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37)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37화(137/250)
기자들과의 인터뷰는 콩쿠르가 모두 끝난 뒤에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불시에 잠깐 이뤄지는 인터뷰까지 거절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 기자분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살짝 숨겼다.
“직접 와서 보시면 알 수 있어요.”
“현대음악은 좀 어렵지만 꼭 가서 보도록 할게요. 주원 군. 식사하러 가기 전에 포즈 한 번만 잡아줘요. 한국 팬들이 주원 군의 모습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즈요? 그냥 가만히 서 있을테니 찍어주세요.”
“손가락 하트 한 번 안 되나요?”
“그럼 전 이만.”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암튼 계속 응원합니다. 끝까지 잘 해주세요. 한국인의 위상을 높여주세요.”
나는 한국에서 나를 보러 온 기자분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식사를 하러 들어갔다.
하루의 휴식 후에 펼쳐지는 양일간의 세미파이널 라운드.
공교롭게도 나와 파울로는 같은 날 연주였다.
테이블에 앉아 한참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파울로가 내 앞에 앉았다.
“네가 예선에서 그렇게 연주를 잘 했다며?”
“스스로 만족스러운 연주를 했지. 넌 어땠어?”
파울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야 당연히 잘했지. 근데 너 나에 대해 잘 모르지? 내가 왜 유명한지.”
“유럽에서 열리는 청소년 콩쿠르 많이 휩쓸었다며. 참가자들이 말하는 거 들었어.”
“그게 다가 아니야.”
“그럼?”
“세미파이널에서 너랑 나랑 현대곡 빼고는 모두 같은 곡이잖아. 나랑 한 번 연습해보면 알 수 있어. 오늘 시간 낼 수 있어?”
아마도 파울로는 자신의 연주 실력을 내게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파울로에게 시간을 낼 수는 없다.
한 번 흘려버린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나는 파울로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나한테 이 콩쿠르는 정말 중요해.”
내가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밝히자 파울로가 얼굴을 한층 내게 가까이 들이밀며 속삭였다.
“그럼 내 실력을 직접 볼 기회도 없이 집으로 돌아갈지도?”
“내가 너보다 연주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해?”
“당연하지. 내가 무조건 1등이야.”
파울로는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콩쿠르에서 모든 타이틀과 상금을 차지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리곤 멈추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콩쿠르에서 우승자가 나왔을 때, 딱 그때만 우승자에게 열광해. 그 관심이 6개월이나 가면 다행이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남는 건 타이틀과 돈뿐이야.”
나는 식사를 하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타이틀과 돈뿐이라고?”
“사람들의 관심이나 명성? 웃기지말라 그래. 어차피 새 우승자가 나오면 우루루 다 몰려갈 관심 따위.”
“그럼 우리가 하는 음악은? 우린 수백 년이 지난 음악을 아직도 파고들고 있잖아. 그리고 아직도 이 음악들이 우리 삶에 큰 의미를 주고 있고.”
“의미? 클래식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음악일 뿐이야. 죽은 음악이라고. 나에게는 돈을 벌게 해주는 고마운 수단이긴 하지만.”
파울로의 말이 다소 거칠긴 했지만 어떤 뜻인지는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듣는 이의 잘못도 연주하는 이의 잘못도 아니다.
어쩌면 시대가 흐르고 많은 상황이 변했지만, 과거를 그대로 지키려는 음악가들의 잘못이 더 클지도.
유럽의 많은 도시들엔 여전히 수백 년 전 건물이 즐비하다.
이곳 제노바도 마찬가지.
그럼 과거의 유산을 지키려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무조건 새로운 것만이 좋은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클래식이 대중의 공감을 받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만약 대중의 공감을 받았다면 요즘 작곡되는 현대의 클래식 음악이 이렇게 외면받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솔직히 요즘 현대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줄리어드에 가면 제대로 공부해 볼 수 있을 거야.’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현대 음악.
너튜브에서 검색만 해 본 현대 음악.
아직까지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현대 음악을 만난 적이 없다.
