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14)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14화(114/250)
나는 선생님의 마지막 문장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뉘앙스로 봐서 부정적인 느낌임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요 며칠 영어에 더 마음이 쏠렸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음악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이후, 내 인생에서 바이올 린이 중심이 아니었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다.
지금은 이보 전진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전공 실기 선생님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할 것이고, 나는 바보같이 그 관계를 망칠 생각은 없었다.
선생님이 보기에 내 대답은 오해의 소지가 분명 있었으니까.
실력과 태도로 증명하면 되지만 그 전에 내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 하고 다음에의 기회를 얻는 것이 먼저다.
굳은 표정의 선생님께 손을 들고 당당히 말했다.
“다음 시간까지 반드시 실기 곡은 정해올게요. 영어 시험도 반드시 통과할 거고요.”
다행히 리처드 쌤은 나의 솔직한 태도를 좋게 보셨다.
“그래, ?#!% 것보다는 @%&!#한 게 낫지. 반드시 다음 시간엔 정 해와야 할 거야. 그럼 자네는 자유 연습을 하도록.”
리처드 쌤은 실기 곡이 같은 친구들을 모이게 했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그룹을 짓더니 악기를 꺼내고 금세 연습에 돌입했다.
미사키가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정말 아직까지 실기 곡 안정했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사키는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는 한 그룹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들과 연습을 시작하였다.
나를 제외한 C반 11명의 친구들이 어떤 곡을 연습하는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곡들.
그리고 그중, 미사키의 음색만이 뛰어나다는 것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친구들도 미사키의 실력을 금세 깨달았다.
미사키의 그룹에서 가깝게 앉아 있던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미사키, 너 정말 잘하는구나. 혹시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다니고 있어?”
미사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어드 예비 학교라고?’
미사키는 그런 곳에 다니고 있었구나.
그건 그냥 고등학교는 아닌가 보지?
짐작건대 분명해 보였다. 그게 고등학교 과정이라면 미사키가 이 학교에 다닐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나중에 뭔지나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나는 뉴욕 예술 고등학교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의 연주를 천천히 감상했다.
놀랍게도 그들이 연주하는 곡은 모두 파가니니의 곡이었다.
한 그룹은 파가니니 키프리스 5번.
한 그룹은 피가니니 키프리스 24번.
한 그룹은 파가니니 카프리스 1번을 연주하고 있었다.
미사키를 제외하고 다른 학생들의 연주에는 실수가 너무 많았다.
입시 곡이 몇 곡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두의 레파토리에 파가니니 곡이 있다는 것.
그 점이 나를 참 뿌듯하게 했다.
한 명 한 명의 연주가 귀에 들어왔고 부족한 부분이 신경 쓰였다.
하지만 아직은 이름도 모르는 사이들.
그리고 그들은 또 각자의 선생님들께 레슨을 받고 있을 터.
예상치 못하게 파가니니의 곡에 파묻힌 나.
옅게 미소지으며 자유 연습에 돌입했다.
가방에서 작곡 노트를 꺼내 펼쳤다.
뮤지컬 시간에 시작한 작곡이 아직 미완성이기에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면서 나머지를 완성하는 중이었다.
여러 가지 바이올린의 주법을 사용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 었다.
몰입해서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리처드 쌤이 내 옆에 와 계셨다.
“테크닉이 범상치가 않구나, 지금 연주한 곡은 도대체 어느 작곡가의 곡이니? 정말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곡이구나.”
리처드 쌤의 극찬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가 작곡한 곡이에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리처드 쌤.
“한 번만 다시 연주해 보겠니?”
선생님은 내가 다시 연주하기를 원하셨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바이올린을 켰다.
리처드 쌤의 눈빛이 빛나고 즐거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 곡 나도 꼭 연주해 보고 싶구나. 작곡 능력이 정말 뛰어나군.”
리처드 쌤의 극찬을 받으며 전공 실기 수업이 끝났다.
그렇게 하루의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는 알렉스를 기다리며 줄리어드 음대의 입시 과정을 검색했다.
일단 처음은 pre-screening 과정이었다.
영상으로 먼저 비대면 심사를 거친 후에 소수의 학생을 뽑아 대면 오디션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놀랍게도 프리스크리닝과 대면 오디션의 레파토리에 모두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중 한 곡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오디션 과정마다 파가니니 카프리스 외에 몇 곡씩 더 준비해야 했다.
입학 과정은 단기간에 준비하기엔 꽤 어려워 보였지만 난 반드시 해낼 것이다.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에서 만났던 도로시 딜레이 교수님.
그분은 나에게 줄리어드에 오면 여러 가지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 을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하지만 다른 학교와 다르게 줄리어드는 입학시험 면제 조건은 없었다.
그분 생각에, 나라면 당연히 줄리어드에 합격하고 최고의 조건을 거머쥘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셨다.
나는 그분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는 신중히 입시 곡을 골라 연습에 돌입했다.
