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13)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13화(113/250)
2시간에 걸친 뮤지컬 수업이 끝난 후, 나는 레베카 쌤에게 녹음기의 사용을 여쭤보았다.
선생님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천천히 말씀해 주셨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집중 못 한 건데 내가 오해했나 보구나. 녹음기 사용은 당연히 허락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다음 시간에 아까 만들던 곡은 꼭 완성해 오렴. 수업 내용이 어렵거나 이해 안 가면 언제든 물어보고.”
“네, 꼭 완성해 올게요.”
레베카 쌤과 얘기가 끝난 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만 빨리 완벽해지면 뭐든지 수월할 텐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는 알렉스를 바라봤다.
“매일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쳐 줄 튜터가 필요해, 어디서 구할수 있을까?”
알렉스가 살짝 고민하더니 휴대폰 달력을 확인했다.
“내가 해줄게. 대신 시간당 15달러는 줘야 해. 나도 바쁜 사람이라.”
“고마워.”
다음 교실로 이동하면서 알렉스는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말을 꽤 잘하는 알렉스는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부모님이 오래전 뉴욕으로 이민 오셨고, 알렉스는 뉴욕에서 태어 나고 쭉 자랐다고 한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언제나 집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한글 학교’에 가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보며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새삼 알렉스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알렉스는 내 영어 튜터가 되었다.
힘겨운 첫날이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는 정말 기진맥진했다.
하지만 나는 바로 알렉스와 영어 수업에 돌입했다.
수업 시간에 녹음한 볼펜의 내용을 재생시켰다.
알렉스와 같은 수업이었던 뮤지컬 수업의 내용 중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을 우선적으로 질문했다.
알렉스는 차분하게 오늘 수업의 포인트들을 짚어 주었다.
선생님의 표현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그에 대한 대답도 영어로 표현해 보았다.
한국어와 영어를 둘 다 유창하게 사용하는 친구이다 보니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두 시간의 수업이 끝났을 때, 알렉스가 나에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질문했다.
“아까 뮤지컬 수업 시간에 그린 악보 좀 보여줄 수 있어? 뭘 그렸는지 궁금해서.”
“보여주는 건 어렵지 않지. 근데 너는 전공이 뭐야?”
“나는 성악,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를 꿈꾸고 있어.”
“그래? 바리톤? 테너?”
“나는 테너야.”
“잘됐다. 그럼 부탁 좀 해도 될까?”
알렉스는 부탁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부탁이 뭔데?”
“레베카 쌤이 다음 시간에 나한테 숙제 내주셨잖아. 그것 좀 네가 도와줘.”
알렉스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너 설마? 그런 부류였어? 역시 계속 도와주면 호구 된다더니.”
알렉스가 뭔가 단단히 오해한 것 같았다.
알렉스는 화가 났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봤다.
“네가 처음인 줄 알아? 이 학교에 영어 한마디 못하고 들어와서 나 한테 도움 달라고 했던 애들 많았어.”
알렉스는 그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결국 ESL 수업 통과도 못 하고 학점도 미달이라 쫓겨났던 애들. 걔네들 나한테 숙제 대신 해 달라고 얼마나 졸랐는지 알아?”
알렉스의 성난 모습을 보니 뭔가 사연이 많은 것 같았다.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손사레를 쳤다.
“아니야,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야. 내 숙제 절대 대신 해 달라고 안 해, 잠시만!”
나는 서둘러 가방에서 악보를 꺼냈다.
그리곤 알렉스에게 보여줬다.
“이거 봐. 아까 내가 수업 시간에 그린 악보, 지금 봐봐.”
악보를 본 알렉스는 황당해했다.
“무슨 악보가 이래?”
“내가 설명해 줄게. 이건 아까 라이언 프린스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래. 이를테면 동물들의 노래인 거지.”
“크큭.”
화를 내던 알렉스의 표정이 어느새 조금씩 풀어졌다.
그리고 내 설명을 천천히 들었다.
설명을 이어가던 나는 알렉스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다.
