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57)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57화(157/250)
시사회 전, 주연 배우들과 감독은 꽤 긴 인터뷰를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시사회가 끝나고 나니 또다시 크고 작은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남녀 주연배우는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 벤자민과 팀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언론들과 인터뷰가 있었다.
영화 잡지의 기자가 벤자민에게 질문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벤자민은 대답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영화는 모든 영역이 다 중요합니다. 어떤 역할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죠.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팀 로빈슨을 향해 질문했다.
“음악 감독인 팀 로빈슨에게 묻겠습니다. 시사회의 반응이 뜨거운 걸로 보아 이번 영화도 OST가 엄청난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팀 로빈슨은 마이크를 들고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이번 영화에서 제가 음악 감독이었습니다만. 작품의 절반은 다른 친구가 만들었죠. 제가 제2의 팀 로빈슨을 키우는 중이거든요.”
‘키운다고?’
팀의 대답을 듣고 있던 나는 조금 의아했다.
기분 나쁜 대답은 아니었지만 썩 유쾌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기자가 좀 더 정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모든 음악이 팀의 손을 거쳤다, 그렇게 해석하면 될까요?”
팀은 질문한 기자를 보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렇게 볼 수 있죠.”
팀의 대답을 들은 순간 벤자민 휴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나 또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팀 로빈슨이 영화 음악에 있어서는 전문가이고 그에게 배울 점이 많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악을 만들면서 팀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각자 씬을 골라 음악을 만들었고 공동작업을 한 곡도 없었으니까.
오해의 여지가 있는 답이었지만 지금 여기서 내가 나서는 것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그렇고 그냥 지나치기도 신경 쓰이네.’
마지막 질문은 벤자민 휴즈 감독님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끝으로 감독님, 이 영화를 보게 될 전 세계 수많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으신가요?”
벤자민 감독님이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앞선 인터뷰에서 이미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마이크를 주원 군에게 넘기고 싶네요. 제가 영화 음악 만들어달라고 오랫동안 쫓아다녀서 겨우 합류해준 대단한 친구입니다.”
벤자민 감독님은 내 눈을 또렷이 응시하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나는 감독님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마이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나에게 기자가 질문을 건넸다.
“아까 팀 로빈슨 음악 감독은 모든 곡에 자신의 손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주원 군이 작곡한 곡도 마찬가지였나요?”
“아마도 그 대답은 그만큼 영화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셨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일단 작곡을 할 때 서로 교류는 없었습니다. 각자 따로 만들었고 의견을 주고받을 일은 없었죠.”
“이거 혹시 두 분이 라이벌 관계셨을까요? 보이지 않는 경쟁이 느껴지는데요? 헤드라인 뽑기 위한 설정인가요?”
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손을 바삐 움직였다.
아마도 좋은 타이틀이 나왔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팀 로빈슨이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짓는 듯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오해의 여지가 있는 답을 한 건 본인이니까.
분명 영화 음악 현장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것은 많다.
하지만 마치 내가 창작한 곡이 자신의 도움으로 나온 것처럼 말한다면 그건 얘기가 달라진다.
내 곡이 언제나 최고의 완성도일 수는 없고 항상 인기를 끌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도 내가 떳떳할 수 있는 이유.
그건 그 모든 창작이 내 머리와 내 손끝에서 나왔기 때문.
팀 로빈슨은 나의 그런 부분을 건드렸기에 나는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벤자민 감독님이 팀 로빈슨을 붙잡았다.
둘은 잠시 대화를 나눴다.
벤자민 감독님은 약간 찡그리며 굳은 표정이었다.
팀 역시 다소 불편한 기색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둘의 분위기는 무거워 보였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둘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조금 후 팀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었다.
“설마 내 대답이 기분 나빴던 건가요? 다들 너무 팍팍하네. 어쨌든 내가 음악 감독이었던 건 맞잖아요. 내가 뭐 곡이라도 가로챘나요?”
팀이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웃었다.
