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3)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3화(13/250)
음악 시간이 끝나고 반으로 이동하려는 참이었다.
이나리 쌤이 나를 불렀다.
“문주원. 잠깐 남아 봐.”
“선생님 왜요?”
“너 진짜 음악 전공할 생각 없어?”
“아직 그런 생각은 안 해봤죠.”
내가 고개를 젓자 이나리 쌤이 말했다.
“내가 교직 이수해서 학교 선생님이 됐지만 예중, 예고 출신이거든.”
“진짜요?”
“그래서 내가 그 세계에 대해서 잘 알아.”
이나리 쌤이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전공하려면 이제는 시작해야 해. 물론 네 실력은 이미 엄청나지만. 대학마다 실기 곡도 다르고 준비할 것도 꽤 많거든.”
“하하. 선생님. 아직은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지금 오디션 준비를 충분히 재밌게 하고 있거든요.”
“그래? 요즘 연주하는 음악 어떤 건데? 나 좀 들려줘 봐.”
“선생님이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애들이 하도 자니까 영화 한 장면 틀어주셨죠?”
“어, 그랬지. ‘말 못 할 비밀.’ 대만영화. 그게 또 피아노 배틀 장면이 예술이잖아.”
“찾아보니 2008년도 영화더라고요.”
“맞아, 오래된 영화지.”
이나리 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요. 아직까지도 피아노 배틀하면 그 영화를 뛰어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그런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그 영화처럼 피아노를 건드려본 모든 사람이 쳐보고 싶은 그런 무대를요.”
“맞아. 나도 맨날 친척들 만나면 그 영화에 나오는 피아노 쳐보라고. 제일 많이 들었어.”
“쌤도 그랬어요?”
“그보다 멋진 배틀 영상이 나온다면 나도 수업에 적극 활용할 텐데 말이야. 근데 쉽진 않은걸?”
“너무 쉬우면 재미가 있겠어요?”
“그것도 그렇네. 하하. 그래서 무슨 곡으로 어떻게 할 건데? 너튜브에라도 올리는 거야?”
“곧 알게 되실 거에요.”
“아! 궁금해. 나 궁금해서 잠 못 자.”
“쌤, 저 2교시 늦어요. 갑니다.”
“문주원! 무슨 곡 할건지 얘기라도 해주고 가.”
이나리 쌤의 다급한 외침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 * *
며칠 후, 박수호와 나는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랜드 피아노가 두 대 있는 연습실은 흔하지 않았다.
연습실 사용료가 이렇게 비싸다고?
벽에 붙어있는 금액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용돈 얼마 안 남았는데…….
연습실 사용료가 내가 가는 실용 음악 학원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비쌌다.
“박수호, 무슨 연습실이 이렇게 비싸냐?”
“그랜드 두 대 들어가니까 그렇지. 이렇게 큰 연습실은 많지 않거든. 오늘은 내가 낼게.”
“아니야, 반 반 내.”
박수호는 계속 거절했다.
“됐어. 예약하면서 이미 냈어.”
“그래? 다음번 연습 때는 내가 내지 뭐.”
“그러던가.”
“박수호,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배틀 컨셉이야. 작가님도 괜찮다고 하셨어.”
“다른 참가자들은 다 한 곡의 완성된 무대를 할 텐데 우리가 좀 불리하진 않을까?”
“우리도 배틀 컨셉일 뿐이지 엄밀히 말하면 한 곡을 치는 건 맞아. 작가님도 재밌을 거 같다고 하셨고. 규정에 어긋날 것도 없지.”
“그래. 그럼 됐네.”
나는 박수호에게 악보 하나를 건넸다.
“이게 내가 생각한 곡이야. 아직 완성된 상태는 아니고 너랑 쳐보면서 오늘 완성하려고.”
“어디 한번 보자.”
박수호는 내가 건네준 악보를 펼쳐보았다.
“모차르트 작은별 변주곡? 이건 너무 쉽잖아, 임팩트가 없지. 리스트의 파가니니 초절기교 연습곡 정도는 쳐줘야지 사람들이 놀라지.”
악보를 넘겨보던 박수호가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이거 바리에이션을 섞었구나! 어? 그런데 모차르트 원곡하고 많이 다른데? 아니 이걸 이렇게 친다고?”
