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53)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53화(153/250)
뉴욕에 임시 거처를 구한 벤자민은 자신의 적극성을 칭찬하고 있었다.
그만큼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지만 결코 거만하지 않은 주원.
주원은 영화 음악이란 분야가 자신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백 퍼센트 상업적으로 인기 있을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자신감의 부족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원의 경우, 자신감 결여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원은 보다 큰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저도 제가 쓴 곡이 영화 음악으로 쓰이면 너무 좋죠.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가장 그 영화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 줄 음악을 찾는 거잖아요? 그게 반드시 제 곡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런 주원의 생각은 벤자민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
벤자민은 주원의 음악에 확신이 있지만 다른 투자자나 제작자들을 설득하려면 다른 여러 작곡가들에게도 의뢰를 해야 하니까.
엄청난 액수의 돈이 투자돼야 완성되는 영화에서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투자자나 제작사들이 영화판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주원의 곡을 흔쾌히 오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벤자민은 전작을 같이했던 작곡가를 비롯해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곡자들에게 의뢰를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가장 자신 있는 씬의 곡을 완성해달라는 것.
주원을 제외하고 네 명의 작곡가에게 작품을 의뢰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어떻게든 결말이 나겠지.’
벤자민은 홀가분한 마음에 그리니치 빌리지의 집을 나섰다.
그리곤 집 근처 식당에서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벤자민, 나예요. 작곡가 팀 로빈슨이요.
큰 성공을 거뒀던 지난 뮤지컬 영화의 거의 모든 곡을 작곡했던 팀 로빈슨의 전화였다.
-반갑네, 작품의뢰 메일은 잘 받았지?
-물론이에요. 그 건과 관련해서 만나서 얘기를 좀 했으면 하는데요. 이번 작품 나랑 또 하는 거 아니었어요?
벤자민은 조금 난처했다.
당연히 주원을 만나기 전까지는 팀과 다시 작품을 할 생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팀 로빈슨이 누군가?
헐리우드 최고의 영화 음악 작곡가.
LA뿐 아니라 뉴욕에까지 영화 음악 스튜디오를 크게 소유한 인물, 팀 로빈슨은 유망한 작곡가들로 이뤄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영화 음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인물.
벤자민은 에둘러 말하는 대신 솔직하게 말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다섯 명의 작곡가에게 한 곡씩 의뢰를 했어. 가장 마음에 드는 작곡가를 메인으로 할 생각이지.
팀 로빈슨의 한숨이 들렸다.
-벤자민. 도대체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거예요? 나랑 하루 이틀 일한 것도 아니고. 정말 섭섭한데요?
-이건 개인적인 친분 문제가 아니야. 누구보다 잘 알 사람이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지.
벤자민이 차분하게 말했지만 팀 로빈슨은 기분이 더 상한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 당연 여러 명한테 의뢰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 나랑 하게 될 거예요. 시나리오를 본 이상, 이 영화 음악 내가 만들 겁니다.
팀 로빈슨과 전화를 끊은 후, 벤자민은 생각이 많아졌다.
‘팀은 워낙 자존심이 센 사람인데 괜찮으려나?’
팀의 자존심은 실력과 무관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경쟁에 휘둘린 지도 모르는 상황.
‘나는 음악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어렵지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벤자민에게 감동을 준 주원의 음악을 곱씹어볼 뿐이었다.
* * *
벤자민의 시나리오를 보고 뉴욕 최고의 재즈 클럽 ‘블루 노트’에 다녀온 뒤.
나는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곡에 새로운 시도를 불어넣었다.
그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다.
학문적으로 이게 맞는지 틀린 지는 알 길이 없고.
어떤 용어로 정의 내리는 지도 모른다.
그저 나의 영감을 따르는 길.
다양한 방법으로 악상을 탐구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길을 만난다.
그리고 그 길은 바로 내가 상상한 음악으로 이어진다.
