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47)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47화(147/250)
대표님은 나에게 뉴욕필과의 협연에 관련된 사항을 자세히 알려주셨다.
내가 수락을 할 경우, 그들과 조만간 미팅을 하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내일 하교 후에 KM 클래식에 채용된 윌이 학교로 날 찾아올 것이라 알려주셨다.
나는 기나긴 콩쿠르 기간 동안 확인하지 않았던 각종 기사나 한국의 친구들에게 온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하나씩 확인하며 늦게나마 답을 보냈다.
그리고 성혁이의 우승 기사를 검색해본 뒤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반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 축하해. 2등 한 장웨이 내 친구야. 너 엄청 미워하더라. 큭.
-걔도 엄청 잘 쳐서 나 아슬아슬했어. 우리 점수 차이 거의 안 났거든. 너도 우승 축하해.
-고마워.
-넌 카덴차를 즉흥으로 연주하다니 그게 말이 되냐?
우리는 서로의 우승을 축하하며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았다.
성혁이는 안정적으로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성혁이와 연락을 주고받은 후, 난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제노바에서 몇 차례 통화를 했지만 아빠가 일하는 시간이랑 엇갈려서인지 긴 대화는 못 했었다.
하지만 오늘도 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빠가 정말 바쁜가 보네.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아빠가 삶의 무게를 나랑 나눠서 들었으면 좋겠다.
이젠 나도 아빠한테 꽤 보탬이 될 수 있으니까.
‘내가 먼저 아빠한테 적극적으로 제안해야겠어.’
시계를 본 나는 일단 연습과 작곡에 몰두했다.
그리고 아빠한테 조금 후 다시 전화해 볼 생각이었다.
* * *
문혁은 요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수강생이 늘어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곧 돈을 많이 번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학생들이 레슨을 원하는 시간은 주로 겹치기 때문에 몸이 하나인 게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개인 레슨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붙으면 수강생에게 합주를 권한다.
합주의 묘미를 깨달으면 악기 연주는 평생 취미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문혁은 자신의 학원을 오픈하면 합주 수업도 개설할 생각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합주 수업이 생기면 문혁은 지휘자의 역할도 하게 될 터.
문혁에게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행복한 일이었다.
최종호 원장의 배려 덕에 저렴한 가격에 레슨실도 구하고 무엇보다 심정적으로 안정이 됐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따뜻한 최종호의 성품이 삶에 지친 문혁에게 큰 위로가 됐다.
둘은 형, 동생하는 사이가 됐고 가끔가다 술도 한 잔씩 마셨다.
에반스 실용음악학원 건물 2층에 작은 학원 자리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는 제일 먼저 최종호 원장에게 물었다.
나이는 문혁보다 어리지만 어느새 도움받고 의지하게 된 최종호 원장.
혹시나 도와준 사람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종호 원장의 대답은 명쾌했다.
-실용음악 학원이랑 클래식 음악학원은 학생 풀이 안 겹쳐요. 그리고 저도 형님이 같은 건물에 학원 오픈하면 외롭지도 않고 좋죠.
문혁은 최종호 원장의 마음 씀씀이가 참 고마웠다.
그런데 제대로 알아보니 아무리 작은 학원이라도 들어가는 돈이 꽤 컸다.
은행에 가서 대출을 알아봤지만 프리랜서라는 현실의 벽에 막혀 발걸음을 돌렸을 때였다.
정신없이 이 은행 저 은행을 알아보러 다니다 보니 주원이의 전화까지 놓쳤다.
문혁은 지친 마음에 잠시 건물 계단에 주저앉았다.
답답한 마음에 셔츠 맨 윗단추를 풀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구나.’
털썩 주저앉아 있는 문혁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주원이였다.
문혁은 아무 일도 없는 척 전화를 받았다.
-주원아. 미안, 아빠가 레슨이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네.
-아빠, 바쁘지? 할 얘기가 있어서.
주원이는 놀랍게도 뉴욕에서 세아를 만났다는 얘기를 했다.
덤덤하게 얘기하는 주원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문혁은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졌다는 주원이의 말을 들으니 그제야 안심이 됐다.
그런데 그다음 주원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아빠, 나 이번 콩쿠르 우승해서 탄 상금 중 일부는 할아버지 드리고, 나머지는 아빠가 썼으면 좋겠어. 지난 오디션 상금이랑 저작권 모은 돈 전부 말이야.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빠가 그렇게 큰돈 쓸 일이 어딨어.
