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31)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31화(131/250)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영화감독 벤자민 휴즈였다.
“나는 뮤지컬 영화 ‘City of lights’를 찍은 영화감독 벤자민 휴즈예요.”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왈리드가 그렇게 좋아하고 나도 감동 받았던 뮤지컬 영화의 감독이 눈앞에 있다니.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반갑게 인사했다.
“문주원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나는 벤자민과 테일러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자 벤자민이 다급하게 말했다.
“내가 먼저 얘기하죠. 학생이 뮤지컬 넘버들을 작곡했다고 했죠?”
“네, 맞아요.”
“내가 만드는 영화에 학생의 곡을 쓰고 싶어요. 진지합니다. 미팅이 필요해요.”
“네에?”
그러자 옆에 있던 테일러 하퍼가 질 수 없다는 듯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벨로스코 극장 옆 햄버거 가게에서 내가 격려하고 칭찬했죠.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 왔잖아요. 나야말로 학생의 넘버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요.”
별안간 벤자민과 테일러의 눈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나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고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뮤지컬이나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많을 텐데.
‘단 몇 곡만을 듣고 그런 얘기를 꺼낸다고?’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눈앞에서 나를 두고 다투는 두 사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솔직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요. 뮤지컬이나 영화를 만드는 게 노래 몇 곡으로 될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자 테일러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지만 학생, 마음에 남는 음악 그 하나만 가지고 얼마든지 작품을 시작할 수 있는 거야. 생각 해봐. 그리고 아는 뮤지컬을 떠올려봐. 진짜 좋아하고 아끼는 곡은 작품당 대부분 한두 개일걸?”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하나의 작품을 볼 때 결국 가장 마음에 남았던 넘버는 한두 개였던 것 같다.
물론 전 곡이 다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든 곡이 대중의 가슴에 각인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가수들이 음반을 낼 때 타이틀 곡에 힘주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들의 러브콜은 너무 급작스러웠고 그간 함께 고생한 클럽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음악은 내가 만들었지만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것인데.
나만 홀로 그들의 관심을 받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오늘 음악이 좋게 들렸다면 그건 대본과 안무 그리고 무대 배경을 함께 꾸며준 친구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거예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러 관계자들이 우리 클럽을 찾아왔다.
‘클럽 데이’에 뉴욕 예술 고등학교를 찾은 예술계 관계자의 숫자는 상당했고.
많은 사람들이 클럽 드리머즈의 멤버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이 모든 찬사를 나 혼자 받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지금 상황이 무척 반가웠다.
친구들의 열정과 실력을 누군가 알아봐 줬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들은 내가 만든 넘버에도 관심을 가졌고, 총감독을 한 필립이나 여주인공을 맞은 로즈, 그리고 앙상블을 했던 알렉스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리고 테일러와 벤자민도 클럽 멤버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필립의 경우, 롤모델인 테일러에게 본인이 집필한 대본을 보여주며 어떻게 오늘 무대를 전체적으로 감독하고 제작했는지 설명했다.
테일러는 필립의 그런 열정을 높이 샀고 그를 눈여겨봤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벤자민이 나에게 제안했다.
“학생, 이제는 우리에게도 시간을 좀 내주게.”
“그러고 싶은데요. 사실 저는 중요한 콩쿠르를 앞두고 있어서 제 매니지먼트 대표님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드리죠.”
“콩쿠르?”
“매니지먼트 대표님?”
나는 의아해하는 테일러와 벤자민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제가 얼마 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 나가거든요. 클럽 데이를 끝으로 당분간은 콩쿠르 준비에만 전념할 생각이었어요. 그러니 업무적인 건 제 회사와 상의 부탁드려요.”
나의 대답을 들은 테일러와 벤자민은 어안이벙벙한 표정이었다.
“파가니니 콩쿠르라면…. 학생 바이올린 전공이에요? 아아. 그래서 그랬군요. 아까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끼쳤었는데.”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시던 석영진 대표님이 나를 대신해 나섰다.
“저랑 얘기하시죠. 주원 군 회사 대표 석영진이라고 합니다.”
놀란 눈을 하는 테일러와 벤자민을 뒤로 하고 나는 드리머즈 클럽 멤버들과 함께 클럽룸에 모였다.
우리가 함께 만든 무대가 자랑스러웠고 소중했다.
뉴욕에 와서 지금까지 중에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왈리드는 감격했는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왈리드는 클럽 룸에서 춤을 추면서 노래 부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클럽 룸은 다시 한 번 무대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춤을 추며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우리의 그런 모습을 모두 담고 있는 KM 클래식의 카메라.
멋진 조명도, 멋진 무대 장치도 없는 무대였다.
화려한 의상도 아닌 모두 자신의 옷 중에서 가장 컬러풀한 옷을 입고 꾸민 무대.
하지만 친구들의 다양한 옷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개성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모두의 힘을 합쳐 만든 무대라 좋았고.
모두의 열정이 더해져 만든 음악이라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었다.
우리는 학교 클럽룸으로 피자를 주문해 우리만의 파티를 열었다.
미국에서 먹는 피자는 한국보다 짭조름하고 크기가 엄청 컸다.
우리는 피자를 먹으며 공연의 회포를 풀었다.
이제 한동안은 클럽 멤버들과 함께 하지 못할 무대.
나는 친구들에게 아쉬운 말을 전해야 했다.
“나 곧 콩쿠르에 나가. 콩쿠르 끝날 때까진 당분간 클럽 활동은 못 할 거야. 이해해줄 수 있지?”
그러자 필립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12학년은 일단 입시가 최우선이야. 주원이 너 말고도 다들 그런 일정 있어. 콩쿠르는 아니더라도. 걱정 마. 클럽 활동은 100 퍼센트 학생 자율이니까.”
