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42)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42화(142/250)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의 치열한 경쟁.
참가자들의 젊음과 인생을 건 음악.
그들의 노력이 누군가의 숫자로 평가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콩쿠르나 시험을 앞둔 사람들의 심리.
기간이 정해졌을 때의 압박은 생각보다 사람을 상황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 극한의 몰입은 당사자를 자연스레 발전시키기 마련이다.
수백 년 전 음악에 자신들의 시간과 젊음을 바친 모든 참가자들의 음악은 위대했다.
양일간의 세미 파이널이 끝나고 파이널 진출 여섯 명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참가자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기뻐하는 참가자.
아쉬워하는 참가자.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
뿌듯해하는 참가자.
모두의 감정은 그 나름대로 소중했고 의미 있었다.
나는 파이널 6인에 선정되었다.
올가 니콜라예브나(러시아)
다니엘 크라우제(독일)
에바 리스홀트(스웨덴)
타카노 미사키 (일본)
파울로 만치니 (이탈리아)
문주원 (대한민국)
파이널 리스트들은 두 곡의 협주곡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게 된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오케스트라와의 리허설을 갖게 되었다.
오케스트라 리허설은 참가자마다 단 두 번씩만 진행할 수 있었다.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에서 문화 예고 친구들과 협연을 한 뒤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에스트로 주세페 브라만테가 이끄는 떼아뜨로 카를로 펠리체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주세페 브라만테는 이탈리아 특유의 쾌활함을 지닌 열정적인 지휘자였다.
연습 첫날, 그는 나의 세미파이널 무대를 영상으로 보고 깜짝 놀랐다며 거듭 칭찬해 주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맞춰보면서 연주를 어떻게 조율할지 차차 얘기하도록 하죠.”
우승자가 없었던 지난 대회와는 달리 파이널 방식이 다소 변경됐다.
양일 동안 하루에 3명씩, 한 명의 참가자가 두 곡의 협주곡을 모두 연주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는 그간 함께 연습해보지 못한 연주자들과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내야 한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연주자마다 분위기나 템포가 다르기 마련이다.
몇 번 되지 않는 리허설 기회.
최고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선 결코 나 혼자 들떠서는 안 된다.
나 역시 이들의 음악을 알지 못하고 이들도 나의 음악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원하는 템포와 곡의 방향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연습에 임했다.
시작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부터였다.
시벨리우스가 북유럽의 차가운 절정을 떠오르게 한다면.
파가니니는 이탈리아의 생동감 넘치는 다채로운 색을 연상하게 한다.
두 곡의 대비로 나는 청중들에게 음악에 더 몰입하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
내가 선물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음악을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마에스트로 주세페 브라만테와의 호흡은 꽤 좋았다.
그는 강압적이지 않으며 연주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었고.
그러면서도 그의 소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마에스트로 주세페에게서는 권위주의적이거나 독단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맞춰본 뒤, 나는 마에스트로에게 한가지 원하는 바를 밝혔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카덴차는 기존 작곡가들이 만들어놓은 버전으로 연주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마에스트로 주세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도대체 어떤 버전의 카덴차를 연주한단 말입니까? 좀 자세히 애기해 주세요. 우리는 여섯 명의 파이널 리스트에게 할당된 시간이 동일합니다.”
카덴차(cadenza)란 독주자가 협주곡에서 형식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기량을 뽐내는 부분을 말한다.
독주자의 카덴차가 시작되면 모든 오케스트라는 연주를 멈춘다.
그리고 그들도 청중의 일부가 된다.
오로지 무대 위에 독주자의 연주만 남는 시간이 된다.
과거의 카덴차는 연주자가 악장의 주제를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시키며 즉흥 연주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악보엔 ‘ad lib’(임의대로, 템포와 연주를 자유롭게)이 표기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작곡자들이 카덴차까지 직접 작곡하기 시작했다.
베토벤의 경우, 그의 높은 음악성 때문인지 연주자들의 수준 낮은 카덴차를 견디지 못했던 것 같았다.
베토벤은 많은 협주곡에 카덴차를 직접 작곡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작곡된 악보는 연주자가 다른 카덴차로 대체할 수 없었다.
작곡자가 제시한 대로 그대로 연주해야만 했다.
그렇게 서서히 사라진 과거의 전통.
당연히 베토벤이 작곡한 카덴차는 그 누구의 곡보다 위대할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연주자가 새로운 영감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지 않을까?
난 그런 자유로움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난 즉흥 연주를 즐겼다.
카덴차 역시 즉흥으로 연주했었고 이번 콩쿠르에서도 그렇게 할 예정이었다.
원래 나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카덴차를 작곡하지 않았었다.
연주자가 자유로운 감상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주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나를 제외한 참가자들은 후대 작곡가인 칼 플래쉬나 에밀 소레의 카덴차로 연주를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말 그대로 즉흥의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과거의 나처럼.
현재는 아무도 하지 않는 클래식에서의 즉흥 연주.