나의 생활은 영어 공부와 학교 수업 복습, 바이올린 연습 그리고 작곡 이렇게 네 가지로만 채워졌다.
다른 일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란 전혀 없었다.
* * *
며칠 후, 작곡 실기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뉴욕 예술 고등학교는 문화예고와는 다르게 타 전공 실기 과목도 원하면 수강할 수 있었다.
작곡과 전공 필수로 개설된 과목이 아니다 보니 클래식 작곡과 실용 음악의 작곡을 모두 접할 수 있는 좋은 커리큘럼의 수업이었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지난번 뮤지컬 수업 시간에 나에게 와서 시비 조로 말을 걸던 그 녀석이 또 있는 게 아닌가.
내가 교실에 들어와 빈자리에 앉자 그 녀석이 또 다가왔다.
“이 수업은 그 뚱보 녀석이랑 같이 안 듣나 봐? 영어도 못 하는 동양인 X들 그만 좀 왔으면.”
이번엔 신기하게도 녀석이 하는 모든 말을 알아들었다.
이렇게 간단한 얘기였는데도 지난번엔 내가 못 알아들은 거였구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을 보고 녀석의 눈빛이 돌변했다.
녀석이 인상을 구기며 입을 열려 했을 때 작곡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작곡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녀석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눈에 힘을 주고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인가? 당해보니 기분 더럽네.’
아마도 인종적 우월감에 의한 행동이겠지.
‘아니면 언제 우수한 아시아인들에게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었나?’
나는 잡다한 생각을 멈추고 수업에 집중했다.
선생님은 굉장히 밝고 유쾌한 30대 정도의 여자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본인의 이름을 조엔이라고 소개하셨다.
“작곡 실기라 하면 클래식 작곡과 실용 음악 작곡을 무조건 나누게 되지. 하지만 이 수업은 두 분야의 작곡을 모두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수업이란다. 가르칠 수 있는 선생도 드물고.”
선생님의 마지막 말에서 학생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선생님이 자질이 뛰어나다는 걸 본인 입으로 얘기한 거니까.
조앤 선생님은 본인의 프로필을 간단히 설명하셨다.
“나는 맨해튼 음대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고 NYU에서 실용 음악 작곡으로 석사를 마쳤단다. 뿌리 깊은 뉴요커지.”
선생님은 앞으로의 수업 방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셨다.
우선은 클래식 작곡 수업부터 먼저 시작할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바로 다음 주에 제출할 과제를 내주셨다.
“오늘 배운 내용을 토대로 다음 주까지 한 곡씩 완성해 오렴. 모두 의 악보를 스크린에 띄워놓고 함께 분석할 거야. 수업 전에 이메일로 과제 제출해야 한다.”
“네.”
조앤 선생님의 수업은 굉장히 알찼고 선생님의 긍정적인 열정이 마구 느껴졌다.
‘시비를 거는 녀석만 없었으면 완벽한 수업이 됐을 텐데.’
아쉬웠다.
잠시 책가방을 놓고 조앤 선생님께 녹음기의 사용을 허락받으러 다녀왔다.
자리로 돌아가는데 시비를 거는 녀석들의 무리가 나를 보면서 킬킬거렸다.
그 중 한 명이 무언기를 찾는 시늉을 하자 다른 녀석들이 박장대소했다.
나는 녀석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뮤지컬 수업 장소로 이동했다.
뭔가 찝찝하고 불쾌했다.
* * *
뮤지컬 수업시간이 되었다.
다시금 느꼈지만 내 영어 실력은 상당히 발전했다.
청각이 예민해서인지 리스닝이 빠른 속도로 좋아졌다.
듣고 배운 문장을 계속 말로 내뱉다 보니 영어가 음악처럼 자연스레 내 몸에 체화되었다.
그래서 벌써 나는 수업의 대부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여전히 수업 내용은 녹음하고 있었지만 다시 들으면서 공부하는 부분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었다.
레베카 쌤은 또 다른 뮤지컬의 영상을 보여주며 수업을 이어나갔다.
몇몇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며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셨다.
선생님이 질문한 학생 중엔 나에게 시비를 걸던 그 녀석도 있었다.
그 녀석의 이름은 재스퍼였다.
녀석의 이름이 저절로 각인되었다.
수업이 끝나기 십분 정도 전에 레베카 쌤이 내 이름을 불렀다.
“주원”
나는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호명에 부자연스럽게 벌떡 일어났다.
학생들이 모두 웃었다.
옆에 앉은 장웨이와 미사키 그리고 일렉스까지도 키득거렸다.
레베카 쌤은 나에게 지닌 수입 시간 중에 그리던 악보를 완성해왔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선생님을 향해 되물었다.
“지금 보여드려도 될까요?”
레베카 쌤은 내 태도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쌤은 팔짱을 낀 채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이지.”
나는 가방에서 작곡 노트를 찾았다.
