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41)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41화(141/250)
객석의 대부분을 채웠던 이탈리아 청중은 파울로의 그런 모습에 의아한 모습이었다.
‘평소처럼 자신감이 안 느껴져서 그렇겠지. 그래도 큰 실수는 안 해서 다행이야.’
그렇게 마음이 세차게 흔들리고도 연주한 여섯 곡.
콩쿠르 중간에 연주자의 평정심이 흐트러지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게 타인과의 싸움이든 자신과의 싸움이든.
그럼에도 무대에 올라 그 순간의 최선을 다한 파울로의 연주.
나는 그의 다음 연주가 새삼 기대되었다.
한 시간에 걸친 파울로의 연주가 모두 끝났다.
첫째 날 순서가 모두 끝난 카를로 펠리체 홀.
나는 수많은 청중들 사이에서 할아버지와 석영진 대표님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할아버지, 대표님.”
“주원아. 오늘 정말 대단했다. 연주하는 동안 불편한 점은 없었고?”
“괜찮았어요.”
“파이널은 원래 상태의 악기로 연주할 거니?”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턱받침은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주마. 현은 원래 쓰던 걸로 스스로 교체할 수 있지?”
“물론이에요.”
“처음부터 시대 악기를 준비해온 것이 아니라 정확한 느낌을 살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파가니니가 연주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단다. 감동적이더구나. 쉽지 않았을 텐데…….”
석영진 대표님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지 않았으면 저는 몰랐을 겁니다. 파가니니 시대의 연주를 재현하다니요.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대표님은 조심스레 작은 목소리로 말하셨다.
“파울로가 압도적 우승 후보라는 이탈리아 기자들 다 어딨답니까? 오늘 파울로의 연주는 굉장히 불안정하게 들리더군요.”
대표님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숙이고 할아버지와 대표님과 함께 카를로 펠리체 홀을 나가려는 나를 알아본 각국의 기자들이 나를 에워쌌다.
그리곤 질문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시대 연주를 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해 오신 겁니까? 파가니니 콩쿠르 역사상 처음 보는 장면이었는데요.”
“오늘 턱받침과 어깨 받침을 사용하지 않고 연주를 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오늘 사용한 현은 거트현이었나요? 파가니니처럼 연주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파울로 만치니를 본인의 라이벌로 인정하십니까?”
“현재 사용하는 악기는 어떤 악기입니까? 언제 누가 만든 악기인지 좀 알려주세요.”
기자들은 내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계속 질문을 쏟아냈다.
우리 셋은 그들에게 둘러싸여 꼼짝할 수 없었다.
유럽 기자들 틈으로 낯익은 한국 기자들이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그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뒤, 나는 좀 전에 들은 질문에 차례로 답을 했다.
“좀 전에 하신 질문 중 몇 가지만 답할게요. 보시다시피 일행이 있거든요.”
기자들은 내가 답을 해준다고 하자 이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었고, 와서 그렇게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가니니는 과거 턱받침이나 어깨 받침을 사용하지 않았었거든요.”
나는 곧바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턱받침과 어깨 받침의 발명 때문에 바이올린의 연주가 수월해진 점은 있지만요. 음색이나 연주 방법, 자세에서 파가니니 시절과는 많은 차이가 나거든요. 저는 음악가들이 이런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자신만의 색깔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러자 일 메사제로의 프랑코 기자가 다른 질문을 했다.
“세미파이널은 무조건 통과할 테니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본 주원 군의 자신감으로 생각해도 될까요?”
“그건 아니에요. 최선의 연주가 불가능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거예요.”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세 번째 질문에 답을 했다.
“완전 거트현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갑작스럽게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거트 코어현(거트현에 알루미늄 등을 감싼 제품)이 있어 교체했고요. 브릿지나 활의 형태도 파가니니 시대랑은 다소 다르지만 최선의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턱받침과 어깨 받침 없이도 범접할 수 없는 연주를 한다는 걸 모두에게 알려버린 셈이 되겠네요.”
“제 연주 테크닉을 자랑하려 함은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방법이 불편한 점은 있지만, 음색에 있어서 매력적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리고 과거엔 지금처럼 연주 방법도 획일적으로 정형화되어 있지 않았고요.”
갑작스런 인터뷰에 대한 대답은 거기까지 하기로 했다.
나는 할아버지와 석 대표님과 함께 서둘러 카를로 펠리체 홀을 빠져 나왔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며 콩쿠르에 대한 긴장과 설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콩쿠르 기간 동안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소중하고 감사했다.
흐르는 음악을 멈출 수 없듯이.
흘러가는 시간도 멈출 수 없을 테니까.
주름진 할아버지의 얼굴과 새하얀 머리칼 그리고 굳은살이 가득한 할아버지의 손을 보며 이 순간을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 * *
세미파이널 첫째 날의 연주가 모두 끝나고.
