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1)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1화(11/250)
“악보 볼 줄 아는데?”
“정말? 너 가온음자리 악보 볼 줄 알았어? 본 적이 없을 텐데 이상하네.”
아빠는 의아한 표정으로 내가 그린 악보를 살펴봤다.
“아니 이거 지금 집에 와서 한 거니?
아빠가 준 파사칼리아 원래 악보와 내가 편곡한 악보를 수차례 비교하던 아빠가 말했다.
아차!
비올라는 가온음자리표를 썼었지.
그렇다.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음역대가 5도 낮아서 가온음자리표를 사용한다.
높은음자리, 낮은음자리와 다르게 가온다(C4)를 표시하기 위함이다.
즉 높은음자리표의 시가 도가 되는 것이다.
나는 파가니니 시절에 비올라 곡도 작곡하고 연주도 했었기에 너무 자연스럽게 악보를 읽은 것이었다.
“아까 아빠가 연주하는 거 들었잖아. 음악 들으면 음정 알지.”
나는 대충 둘러댔다.
“어렸을 때도 음감이 좋긴 했었지만, 지금은 더 좋아졌구나. 가온음자리표 처음 보는 사람들은 엄청 헷갈려 하는데.”
“그래? 나는 괜찮은데. 아빠가 비올라 연주자라 그런가?”
아빠가 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근데 바이올린 두 대로 연주하려고 편곡하는 거지? 그런 편성으로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네.”
“친구랑 연습해서 한번 들려줄게.”
“연습할 때 아빠가 한번 보러 가면 되겠다.”
“나도 오늘 아빠 연주회 보면서 느낀 건데. 아빠랑 언젠가 같이 연주도 하고 싶더라.”
“너 바쁜 거 끝나면 해보자. 아들이랑 이중주 할 생각하니까 너무 좋은데?”
아빠가 환하게 웃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 * *
하늘 고등학교 점심시간이었다.
“으아악. 그래서 파사칼리아를 네가 직접 편곡했다고? 진짜 너란 사람은 외계인이냐?”
“내가 1st, 윤하준 네가 2nd 로 연주하는 거야. 네가 원래 비올라 파트 하는 거지.”
“좋아. 아무래도 세컨이 더 쉽기도 하니까.”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는 윤하준에게 내가 말했다.
“윤하준, 너 저음 소리가 특히 매력적이더라고. 하지만 더 풍성하고 깊은 소리를 내려면 연습이 필요하지.”
“안 그래도 지난번에 네가 조언해준 대로, 개방 현만 긋는 연습 하루에 한 시간씩 하고 있어.”
“특히 G 현이랑 D 현 연습 많이 해야 할 거야. 편곡 버전에서 세컨은 현 두 개만 사용하거든. 포지션만 이동해서.”
“오케이. 너무 궁금하다. 바로 오늘 연습할 수 있을까?”
“학교 끝나고 시간 돼?”
“어. 두 시간 정도 가능할 듯.”
“그럼 오늘 그만큼이라도 맞춰보자.”
* * *
채널 M 스타발굴단 회의실에는, 예승석 PD를 포함한 여러 명의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눈에 띄는 애들 몇 명이나 있지?”
“이번 라운드 진행해봐야 알겠지만 지금 20명 남짓 되죠.”
메인PD 예승석은 준비된 자료를 훑어보며 말했다.
“걔네들 영상 많이 따야 되니까 특별히 더 신경 쓰고. 또 노이즈 마케팅 할만한 애들은 없어?”
“이슈메이커 같은 애들 있습니다. 지금 인터뷰 다각도로 따고 있죠.”
“이번에 포엠뮤직 신건형이 그렇게 튄다면서요.”
“CNS 소속 저스틴도 그래. 벌써 팬덤도 엄청 크다고 하고.”
“요즘 연습생들은 비주얼도 실력도 정말 좋은 것 같더라고요.”
“올패스 받은 애들 중에는 눈에 띄는 애들도 있고, 아직은 좀 더 진행돼 봐야 알 것 같네요.”
길어지는 회의에 모두 지칠 법도 했지만 모두 의욕이 넘치는 상태였다.
“그래. 본선 시작해봐야 윤곽도 더 드러나겠지.”
“아! 서승재 심사위원이 엄청 극찬하는 참가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예PD는 참가자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원? 문주원이었나?”
“어! 맞아요. PD님 어떻게 아세요?”
“걔가 내 고등학교 후배잖아.”
