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17)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17화(117/250)
나는 서둘러 다른 입시 곡 악보를 꺼냈다.
모두의 시선이 내 악보를 향하자 나는 그냥 스케일 연습을 시작했다.
조를 바꾸면서 천천히 스케일 연습을 시작하자 다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본인들의 연습을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던 수업이 끝났다.
같은 수업을 듣던 친구들이 모두 나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그리곤 내 연락처를 요구했다.
그리고 파가니니 콩쿠르에 어떤 곡으로 나갈지 묻는 친구도 있었다.
* * *
며칠 후, 나는 다시 작곡 실기 수업에 들어갔다.
나는 수업 전날, 과제를 조앤 쌤의 메일로 전송했다.
수업이 곧 시작되었다.
조앤 쌤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극찬을 시작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같이 행복한 얼굴이었다.
“이번 과제 중에 정말 좋은 곡이 있었어. 위대한 작곡가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대단한 곡을 과제로 냈더구나.”
내 이름이 호명되길 살짝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극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재수 없는 녀석, 재스퍼였다.
얼마나 녀석의 곡이 마음에 들었는지 선생님은 흥분한 상태로 재스퍼의 과제 곡을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녀석한테 그런 재주가 있다고?’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대형 스크린 속의 악보.
악보는 너무나 낯이 익었다.
‘저 멜로디, 저 진행. 어어?’
그건 바로 내가 작곡한 곡이었다.
‘혹시 내 작곡 노트를 훔쳐 가서 본인 과제로 낸 거야?’
나는 저 악보가 내 작곡 노트에 있던 곡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조앤 쌤은 재스퍼의 악보를 보며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기를 원했다.
쌤의 호명에 앞으로 나간 악보 도둑놈은 뻔뻔하게 내 곡을 제 곡인 것처럼 설명을 했다.
정말 재수 없게 뻔뻔한 놈이었다.
여러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재스퍼는 능숙하게 대답을 했다.
철저하게 준비해 온 모양이었다.
또 녀석은 친구들과 선생님의 관심이 좋은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뭔가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주원, 하고 싶은 말 있어?”
“네, 재스퍼에게 꼭 묻고 싶은 말이 있어요.”
물어보라는 조앤 쌤의 제스처에 난 재스퍼를 바라보았다.
“저 곡 언제 쓴 거야?”
그러자 녀석은 살짝 콧방귀를 뀌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당연히 지난 작곡 수업 시간 이후에 만든 거지.”
“네가 만든 거 맞아? 없어진 내 작곡 노트에 있던 곡이랑 똑같아”
교실이 술렁였다.
조앤 쌤도 깜짝 놀란 상황이었다.
“주원아, 정말 확실한 거야?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지난주 수업 시간 후에 제 작곡 노트가 사라졌어요. 그 노트에 있 던 곡이랑 동일해요.”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이렇게 공개적으로 저격한 이상.”
“제게 며칠의 시간을 주세요.”
그러자 재스퍼는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곧장 화를 쏟아냈다.
“뭘 증명하겠다는 거야? 제가 만든 곡이에요. 저 동양인 녀석이 거짓말하는 거라고요. 너 증거 있어?”
모처럼 좋은 곡을 만나 흥분했던 조앤 쌤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리곤 팔짱을 끼고 우리 둘을 번갈아 보셨다.
“둘 중 하나는 큰 책임을 지게 될 거야.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야, 어느 쪽이건 거짓이 드러나면 징계를 받게 될 거야.”
선생님의 마지막 말에 학생들이 술렁였다.
나는 차분히 녀석의 거짓말을 증명할 방법을 생각했다.
작곡 노트가 나타나면 필체라든지 한글을 필기한 흔적으로 내 악보임을 증명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그런 방법을 쓸 수 없었다.
‘반드시 생각해 낼 거야.’
작곡 수업이 끝나고 나는 재스퍼에게 다가갔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내가 그랬단 증거 있어? 너야말로 조심해. 내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인상을 양껏 구기고는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하는 녀석.
어차피 지금은 이 녀석의 비열한 행각을 증명할 수 없다.
주위에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들이 몰려오자 나는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왔다.
골똘히 방법을 생각하던 중, 구세주가 떠올랐다.
한국 시간을 확인한 나는 서둘러 전화를 했다.
신호가 두 번 울리기 전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상대방은 바로 석영진 대표님이었다.