예전에 에반스 실용음악학원에서 우진이와 수혁이가 레슨을 받을 때.
나도 연습실 사용만 하다가 최종호 원장님께 잠시 재즈 피아노 레슨을 받았었다.
기본적인 워킹 베이스나 컴핑 그리고 스케일을 배우면서 피아노를 치던 그때가 문득 그리웠다.
‘오디션에서도 재즈 피아노를 쳤었는데.’
새삼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무대 위에서 쳤던 순간이 떠올랐다.
결국 재즈 음악이란 적절한 상황에 맞춰서 즉흥으로 연주하는 게 중요하다.
블루 노트에서 재즈 트리오의 연주를 본 뒤.
나는 종종 그곳의 연주 스케줄을 확인하고, 라이브 음악을 들으러 블루 노트에 몇 번 더 갔다.
어떤 날은 재즈 트리오, 어떤 날은 브라스 밴드(금관악기로 구성된 앙상블) 구성 느낌도 참 다양했다.
여전히 내 생활의 중심은 학교생활과 바이올린이었지만.
기본적인 일과를 끝내면 영화 음악 작곡에 몰두했다.
기숙사 304호의 룸메이트 친구들 역시 내 곡을 궁금해했다.
하루를 마치고 방에 돌아와 작곡을 하고 있으면 친구들은 어김없이 내 옆으로 왔다.
필립이나 해리 그리고 왈리드 모두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자정이 거의 다 된 밤에나 우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얘기할 수 있었다.
필립이 빼곡한 내 작곡 노트를 보며 물었다.
“이제 거의 다 완성은 됐어?”
“어, 거의 다 됐어.”
“우리는 언제쯤 들을 수 있어?”
“완성되는 대로 들려줄게.”
친구들의 표정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영화 보는데 주원이가 만든 곡이 흘러나오면 기분 이상할 거 같아.”
그러자 해리가 자랑하듯 말했다.
“내가 만든 영화엔 이미 주원이 이름이 엔딩 크레딧에 올라갔다고. 나중에 희귀자료로 역주행할지도 몰라.”
며칠 후, 난 벤자민 감독님의 시나리오에 맞는 음악 한 곡을 완성했다.
그리고 감독님에게 연락했다.
-저 한 곡 완성했어요. 음악을 들려드릴 장소는 정해지는 대로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난 후, 난 윌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탁이 있어요. 혹시 제가 말씀 드릴 게 가능한지 알아봐 줄 수 있을까요? KM 클래식 공식 일정으로 부탁하는 거예요.
나는 상세한 내용을 윌에게 전달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안될 수도 있다는 점 미리 말해야겠네요. 클래식 아티스트는 원래 공연이 어렵거든요. 거기서 할 이유도 없고요.
윌은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연락이 왔다.
-주원 씨, 바로 무대에 설 순 없고 연주 영상을 보내든지 오디션을 보든지 해야 해요. 결과가 좋다면 평일 저녁 한 곡 정도는 가능할 수 있어요. 바이올린 아닌 피아노로 가능한 거 맞나요?
-네, 그런데 한 가지 더 조율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뭐든지 말만 해요.
* * *
며칠 후, 벤자민은 주원과 약속장소인 재즈 클럽 ‘블루 노트’를 찾았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뉴욕에 관광 오는 사람들의 리스트에 한 번쯤은 적혀있는 그곳.
그리니치 빌리지에 거처를 정하고 종종 들려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곳.
시끄러워서 이런 곳에서 시나리오 작업이 가능할까 생각하겠지만.
한참을 고민했던 영화의 시작 부분을 이곳에서 집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 속 배경까지 됐지.’
월요일 저녁 6시에 블루 노트에 오는 건 벤자민도 처음이었다.
워낙 유명한 장소지만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벤자민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테이블 좌석에 앉았다.
조금 후 주원이 올 것을 생각해 일행이 한 명 더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다던 주원은 보이지 않았다.
