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48)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48화(148/250)
다음 날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새롭게 채용된 KM 클래식의 직원이 나를 찾아왔다.
연습실에서 한창 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분이었다.
캐주얼한 셔츠에 검은 머리.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하기엔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제부터 주원 씨의 뉴욕 업무를 책임질 윌 라이트라고 합니다.”
그는 연습실에 펼쳐진 많은 악보와 노트를 보면서 놀란 눈치였다.
“와.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돌아온 지 며칠 안 됐는데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네요. 도대체 연습은 언제까지 이렇게 많이 해야 하나요? 더 할 연습이 있긴 있어요?”
윌은 뉴욕 소재의 칼리지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고 한다.
아빠는 백인, 엄마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어도 모두 알아듣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은 얼굴 보고 인사하러 온 거고요. 일단 카네기 홀 공연에 대한 일정 그리고 간간이 주원 씨의 뉴욕 일상을 부담 없이 컨텐츠로 찍을 예정이에요. 한국 팬들이 굉장히 궁금해 하거든요. 그리고 모든 취재요청이 있을 때 제가 함께 할 겁니다.”
그리고 윌은 자신의 폰으로 어플을 하나 보여주었다.
“이거요, 아직 베타 테스트 중인데요. 이젠 주원 씨도 어플을 깔고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추가했으면 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기존의 클래식 전용 어플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방향까지 제시하는 어플.
석영진 대표님과 메일로 의견을 여러 차례 주고받긴 했지만 아직 나는 어플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베타 테스트 버전을 다운 받아 조금씩 사용해보기로 했다.
어플을 사용하는 중간중간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긴 했다.
‘이게 잘 구현될 수 있을진 모르겠네.’
윌은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었고 어느 자리에서나 분위기 메이커를 할 것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윌은 음악 활동과 생활에 필요한 어떤 것이라도 언제든 연락 달라는 친절한 말과 함께 돌아갔다.
윌이 간 후, 나는 한참 동안 연습을 하다가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에 돌아오니 필립이 모처럼 테이블에 앉아 과제를 하고 있었다.
내가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필립은 이어폰을 뺐다.
“이제 와?”
“어, 좀 늦었지.”
악기와 가방을 내려놓는 나를 보며 필립이 물었다.
“테일러 제안 부담스럽지? 뮤지컬을 처음부터 만든다는 거. 그거 엄청난 기회인데.”
“할 생각 있어. 테일러도 나 입시 끝날 때까지는 생각해 보라고 해서 서두르지 않는 거고.”
“그럼 벤자민 휴즈 제안은? 둘이 동시에 같은 곡을 마음에 들어 한 거잖아.”
“그것도 마찬가지야. 일단 해리의 단편 영화 음악부터 만들어보려고. 그래야 내가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들 것 같아.”
필립은 내 말을 한 번에 이해했다.
같은 음악이라곤 하지만 전혀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수많은 사람의 성패가 달린 일을 쉽사리 결정할 수는 없었다.
물론 새로운 장르의 음악에 도전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말이다.
“요즘 동아리에선 어떤 뮤지컬 곡 연습하고 있어?”
“요즘엔 ‘스쿨 오브 락앤롤’ 연습하고 있어. 완전 신나. 너도 좋아할 거야.”
우리는 한참 동안 동아리 얘기를 나눴다.
필립과 얘기하는 도중 해리와 왈리드가 방에 들어왔다.
친구들은 내가 필립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냐며 물었고 나는 이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지금까지 완성된 영화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했다.
아직 바이올린으로만 연주해봤지만 말이다.
“이건 도입부에 음산한 분위기에 어울릴 것 같아서 만들어봤는데. 아까 연습실에서 녹음해왔어.”
“그래? 그럼 영화랑 맞춰보자.”
해리는 즐거워하며 영화를 틀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한 타이밍에 맞춰 음악을 재생시켰다.
조금 후.
친구들의 몸에 닭살이 돋았다.
특히 얼굴이 창백해진 왈리드가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야, 밤에 이제 공포 영화 틀지마. 나 잠 못 잔다고. 음악까지 같이 들으니까 소름 돋아.”