– 주원 군, 잘 지내고 있어요? 안 그래도 궁금했었는데.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요.
– 뭐예요?
– 지난번 이클립스랑 녹음한 음원있죠. 그게 반응이 꽤 좋아요.
– 안 그래도 수혁이랑 우진이한테 연락 받았어요. 그 소식 듣고 정말 기뻤어요.
– 주원 군한테도 좋을 겁니다. 작사, 작곡을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전화한 용건이 뭐였죠?
– 대표님, 제가 그동안 작곡한 곡들이요. 계속 보내드렸잖아요. 출판도 진행 중이라고 하셨죠?
– 맞아요.
나는 대표님께 작곡 노트를 분실한 일과 어떤 녀석이 내 곡을 자기 것처럼 훔친 일에 대해 낱낱이 얘기했다.
대표님은 분노하셨고 회사 차원에서 절대로 이 일은 그냥 넘길 수 없다고 하셨다.
대표님은 신뢰할만한 미국 로펌에 바로 의뢰할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음악과 학업에 열중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대표님과 긴 통화가 끝난 후, 나는 정확히 이틀 뒤, 익스프레스 우편으로 소포를 하나 받았다.
소포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한 후, 내 입가엔 미소가 지어졌다.
다음 작곡 실기 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나는 일단 조앤 쌤을 찾아갔다.
그리고 내 설명을 천천히 들은 조앤 쌤은 콧등을 찡그리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주원아,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넌 어 떻게 하고 싶니?”
“일단 제 작곡 노트를 돌려받고 사과 받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속 한 매니지먼트에서 소송을 진행할 거라 했어요.”
“흠, 넌 벌써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어 있니? 아무튼 그렇게 강경하게 하는 게 맞는 것 같구나.”
증거자료와 함께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다했다.
‘재스퍼, 넌 곧 법적인 책임도 지게 될 거야.’
다음 날, ESL 클래스가 끝나고 미사키가 나에게 물었다.
“파가니니 콩쿠르 추천서는 어느 분께 받을 거야?”
“직접 찾아가서 말씀드려야겠네. 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누구? 아는 분 계셔?”
“허락해 주시면 얘기해 줄게.”
이번엔 옆에 있던 장웨이도 나한테 뭔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너는 왜 기숙사에 살아? 거기 4명이 한방 쓴다면서. 안 불편해? 방음도 안 돼 있을 거 아니야.”
얘네들은 기숙사에 살지 않나 보다.
“너네는 어디 살아?”
“나는 센트럴 파크 앞에 아파트.”
“나도 센트럴 파크 앞에 아파트 사는데.”
실은 석영진 대표님도 내가 혼자 지낼 곳을 얼마든지 구해주신다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내 돈이 아니라고 해서, 또 대표님이 엄청난 부자라고 해서 돈을 함부로 쓰고 싶진 않았다.
뉴욕에서 체류하는 비용을 모두 제공해주시는 대표님께 더 큰 신세를 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기숙사에 친구들도 있으니까 오히려 더 좋았다.
사랑하는 가족도 없이 홀로 타지에서 지내는 건 생각보다 외로웠으니까.
어쨌든 미사키와 장웨이는 나와는 다르게 부자였다.
들어보니 영어 개인 튜터도 엄청 비싼 선생님께 수업받고 있었고, 두 녀석 다 토요일마다 줄리어드 예비학교도 다니고 있었다.
같은 ESL 클래스라고 나와 같은 처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니 쌤은 매일 나에게만 칭찬을 해주시지.’
내 영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늘었고 벌써 상당수의 말을 알아듣고 있었다.
나도 내 실력 향상에 매일 놀라고 있었다.
문득 두 친구에게 궁금한 점이 생겼다.
“너네, 그럼 방에서 연습도 다 가능해? 방음 다 되어 있어?”
“물론이야. 방음 부스 설치했거든.”
“나 역시 마찬가지야. 내 집은 아니라서 방음 공사는 못 하고 부스만.”
“장웨이, 넌 돈도 그렇게 많은 녀석이 그 때 우동을 몇 그릇씩이나 먹어? 이번엔 네가 밥 사.”
“알았어. 이번 주말에 밥 사줄게. 미사키랑 나는 줄리어드 예비학교 수업 있으니까.”
그때 미사키가 한마디 거들었다.
“나도 사주는 거지? 그럼 줄리어드 앞에서 토요일 5시에 만나자. 그때면 수업 끝나.”