하지만 작곡 노트는 보이질 않았다.
순간 머릿속에서 전 수업 시간에 나에게 시비를 걸었던 녀석들이 키득거리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녀석들 짓이구나.’
재스퍼 일행이 있는 곳을 쳐다보자 녀석들은 내가 당황하길 바라는 듯 나를 바라보면서 킬킬거렸다.
‘재미있는 짓거릴 했네. 근데 어쩌나.’
작곡 노트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머릿속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여분의 작곡 노트에 기억 속의 멜로디를 끄집어 내 악보를 완벽하게 완성했다.
녀석들은 당황할 줄 알았던 내가 당당하게 행동하자 제대로 놀란 기색이었다.
나는 머뭇거림 없이 당당하게 노트를 들고는 다시 일어났다.
“지금 연주로도 들려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좋아”
선생님은 웃으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나는 알렉스에게 눈짓을 했다.
미사키와 장웨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나는 서둘러 바이올린을 꺼내 알렉스와 함께 무대 위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뮤지컬 수업을 같이 듣는 12학년 친구들은 흥미롭게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재스퍼의 무리들 역시 씩씩거리면서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 자리 잡은 우리는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리곤 무대가 시작되었다.
바이올린 활이 빠르게 움직이며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나는 피치카토 주법으로 현을 튕기기 시작했다.
알렉스의 목소리가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나는 네 가닥의 현을 뜯고 연주하며 밀림의 동물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표현했다.
알렉스는 타고난 매력적인 목소리로 프린스 라이언이 되었다.
밀림의 왕자 라이언.
작고 소중한 아기 왕자가 점점 커져 성큼성큼 걷듯이.
바이올린과 테너의 목소리는 야생의 정글을 용감하게 노래했다.
나는 바이올린으로 흉내낼 수 있는 온갖 동물의 소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 오밀조밀 동물들의 축제가 펼쳐졌다.
빈 공간을 뚫고 알렉스의 오묘한 목소리가 겹쳐졌다.
변덕스러운 활은 이내 그 소리를 숨죽이고 잦아들었다.
축제는 끝이 났다.
잠시 동안 교실 안에 적막이 흘렀다.
장웨이가 시작한 박수는 물결처럼 번져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환호와 함께 큰 박수를 보냈다.
소리가 잦이들자 레베카 쌤은 나에게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이게 네가 지난 수업 시간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란 거지?”
“네, 맞아요. 영상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내가 브로드웨이 관계자라면 네 곡을 라이언 프린스 스핀오프 뮤지컬로 제작할 텐데.”
선생님의 엄청난 칭찬이 나오자 반 전체가 술렁였다.
– 레베카 쌤이 저렇게 극찬하는 거 처음 보는데?
– 하긴 곡이 진짜 너무 좋긴 했어. 그냥 뮤지컬 무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 화려한 무대 배경이 없는데도 이 정도인데 무대까지 제대로 꾸며 진다면 어떨까?
– 바이올린 소리는 진짜 소름 돋았어. 바이올린이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는 거지?
– 알렉스 목소리는 어떻고? 연습 땐 잘하다가 무대만 올라가면 망 치더니 오늘은 진짜 멋있었잖아?
교실의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레베카 쌤은 학생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곤 나에게 다시 질문을 건넸다.
“곡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영감이 떠올라 작곡을 한다는 것.
그 과정과 영감의 원천을 낱낱이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나에겐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
잠시 생각을 정리한 나는 최대한 간단히 설명을 시작했다.
“파가니니도 예전에 베니스의 사육제라는 곡을 작곡한 적이 있었어요”
“음, 나도 아는 곡이지. 굉장히 위트가 넘치는 곡이잖아.”
“지난번 선생님께서 ‘라이언 더 프린스’ 영상을 보여주셨을 때, 저는 파가니니의 ‘베니스의 사육제’가 떠올랐고 영감을 받아 이 곡을 만들게 됐어요.”
장웨이와 미사키는 눈을 위로 들며 잠시간 베니스의 사육제의 멜로디와 내 곡의 멜로디를 비교해 보는 듯했다.
그리곤 내 곡에 정말 감동을 받았는지 또다시 박수를 쳤다.
그러자 교실 안 모든 학생들도 다시금 크게 환호했다.
알렉스는 뭔가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 감격한 표정이었다.
누군가의 작품을 보고 다른 작품을 떠올리고.
또 그 작품에서 파생된 다른 영감이 파생한다.
끝없는 창작의 탄생.
분명한 건 함께 듣는 이가 있고.
함께 환호하는 이가 있어야 비로소 음악이 완성된다는 것.
그 단순한 진리를 오늘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끊이지 않는 친구들의 박수 소리를 뚫고 레베카 쌤이 말했다.
“감점은커녕 플러스 점수를 줘야겠어. 악보만 완성해 오랬더니 연주와 노래까지 완벽하게 하다니. 앞으로 기대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