-실용음악학원 한 칸 빌려서 레슨하지 말고 이제 작은 학원이라도 했으면 해서. 아빠, 학생들 가르치는 거 좋아하잖아.
문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텔레파시라도 통한 걸까?
아니면 요 며칠 문혁의 행동을 살펴보기라도 한 걸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 자신이 어처구니없었다.
하지만 주원이의 말대로 하기엔 너무 염치가 없는 아빠 같았다.
주원이는 거듭 진지하게 제안했다.
-아빠가 나한테 미안해서 망설이는 거 알아. 미안하면 나중에 나한테 갚으면 되잖아. 이자도 받을 거니까 각오해.
-하하. 녀석. 이자는 좀 봐줘라.
문혁은 아들의 말에 크게 웃었다.
둘은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주원이는 콩쿠르가 끝나고 나니 뭔가 마음이 허전하기도 하다고 했다.
-정말 내가 바라던 일이었거든. 그걸 이루고 나니까 뿌듯하면서 헛헛한 거 있지.
-당연한 거야. 그래도 진짜 멋있다. 우리 아들. 아빠한테 요즘 연락 오는 사람들은 다 너 만나게 해달라는 사람뿐이야. 그동안 한 번도 연락 안 하던 애들이 태반이라고.
-내가 한국 가서 우리 아빠 기 좀 살려줘야겠네. 아! 아빠 학원 오픈하면 가서 일일 레슨이라도 해야겠다.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은데?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어느새 마음까지 부쩍 커버린 주원이와 한참 전화를 하고 끊었다.
마음이 몽글몽글, 벅찬 기분이었다.
‘정말 열심히 해서 주원이한테 이자까지 갚아야지.’
주원이의 돈을 갚는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힘이 났다.
아들의 열정과 땀으로 얻은 소중한 돈을 의미 있게 쓰고 싶었다.
문혁은 건물주에게 서둘러 전화를 했다.
-사장님, 저 2층에 자리 난 거 계약하고 싶습니다. 학원 하고 싶어요.
그리고 문혁은 이 기쁜 소식을 알리러 최종호 원장에게 달려갔다.
최종호 원장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문혁은 좋은 일에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친구가 생긴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정말 잘 살려보고 싶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
* * *
주원의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신의 경지에 오른 듯한 그의 바이올린 연주 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었다.
여느 국제 콩쿠르라면 우승자의 연주실력에 대한 찬사가 넘치는 것에 그쳤을 테지만.
이번만은 다른 이슈가 많았다.
먼저 주원이 연주한 자작곡.
주원이 작곡해서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완벽히 연주해내고 싶은 곡으로 등극했다.
고전적 낭만이 넘치지만 테크닉에 있어선 파가니니 못지않은 그의 곡.
그러면서도 음악의 완성도와 음악이 주는 감동은 엄청났다.
마치 그 옛날 낭만 시대 작곡가들의 대작을 만났을 때처럼 전공자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건 좀처럼 요즘 현대음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유였다.
남들이 하니까.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이 곡은 꼭 마스터해야 하니까.
전공자라면 반드시 정복해야 하니까.
그런 비자발적 의지에 의한 이유들이 아니었다.
그저 그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이 곡 나도 꼭 연주해 보고 싶어.’
‘당장 악보가 필요해.’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대부분 그러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비단 바이올린에만 국한되지도 않았다.
마치 옛날 파가니니가 처음 그의 곡을 연주했을 때, 수많은 음악가들이 충격을 받고 영감을 떠올렸던 것처럼.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의 창작 욕구가 불타기 시작했다.
그런 기류는 이곳저곳에서 쉽사리 감지됐다.
그리고 즉흥 카덴차 연주.
콩쿠르의 파이널,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연주에서 등장한 주원의 테마 선율을 두고 변주곡을 작곡하는 젊은 현대 작곡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결과물들이 퍼지는데 과거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어느덧 음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즉흥 카덴차 연주 영상을 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완성도가 높지 않은 카덴차임에도 연주자들은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뿌듯해했다.
그리고 뉴욕에서도 새로운 기류가 감지되었다.
모든 예술의 새로운 바람이 가장 먼저 부는 곳.
뉴욕의 줄리어드 음대의 교수위원회가 소집되었다.
내년도 신입생들의 서류심사와 영상 심사 전에 꼭 필요한 절차였다.
