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33)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33화(133/250)
조슈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쉽게 대답했다.
“그건 아주 간단해요. 1년의 공연 스케줄을 짜는 레파토리 회의라면 각 악기 수석과 악장, 마에스트로, 악보 총괄 부서 직원들 그리고 사무국 직원들까지도 회의에 참석합니다만. 지금 같은 경우는 아니죠. 단순 악보 구매 결정이니까요.”
“그럼 이 결정은 누가 내린 거죠?”
“저희 오케스트라의 악보를 총괄하는 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그 부서엔 뉴욕필의 상주 작곡가도 있고 위촉 작곡가 분들도 있죠.”
조슈아는 테이블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뉴욕필엔 현대 작곡가를 발굴하는 기금도 따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현대 음악가를 발굴하는 것 역시 저희 오케스트라의 사명이라 생각하고 있죠. 현대 클래식 작곡가들의 삶은 녹록지 않고 저희는 뛰어난 작곡가를 발견하면 악보를 모두 구매합니다. 그들이 창작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바라기 때문이죠.”
조슈아의 설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대 작곡가에게 투자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뉴욕필에 대한 투자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슈아 로빈슨의 기나긴 설명을 들은 석영진은 일단 다행이란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은 질문을 한 번 더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악보 구입과정에 마에스트로나 악장의 영향력은 없는 거네요.”
“물론입니다. 그들은 악보 구입 단계에선 작곡가가 누군지도 몰라요. 만약 내년도 레퍼토리 회의에 주원 군의 곡이 포함된다면, 그때 알게 되겠죠. 뉴욕 필의 업무는 굉장히 세분화 되어 있답니다.”
석영진은 뉴욕필의 사무국장 조슈아와 미팅을 하고 나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의사결정에 악장의 영향력은 없었기에 뉴욕필의 악보 구매는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었다.
석영진은 콩쿠르를 앞둔 주원의 심리 상태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덤덤하게 사실을 전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둘 다 클래식 음악계에 있는 한, 마주치지 않을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주원이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한다면 뉴욕필이건 베를린필이건 빈필이건 어디와 협연을 한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아닐 테니까.
석영진은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 이로운 실장, 한우주 사원과 함께 주원이 연습하는 학교 연습실을 찾았다.
그리곤 식사도 하지 않고 연습에 매진하는 주원을 끌고 나와 시원한 공기를 쐬게 하고, 간단하게나마 저녁을 먹게 했다.
“도대체 몇 시간이나 연습한 겁니까?”
“아침에 와서 연습하다 보니 지금 저녁 시간이 됐네요.”
“지금까지 이렇게 쭉 살았던 건 아니죠?”
“그건 아니에요. 오늘 유독 브람스가 저랑 대화하자며 붙잡더라고요.”
“세미 파이널 곡에 브람스의 곡도 있더군요. 기대가 큽니다.”
석영진은 브람스의 선율이 붙잡아서 시간이 얼마나 흐른 줄도 몰랐다는 주원의 대답이 황당했다.
자신도 모르게 음악에 몰입해 시간까지 잊어버리는 예술가의 삶.
꽤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지만 봐도 적응이 안 되는 게 사실이었다.
내일이면 보스턴으로 출장을 가는 KM 클래식 직원들은 주원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직원들을 먼저 호텔로 보낸 뒤, 석영진은 주원에게 아까 뉴욕필의 사무국장을 만난 이야기를 전했다.
주원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다행이네요.”
“그럼 우리는 이제 제노바에서 만나는 겁니다.”
* * *
미국의 여러 도시의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를 돌면서 주원의 곡을 알렸던 KM 클래식 직원들.
그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한국에 돌아왔다.
석영진 대표는 얼마 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가 열리는 제노바로 떠날 예정이었고.
다른 직원들은 한국에서 주원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었다.
KM 클래식은 주원의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출전 소식을 가장 먼저 팬카페에 알렸다.