“무조건 나한테 영어만 사용해줘. 내가 정말 이해 못 해서 SOS 칠 때까지는 말이야. 그래 줄 수 있지? 단,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쓸게.”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백 퍼센트 영어로 말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지만.
계속 알렉스의 말을 듣다 보니 들리는 단어들이 늘어났다.
게다가 녀석의 발음은 완전 네이티브 발음이었다.
나는 알렉스에게 내 악보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호기심을 느낀 알렉스는 내가 그린 악보를 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와…….’
알렉스의 목소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성량이 풍부할 것이란 짐작은 했었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특색있고 귀에 꽂히는 소리였다.
새삼 나는 내가 뉴욕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예술가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도시.
인재들이 들끓는 도시.
나는 정말 뉴욕에 온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나에게 익숙한 유럽으로 가는 길과 전혀 모르는 미국으로 가는 길.
두 가지 갈림길에서 고민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과거의 음악만을 계속 연주하고 싶은 것인가?
내 대답은 단연코 아니었다.
그리고 또, 왜 클래식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여전히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쇼팽 등.
수백 년 전 작곡가의 음악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나는 그 이유를 찾고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미국을 택했다.
세계의 인재가 몰려드는 곳.
세계의 문화 예술의 중심지.
하룻밤에 벌어지는 문화 예술 공연만 수백 개가 넘고, 관객들이 365일 끊이지 않는 도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자유로운 분위기의 뉴욕을 선 택한 것이었다.
수백 년 전의 음악을 더 아름답게, 나만의 해석으로 연주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난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생명력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꿈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꿈이 아니다.
물론 뉴욕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시도해볼 뿐이다.
한참 동안 노래를 부르던 알렉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정말 특이하면서 매력 있는 곡이야. 이걸 아까 뮤지컬 수업 시간 에 만들었단 말이지?”
“맞아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그럼 다음 시간에 내가 이 곡 발표 하는 거 도와줄 거지?”
“레베카 쌤이 그냥 악보만 완성해 오라고 한 거 아니었어?”
“선생님께 악보를 제출하면서 발표가 가능한지 여쭤볼 거야. 종이 에만 갇힌 악보는 의미가 없으니까.”
내 부탁에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표 연습에 동참해주었다.
나와 알렉스는 피아노가 있는 빈 강의실에서 한참을 연습하고는 헤어졌다.
알렉스와 헤어진 후, 나는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저녁으로 간단히 샌드위치와 주스를 주문했다.
카페 구석에 앉아 오늘 녹음한 수업을 이어폰을 끼고 재생했다.
신기하게도 처음보다 훨씬 많은 수업 내용이 들렸다.
그리고 수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자 세부 내용은 더 이해하기 쉬워졌다.
그렇게 나는 하루를 48시간처럼 사용하며 노력했다.
여전히 방 룸메이트들과는 별다른 대화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정이 맞지 않았는지 룸메이트들과 마주치는 게 쉽지 않았다.
일단 나는 룸메이트들과 만나서 친해지려 노력하기보다 영어를 먼저 마스터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그리고 연습과 공부를 학교와 카페에서 거의 해결했기에 기숙사 방에서는 잠만 잘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여느 날처럼 ESL 수업을 마친 후였다.
ESL 선생님이신 제니 쌤이 미사키와 장웨이 앞에서 나를 극찬했다.
“영어가 느는 속도가 놀라워. ESL 수업 말고 다른 수업도 다 녹음 해서 다시 공부하는 거지?”
“맞아요. 하루가 24시간인 게 아쉬울 정도예요.”
“대단해, 장웨이와 미사키도 주원의 공부 방법을 따라해 보렴. 주원이처럼 빨리 느는 학생 처음 봐. 12학년에 ESL 클래스 들어오면 대부분 힘들어하거든.”
제니 쌤의 칭찬에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사키는 나에게 다가와 볼펜 녹음기를 어디서 샀는지 물었다.
장웨이도 넉살 좋게 하나 더 없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할아버지가 선물로 사주신 거라고 하자 둘은 볼펜 녹음기를 사진으로 찍어갔다.