왜 그들이 그런 방식으로 작곡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고 굳이 내가 그걸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진정한 음악가라면 자신이 자신 있는 시대 음악뿐 아니라 결국 모든 시대의 음악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 음악 앞에서는 모래알만큼의 지식도 없는 나.
그 점이 나를 절망스럽게 만든다기 보다는 오히려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아직 내가 경험조차 해 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
얼마나 설레는 말인지.
그 영역을 탐색할 때 끝은 아직 짐작할 수 없지만.
적어도 왜 대중들이 클래식을 기피하는 지는 깨달을 수 있겠지.
그리고 보완할 수 있는 방법까지 찾는다면?
클래식은 박물관에 전시된 고서의 문헌 속에서만 존재하는 유산이 아니라.
‘여전히 사람들의 삶 속에서 생명력을 지닌 채 흐를 수 있겠지.’
그런 일련의 과정에 내가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 주어진 두 번째 삶.
마음먹으면 아무 때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는 삶.
누군가는 미치도록 원했을 두 번째 삶.
나는 이 시간을 정말 의미 있고 소중하게 사용하고 싶다.
‘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
파울로가 계속 앞에서 시끄럽게 본인의 포부를 밝혔지만.
나는 나대로 나만의 목표를 다시 다잡을 뿐이었다.
내가 자신의 얘기를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파울로가 별안간 화를 냈다.
“너, 사람 앞에 두고 무시하는 거야?”
“아니야. 잠깐 다른 생각 좀 했어. 미안.”
“다시 한 번 물을게. 그래서 나랑 연습할 거야? 안 할 거야?”
“나 장난으로 여기 나온 거 아니야. 일생을 걸 만큼 진지하다고.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의 인생을 걸 만큼.”
“재밌는 표현이네. 두 번의 인생을 건다니. 아직 네 음악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넌 시시하지 않아. 그래서 마음에 들어.”
식사를 마친 내가 테이블에서 일어나자 파울로가 아까 하지 않은 말을 비밀인냥 말해 주었다.
“난 한 번 들은 연주자들의 연주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어. 아무리 대가의 연주라도 그대로 흉내낼 수 있지.”
자리를 뜨려던 나는 가만히 파울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연주자는 한 번도 없었어. 이번 대회 역시 모든 유명한 연주자의 방법이란 방법은 완벽히 카피했지.”
“그럼 더더욱 너랑 연습은 못 하겠다.”
“왜? 자신 없는 거야? 내가 네 연주를 그대로 재현할까 봐?”
“아니. 그런 마인드로는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을 거야. 콩쿠르 장에서 보자. 난 또 대단한 비법이라도 있는 줄 알았네.”
파울로는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소 거친 표현이 내 뒤로 들려왔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금도 자신감을 표출하며 열을 내는 녀석의 불같은 성격이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의 연주를 그대로 카피한다는 그의 연주 스타일은 존중해주기 어려웠다.
세계 최고 연주자들의 각기 다른 방법을 모두 마스터 해 짜깁기한 음악을 만든다?
‘도대체 파울로의 연주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내 연습시간을 낭비할 만큼은 아니다.
저 녀석은 내가 연주하는 것을 듣고 그대로 카피해서 보여준다고 하겠지.
그런 어리석은 일에 시간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유럽의 많은 콩쿠르를 휩쓸었다는 것을 보면 실력은 꽤 좋은 것일 텐데.’
하지만 난 더 이상 파울로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부터의 시간은 오롯이 내가 음악에 몰입하는 데 쓸 것이다.
식사를 마친 나는 세미 파이널에서 반주를 해줄 주최 측 피아니스트와 리허설 시간을 정했다.
다행히 피아니스트가 시간이 되어 오늘 두 번 정도 연습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다른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따로 동행한 피아니스트가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후,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로비에 놓여있는 의자에 할아버지가 앉아 계신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할아버지께 다가갔다.
“할아버지. 여기서 뭐 하세요?”
“주원아. 콩쿠르의 생동감을 다시 좀 느껴보려고 호텔에 와 있었단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들어가렴.”