그러자 필립이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네 혹시 그거 알아? 우리 층 공용 화장실이랑 샤워실에 밤 12시만 넘으면 누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데 그게…….”
“그만! 그만해.”
왈리드가 귀를 막고 이층 침대로 뛰쳐 올라갔다.
우리 셋은 그런 왈리드를 보며 웃음을 참아야 했다.
친구들이 모두 잠든 늦은 밤.
나는 그제야 2층 침대에 누워 이어폰을 꼈다.
그리곤 아까 다운 받은 KM 클래식의 어플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리고 보완되었으면 하는 몇 가지를 적어 대표님과 KM 클래식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리곤 잠이 오지 않아 노트북과 작곡 노트를 챙겨 기숙사 로비 1층으로 내려갔다.
오늘따라 유독 학생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난 용감하게 해리와 친구들이 만든 영화를 틀어놓고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해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던 파트의 음악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실제로 녹음을 하면 어떻게 들리려나.’
그런 궁금증을 가진 채, 나는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 * *
며칠 후, 학교 점심시간에 나는 평소처럼 알렉스와 미사키 그리고 장웨이랑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해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요 며칠 해리를 기숙사 방에서 마주치지 못했었다.
“주원아. 밥 먹고 시간 좀 내줘.”
“왜? 무슨 일인데?”
“우리 단편 영화 음악 때문에.”
“그냥 지금 여기서 편하게 말해도 괜찮아.”
해리는 같이 밥을 먹는 친구들을 보며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너 바쁜 거 알면서 부탁까지 해서.”
“뭐 더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지금까지 음악 만든 거 영상에 입힐 수 있을까? 된 것만이라도. 우리가 생각보다 일정이 촉박하더라고.”
“그럼 혹시 영상이랑 같이 음악 맞추면서 녹음할 수 있는 곳 있을까?”
“어, 그건 가능해. 우리 원래 사용하는 연습실에서 당장 오늘도 가능해. 애덤 형이 도와줄 거야.”
나는 같이 밥 먹는 친구들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
“너네들 오늘 시간 좀 있어? 같이 재밌는 거 안 해볼래?”
그러자 장웨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뭔데? 얼마나 재밌는 건데?”
나는 테이블에 작곡 노트를 펼치곤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사키의 눈은 동그래졌고, 알렉스와 장웨이의 얼굴은 흥미진진해 보였다.
특히 장웨이는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악보는 복잡하지 않지만 공포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야 한다.
나는 허밍으로 멜로디를 부르며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장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악보를 유심히 살폈다.
“이거 진짜 영화제에 출품하는 영화야? 나 한다. 나 무조건 해. 내 얼굴 나오게 할 수는 없어?”
장웨이의 엉뚱한 출연 욕심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학교가 끝나고 우리는 해리와 함께 녹음이 가능한 연습실에 갔다.
반지하의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녹음실에서 일하는 애덤 형이 친절하게 우리를 반겨줬다.
애덤은 우리가 준비되면 녹음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나와 미사키는 바이올린, 장웨이는 피아노 그리고 알렉스는 허밍과 효과음을 함께 할 예정이었다.
연습을 시작한 미사키는 생각보다 음산한 선율에 표정이 굳어갔다.
처음엔 신나하던 장웨이도 음울한 분위기의 음악에 긴장했다.
제대로 맞춰보기 전에 우리는 각자 악보를 보고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사키와 나는 스산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고음의 트레몰로가 아득하게 사라지게 연주했고.
장웨이는 피아노로 쓸쓸한 감성을 노래했다.
그리고 알렉스는 가사가 없는 허밍으로 중간 중간 노래했다.
일종의 효과음 같은 것이었다.
몇 번의 연습 끝에 우리는 꽤 괜찮은 합주를 선보였다.
드디어 해리는 연습실 한쪽 벽면 커다란 스크린에 영화를 재생시켰다.
그리고 시작된 우리의 합주.
스산한 바이올린 연주에 이어 몽롱한 피아노 소리가 더해졌다.
몇 번의 녹음을 거듭한 이후.
점점 음악이 형태를 갖춰갔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더 살리기 위해 즉석에서 수정하는 부분도 생겨났다.