이제는 무대 공포증 따위는 없어져 버린 듯한 알렉스도 덧붙였다.
“나도 곧 콩쿠르 하나 나가. 이번 공연 덕에 자신감 제대로 붙었어. 잘하고 돌아올게.”
클럽 멤버들은 서로의 도전에 박수를 쳐 주었고 응원해주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Dreamers의 모든 멤버들.
커다란 피자는 식어가고 콜라는 김이 빠져가고 있었지만.
우리의 열정은 밤이 늦도록 식지 않았다.
그렇게 또 뉴욕의 하루가 저물어갔다.
나의 추억도, 음악도 하나씩 늘어가고 있었다.
* * *
KM 클래식의 직원인 이로운 실장과 한우주 사원은 밤늦게까지 ‘클럽 데이’ 영상을 편집했다.
그리곤 KM 클래식 채널에 서둘러 업로드했다.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전, 채널에 이미 이 사실을 예고했기에 영상을 기다리는 구독자들의 숫자는 상당했다.
팬카페 회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클럽 데이’영상이 업로드되자마자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원 군의 뉴욕 생활을 궁금해하는 수많은 팬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재빨리 영상을 재생한 구독자들은 예상치 못한 장면에 놀라면서도 흥분한 상황이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유학 가서 이제 뮤지컬도 하는 거야?
-도대체 내 최애의 한계는 어디인 거야 ㅠㅠ.
-저 뮤지컬 넘버 처음 들어보는 데 너무 좋다!!!
-중간에 나오는 바이올린 소리, 역시 우리 주원이는 바이올린 할 때가 제일 멋있어.
-학생들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직접 보고 싶다!!
KM 클래식에 올린 뉴욕 예술 고등학교 ‘클럽 데이’ 영상의 조회수는 점점 상승했다.
닉네임 파가니니가 주원임을 알게 된 팬카페 회원들도 들썩였다.
-주원아, 돌아와 줘. 우리 카페 부매니저 다시 해줘. 네가 바쁘면 내가 일 대신 할게.
-좀 전에 KM 클래식에 올라온 주원이 영상 봤나요? 이젠 뮤지컬까지 하더라고요. 안 보신 분들 얼른 보고 오세요.
-이젠 뮤지컬까지? 얼른 보고 와야지.
이로운 실장은 실시간으로 구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팬카페에 글을 하나 남겼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원 군의 소속사인 KM 클래식의 이로운 실장이라고 합니다. 저 또한 이곳의 회원이죠.
저희 회사에서 어플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클로즈 베타(정식 출시 전 제한된 이용자에게 오픈해서 수정하는 단계)테스트에 참여해주실 팬클럽 회원 열 분을 모집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신청 부탁 드립니다.
이로운 실장이 글을 올리자마자 팬카페 회원들의 신청이 줄을 이었다.
그렇게 뉴욕에서 주원 군의 깜짝 근황을 찍어 올린 이로운 실장.
뉴욕에서조차 엄청난 존재감으로 주변인들을 끌어당기는 주원 군을 보며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역시, 일하는 보람이 있다니까.’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지고도 누구보다 노력하는 사람.
그가 뿌린 음악의 열정이 곳곳에서 뿌리내리도록 도움을 주는 자신의 역할도 꽤 멋있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그렇게 이로운 실장에게도 뉴욕에서의 바쁜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 * *
‘클럽 데이’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뿌듯한 하루를 경험한 나는 오늘부터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동안도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해왔지만.
이제는 모든 시간을 콩쿠르에 전념할 생각이었다.
전생의 나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콩쿠르.
콩쿠르에 전념하는 것은 단순히 우승을 거머쥐기 위함이 아니다.
과거의 나를 제대로 마주하고 뛰어넘기 위한 관문.
그 관문을 잘 통과해야 현재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전생의 나의 동반자였던 바이올린, 캐논.
내가 제노바 시청에 기증한 캐논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
바로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갖기 위함이다.
과거를 인지하고 파가니니 콩쿠르의 특전을 알게 된 후.
캐논을 연주하는 내 모습을 수없이 상상했다.
‘과연 내가 없는 몇백 년 동안, 넌 진정한 동반자를 만난 적이 있었니?’
캐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요일인 오늘. 나는 미리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 연습실 사용을 신청해 놓았다.
어제 모두 무리해서인지 룸메이트들은 다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나는 조용히 악기와 가방을 챙겨 기숙사 방을 나왔다.
그리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학교로 향했다.
이제는 제법 정든 뉴욕의 아침.
언제나 내 마음에 깊은 평안을 건네주는 바흐의 음악을 재생시켰다.
G선상의 아리아.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2악장의 아리아’를 독일의 빌헬미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편곡하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이 곡은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현인 G현 만으로 연주하도록 만든 곡이다.
나는 언제나 경건한 마음과 위로를 건네주는 바흐의 음악과 함께 뉴욕의 아침을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학교에 가까워질 때마다 마음이 바흐의 음악처럼 차분해졌다.
조금 후 도착한 학교 연습실.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연습실에 바이올린 소리가 퍼졌다.
나는 오직 나만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한 끝도 없는 연습에 돌입했다.
마음에 드는 한 음, 한 음을 만들기 위해.
마음에 드는 한 곡의 완성을 위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누구도 과거의 내가 연주했던 음악을 들은 적이 없지만.
난 이제 곧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 나의 새로운 이름을 새길 것이다.
나는 나의 한계를, 나의 과거를 뛰어넘을 것이다.
‘제대로 보여주겠어. 진짜 캐논의 주인이 누구인지.’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