“할아버지 호텔 카페에서 커피라도 드시지 그러셨어요.”
“거기엔 지금 석 대표가 한국 기자들이랑 있단다. 너랑 인터뷰하는 대신 석 대표가 질문에 답을 해주는 모양이야.”
“그래요? 할아버지는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물론이지.”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석영진 대표님과 한국 기자들이 있는 호텔 카페에 갔다.
그리곤 그들에게 불쑥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인터뷰 못 해서 죄송해요. 콩쿠르 중간에 제 결과를 미리 예상해 인터뷰할 수는 없었어요. 대신 제가 지금 피아니스트와 세미 파이널 연습을 할 건데 보러 오시겠어요?”
대표님과 세 명의 기자들이 반색했다.
“그럴 수야 있다면 너무 좋죠. 주원 군 연습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진을 찍으셔도 좋지만 소음은 자제해 주세요. 그리고 기사화하실 거면 반드시 석 대표님께 미리 보여주셔서 허락을 받으셔야 하고요. 이분은 저를 대리해 주시는 분이니까요.”
나는 한국 기자들에게 30분 후에 피아니스트와 연습을 하는 홀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물론 대표님과 할아버지도 오시기로 하셨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악기로 연주하는 모습을 원없이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그때, 카페에 있던 이탈리아 기자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호텔에서 오며 가며 안면이 있던 기자였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일 메사제로의 프랑코 기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점잖아 보이는 노신사 한 분이 서 있었다.
그도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일 메사제로의 음악 평론가 움베르토입니다.”
그의 이름이 낯익었다.
어디서 들었더라?
‘아! 떼아뜨로 로마 공연 기사 썼던 분이다.’
결국 프랑코 기자와 움베르토 평론가까지 나의 연습을 보러 오게 되었다.
* * *
이탈리아의 저명한 음악 평론가 움베르토.
그는 로마 최대의 일간지 일 메사제로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발행되는 많은 음악 잡지의 칼럼을 맡고 있다.
움베르토는 친하게 지내는 일 메사제로 신문의 프랑코 기자와 연락을 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다.
이탈리아인인 파울로 만치니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한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거기에 문주원이 출전했다는 소식이었다.
떼아뜨로 로마에서 열렸던 오페라 아리아 연주회의 프리뷰 공연.
그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문주원의 바이올린 연주.
‘신의 경지에 도달한 연주였는데.’
프리뷰 공연을 끝으로 로마를 떠나버린 문주원.
그런 그가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 출전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움베르토는 제노바로 향했다.
움베르토는 프리랜서이기에 옮겨가는 모든 곳이 그의 사무실이 된다.
밀린 칼럼쯤은 가서 쓰면 된다는 생각에 서둘러 기차를 타고 온 제노바.
브리톨 팰리스 호텔의 카페에서 친한 기자 프랑코와 커피를 마시며 콩쿠르에 관한 정보를 듣던 중이었다.
그런데 프랑코가 얘기를 하다말고 한 소년에게 뛰어갔다.
‘앗. 저 사람은?’
움베르토도 프랑코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점잖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잡은 황금 같은 기회.
‘무려 그의 세미 파이널 연습 과정을 볼 수 있다니.’
떨리는 마음으로 그가 피아니스트와 연습하는 홀에 찾아갔다.
이런 큰 콩쿠르를 앞두고 자신의 연습 과정을 기자들에게 보여준다는 문주원의 자신감이 멋있었다.
그는 기자가 있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기자들은 무소음으로 주원의 연주 장면을 찍으며 조용히 감상을 썼다.
움베르토는 바쁜 기자들과 다르게 그저 멍하니 그의 연주를 지켜볼 뿐이었다.
곧이어 주원의 믿을 수 없는 바이올린 소리가 피아노의 맑은 선율과 함께 들려왔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 Major, op 78.
일명 ‘비의 노래’.
달콤하고 촉촉한 빗소리가 어느덧 움베르토의 귀를 적시기 시작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