“비주얼도 훌륭한데 실력이 엄청나다고 극찬에 극찬을 하시더라고요.”
예승석 PD는 조연출의 말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본선 무대 말이에요. 라이벌 매치로 가잖아요. 같은 장르끼리 가야 재밌겠죠? 그래야 평가하기도 좋고요.”
“그렇지. 그런데 문제는 너무 인기있는 참가자끼리 붙어버려서 한 명이 떨어지면 아쉽잖아.”
조연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것만큼 확실한 시청률 보증수표는 없었죠. 다들 알면서도 그 공식을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죠.”
“심사위원 한 명당 시즌 통틀어서 한번은 패스권 쓸 수 있잖아. 정말 괜찮은 참가자라면 거기서 살아나겠지.”
“이번에 클래식 쪽에서도 엄청 유명한 학생이 나왔어요. 박수호라고. 문화예고 차석으로 입학했다는 학생이죠.”
“문화예고 차석이면 어느 정도 하는 거지? 클래식은 아는 바가 없어서 말이야.”
“한국예고가 최고이긴 하지만 문화예고도 꽤 알아주긴 하죠.”
“그런 친구가 나와주다니 우리 프로그램이 컨셉 잘 잡았나 봐.”
“그럼 박수호 라이벌 매치는 누구랑 하는 게 좋을까요? 클래식 전공자들 중에서 그만큼 뛰어난 참가자는 안 보이던데.”
예승석 PD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은 누가 이번에 떨어질지 모르니까 후보군 좀 줄어들면 그때 고민해보자.”
“네, 계속 고민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좀 인기가 덜한 장르라도 매니아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매치를 잘 시켜야 해. 그럼 레전드 무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어.”
* * *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의 전생이 파가니니였다는 것을 받아들인 후.
그의 기억과 감정들이 각성되면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과정인 걸까?
연습을 하면서 종종 찾아오는 감정의 출렁거림이 있었다.
그건 과거의 파가니니의 기억이기도 했고, 과거 문주원의 기억이기도 했다.
아직도 엄마와의 기억이 말끔히 씻어지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런 감정적인 이유 외에도 문제가 있었다.
과거 파가니니였을 때 연주했던 바이올린의 연주 기법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아직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훨씬 많았다.
연습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활을 그었을 때 나오는 음색은 제법 듣기 괜찮다는 것이다.
다음 오디션 프로그램 녹화 때까지. 일단은 파사칼리아만 연주할 수 있으면 된다.
내가 지금 상태로 소화할 수 있는 연주 기법과 포지션들.
끊임없이 연습하며 더 아름다운 음악을 표현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본선 녹화 날이 다가왔다.
탈락자가 워낙 많아 녹화 참가자의 수는 확 줄었지만, 그 열기만큼은 뜨겁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나와 윤하준은 대기실에서 튜닝을 하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 순서 참가자가 호명되어 무대 위로 올라갔다.
바로 앞 참가자가 극도의 긴장감에 실수를 연발하자 윤하준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야, 나 너무 떨려.”
“그냥 편하게 생각해. 떨어져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거야.”
몸서리를 치던 윤하준이 궁금한 듯 물었다.
“문주원 너는 하나도 안 떨려?”
“난 재밌을 거 같은데? 나만 믿어. 네가 떠는지 아무도 눈치 못 채게 해 줄 테니까.”
“그 말 들으니까 좀 안심이 되네. 크큭.”
사색이 된 우리 앞의 참가자가 엄청난 혹평을 받고 무대 뒤로 내려왔다.
드디어 우리의 순서가 되었다.
심사위원들이 우리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심사위원들끼리 서류를 보며 속닥거리더니.
지난번에 극찬을 해줬던 서승재 심사위원이 마이크를 들었다.
“저 친구야, 내가 예선에서 극찬했던 친구.”
서승재 심사위원이 옆에 앉은 황석환 심사위원에게 말했다.
“이번엔 둘 다 바이올린을 하네?”
“그러게, 지난번엔 문주원 참가자는 키보드를 쳤던 거 같은데.”
우리가 무대 중앙에 서자 서승재 심사위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시작했다.
“오늘은 두 분 다 바이올린이네요?”
“네. 오늘은 바이올린 듀오 연주입니다.”
“매번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네요. 제가 클래식 작곡 전공인 건 아시나요?”
“아, 그건 미처 몰랐네요.”
그러자 서승재 심사위원이 웃었다.