아홉 명의 심사위원이 다시 원형 테이블 위에 모였다.
심사위원들은 유독 말을 아꼈다.
침묵을 깬 건 셀리나 뮐러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의 교수였다.
“오늘 우리가 본 게 정확히 뭐였는지 훗날이 평가해주려나요?”
대상도 상황도 명시하지 않은 애매한 말.
하지만 모두 어떤 참가자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연주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파가니니의 곡은 다르죠.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고악기로 연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데 말이에요.”
그러자 미국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교수인 에스더 윌리엄스가 의견을 냈다.
“자세와 음색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를 느꼈어요. 저 보고 지금 그렇게 연주하라고 해도 잘할 자신이 없네요. 턱받침과 어깨 받침이 없는 채로 포지션 이동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파가니니의 연주를 재현한 것은 물론 획일화된 연주 방법에 의문을 던지는 연주 같아 충격까지 받은 상황이네요.”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산타 체칠리아 예술대학의 교수 알레산드로가 입을 열었다.
“게다가 본인이 작곡한 현대곡의 완성도는 어떻고요. 말이 안 나옵니다. 그 곡은 앞으로 바이올린 전공자들에게 돌풍을 일으킬 게 확실해요. 일단 제 연주회 레파토리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곡의 번호가 5번이던데 그럼 1, 2, 3, 4번이 존재하는 걸까요? 아직 고등학생이던데 그 끝을 가늠할 수가 없네요.”
“자신이 연주할 곡을 스스로 만들어 연주했던 낭만 시대의 천재 음악가들이 떠오르네요.”
“다시 그런 시대가 도래하는 걸까요?”
“갑자기 흐름이 바뀌지는 않겠지만요. 파장은 분명히 꽤 클 겁니다.”
그들은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주원의 연주와 그가 작곡한 곡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너무 참가자 한 명에 대한 의견이 길어지자 심사위원장인 파비오 루쏘가 가까스로 그들의 토론을 중단시켜야 했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7명의 참가자의 연주에 대한 평도 이어졌다.
“파울로 만치니는 오늘 좀 실수를 하더군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친구지만요.”
“파울로와 미사키의 연주 모두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그들의 결선 무대도 정말 기대됩니다. 이번 콩쿠르는 정말 역대급이네요.”
* * *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누군가 호텔의 방문을 두드렸다.
‘할아버지께서 벌써 오셨나?’
좀 전에 식사 후에 헤어지면서 한 시간 후에 오시겠다고 했었는데.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방문을 열었다.
놀랍게도 문 앞에 서 있는 건 파울로였다.
녀석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손에는 바이올린이 들려있었다.
케이스도 없이 바이올린과 활만 들고 내 방에 오다니.
아마도 연습 중에 뛰쳐나온 모양이었다.
“잠깐 시간 내줄 수 있어?”
“…어. 갑자기 내 방에 무슨 일이야?”
“네 악기를 보고 싶어서 왔어.”
“내 악기를?”
“혹시 괜찮다면 내가 한 번 연주해 보고 싶어서.”
아직 턱받침이 없는 상태인데 괜찮으려나?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 만큼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 악기를 꺼내면서 파울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나 아까 처음부터 끝까지 네 무대 다 봤어. 연주하다가 한 12마디 정도 나 따라하더라?”
파울로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었어? 잠깐 시도해보고 지나갔는데.”
“왜 그렇게 다른 사람 연주를 모방하는 것에 대해 집착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파울로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얘기를 꺼냈다.
이런 재능을 발견한 건 굉장히 어릴 때였고 그렇게 연주하면 모두의 찬사를 받아왔었다는 것이 요지였다.
시도할수록 따라할 수 있는 연주자가 늘었고 그동안 참여한 모든 콩쿠르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성공하지 못한 건 내 연주가 처음이었다는 말과 함께.
그러더니 파울로의 시선이 내 바이올린에 꽂혔다.
“답은 하나밖에 없었어. 네 악기. 혹시 스트라디바리 아니야? 몇십억 하는 악기 쓰는 거지?”
파울로는 내 연주를 카피하지 못한 이유를 악기에서 찾고 싶었나 보다.
난 그에게 내 악기를 건네주며 메이커의 이름을 똑똑히 말해 주었다.
“이거 문성주 장인이 만든 거야.”
“뭐? 문성주? 그게 도대체 누구야? 처음 들어보는데? 과르네리 델 제수도 아마티도 아니란 말이야? 몇백 년 된 올드 악기 아니었어?”
“내 악기 봐. 이게 어딜 봐서 올드 악기야.”
내 악기를 받아든 파울로는 f홀 안에 새겨진 메이커의 이름을 읽었다.
그리고 악기가 만들어진 연도도 확인했다.