우리는 헤드폰을 쓰고 녹음해야 했고, 그건 생소하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
장웨이와 미사키의 경우 클래식 외의 음악을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둘은 유독 더 즐거워했다.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나 꼭 불러줘. 색다르고 너무 좋아.”
“불안감을 조성하는 음악이 영화의 씬과 너무 잘 어울려. 앞으로 내가 음악을 상상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도입부 음악은 스산했지만 두 번째 음악은 그렇지 않았다.
두 번째 곡은 평화로운 분위기의 곡이었고 고전주의 분위기의 클래식 곡이었다.
친구들은 원래 익숙한 스타일의 음악이라 쉽게 녹음할 수 있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마지막 곡, 그건 내가 생각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해리는 특히 이 곡을 마음에 들어했고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곡을 비교적 빠른 시간에 녹음을 한 우리는 영화를 틀어놓고 장면과 함께 맞춰봤다.
타이머를 보며 연주했는데도 영화와 함께 재생하다 보니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악보에 그런 부분을 표시한 후, 친구들과 몇 차례 다시 녹음했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단편 영화에 삽입된 세 곡.
그게 내가 미사키와 장웨이 그리고 알렉스와 함께 한 첫 녹음이었다.
친구들과 얼결에 녹음을 끝내고 나오는 내내, 머릿속에선 좀 전의 영상과 매치되는 음악이 그려졌다.
시간이 좀 더 있으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좋은 거야.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할 원동력이 될 테니까.’
* * *
오늘은 카네기 홀 데뷔를 앞두고 뉴욕필과 첫 리허설을 하는 날이었다.
뉴욕필은 내가 작곡한 오케스트라 서곡을 초연할 예정이었고, 나는 그들과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언론은 내가 이번에도 즉흥 카덴차를 선보일지 궁금해했다.
한국 언론은 나에게 수시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뉴욕 타임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허설에 앞서 나는 한국 신문의 뉴욕 특파원과 뉴욕 타임즈 기자와 합동 인터뷰를 했다.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우승을 축하합니다. 10대의 나이에 카네기 홀 데뷔 무대를 갖게 되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미국에 있는 많은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 제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어 기대가 큽니다.
-까다로운 뉴욕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제 열정과 진심을 알아보실 거라 생각합니다.
-역시 자신감이 멋지네요.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이번 협주곡에서도 즉흥 카덴차를 선보이십니까?
-네, 작곡가가 반드시 본인의 카덴차로 연주하라고 제시한 악보가 아니라면 저는 앞으로도 계속 즉흥 카덴차 연주를 할 예정이에요.
-자신감이 대단합니다. 그럼 정말로 지난번 카덴차의 악보는 존재하지 않는 건가요?
-맞아요. 저조차 다음에 제가 어떤 카덴차를 연주할지 궁금해요.
-하하. 역시 어린 거장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네요. 그럼 카네기 홀 데뷔를 기대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끝낸 나는 윌과 함께 리허설이 열리는 필하모닉 홀을 찾았다.
뉴욕필 단원들은 분주했고 단원 중 몇 명이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나는 뉴욕필 단원들과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마르티니에게 인사했다.
뉴욕필의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마르티니는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40대 초반의 마에스트로는 현재 LA 필하모닉의 구스타프 둠멜과 함께 세계 클래식을 선도하는 젊은 거장들이라 불렸다.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는 나를 보자마자 얼굴 만면에 활짝 웃음을 띠었다.
그는 내 인사가 끝나자마자 들고 있던 지휘봉을 나에게 넘겼다.
얼결에 지휘봉을 받아든 내 표정을 보며 마에스트로가 미소를 지었다.
“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아는 사람 같네요. 마침 주원 군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서곡을 연습 중이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줘 봐요.”
마에스트로는 나를 보자마자 거리낌 없이 질문했다.
뉴욕필의 마에스트로이면서 나에게 아무런 권위를 세우지 않고 바로 질문한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런 그의 모습이 익숙한 듯 뉴욕필 단원들은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이게 바로 살아있는 작곡자의 특권 아닐까?
얼결에 난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의 지휘봉을 잡았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