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22)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22화(122/250)
며칠 동안 바이올린 입시 곡 연습과 학업 그리고 작곡에 몰두해있던 나는 기숙사 방에서 필립과 대화를 할 틈이 없었다.
“필립, 새 멤버가 많이 들어온 것 같은데 표정이 왜 그래?”
“새 멤버가 많이 들어오긴 했는데 정작 노래와 춤이 다 되는 애들이 거의 없네. 노래가 되면 춤이 안되고 춤이 되면 노래가 안 되고.”
그러자 옆에서 로즈가 한마디 거들었다.
“거기에 연기까지 되는 애들은 다 Fame으로 갔잖아.”
나도 필립과 로즈가 어떤 걸 염려하는지 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멤버 모집할 땐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
내 말을 들은 필립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야 일단 인원수라도 채우려고 그랬지. 솔직히 열정만으로 무대를 꾸밀 순 없으니까.”
“이미 완벽한 애들을 뽑아서 Fame을 그저 이기고 싶은 마음뿐인 건 아니지?”
필립은 정곡이라도 찔린 듯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정말 아니야. 나도 뮤지컬에 있어서는 진심이야. 하지만 브로드웨이 관계자까지 오는 클럽 데이니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건 사실이야. Fame에 비해서 너무 수준 낮다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고.”
“네 말도 맞아. 하지만 미리 걱정부터 하지는 말자. 누가 알아?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우리의 무대가 더 좋을지 말이야.”
필립은 피식 웃었다.
“네 말이 맞아. 며칠 전만 해도 신입 멤버가 없어서 클럽 데이 못 나간다고 걱정하다가 그게 해결되니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네.”
“그럼 지금 우리 멤버로 한번 잘 해보자고.”
필립은 다시 의기투합하여 기운을 냈다.
Dreamers의 친구들은 정말 음악을 사랑했다.
전공은 모두 달랐지만.
그들은 뮤지컬 무대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우리는 대본을 연구하고 여러 뮤지컬의 넘버들을 연습했다.
스스로 무대 장치까지 꾸미는 친구들이라 더 대단해 보였다.
이 모든 것들을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정말 멋지게 보였다.
지도 교사인 레베카 쌤이 있지만, 정말 선생님은 아무 결정을 하지 않고 관리자의 역할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자율적이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그렇듯이 열심히 하는 사람과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
조금 후, 클럽에 등록된 모든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얼굴들이 많았다.
함께 가입한 알렉스 그리고 내 룸메이트인 왈리드까지.
로즈와 필립은 자신들의 소개를 시작했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으로 꿈꾸는 Dreamers에 온 모두를 환영해. 난 드리머즈의 회장 필립이야.”
“난 부회장 로즈.”
자기 소개를 마친 로즈가 나를 바라보았다.
“주원아, 너도 자기 소개해야지.”
맞다. 나도 부회장이었지.
타이틀만 있었지 아직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도 부회장이야. 한국에서 온 주원이라고 해.”
이어서 필립은 능숙하게 클럽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완전한 하나의 공연을 올리는 건 여건상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못 해. 우리는 같이 뮤지컬 대본과 넘버를 연습하고 한 장면을 재현하기도 해.”
로즈가 필립의 설명을 이어받았다.
“같이 하게 될 뮤지컬은 멤버들이 함께 선정해. 가끔가다 센트럴 파크나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야외 공연도 하는데 무지 재밌어. 기대해도 좋아. 그 밖에 다른 이벤트들도 있고.”
그러더니 이제 둘은 얼마 남지 않은 ‘클럽 데이’ 행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뮤지컬, 댄스, 클래식, 연기, 무용, 실용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클럽이 실력을 뽐내는 날.
행사 날, 브로드웨이 관계자를 비롯 모든 예술 분야의 관계자들이 미래의 스타를 찾기 위해 온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실제로 클럽 데이에서 발탁되어 스타가 탄생 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필립은 한 클럽당 최대 15분까지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설명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리더인 필립의 설명이 끝나자.
공연 레파토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의견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시선을 끌려면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넘버를(뮤지컬 노래) 불러야 하지 않을까?”
“그럼 오페라의 유령 노래들로 채워보면 어떨까?”
“레미제라블은 어때?”
“아예 인기 노래만 메들리로 하면 어때?”
누구나 알법하고 유명한 뮤지컬의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다.
초대형 대작들.
뮤지컬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도 한 번씩은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노래들.
15분 만에 유명한 뮤지컬로 실력을 보여 준다?
물론 괜찮은 전략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이나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의 눈은 이미 하늘에 있는 상황.
그 전략이 결코 유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내가 한가지 의견을 냈다.
“창작 뮤지컬은 어떻게 생각해?”
예상치 못한 내 발언에 클럽룸이 소란스러워졌다.
멤버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앞다퉈 얘기했다.
“창작? 지금 어디서 그런 대본과 음악을 구해?”
“사람들이 너무 모르는 공연을 하면 집중도가 확 떨어질 거야.”
멤버들의 말은 모두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창작 뮤지컬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비교 대상이 없다는 점.
만약 뮤지컬 전체 공연을 올려야 한다면 이런 제안은 불가능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15분 동안 꾸며지는 무대이기에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 음악 들어보고 결정해 볼래? 가제 뮤지컬 ‘뉴욕의 휴일’이야. 내가 만들었고.”