“그만큼 클래식도 잘 안다는 뜻입니다. 지금 세 분의 심사위원 중에선 제가 제일 전문가죠.”
“그럼 저희 노력을 제대로 알아봐 주시겠네요.”
“그럼요. 기대되네요. 오늘 할 곡목은 뭔가요?”
“헨델의 파사칼리아를 할보르센이 편곡한 곡입니다. 그걸 또 제가 편곡했습니다. 바이올린 두 대로 연주할 수 있도록 바꿔 보았는데요.”
내 설명을 들은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조금 놀란듯했다.
“하. 지난번엔 제시 제이 노래를 기가 막히게 편곡하더니. 이제는 클래식까지 편곡합니까? 진짜 궁금하게 만드는 참가자네요.”
그러자 옆에 앉은 심사위원 황석환이 말한다.
“서승재 심사위원님. 무대도 듣기 전에 심사평 하시나요? 이제 무대 좀 들어보죠.”
“앗, 네. 제가 기대 크다 보니 말이 또 많았네요. 그럼 연주 부탁합니다.”
피아노 반주 없이 바이올린 두 대로만 연주하는 곡.
그만큼 바이올린 소리가 감출 데 없이 여실히 드러난다.
둘이 맞추는 합주인 만큼.
한 명이 긴장해서 망치면 다른 한 명이 아무리 기가 막힌 연주를 한다 해도 듣기 싫은 연주가 될 뿐이다.
지금 윤하준은 굉장히 긴장해있다.
몸을 사시나무처럼 떠는 것이 이러다가 악기라도 떨어뜨리는 게 아닐지 걱정될 정도다.
긴장을 풀어야 오늘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윤하준을 보며 같이 크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몇 번 천천히 호흡을 반복한 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윤하준에게 곡의 템포를 고개로 끄덕이기 시작했다.
일관된 박자의 흐름 속에 윤하준이 차츰 긴장을 풀어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눈빛에 드리운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다.
나와 윤하준은 우리를 바라보는 수많은 스태프와 심사위원들 앞에 섰다.
그리고는 활을 높이 들어 묵직한 겹음을 내리그었다.
* * *
무대를 바라보던 프로그램의 메인 PD 예승석은 생각했다.
‘문주원, 이번에는 바이올린 하는 건가? 정말 알 수 없는 애야.’
바이올린을 든 두 명의 참가자.
클래식이란 장르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향유되는 음악이다.
그만큼 저런 참가자들이 우승을 할 확률은, 길을 걷던 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만큼이나 낮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더없이 고마운 참가자들.
예승석 PD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클래식의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초대로 연주회를 가본 적이 있지만 쏟아지는 잠을 피할 수는 없었다.
몰래 자다가 고개를 떨어뜨려 같이 간 지인에게 창피했던 경험도 있다.
도대체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도 알 수 없는 음악.
가사도 없어서 무슨 의미인지도 알 수 없는 음악.
졸린 음악.
그게 클래식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다.
‘저 비주얼에 바이올린을 들고나오니 멋있긴 하네.’
문득 조카가 연주하던 바이올린 소리가 생각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나뿐인 조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니 바이올린을 배웠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조카가 켜는 바이올린 소리는 정말 끔찍했다.
깽깽거리는 소리.
끼익끼익 기분 나쁘게 찢어지는 소리.
아무리 사랑하는 조카지만 그 소리만큼은 들어주기 힘들었다.
바이올린에 대해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예승석에게 이번 무대는 기대감 제로의 무대였다.
눈부신 외모를 가졌지만 시크한 분위기의 문주원과 다소 어리숙해 보이며 쭈뼛거리는 참가자.
둘은 너무나도 달랐다.
한 명은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어 보였고.
아니 오히려 반짝반짝 눈이 빛나는 모습을 보였고.
한 명은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먼 거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자신감이 가득해 보이는 문주원이 마이크에 대고 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문주원입니다.”
“안녕하세요. 윤하준입니다.”
“두 분 고등학교 1학년이네요.”
“네, 같은 반 친구입니다.”
연주할 곡목의 이름을 소개했다.
본인이 편곡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었다.
작곡가의 이름인 헨델은 들어본 적이 있다.
‘음악의 어머니였나?’
‘남자 아닌가? 왜 어머니지?’
어렴풋이 이상한 가발을 쓴 헨델의 음악책 속 모습이 떠오르는 듯했다.
둘의 음악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