그 후엔 KM클래식 채널 구독자에게도 소식을 알렸다.
프리 셀렉션(예비심사) 단계를 통과했고 전 세계 32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콩쿠르에서 실력을 겨룬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팬카페와 너튜브에서는 한국에서 함께 주원의 콩쿠르를 응원할 서포터즈를 모집했다.
KM 클래식 사옥에서 함께 주원을 응원하며 콩쿠르를 직관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또 콘텐츠로 찍을 예정이기도 했다.
그들은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가 열리는 기간 동안 KM 클래식의 한 홀을 마치 제노바의 무대처럼 꾸미고, 주원 군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함께 관람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구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팬카페 회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뿐 아니었다.
주원 군의 놀라운 실력을 눈앞에서 보았던 많은 문화부 기자들.
그들 중 일부는 벌써 제노바행 항공권을 구매하기도 했다.
석영진은 KM 클래식 직원들에게 행사를 잘 치러줄 것을 부탁하며 제노바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 * *
나는 드디어 오늘 2주간의 일정으로 이탈리아 제노바로 떠난다.
JFK 공항에서 제노바까지는 직항으로 8시간 반.
악기와 간단한 짐을 챙겨 도착한 공항.
문득 뉴욕 JFK 공항에 처음 발을 디뎠던 그 날이 떠올랐다.
‘그때랑 지금이랑 나 정말 많이 변했네.’
나를 두렵게 했던 영어.
나를 어지럽게 했던 간판.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낯선 사람들.
어느새 나는 모든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제노바는 어떨까?
파가니니였던 내 지난 삶의 기억과 일치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행복한 기억이 많지 않았던 고향.
그곳에 남은 나의 분신과도 같은 악기, 캐논.
많은 기억을 마음에 품은 채 제노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연주할 곡들의 악보를 하나씩 살피며 마음 속으로 악상을 그렸다.
악보 속에서 느껴지는 작곡가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잘 전달할 수 있길.
그들이 표현하려고 했던 음악의 본질을 느껴보려 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비행기에선 기장이 제노바의 날씨와 현지 시간을 설명하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약 2주 동안 머물면서 콩쿠르의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총 3개의 라운드.
Elimination Round-예선
Semi-Final Round-세미 파이널
Final Round-파이널
각 단계를 통과한다면, 이렇게 세 개의 라운드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오고 비행기는 구름을 뚫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멀리서 콜롬보 공항의 모습이 보였다.
제노바 크리스토포로 콜롬보 공항.
제노바 출신이자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첫 길을 만들었던 사람.
바로 그 유명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이름을 딴 공항이다.
착륙이 가까워지자 이탈리아의 언덕과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끝도 없는 평원과 지평선만 보이던 미국과는 너무나 다른.
언덕을 타고 하얀 지붕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
‘드디어 제노바에 왔구나.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곳’
입국 수속을 마치고 택시를 탔다.
익숙한 악센트로 택시 기사가 말을 건다.
“어디로 갈까요?”
“트루시 궁전 근처에 있는 브리톨 팰리스 호텔로 가 주세요.”
아시아인이 이탈리아어로 말하니 택시 기사가 약간 놀란 기색이었다.
문득 루카와 카트리나가 말했던 이탈리아 택시의 바가지 요금 얘기도 떠올랐다.
‘다들 잘 지내고 있으려나.’
택시 창을 내리고 제노바의 공기를 듬뿍 느꼈다.
푸른 숲과 파란 바다의 향이 어우러진 이 멋진 바람의 느낌.
고속도로를 달리는 택시 앞으로 야트막한 언덕과 부두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노바 항구.
뉴욕과 달리 낮은 밝은 아이보리색 집들, 오른쪽으로는 짙은 청록색 바다와 크고 작은 하얀색 배들, 맑은 하늘과 바다를 향해 이어져 있는 구름들.