“조금 당황했던 거죠? 원래 기자들 인터뷰하다 보면 이상한 답이 많이 나와요. 녹화방송이 아니니까요.”
“조금 놀라긴 했어요. 마치 제 곡에 많이 관여하신 것처럼 얘기하셔서요.”
“설마 내가 그런 의도로 말했겠어요?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나랑 다음 영화 음악하는 거 생각해봐요.”
팀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시사회는 일단락되었다.
처음 팀 로빈슨에 대해 윌이 해 준 충고는 틀리지 않았다.
인터뷰 과정에서 조금 찝찝함은 있었지만 그래도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만든 음악을 사람들에게 많이 들려주고 싶은 마음.
그런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
방안에서 나 혼자서만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다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니까.’
시사회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고 호평 일색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의 영상미와 음악이 잘 어우러져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리고 몇몇은 내가 작곡한 엔딩 곡을 흥얼거리기도 했다.
특히 윌의 반응도 대단했다.
“주원 씨, 이 영화 대박날 것 같아요. 남녀 주인공이 공원에서 버스킹 할 때 부른 곡이랑 엔딩 곡 너무너무 좋아요. OST도 대박날 듯요.”
윌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노력의 결과가 보상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니까.
그렇게 영화는 미국 전역에 개봉되기 시작했다.
* * *
며칠 전, 문성주는 KM 클래식의 석영진 대표와 통화를 했다.
주원이를 통해 알게 된 석영진 대표.
어마어마한 부자라고 알려진 석영진 대표는 겉으로 보기엔 그런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악기를 수리하러 오는 많은 학생들의 부모 중에는 재력가들도 상당하다.
그들 중에는 인성이 좋지 못한 사람도 꽤 많다.
하지만 석영진 대표는 그런 부류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석영진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사람이었지만 이런 문제를 의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가 가진 부 때문이 아니고 그의 혜안 때문이었다.
젊어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게다가 그런 성공을 거두고도 성공에 취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사는 많은 벼락 부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문성주의 설명을 끝까지 다 들은 석영진 대표는 차분히 대답했다.
-선생님, 안 그래도 제가 한 번 찾아뵙고 제안 드릴 것이 있었습니다. 언제 시간이 되실까요?
직접 만나서 얘기하겠다는 석영진 대표.
공방의 문이 열리고 석영진 대표가 다른 두 명의 직원과 함께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석영진 대표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대로 된 구상이 끝난 후에 말씀드리려다가 조금 늦었습니다. 선생님, 일본이나 중국에 가지 마시고 저희랑 함께 하시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함께 할 일이 뭐가 있겠소.”
“KM 클래식에서 악기 은행을 만들려고 합니다. 선생님의 악기를 정가로 매입해서 필요한 학생들에게 대여를 하는 방식이 되는 거죠.”
문성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문성주 자신도 고아원 아이들에게 악기를 만들어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노력에 비해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 악기만 만들어준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꽃피울 수는 없었다.
그런 일이 의미 있게 꽃을 피우려면 훨씬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관심과 재능이 있는데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학생이 있다면?
이런 제도는 너무 의미 깊을 것이다.
“어떻게 학생들이 악기를 대여한다는 건지 조금 설명이 필요하네요.”
석영진 대표와 같이 온 직원이 노트북을 켜서 ‘악기 은행’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문성주 자신이 그간 고민했던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더불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
악기가 정말 필요하지만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음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악기를 매우 저렴한 금액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
석영진 대표는 최소 비용도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학생들에겐 무상으로 대여할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석영진 대표는 이 과정이 모두 사회 공헌 활동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음악의 씨앗을 곳곳에 뿌리는 거죠. 그리고 선생님의 훌륭한 악기를 널리 알릴 길이기도 하고요.”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 석영진 대표는 하나를 더 추가했다.
“그리고 선생님, 악기 제작 과정 수업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선생님의 뒤를 이을 제자를 양성하시는 거죠.”
