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54)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54화(154/250)
팀 로빈슨은 벤자민에게 시나리오와 함께 곡 의뢰서를 받은 뒤.
굉장히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지난 뮤지컬 영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에는 자신의 공도 꽤 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으로서 벤자민의 역할이 가장 큰 것은 맞다.
벤자민은 영화감독이면서 음악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조예가 깊다.
애초에 감독이 음악에 관심이 없으면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는 성공시키기가 어렵다.
일반 영화에서 음악의 중요도가 5퍼센트 정도라고 생각하면, 뮤지컬 영화에선 음악의 중요도가 40퍼센트 정도까지 올라간다.
자신이 음악 감독으로 LA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를 성공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차기작인 뉴욕 배경의 뮤지컬 영화에 자신을 1순위로 고려하지 않은 점에 굉장히 화가 났다.
‘아예 다른 말이 안 나오게 기가 막힌 곡을 뽑아야겠네.’
팀은 벤자민이 보내준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곡을 구상했다.
벤자민이 직접 뉴욕에서 완성했다는 시나리오의 내용은 아주 재밌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욕심이 났다.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배우가 만나고, 좋은 음악이 어우러지면?
‘명작이 탄생하는 법이지.’
팀 로빈슨은 절대로 다른 작곡가에게 곡을 뺏기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일단 한 곡만 의뢰가 들어온 상태.
어느 씬이건 상관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영화 속 클라이막스 부분이 좋겠지.’
클라이막스에선 주인공 남녀의 감정이 폭발하니 음악으로 만들기도 좋다.
배우의 감정선에 공감하고 몰입을 이끌어내야 하는 부분.
팀 로빈슨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이다.
그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씬을 보며 같은 스튜디오에 속해있는 많은 작곡가들과 토의를 거쳤다.
공동 작곡이 대세인 요즘.
실력 있는 인재들을 모아 스튜디오를 설립한 팀 로빈슨.
하지만 공동 작곡이라고 해서 저작권을 같은 비율로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비율은 팀 로빈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모든 의뢰는 팀 로빈슨에게 들어오니까.
그런 이름은 하루 아침에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메인 아이디어나 멜로디 역시 그를 통해 나오니까.
하지만 좀 더 완벽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후배들과 토론하고 기여가 좀 큰 후배들의 경우 공동 작곡으로 이름을 올린다.
그리고 저작권의 비율을 조금 나눠준다.
그건 서로 간의 합의에 의한 것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렇게 몇 날 며칠 밤샘 작업을 한 끝에 아주 완성도 높은 음악이 나왔다.
바로 남녀 주인공의 클라이막스를 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팀 로빈슨은 가상 악기로 완성된 음악을 찍어 들으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벤자민. 이 곡을 듣고도 다른 작곡가와 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네.’
음원 파일을 완성한 팀 로빈슨은 서둘러 벤자민에게 연락했다.
* * *
얼마 후, 벤자민 앞으로 다섯 곡의 음악이 모두 도착했다.
생각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로비가 들어오기도 했다.
친분이 있는 작곡가에게 부탁을 받고 어필하려는 시도들이었다.
작곡가들이 보내온 악보를 몇 부 프린트해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조금 후, 오랜 세월 함께 영화를 만들어온 동료들, 이번 작품도 함께 만들 벤자민 휴즈의 사람들이 모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벤자민의 임시 거처에는 모처럼 사람들이 북적였다.
제작사와 투자자들과의 미팅 전에 확정 지을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정예 멤버가 모두 모이자, 벤자민의 만면에 미소가 번졌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니까 좋네. 일단 일부터 하자고.”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굉장히 세분화 되어 있고 분야마다 전문가가 있다.
지금 벤자민의 집에 모인 사람들은 촬영감독과 미술감독을 빼면 모두 음향과 음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제작사가 정해져 수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지만 꼭 함께 해야 하는 벤자민의 사람들.
벤자민은 그들의 의견도 듣고 싶었다.