오히려 수백 년 전에는 이런 즉흥 연주가 더 대중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 의견을 들은 마에스트로 주세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정말 좋은 생각이고 나도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카덴차가 끝나면 오케스트라의 tutti(합주)가 이어져야 하는데 악보조차 없는 백 퍼센트 즉흥 연주라면 우리가 파이널 무대에서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이건 나만의 연주회가 아닌 정식 콩쿠르 무대.
나 혼자 신나서 즉흥 연주를 무한대로 선보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길이는 단 오분, 그리고 제 카덴차가 끝나기 전에 모든 오케스트라와 마에스트로가 알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그 신호는 리허설에서 지금 바로 보여드리죠.”
마에스트로 주세페의 표정은 복잡했다.
“물론 이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음악을 먼저 한 선배로서 드는 걱정이에요. 지금 주원 군이 우승에 굉장히 근접한 상태에서 이런 모험 괜찮겠나요? 그러다가 결과가 안 좋으면 후회하지 않겠어요?”
마에스트로 주세페는 내가 우승을 놓칠까 봐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자신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에요. 후회는 없어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 이런 제 시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에요.”
“즉흥 연주가 작곡가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카덴차보다 훌륭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베토벤도 카덴차를 직접 작곡하지 않았겠어요?”
마에스트로 주세페는 나를 다시 한번 설득했다.
그의 표정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수백 년 동안 똑같은 클래식.
연주자에게 조금이나마 허용되었던 고전 형식 틀 사이의 자유.
그 자유마저 없어진 지금.
난 이런 변화라도 줘보고 싶었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가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만약 내가 즉흥 연주를 해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다 해도.
그래서 수백 년 동안 유리 상자 안에 갇혀버린 캐논을 다시 연주할 수 없을지라도.
‘지금이 유일한 기회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때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기회.’
나의 도전이 우승과도 바꿀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연주자의 자율성이 허락된다면.
클래식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연주자들이 스스로 카덴차를 연구하고 즉흥 연주가 이뤄진다면.
대중들도 우리의 음악에 귀 기울여 줄지도 모를 일이다.
수백 년간 똑같은 음악이 아니라.
어떤 음악이 나올지 모르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연주자의 음악의 콜라보.
‘대중들도 가슴 뛰지 않을까?’
더 나아가 취미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까지 직접 본인의 카덴차를 즉흥으로 연주한다면.
음악을 좋아하는 누구나 작곡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 것이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의미있다는 말에서 나의 굳은 의지를 느낀 마에스트로 주세페는 내 두 눈을 응시했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지금 한 번 맞춰보죠. 길이는 5분, 전체적인 느낌이 협주곡과 배치돼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끝나기 전에 오케스트라가 들어갈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해요.”
“동작을 하나 만들어서 알려드리죠. 모두가 알 수 있게 말이에요.”
“그거 재밌는 생각이네요.”
근심이 가득했던 마에스트로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 마에스트로 주세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마에스트로의 설명이 끝나자 단원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카덴차는 독주자 혼자 연주하는 부분.
그 끝이 오케스트라의 tutti(합주)와 잘만 이루어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의 리허설은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몇백 년 전, 카덴차를 악보에 그리지 않았던 내 마음을 떠올리며.
지금 이 순간 나의 머릿속 가득 채운 영감을 떠올리며.
그렇게 나의 즉흥 연주가 시작되었다.
* * *
양일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의 파이널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나는 둘째 날 마지막 순서였다.
둘째 날의 첫 번째 순서는 미사키, 두 번째 순서는 파울로였다.
이제 남은 참가자는 단 여섯 명.
그래서인지 식사를 하러 가도 썰렁한 기분이 들었다.
파이널에 진출한 것에 대해 기분이 좋으면서도 노력한 참가자들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은 안타까웠다.
‘너무 힘들지 않은 경험이 되었길.’
그렇게 파이널 라운드 첫째 날이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출전하는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파이널 라운드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제법 컸다.
아름다운 항구도시 제노바는 새로운 왕관의 주인을 기다리듯 언제나 분주하고 활기가 넘쳤다.
극장 주변 음식점들은 모두 만석이었고.
야외 테이블엔 사람들이 북적였다.
활기찬 제노바를 즐기고 싶었지만 본 경연이 오후 3시부터였기에, 나는 오전에 카를로 펠리체 극장 오케스트라와 짧은 리허설을 했다.
* * *
KM 클래식 사옥.
주원의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파이널 진출로 KM 클래식 직원들은 분주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시차 때문에 밤 10시부터 시작되는 파이널 라운드.
하지만 이번 이벤트에 당첨된 팬카페 회원들과 구독자들은 더 이른 시간부터 KM 클래식 사옥에 와서 여러 이벤트를 즐겼다.
주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 팬들은 채널에 올리는 조건으로 영상을 찍기도 했다.
곳곳에 있는 주원의 실물 크기 사진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홀에서는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서의 주원의 연주 장면이 계속 흘러나왔다.
스피커와 음향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홀이라 주원의 음색이 더욱 아름답게 들렸다.
파이널 라운드는 단 세 명의 참가자지만 연주시간은 꽤 길기에 팬들은 인터 미션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콩쿠르 연주 관람과 결과 발표까지 밤샘을 각오하고 온 팬들.
그들을 위해 KM 클래식에서도 여러 가지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기다리던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파이널 무대의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