다 갈게요. 아! 원장님.”
나는 급히 원장님을 불러 세웠다.
“왜?”
“원장님. 재즈 피아노 전공하셨다고 했죠?”
“어.”
“저 재즈 피아노 좀만 가르쳐 주세요. 레슨비 낼게요. 레슨 해 주세요.”
“그래, 특별히 꽂힌 곡이 있어? 언제부터 할까?”
“지금 바로 시간 되세요?”
* * *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곡목을 정하지 못한 채 이틀이 흘렀다.
주말 아침, 밥을 먹는데 아빠가 분주해 보였다.
“아빠, 오늘 뭐 바쁜 일 있어?”
“오늘 아빠 앙상블 연주회 있어서. 좀 빨리 가야 해.”
“오늘 연주 있구나. 나 보러 가도 될까?”
나의 말에 아빠는 하던 동작을 모두 멈춘 채 나를 바라봤다.
“…정말? 괜찮겠어?”
“어, 이제 진짜 괜찮아. 오랜만에 아빠 비올라 소리 무대에서 듣고 싶어.”
“그래, 표 맡겨 놓을게. 이따 보자. 아들 온다니까 더 잘해야겠는데?”
아빠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러더니 콧노래까지 부르기 시작한다.
“아빠, 지환도 데리고 갈게.”
“그래, 지환이도 이제 컸지. 지겨워하면 인터미션에 데리고 나가.”
“어, 걱정 마.”
시간이 지나고.
나는 지환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문지환, 형이 공연 에티켓에 대해 알려준다.”
“형, 내가 앤 줄 알아? 나도 다 알아.”
“뭘 알아? 너 요즘에 가본 적도 없잖아.”
“그건 형도 마찬가지 아니야? 암튼 나도 다 알아. 걱정하지 마.”
“알았어. 그럼 잠깐 저기 들리자.”
“꽃다발 사게?”
“응, 공연 끝나고 아빠한테 주면 좋아할 거야.”
나랑 지환이는 아빠와 잘 어울리는 소담스런 꽃다발을 하나 샀다.
미래 아트홀.
서울 뮤지카 앙상블 정기 연주회.
팜플렛을 보면서 프로그램 곡목을 살펴보았다.
“문지환! 아빠 오늘 이중주 있네? 바이올린이랑 비올라 이중주한다. 아빠는 이런 걸 하면 우리한테 말 좀 해주지.”
“어디 봐봐. 우와! 우리 아빠 멋있다.”
연주회가 시작되었고, 오랜만에 나는 아빠의 연주회를 지켜보았다.
아빠는 앙상블 단원 전체와 합주를 하기도 하고 비올라 단원과 이중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빠가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연주한 이중주는 정말 특별했다.
곡의 구성이 굉장히 강렬했으며 멜로디는 극도로 감성적이었다.
아빠의 깊고 짙은 비올라 음색은 나의 마음을 부드러운 깃털처럼 어루만져 주었다.
날카로운 바이올린과 묵직한 비올라의 조화는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아빠의 비올라 소리가 나에게 말을 거는듯했다.
다 괜찮을 거야.
빈틈없이 밀도 높은 이중주가 절정으로 향해감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은 파도 한 점 없는 고요한 바다처럼 평온했다.
아빠의 비올라는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우리 가족의 버팀목.
아빠의 비올라 소리는 아빠의 인생을 닮아있었다.
나에겐 이 세상 어떤 유명한 비올리스트의 연주보다 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음색이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아빠를 찾아갔다.
기쁜 마음으로 꽃다발을 전하려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큰소리로 아빠를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문혁 선배, 아들이 이렇게 컸구나. 아들이 엄마 완전 판박이네. 인물이 훤칠해. 한세아 미모 아들이 다 물려받았네.”
“흠흠. 지선아. 왔니?”
아빠가 순간 살짝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 무례한 사람 뭐야? 뻔히 아빠가 옛날에 이혼한 걸 알면서. 굳이 아빠 연주회에 와서 그 이름을 꺼낸 다고?
나는 화가 났다.
“잘생겼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아빠랑 똑같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어머, 내가 실수한 건가? 너무 신기해서 생각이 짧았어. 나는 너희 아빠 대학교 후배야. 너네 엄마랑은 같은 학번이고. 지난달에도 미국에서 뉴욕필 정기 연주회 보고 왔거든.”
한 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아빠의 후배는 여전히 무례하게 엄마의 이야기를 꺼냈다.
예의 없는 사람에겐 예의 없게!
아빠가 좀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시작은 저 사람이 먼저 했다고.
“네. 저는 이제 얼굴도 기억이 안 나서요.”
“…그, 그래. 문혁 선배. 오늘 연주 좋았어요. 다음 동문회 때 봐요.”
“그래, 지선아.”
잠깐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그런 순간도 잠시.
아빠의 연주를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자꾸만 우리 주위에 몰려들었다.
나는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아까처럼 예의가 없는 사람은 그 뒤로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웬 단아한 인상의 여자분이 다가왔다.