악보를 보며 한참 동안 중얼거리던 박수호는 답답한지 피아노에 앉아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른손으로 멜로디만 쳐보던 박수호는 자세를 고쳐앉고 아예 본격적으로 악보를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와, 이 곡 좋다. 여길 이렇게? 모차르트 같으면서도 아닌 거 같고. 이 바리에이션은 진짜 너무 좋다.”
“우선은 너랑 나랑 변주곡 하나씩 번갈아 칠 거야. 난이도 높여가면서 배틀하는 것처럼.”
“오 좋아. 원곡보다 훨씬 난이도 높은데 느낌은 경쾌하게 살렸어. 여기 빈 부분은 어떻게 할 거야?”
“네 의견도 들어보려고 했지. 어떻게 변주하면 좋을지 아이디어가 있다면 반영하려고.”
그러자 박수호는 짐짓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문주원, 너 정말 별종이구나.”
“왜?”
“나는 피아노 치는 사람이야. 왜 나보고 작곡을 하라는 거야.”
“그럼 내가 편곡한 대로 그냥 칠 거야?”
“너 하는 거 봐서. 솔직히 못 믿겠어. 네가 이거 편곡했다는 거.”
박수호는 팔짱을 낀 채,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래? 그럼 지금 당장 봐. 빈 부분 채워볼 테니까.”
나는 그랜드 피아노에 가서 비워진 악보 부분을 펼쳤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좋을 듯한데…….”
머릿속에 가득 담긴 악상을 거침없이 풀어내기 시작했다.
연주가 끝난 후.
박수호의 입이 봇물 터진 듯 감상을 쏟아냈다.
“진심 미쳤다. 말이 안 돼. 이걸 나보고 지금 믿으라는 거야? 네가 뭐 모차르트야? 베토벤이야?”
나는 그들과 같은 시대를 향유했던 사람이란다.
그들과 함께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라고.
“그렇게 마음에 들었냐?”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는지 박수호가 피식 웃었다.
각자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은 우리들의 첫 연습이 시작되었다.
5분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첫 연습을 맞춰본 박수호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박수호는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네가 나랑 같이 피아노 친다고 했을 때 사실 속으로 웃었거든?”
“그랬냐?”
“근데 너 좀 친다.”
“좀?”
“아니 좀 잘! 이거 너 오늘 처음 치는 거는 맞아?”
“물론.”
“너 진짜 천재냐? 와! 어디서 이런 애가 나타났어. 말도 안 돼. 눈앞에서 작곡하는 것도 그렇고 지금 믿을 수 있는 게 한 개도 없어.”
“박수호, 너도 피아노 실력만큼은 인정.”
사실이다. 박수호가 이 정도로 잘 칠 거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
과거의 기억은 꽤 선명하지만.
지금 현재, 내 또래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 피아노를 치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박수호의 피아노는 나이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게 했다.
박수호의 연주 실력이 뛰어나다 보니 둘이 만들어 낼 무대가 더욱 기대되었다.
우리는 몇 시간에 걸쳐 완벽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각자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가 맞춰보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며칠 후, 이번에는 내가 연습실을 예약할 차례였다.
아빠한테 또 부탁하기가 망설여져서 에반스 실용음악 학원 최종호 원장님께 물었다.
“원장님, 저기 제일 큰 합주하는 방에요. 업라이트 한 대 있잖아요. 거기에 추가로 업라이트 한 대만 잠깐 옮겨서 연습하면 안 되나요?”
“왜? 피아노가 두 대나 필요해? 키보드로는 안되고?”
“그랜드 두 대는 아니라도 업라이트 두 대는 꼭 필요해요.”
“좀 귀찮긴 하지만 너랑 나랑 바퀴 달린 피아노 밀어서 옮기면 되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원장님께 내가 물었다.
“원장님 그럼 연습실 대여료는 얼마예요? 다른데 보니까 그랜드 두 대 들어간 방은 엄청 비싸던데.”
“그냥 원래 합주실 사용료만 내. 너야 하루 이틀 보는 사이도 아니고.”
“우와. 원장님 복 받으세요. 일 조금 하시고 돈 많이 버세요.”
“지금 너랑 무거운 피아노 옮겨야 하잖아. 돈도 조금 받고.”
“하핫. 제가 돈 많이 벌어서 꼭 보답할게요.”
“그 말 꼭 기억해라.”