석영진 대표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도 내놓았다.
문성주 자신처럼 악기 제작으로 유학을 다녀와도 국내에 돌아와서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그런데 KM 클래식에서 그들이 자리 잡게 도와주고 발판을 마련해준다면.
젊은 사람들도 한국에서 정착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석영진 대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탈리아 크레모나처럼 장인의 악기 공방이 모여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시너지가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한국 메이커의 악기를 사는 것이 늘어날 거고요.”
사라져가는 산업을 다시 살린다는 것은 한 명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사회.
하지만 여전히 기계가 만든 것과 사람이 만든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언젠가는 사라진다 해도 그 명맥을 조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면.
문성주는 석영진의 제안이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석 대표, 젊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멀리까지 보는지.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악기를 가지고 학생들이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주원이도 그렇고 나도 석 대표를 만난 것이 참 행운이네요.”
“주원 군을 만난 제가 행운입니다. 주원 군이 없었으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게 KM 클래식과 문성주 장인을 주축으로 한 ‘악기 은행’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문성주 장인의 악기를 쓰며 음악가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음악으로 세상을 밝게 할 프로젝트가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
* * *
미국 전역에서 개봉한 April in New York.
영화가 인기를 끌며 OST 앨범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다.
순위는 점점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학교 친구들은 영화를 보고 와서는 나에게 와서 얘기했다.
기숙사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사키와 장웨이도 영화를 보고 와서는 한참 동안 OST 얘기를 했다.
그리고 Dreamers 클럽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업이 끝나고 클럽 룸에 갔더니 알렉스와 로즈가 주인공 남녀가 부른 노래 ‘My only one’을 연습 중이었다.
어쿠스틱 기타까지 치며 부르는 둘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 같았다.
알렉스의 부드러운 저음과 로즈의 맑은 목소리가 너무 잘 어울렸다.
‘언젠가 이 친구들과 같이 작품을 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
노래를 끝낸 로즈가 나에게 물었다.
“이거 부를 때 설레는 감정으로 하는 게 맞겠지?”
“어떤 느낌이든 로즈 네가 생각한 게 맞아. 정답은 없잖아. 작곡자의 의도는 있다고 해도 말이야.”
로즈는 피식 웃었다.
“그렇네. 내가 너무 답을 찾으려고 했나 봐. 영화를 봐도 너무 분석하고.”
“그게 나쁜 건 아니지. 분명 도움 되지. 그래도 순간의 감정을 믿어보는 것도 때론 괜찮을 것 같아.”
이제는 알렉스 차례였다.
“남자 주인공이 에이프릴을 위해 만든 곡 있잖아. 나 그거 커버해서 너튜브에 올리려고. 괜찮지?”
“그게 뭐 나한테 허락받을 일이야? 네 맘이지. 알렉스 목소리로 들으면 다들 쓰러지겠는데?”
“그럴까?”
알렉스와 로즈가 노래를 부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언제 와도 음악이 끊이지 않는 클럽 룸.
나는 이런 학교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음이 아쉬웠다.
아쉬움이 남는 건 좋은 것이지만.
이렇게 좋은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했던 시간이 흐르는 것이 조금 슬펐다.
너튜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OST의 노래를 커버해서 올렸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곳에 가서 직접 부른 영상도 상당수였다.
그중에는 현재 가장 인기가 많다는 가수 카일리의 영상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채널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My only one’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조셉 비버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TV 토크쇼에 나와서 ‘April in New York’을 불렀다.
-이 영화 제가 극장에서만 다섯 번 봤어요.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볼 때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요. 작곡가분에게 곡 한번 받고 싶네요.
그렇게 하루하루 영화의 뜨거운 반응을 느끼며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던 어느 날이었다.
하교 후 찾은 클럽 룸에서 알렉스가 나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주원이 네가 만든 곡이 빌보드 2위를 찍었어. 축하해. 이 기세라면 1위 하는 것도 시간문제겠어.”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