“알았어. 그전에 공부랑 연습이랑 다 하고 갈게.”
뉴욕에 온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제대로 된 뉴욕 구경 한 번 해본 적이 없었다.
‘덕분에 잠시나마 뉴욕 구경이라도 하겠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나는 알렉스와 함께 클럽 룸에 갔다.
몇몇 학생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 중이었다.
“필립. 무슨 일 있어?”
필립과 로즈가 우리를 쳐다봤다.
“얼마 후에 ‘클럽 데이’가 있거든. 공연 참가를 신청하면 학교 홀에서 최대 15분씩 무대에 설수 있어.”
클럽데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나는 좀 더 자세히 물어봐야 했다.
‘클럽 데이’란 뉴욕 예술 고등학교의 전통적인 행사 중의 하나라고 했다.
장래에 무대에 서길 원하는 많은 분야의 학생들이 모인 곳.
학생들이 스스로 무대를 만드는 행사인 것이었다.
전통적인 행사인 만큼 ‘클럽 데이’에는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이나 영화 관계자들까지도 눈독 들인다고 했다.
“좋은 기회네.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신입생이 안 들어와. 모두 다 ‘Fame’으로 갔나 봐”
난 고민을 하는 필립에게 제안했다.
“신입생 모으는 방법에 제한 같은 건 없지?”
“전혀 없지”
“근데 왜 종이 쪼가리만 붙여놓고 누가 오길 기다려? 빵빵한 선배도 없다면서.”
“헉. 근데 너 그새 영어 진짜 많이 늘었다. 순간 네이티브 인줄.”
나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클럽 멤버들에게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거 어때?”
열 명이 채 안 되는 클럽 멤버들끼리 머리를 맞댔다.
“그 방법이 효과 있을까?”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 * *
며칠 후, 작곡 실기 수업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조앤 쌤에게 보여줬던 증거자료를 가지고 수업에 들어갔다.
재스퍼는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꿈에도 모른 채 여전히 친구들과 킬킬대고 있었다.
나와 순간 눈이 마주친 재스퍼가 정색하고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녀석의 친구들은 재스퍼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내게 옮겼다.
그러고는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뻔뻔한 재스퍼의 얼굴을 보니 역겨웠다.
‘이전에 나 말고도 이런 피해자가 또 있었을까?’
어젯밤 전화로 석영진 대표님은 오늘 학교에 변호사가 올 거라 말씀하셨다.
나는 대표님의 빠르고 확실한 대처에 감사했다.
드디어 조앤 쌤이 교실로 들어왔다.
조앤 쌤은 굳은 표정으로 대형 스크린에 악보를 띄웠다.
바로 재스퍼가 지난 수업 시간에 자기가 작곡한 곡이라며 제출했던 악보였다.
원래 내가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예술 고등학교에서 작곡했던 ‘The way to school’ 이라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이중주곡.
조앤 쌤은 재스퍼의 이름을 호명했다.
“재스퍼, 이 곡 네가 작곡한 것 분명히 맞아?”
“당연하죠, 선생님까지 왜 그러세요?”
선생님의 표정은 엄숙하고 단호했다.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스스로 죄를 고백할 기회를..”
하지만 재스퍼는 자신은 결백하고 당당하다며 굳은 표정으로 선생님과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윽고 숨을 크게 들이킨 조앤 쌤은 내 이름을 불렀다.
“주원아. 재스퍼가 공개적으로 친구들 앞에서 사과하는 것이 먼저 라고 생각했단다. 법적인 처분은 이것과는 별개 문제지.”
교실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 아니, 진짜 재스퍼가 저 동양인 곡을 훔친 거야??
– 지난번에 그 소동이 사실이었던 거야?
– 조앤 쌤이 저렇게 화난 거 보니 사실인가 본데?
– 재스퍼 진짜 막 나가는구나. 이건 완전 범죄인데? 그냥 애들 괴롭히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잖아.
– 퇴학까지 당하려나?
– 그런데 증거라는 게 있을 수 있나? 누가 훔치는 걸 목격하지 않은 이상 말이야.
교실 안의 학생들이 동요했지만 재스퍼는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대형 스크린에 다른 악보를 띄웠다.
표지부터 목차, 출판 연월일까지.
그건 바로 한 달 전 출판된 악보였다.
그리고 작곡자의 이름이 적혀있는 악보의 우측 상단.
그곳엔 ‘문주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