나는 미사키와 장웨이에게 선뜻 제안했다.
“너네 녹음기 생길 때까지는 필요한 과목은 내가 녹음 파일 보내 줄게, 그러니까 메일주소 알려줘.”
미사키와 장웨이는 내 도움을 무척 고마워했다.
나는 미사키와 장웨이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클래식의 역사를 함께 써나갈 친구들이니까.
세계적인 유명세나 콩쿠르에서의 성적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함께 공부하고 성장할 친구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감사한 일인 것이다.
스스로 뿌듯해하며 다음 수업 장소로 이동했다.
오늘은 첫 전공 실기 수업 시간이 있는 날이다.
뉴욕 예술 고등학교의 전공 실기 수업은 꽤 여러 가지로 세분화되 어 있었다.
1:1 전공 실기는 물론, 바이올린 전공생들끼리 그룹 수업도 있었다.
입시를 코앞에 둔 12학년이었기에 전공 수업은 입시 맞춤형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바이올린 전공 그룹 수업은 A, B, C의 세 그룹으로 나눠서 수업하 는데, 나는 그 중 C반이었다.
바이올린 전공 학생의 숫자는 꽤 많았다.
그건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할 것이다.
나는 미사키와 함께 빈 자리에 앉았다.
곧 전공 실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훤칠한 키에 파란 셔츠를 입은 신사 같은 이미지를 가진 백인 선생님이었다.
“올해 C반 바이올린 전공 수업을 맡은 리처드라고 한다. 12학년인 만큼 긴 설명은 없어.”
나와 미사키를 제외한 모든 학생은 이미 리처드 쌤을 아는 것 같았다.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고, 나는 대부분 이해할 수 있었다.
“입시를 치르게 되는 12학년이기 때문에 각자 지망하는 대학교에 맞는 실기 곡을 정하게 된다. 다들 학교는 정했겠지?”
“네에.”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선 같은 실기 곡을 하는 학생들끼리 조를 짜면 좋단다. 그럼 일단 자기가 가장 1순위로 생각하는 학교를 말해 보자.”
12명의 학생들이 하나씩 평소 생각했던 학교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줄리어드요.”
“줄리어드요.”
“줄리어드요.”
리차드 쌤은 피식 웃더니 학생들의 말을 멈췄다.
“모두가 줄리어드를 원하지. 당연히 도전하는 것도 좋고. 하지만 합격률이 매우 낮다는 걸 기억해. 꿈의 학교와 가능한 학교를 당연히 다 준비해야 한다.”
이미 대다수의 학생들은 지원할 학교들이 4~5개 정해져 있었고 실기 곡도 다 정해진 듯했다.
리처드 쌤이 이번엔 미사키에게 질문했다.
“자네는 어느 학교를 생각하나?”
“줄리어드요.”
“역시.”
리처드 쌤의 시선이 나에게로 왔다.
“자네는?”
“네, 저도 줄리어드요.”
하지만 선생님은 나에게 다른 질문도 건네셨다.
“그럼 줄리어드 다음으로 생각하는 학교는?”
“없습니다. 오로지 한 곳만 지원할 생각입니다.”
교실이 술렁였다.
‘뭐가 잘못된 건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리처드 쌤은 다시 나에게 되물었다.
“오로지 줄리어드 한 곳만 지원한다고?”
“네.”
“이름이?”
“문주원입니다.”
“실기 곡은 뭘로 정했나? 에세이는 준비하고 있겠지?”
“아직요.”
선생님의 표정이 점점 찌푸려졌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걸로 봐서…, 혹시 ESL 수업 듣고 있나?”
“네.”
“풉”
내 대답을 끝으로 반 학생들이 웃기 시작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은 토플 점수도 필요하지. 그건 알 고 있겠지? 통과했나?”
“아직요.”
선생님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나를 노려봤다.
“오로지 줄리어드 하나만 쓴다는 학생이 실기 곡도 준비 안 되어 있고 토플 점수도 없다? 줄리어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