동료들은 모두 벤자민의 시나리오를 읽고 분석해온 상태.
벤자민은 배경이 되는 씬을 설명하고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총 다섯 곡.
작곡가의 이름을 가린 채 진행되는 블라인드 테스트의 방식이었다.
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곡의 클라이막스 부분의 음악.
그렇게 한 곡씩 듣고 감상을 나누기 시작했다.
다섯 곡을 모두 들은 뒤, 동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남녀 주인공이 재즈 바에서 같은 공간에 있었을 때 말이야. 그때 무대 위에서 흘러나온 음악. 그냥 영상이 눈앞에서 그려졌다니까.”
“어렵네. 이 곡만 다른 상황을 그렸으니.”
그때, 컴퓨터에 새로운 메일이 왔다는 알림이 올라왔다.
동료들의 열띤 토론을 보며 벤자민은 수신된 메일을 클릭했다.
메일은 주원에게서 온 것이었다.
-감독님, 저 클라이막스 부분 음악도 만들어봤어요. (사실 다른 부분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너무 재밌어서요)
벤자민은 그의 집중력과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곤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그의 곡이 미치도록 궁금했다.
같은 부분의 곡이 아니라 판단이 어렵다는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곡이 있어. 같은 씬을 보고 만든 음악이 도착했어.”
“그래? 잘됐네. 얼른 들려줘.”
동료들은 테이블에 앉아 근황을 나누며 음악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은 곧 주원이 영화를 위해 만든 두 번째 곡을 들을 수 있었다.
벤자민 역시 처음 듣는 곡이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음악을 재생시켰다.
음악이 모두 끝난 후.
한 공간에 있는 영화관계자들의 입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이 곡 말이야. 신선해. 뭐랄까? 그동안 우리가 들어온 머니코드 같은 진행이 아니야.”
“맞아,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아니야. 그런데도 굉장히 기억에 남아.”
“게다가 영화의 씬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아.”
테이블 위에선 마치 국가 간 정상회담처럼 심각한 회의가 벌어졌다.
“아까 들었던 네 개의 곡은 프로 작곡가가 머니코드들 섞어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했거든? 그래서 익숙하고 편하고 결과가 예상됐지.”
에드워드는 침을 꼴깍 삼킨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 들은 곡은 달라. 전형적인 코드 진행은 탈피했어. 그리고 식상하지가 않아.”
“그래서 이 곡이 누가 만든 곡이라고?”
“더 들어볼 필요도 없겠네. 이 작곡가랑 무조건 가야지.”
“지난번 영화보다 더 대박 날 예감이네.”
“캐스팅만 예정대로 된다면 어쩜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작을 만들 수도 있겠어.”
대부분의 동료들이 주원의 곡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루카스만은 예외였다.
“이 곡이 참신한 거 인정해. 그런데 걱정이 되는 거지. 대중이 항상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 작곡가들이 머니 코드를 쓰는 이유가 다 있는 거잖아.”
맞는 말이다.
메가 히트된 곡의 코드 진행을 따른 수많은 인기 곡들.
머니코드의 종류도 여러 개다.
프로 작곡가들은 그런 머니코드들을 적재적소에 집어넣고 살짝씩 비틀면서 인기곡을 양산해왔다.
하지만 주원의 곡에선 그런 전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이미 검증된 작곡가들과 검증되지 않은 주원의 관계처럼 생각됐다.
루카스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음악을 한 명이 전체적으로 다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경우엔 두 명을 뽑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루카스의 말엔 일리가 있었다.
음악적 영감이 넘치는 주원이지만 영화 음악 전체를 만드는 것은 분명 경험도 필요하다.
벤자민은 동료들의 반응을 취합하고 자신의 의견을 더해 결정을 내렸다.
주원의 곡이 1등, 2등은 팀 로빈슨의 곡이었다.
벤자민은 주원과 주원의 소속사에 연락했다.