원장님이 흔쾌히 웃으며 내 편의를 봐주셨다.
은근슬쩍 베풀어주는 호의가 참 고맙게 느껴졌다.
원장님과 피아노를 옮긴 후 나는 박수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따가 저녁 8시까지 이 주소로 와. 이번엔 내가 연습실 예약했으니까.
박수호에게 문자를 보낸 뒤, 혼자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새 연습실에 도착한 박수호는 피아노를 보자마자 한마디 했다.
“오늘 연습실 비용은 네가 낸다더니 업라이트냐? 소리 완전 다르잖아.”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이야.”
툴툴대던 녀석이 조용해졌다.
건반을 한 두 개 건드려보던 박수호가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제대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을 움직이는 손가락은 날렵했으며.
깊숙이 누르는 건반의 음색은 더할 나위 없이 풍부했다.
녀석은 업라이트 피아노로 그랜드 피아노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 * *
‘채널 M 스타발굴단’의 심사위원 서승재는 오늘도 소속사 사옥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문주원의 바이올린 소리.
지난번 심사 후, 너무 큰 충격에 여러 연주자 버전의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를 들었다.
모두 바이올린-비올라, 바이올린-첼로로 된 할보르센의 곡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문주원의 연주와 사뭇 달랐다.
곱씹어 볼수록 참 신기한 연주였다.
그때는 너무 감동 받아서 제대로 뜯어보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문주원은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바이올린 부분까지도 편곡을 한 것이었다.
‘어떻게 두 대의 악기로 풀오케스트라 같은 소리가 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던 서승재는 예승석 PD에게 졸라 문주원의 무대 영상을 받았었다.
– 형님. 이거 유출되면 법적인 책임까지 물어야 해요. 진짜 제가 이거 넘기면 안 되는데 드리는 거예요.
예 PD한테 법적인 책임을 물을 거라는 얘기까지 들으면서 받아온 문주원의 연주 영상.
영상을 수백 번 돌려본 후 깨달았다.
원래라면 비올라의 낮은 음역대만 바이올린으로 바꾸면 되는 편곡작업이었다.
하지만 문주원은 곡의 전반을 전부 고친 것이었다.
주제 선율은 같지만.
비올라보다 음역대가 높은 바이올린으로 묵직한 울림을 주려고 바이올린 파트의 악보까지 편곡을 했던 것이다.
1st 연주자는 현 4개를 쉴새 없이 움직이며 끊임없이 겹음을 연주하고 있었다.
혼자서 여러 명의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제2 바이올린 주자의 소리는 꽤 단순한 구성으로 되어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곡을 그렇게 편하게 연주했단 말이지.’
그러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며 기품이 있던 연주.
활 하나하나를 내리그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하다.’
서승재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예승석 PD가 보내준 문주원의 연주 영상을 또다시 리플레이했다.
‘이번 라이벌 매치 때는 어떤 무대를 보여주려나?’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라이벌 매치 당일이 되었다.
* * *
오늘은 더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음악을 들려주는 일이 이렇게 즐겁다니.
원래도 나는 무대 연주를 즐기는 타입이었다.
수많은 연습으로 기량을 닦았지만, 내가 진짜 실력을 기른 곳은 무대였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방청객은 아직 없다.
생방송 무대가 시작되면 그때는 방청객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심사위원과 참가자들, 그리고 참여하는 스태프의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공개연주회 때와 같은 느낌이다.
거만하기만 할 줄 알았던 박수호도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게다가 피아노 실력도 굉장히 훌륭하다.
박수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아이들이 우리나라에 많다는 건가?
생각을 하던 찰나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박수호가 다가왔다.
“오늘 자신 있냐?”
“물론.”
대기실에서 우리의 순서를 기다리는데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윤하준이었다.
본인 무대를 끝내고 내가 있는 대기실에 온 것이었다.
“안 떨고 잘 끝냈냐?”
윤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문주원, 오늘 잘해라. 알지? 나랑 예전에 약속했던 거.”
윤하준이 박수호를 흘끗 쳐다봤다.
“어, 기억하지.”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뭔데? 뭔데? 윤하준, 너 나한테는 잘하라고 인사도 안 하냐?”
“너도 잘하든가 말든가.”
박수호에게 무심히 대답하며 윤하준이 나가고 드디어 우리 순서가 되었다.
진행자의 호명에 나와 박수호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