“문혁 선배. 오늘 연주 너무 멋있었어요. 선배다운 따뜻한 연주였어요.”
아리따운 분이 아빠에게 분홍빛 화사한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아빠의 얼굴이 순간이지만 핑크빛으로 변했다 돌아왔다.
“유리야! 미국에서 아예 들어온 거야? 어떻게 알고 왔어?”
“동준 선배한테 들었죠. 오늘 서울 뮤지카 앙상블 정기 연주회 있으니까 가면 반가운 얼굴들 많이 볼 수 있다고요.”
“정말 반가워.”
“나 조교수 자리 나서 들어왔어요. 연희대요.”
“축하해.”
그러다 그 여자분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선배 아들이에요? 와! 선배랑 완전 닮았다. 그림 같은 부자들이네요. 막내까지 너무 귀여워요. 선배는 좋겠다.”
칭찬을 들은 지환이 귀가 빨개졌다.
“누나도 예뻐요.”
“풉, 누나? 선배 아들이 나보고 누나라는데요? 최근 들은 소리 중에 제일 기분 좋았어요. 고마워요.”
“누나 아니에요?”
“누나 맞아. 지환아. 아빠 대학교 후배야. 아빠보다 많이 어려.”
“결혼하셨어요?”
“숙녀한테 그런 질문은 실례야, 지환아.”
아빠가 낮은 목소리로 근엄하게 말하자 지환이가 놀랐다.
“죄송합니다. 누나. 제가 실례했어요.”
“아니야. 나는 아직 미혼, 솔로야. 너희 아빠가 물어봐 줬으면 좋았을 텐데.”
“흠흠. 유리야.”
미묘한 뉘앙스를 느낀 나랑 지환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아빠를 쳐다보았다.
지환이 녀석 뭘 안다고.
눈치는 있어 가지고.
“선배, 곧 다시 봐요. 밥 먹으면서 얘기해요.”
“어, 유리야. 그러자. 오늘 정말 고마워.”
밝게 웃으며 유리라는 분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빠, 저분 아빠한테 마음 있잖아. 아빠는 싫어? 여성스럽고 아름다우신데?”
“나한테는 너네가 있잖아.”
“아빠, 나랑 지환이는 나중에 이쁜 여자랑 결혼할 거야. 아빠는 우리랑 평생 같이 살려고?”
“이런, 자식 키워도 다 소용없다더니만.”
“그러다 저분 다른 사람한테 간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식은땀이 다 난다. 일단 아빠 짐 좀 챙겨 나올게.”
아빠가 허둥지둥 대기실로 갔다.
조금 후에 아빠가 악기와 짐을 다 챙겨서 나왔다.
아빠를 놀리는 건 이제 그만해야겠다.
그건 그렇고. 아까 아빠의 연주 중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곡이 있었다.
“아빠, 정신없어서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오늘 연주 진짜 좋았어. 아까 아빠랑 바이올린이랑 듀엣으로 연주한 곡 말이야.”
“헨델의 파사칼리아?”
“어, 아빠 비올라 음색 정말 좋더라. 그 곡은 원래 편성이 바이올린이랑 비올라로 된 거야?”
“원래 헨델은 하프시코드로 연주하게 만든 곡인데, 할보르센이라는 노르웨이 작곡가가 바이올린이랑 비올라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했어. 가끔은 바이올린이랑 첼로랑 연주하기도 해.”
그래! 이 곡이다!
“그거 내가 바이올린 두 대로 연주하게 편곡해야겠어.”
아빠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너 편곡도 할 줄 알아? 쉽지 않을 텐데? 비올라나 첼로는 바이올린에 비해서 음역대가 많이 낮잖아.”
“할 수 있어. 어렵지 않을 거 같아.”
전생에 내가 파가니니였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아빠.
아빠는 기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 편곡도 할 수 있었어? 요즘 열심히 연습한다더니 아빠가 아들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았네?”
“오늘 보니 나도 아빠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는데?”
지환이가 아빠와 나의 대화가 길어지자 샘이 나나 보다.
“아빠, 나도 오늘 그 곡 진짜 좋았어. 파…… 그거.”
거짓말! 계속 졸더니.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지환이도? 와! 우리 막내 다 컸구나. 졸리진 않았어?”
“어, 나 하나도 안 졸고 아빠 연주하는 거 다 봤어.”
“우리 지환이도 이제 다 컸네. 음악도 감상할 줄 알고.”
지환이의 귀여운 거짓말을 계속 듣다가 아빠에게 부탁했다.
“아빠, 집에 가서 나 파사칼리아 악보 좀 보여줘. 바이올린이랑 비올라 악보.”
“그래, 도착하자마자 줄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빠에게 악보를 받아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꼬박 편곡에 몰두했다.
비올라의 풍부한 저음을 바이올린으로 대체하려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여러 가지 방향으로 편곡을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빠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빠가 깜빡했어. 주원이 비올라 악보 볼 줄 모르지? 아빠가 알려줄게.”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