논알콜 음료를 먼저 주문하고 재즈 클럽 안을 둘러보던 벤자민.
무대 위에선 공연 준비를 위한 악기 세팅이 한창이었다.
무대 위엔 검정색 피아노와 드럼 세트가 놓여 있었고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커다란 악기를 들고나와 튜닝을 하고 있었다.
‘공연이 벌써 시작되려나?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데?’
벤자민은 문득 주원이 정한 약속장소가 의아했다.
분위기도 좋고 음악도 좋지만.
주원이 작곡한 곡을 살피기엔 좋지 않은 장소.
주원의 곡을 들어보기엔 너무 시끄러운 장소였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주원을 기다렸다.
‘뭔가 생각이 있겠지.’
그러던 중, 무대 위에 세 명의 연주자가 모두 자리를 잡았다.
그중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벤자민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주원이었다.
‘아니 왜 저 무대에?’
블루 노트에서 만나자고 한 주원은 테이블 대신 무대 위에 있었다.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할 모양이었다.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저 주원의 무대를 지켜볼 뿐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주원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원래 이 시간엔 공연이 없는데요. 한 곡만 연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블루 노트에 절반쯤 찬 관객들은 각자 시킨 음료를 마시며 편안한 눈으로 주원을 지켜보았다.
피아노 앞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감정을 잡는 소년.
그리고 시작된 무대.
그의 긴 손가락이 건반을 타건하기 시작했다.
첫 소절을 듣자마자 벤자민은 확신이 들었다.
그건 바로 벤자민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첫 씬을 위한 곡이었다.
주인공 남녀가 서로를 모른 채 인연이 시작됐던 장면.
바로 그 재즈 클럽.
주원은 바로 영화 속에 있었다.
간결하고 우아한 피아노의 선율과 낮게 깔리는 콘트라베이스의 워킹베이스.(코드의 1음과 5음으로 걷는 것처럼 연주하는 주법)
뉴욕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시선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화려할 수도.
누군가에게는 외로울 수도 있는 도시.
수많은 불빛이 반짝이는 뉴욕의 야경처럼 음악이 빛나기 시작했다.
투두둑. 투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와 닮은 스네어 드럼이 선율과 화성 사이를 채웠다.
리듬을 가지고 노는 듯한 주원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당기듯 밀 듯.
오고 가는 엇박자 속에.
절묘한 음악이 어우러졌다.
귓가를 간질이는 감미로운 음악은 점점 더 표현력을 더해갔다.
허무하게 흩어지는 듯하다가 다시 치솟는 다이나믹에.
파도처럼 음악이 눈앞에 와닿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박자.
마음 속에 품은 음악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환상적인 멜로디가 고개를 들었다.
벤자민은 문득 에디 히긴스의 음악을 처음 접하고 전율을 느꼈던 과거 어느 날이 떠올랐다.
‘제목이 Twilight였나?’
하지만 이건 어떤 누군가가 연상되는 음악이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원망하듯.
벤자민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갔다.
그저 그는 주원의 음악에 몰입할 뿐이었다.
십 대의 소년에게서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예술적인 감성.
청중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카리스마.
블루 노트 안의 모든 이들이 주원의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원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와 드러머와 함께 음악에 점점 몰입했다.
간결하고 우아한 피아노의 선율에 콘트라베이스의 워킹.
스윙 리듬이 물씬 느껴지는 워킹베이스는 일정한 방향을 갖고 흘러갔다.
주원의 피아노는 꽉 찬 사운드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광활한 보이싱의 세계로 인도했다.
탁 타다닥-
스네어 드럼의 소리.
심장의 박동처럼 둥둥-
울리는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저음.
들을수록 갈증이 나는 선명하고 또렷한 피아노의 선율.
자유로운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그들의 환상적인 재즈.
그건 벤자민이 상상하던 영화의 시작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