이번엔 진짜 제대로 된 계약을 하기 위함이었다.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놓칠 순 없어. 바쁜 일정이 있으면 서로 맞춰가면서 하는 거지.’
일단 계약서에 싸인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리곤 팀 로빈슨에게도 메일을 보냈다.
* * *
나는 줄리어드 입시를 무사히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다수의 친구들도 여러 학교에 원서를 내고 합격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학년에 긴장이 감돌 무렵 벤자민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벤자민 감독님의 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정이 됐다.
영화 음악을 나 혼자 맡지 않는 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기나긴 영화의 전체 음악을 담당하려면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베테랑인 분과 나눠서 작업을 한다는 점이 좋았다.
그분이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그분은 벤자민 감독님의 전 영화의 음악을 만든 분이지 않은가?
왈리드와 기숙사에서 영화를 보며 음악에서 감동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후 벤자민 감독님의 새로운 영화는 캐스팅을 모두 마치고 촬영을 시작했다.
뉴욕의 곳곳에서 벌어지는 촬영에는 항상 인파가 가득했다.
두 명이 영화 음악을 나눠서 맡아서 음악의 작업 속도도 빨랐다.
작곡가 둘의 색깔은 굉장히 다르지만 그런 점이 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영화 촬영 현장을 찾았고.
생동감 넘치는 촬영 현장과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며 다채로운 영감을 받았다.
그렇게 뉴욕에서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영화 음악의 공동작곡가인 팀 로빈슨을 만나게 되었다.
LA에서 작업을 하던 그가 뉴욕에 와서 스튜디오 녹음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선 팀 로빈슨이 만든 곡 하나와 내가 만든 곡 하나를 녹음한다고 했다.
나는 직접 피아노를 칠 예정이었고 팀 로빈슨을 직접 만나 얘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었다.
학교 수업을 모두 마친 후, 벤자민이 알려준 스튜디오로 이동하는 중에 윌과 만났다.
윌은 오늘 내가 녹음 중에 필요한 일을 서포트 해준다고 했다.
“주원 씨, 미리 한가지 말해 줄 게 있어요.”
“뭔가요?”
“작곡가 팀 로빈슨이요. 굉장히 자존심이 센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요.업계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죠.”
윌의 조심스러운 말.
느껴지는 뉘앙스가 있었다.
윌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주의를 줬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 영화의 음악을 혼자 하지 않아서 자존심이 상했다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그러니까 오늘 팀과는 거리를 둬요.”
“제가 그 기회를 박탈했다고 생각하나 보네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도 하지 않은 채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생각은 없었다.
누가 만든 음악으로 영화를 만드느냐.
이건 작곡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린 다른 색깔의 음악을 할 뿐이고 거기엔 어떤 점수나 순위를 매길 수 없다.
그래도 나를 걱정해서 조언해준 윌의 마음이 고마웠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팀 로빈슨이랑은 트러블 없도록 잘 해 볼게요. 오늘 연주만 하다 오는데 별일 있겠어요?”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스튜디오의 규모나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 각종 장비나 악기의 규모에서 위압감을 느꼈다.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애덤 형의 작은 스튜디오보다 몇 배는 커 보였다.
그 커다란 공간에서 한 명의 자신감 넘치는 남자가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어, 24마디부터 다시 한번 녹음해 보자. 가상 악기보다 연주 못 할 거면 짐 싸서 가야지 안 그래?”
작업을 지휘하던 남자의 말에 녹음 부스 안의 연주자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곤 다시 연주와 녹음이 시작되었다.
팀 로빈슨인 것 같은 그 남자는 카리스마 넘쳤고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해 보였다.
몇 차례 같은 과정이 반복된 뒤 잠시 쉬는 시간이 되었다.
윌과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번 영화 작곡에 참여하게 된 주원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팀 로빈슨입니다. 그냥 팀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런데, 이렇게 어린 학생이셨네요?”
팀의 눈썹 한쪽이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