그리고 내 악기로 연주를 시작했다.
도무지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굴을 수차례 찡그리는 파울로에게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파울로, 이번엔 네 악기로 내가 한 번 연주해 볼게.”
파울로의 악기는 비교적 밝은 색감을 가지고 있었다.
부드러운 f홀의 곡선을 타고 울리는 바이올린의 음색은 꽤 훌륭했다.
나무의 상태나 깊이 있는 음색으로 보아 적어도 200년은 된 올드 악기로 보였다.
난 파울로의 눈앞에서 그의 악기로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을 연주했다.
5분 동안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연주가 끝난 뒤에도 한참이나 멍하게 서 있던 파울로.
그는 결국 한 마디를 남기고 내 방을 떠났다.
“언젠가 네가 내 연주를 따라 하고 싶게 만들 거야. 지금의 내 기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 * *
다음날, 독일 뮌헨
빈필의 마에스트로 에른스트 폰 베르크만은 모처럼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기나긴 연주 스케줄의 끝이었던 뮌헨 공연을 마치고 다음 연습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있다.
대다수의 단원들이 비엔나로 돌아갔지만 마에스트로 베르크만은 뮌헨에서 일주일 더 머물 예정이었다.
그는 요즘 단원들 사이에서 최고로 회자되는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 대한 움베르토의 칼럼을 읽었다.
언제나 돌아오는 콩쿠르, 언제나 생기는 콩쿠르의 수상자들이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여러 이슈로 인해 꽤 관심을 끌고 있는 건 분명하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온 젊은 소년.
그 소년의 콩쿠르 영상은 빈필 단원들의 쉬는 시간까지 점령해버렸다.
리허설을 하다가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단원들이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의 영상을 함께 보는 것부터가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특별한 연주자인가?’
휴식을 취하던 베르크만은 궁금증에 소년의 콩쿠르 세미파이널 연주 영상을 찾아보았다.
조금 후 그는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결선을 보기 위해 항공권을 예매했다.
뮌헨에서 제노바까지 비행시간은 겨우 1시간.
너무 가까운 거리라 부담스러울 것도 없었다.
제노바행 편도 항공권을 예매한 베르크만은 모처럼 흥미로웠다.
마치 잠입 취재하듯 누군가의 콩쿠르를 보러 가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영상 속 소년의 연주와 그가 작곡했다는 곡을 듣는 순간, 그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건 한 명의 지휘자로, 한 명의 음악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베르크만은 빈 필의 사무국장인 안젤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올해 협연이 가능한 공연이 있나?”
“마에스트로, 현재 잡힌 공연에 추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혹시 공연이 추가로 잡히면 모르겠지만 현실상 불가능하죠.”
“단원들이 좋아하진 않겠지. 그래도 공연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걸로 알겠네.”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언제나 예외란 건 있으니까요.”
“크흠. 확인해봐야 할 것이 있어서 잠시 제노바에 다녀오겠네.”
* * *
콩쿠르를 지켜본 모든 사람과 영상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곡은 바로 주원이 작곡한 곡이었다.
-저거 무슨 곡이야? 요즘 현대곡 같지 않고 마치 낭만 시대 곡 같잖아?
-선율은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기교는 또 파가니니를 넘어서네?
-처음 들어보는데 멜로디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어느 작곡가의 곡이야?
콩쿠르 영상과 현지 반응을 모니터링하던 KM 클래식 직원들은 이 부분을 눈여겨보고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곡이 주원이 작곡한 곡이란 것을 곳곳에 명시하고 다녔다.
그 사실이 널리 퍼진 뒤, 클래식계의 반응은 KM 클래식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곳곳에서 악보 구입 문의가 들어오는 것은 물론 레코딩한 주원의 음반이 있는지 문의가 쏟아졌다.
주원이 콩쿠르에 나가기 전까지는 작품의 홍보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소문을 타고 주원의 신곡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음을 전직원이 깨닫는 중이었다.
주원의 악보를 이미 구매했던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들에서도 다시 연락이 왔다.
그들은 새로운 천재의 탄생을 미리 감지한 듯했다.
-혹시 지난 번에 구매한 악보 외에도 또 주원 군이 작곡한 곡이 더 있을까요? 아직 초연되지 않은 곡이면 더 좋습니다.
그런 반응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세계 최정상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빗발쳤다.
-세미파이널에서 연주한 악보는 어디서 구매할 수 있습니까? 저희 연주자가 다음 독주회에 꼭 레파토리로 사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발 빠르게 주원의 우승을 점친 여러 에이전시들이 나타났다.
파이널이 열리기도 전에 주원에게 연주 제의가 쏟아졌다.
팬과 함께하는 파이널 무대를 준비하느라 바쁜 KM 클래식의 직원들의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세계로 비상할 일만 남았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