“로마의 휴일이 아니라 ‘뉴욕의 휴일’이야?”
“맞아. 원래 내가 영화 ‘로마의 휴일’로 오페라를 쓰고 있었거든. 거기서 최초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각색을 좀 했지.”
“저작권 문제는 없어? 엄청 유명한 영화잖아.”
“저작권은 이미 만료된 오래된 영화야.”
“하긴 옛날 영화나 책 모티브로 새로운 콘텐츠 나오는 거 많이 봤어.”
“근데 주원이 너, 진짜 너 오페라 곡을 쓰고 있어?”
클럽룸은 겉잡을 수없이 시끄러워져만 갔다.
로즈가 큰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뮤지컬 곡도 만들었다는 거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대략 이야기의 흐름만 생각하고 뮤지컬 넘버를 작곡했을 뿐, 뮤지컬 전체를 만든 것이 아니다.
대본을 쓰는 것에 대한 아무 기초도 없는 사람이 뮤지컬 전체의 대본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음악은 나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었다.
일단 간단하게나마 클럽 멤버들에게 곡의 취지를 설명했다.
“일단 뉴욕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상상했어.”
“로마의 휴일은 주인공 둘이 안 이어졌잖아. 이 작품도 새드 엔딩?”
“엔딩은 이따가 말해줄게.”
뉴욕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자 멤버들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런 김에 나는 내가 생각한 스토리를 간단하게 설명하기로 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는 했지만 상상하던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으니까.
일단 ‘뉴욕’이라는 배경으로 옮겼을 때부터 이야기의 느낌이 매우 달라졌다.
“곡에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내가 구상한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해줄게. 몇 분이면 될 거야.”
“좋아, 설명을 들어야 이해도 잘 될 듯.”
어느새 나에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나는 멤버들을 앞두고 내가 작곡한 뮤지컬 넘버의 바탕이 되는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 * *
1990년대 미국 뉴욕.
남자 주인공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배우이자 감독 에이든.
여자 주인공은 음악을 사랑하는 어느 유럽의 공주 알렉시아.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알렉시아는 현실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기가 어렵다.
그래서 브로드웨이 공연 실황 DVD를 보며 혼자만의 꿈을 꿔왔다.
그러던 중, 왕실의 미국 순방 계획이 잡히고.
알렉시아는 미국 방문 중에 브로드웨이 공연 오디션을 보기로 계획을 세운다.
조력자들 덕분에 무사히 호텔에서 탈출한 공주.
하지만 그녀도 모르게 호텔 주변에는 그녀를 감시하는 파파라치들이 있었고.
어리숙한 그녀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그녀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뉴욕 시내를 걷다가 센트럴 파크에 도착한다.
그리곤 다른 사람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가볍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바로 오디션을 위한 준비.
한 편,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감독인 에이든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센트럴 파크를 산책 중이었다.
에이든은 요즘 슬럼프가 와 자신의 최대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멜로디.
눈을 돌아 살펴보니 한 여자가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게다가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자신이 감독하고 있는 뮤지컬 넘버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매혹적인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 너머로 그녀를 몰래 찍는 카메라들이 보였다.
그녀에게 허락받고 찍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에이든은 그녀가 걱정됐다.
한때 그 역시 그런 파파라치들 때문에 사생활 침해를 겪은 적이 있었으니까.
에이든은 여자 주인공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왜인지 모르지만 저기서 당신의 사진을 찍는 파파라치들이 있어요.”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에이든의 조언대로 티를 내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저 사람들을 따돌릴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이죠. 악센트를 보니 미국 분은 아닌가 본데 어느 나라 분인가요?”
“꼭 말해야 할까요? 저도 당신에 대해 묻지 않을게요.”
“좋아요. 그럼 혹시 뉴욕에서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자연스럽게 제가 따돌리죠.”
그렇게 시작된 우연한 만남.
알렉시아는 그에게 뮤지컬의 배경이 된 뉴욕의 곳곳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
둘은 뉴욕을 메트로, 버스, 택시로 이동하며 혼잡한 인파 속으로 사라져 파파라치를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두 남녀.
하지만 그들 사이엔 음악이 있었다.
낭만이 가득한 뉴욕의 거리에서 조금씩 호감을 갖게 되는 그들.
음악을 사랑하지만 꿈꿀 수 없는 여자.
음악을 사랑하지만 고뇌하는 남자.
작품의 씬마다 등장하는 뉴욕의 명소.
그곳에서 알렉시아는 오디션에서 부를 뮤지컬 넘버를 불렀다.
자유의 여신상, 센트럴 파크,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 타임스퀘어와 브로드웨이 극장가.
예술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뉴욕 곳곳에서 쌓은 음악적 교감.
둘은 호감을 가진 채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하지만 결국 둘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디션장에서 만나게 된다.
에이든은 그녀를 심사하는 심사위원으로.
알렉시아는 오디션 참가자로.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 *
‘로마의 휴일’영화를 토대로 내가 각색한 ‘뉴욕의 휴일’ 스토리를 들려주자 클럽 멤버들이 아우성을 쳤다.
“둘이 이어주라고.”
“해피엔딩 아니면 나 공연 안 할 거야.”
“설마 새드 엔딩은 아니겠지?”
“궁금해. 왜 얘기를 하다가 말아.”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