그런데 올해에는 한 가지 이슈가 더 있었다.
바로 인재들에게 무시험으로 입학을 권유하는 제도의 대상자가 나타난 것이다.
음악계에서 놀라울 만한 성과를 거뒀음이 명백하게 입증될 경우, 시험을 면제하는 제도였다.
하지만 제도만 있을 뿐, 이 제도로 입학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교수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문주원 군의 경우 무시험 전형으로 들어와도 된다고 봅니다. 다른 학교에 가면 우리에게 손해죠.”
“무시험은 당연하고 엄청난 장학금 혜택을 줍시다.”
“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시험은 치고 들어와야죠. 입학금 면제나 장학금 혜택은 최고 수준으로 주는 것에 동의합니다.”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런 교수들의 의견을 들으며 도로시 딜레이 교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거 뭐 모두의 눈에 띄는 건 정말 시간문제였네.’
콩쿠르 추천서 한 장을 써줬을 뿐인데 주원은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인재들이 몰리는 줄리어드에서조차 초유의 관심 대상이었다.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어린 음악가의 앞날에 그저 자신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도로시였다.
클래식 작곡과의 교수는 이런 말까지 했다.
“그 친구는 작곡을 전공해야 해요. 지금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로도 그런 작품을 쏟아내는데 이론이 더해진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크리스토퍼 김 교수가 반대했다.
“그런 뛰어난 작곡 능력도 다 바이올린에 대한 충분한 이해 때문이죠. 작곡과라니요. 당연히 바이올린을 전공해야 합니다.”
그러자 살짝 꼬리를 내린 작곡과 교수가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 복수 전공이라도 제안해 봐야겠군요.”
도로시는 주원이 없는 상황에서 교수들끼리 벌어진 쟁탈전에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어디서 비슷한 장면을 봤었는데?’
도로시는 금세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가 끝나고도 이랬었지. 주원이를 데려가려고 교수들이 온갖 조건을 다 걸었었는데.’
* * *
해리가 만드는 단편 영화를 본 후.
나는 문득 공포 영화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엑소시스트를 찾아서 틀었다.
문득 공포 영화 속의 영화 음악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음악에 유의해 영화를 살펴보던 중, 흥미로운 음악이 등장했다.
이건 선율이 주가 된 음악이라기보다 효과에 가까운 음악이었다.
찾아보니 ‘48대의 현악 앙상블을 위한 다형성’이란 제목의 곡이었다.
곡의 이름부터 난해하고 음악도 어려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와는 정말 잘 어울렸다.
‘음악만 들었다면 이 정도로 관심이 가지는 않았겠네.’
비슷한 장르를 뒤적여 보았다.
‘검은 성직자들’이라는 한국 영화가 눈에 띄었다.
영화의 장면엔 클래식 음악이 스토리의 일부로 녹아 들어가 있었다.
성직자가 악령을 자극해 깨울 때, 바흐의 음악이 삽입됐다.
바흐의 칸타타 Wachet auf,ruft uns die Stimme (눈뜨라 부르는 소리 있어)
마치 악령에게 눈을 뜨라는 듯이 시작하는 칸타타의 가사가 절묘했다.
신앙심이 투철했던 바흐는 언제나 신에 대한 경외를 담아 작곡을 했다.
그런 배경까지 알고 보니 영화 속 음악이 더욱 와닿았다.
‘장면이랑 진짜 잘 어울리네.’
이 영화를 위해 곡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원래도 좋아하고 잘 아는 곡임에도 영상과 함께 흐르는 음악은 곡의 다른 색깔을 보여주었다.
‘같은 곡이라도 시각적인 것에 의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네.’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깨달으며 이번엔 해리가 만든 영화를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접속했다.
해리는 나에게 비번을 공유했고, 나는 언제건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영화를 보며 떠오르는 영감을 스케치했다.
엑소시스트처럼 음산한 분위기의 곡이 어울리는 장면도 있었고, 바흐의 곡처럼 오히려 경건한 장면이 어울리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느낌의 곡이 어울릴 것 같은 부분도 있었다.
‘매일 조금씩 떠오를 때마다 만들어봐야겠어.’
다채로운 악상이 떠오르는 것이 좋았고, 음악이 영화의 장면과 어우러졌을 때의 모습이 기대됐다.
그렇게 날마다 새로운 음악이 조금씩 탄생하고 있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