따뜻한 지중해의 도시의 바다 내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택시에서 내려서 한 때는 마차가 다녔던 돌로 포장된 길을 발로 딛고 걸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호텔에 짐을 풀고 천천히 하기로 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해주는 공식 숙소인 ‘브리톨 팰리스 호텔’
호텔의 외관은 여느 유럽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고풍스러운 건물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호텔 내부는 팰리스라는 이름이 걸맞게 화려한 분위기였다.
고풍스러운 호텔 안에 들어가니, 이미 콩쿠르의 많은 참가자들과 관계자들로 로비가 북적였다.
호텔 로비엔 참가자들을 위한 방 배정과 연습실 사용에 대한 안내, 식사 시간 그리고 대회 운영에 관한 내용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었다.
대회 운영 위원들은 명찰을 달고 참가자들의 체크인을 도왔다.
나는 미성년자이기에 혼자 숙박을 하려면 부모님의 동의서가 필요했다.
대표님을 통해 미리 준비한 동의서와 여권을 건네자 운영 위원이 나에게 물었다.
“반주자는 동행하셨나요?”
“아니요.”
“그렇군요. 많은 참가자들이 피아노 반주자를 동행했길래 물어봤습니다.”
콩쿠르 신청 안내 서식에서 반주자에 관한 규정을 봤다.
주최 측에서 섭외한 피아노 반주자와 합을 맞출 수도 있고, 참가자가 개인 비용을 부담해 반주자를 데리고 와도 좋다는 내용이었다.
석영진 대표님도 나에게 반주자 섭외에 대해 물어보신 적이 있었다.
대표님은 실력이 훌륭한 반주자와 함께 연습하고 콩쿠르에 함께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미리 연습해서 합을 맞춘 반주자와 대회에 나가는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에요. 주원 군도 그게 낫지 않겠어요?
-저는 그냥 주최 측에서 섭외한 반주자 분과 할래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리허설 할 시간은 있겠죠.
-그건 당연하죠. 대신 미리 뉴욕에서 맞춰보지도 못 할거고, 현지에서도 원하는 만큼 연습은 못 할 겁니다.
하지만 난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석영진 대표님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나는 운영 위원에게 주최 측 반주자와 미리 연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친절하게 방법을 알려주었다.
모든 궁금한 사항에 관해 안내를 받고 배정된 방으로 올라가려는 찰나.
갑자기 어디선가 많은 취재진들이 로비에 잔뜩 몰렸다.
누군가의 사진을 찍으면서 인터뷰를 하려는 기자들.
금세 로비는 시끌벅적해졌다.
‘유명한 사람이라도 온 건가?’
얼굴을 봐도 알 수 없겠지만 무슨 상황인지 궁금했던 나는 소란스러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붉은색 곱슬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한 남자를 두고 즉석 인터뷰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인터뷰는 이탈리아어로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들의 흥분된 목소리로 보아 들리는 말로 보아 이탈리아의 가장 큰 유망주이자 압도적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인 것 같았다.
한 기자가 큰 목소리로 질문했다.
“아직 예선전도 시작 안 했지만 파울로가 이번 콩쿠르 우승은 물론이고 모든 상을 휩쓸 거란 이탈리아 평론가들의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파울로라는 사람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많은 평론가들이 제 연주를 보며 말했죠. 파가니니의 환생이라고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요즘엔 조금만 실력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나와도 모두 파가니니의 환생이라 말하죠.”
파울로가 눈빛을 빛내며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짜 파가니니의 환생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저 하나뿐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제가 모두에게 제대로 보여주겠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 상을 다 휩쓸어 버리겠습니다.”
현지 기자들은 그의 자신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콩쿠르를 앞두고 그렇게 당당한 참가자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콩쿠르가 주는 긴장 때문에 주눅 들어 있는 모습보다는 백배 보기 좋았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말은 정정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본인이 파가니니의 환생이라고?’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