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64)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64화(164/250)
한 번도 한국에 와본 적 없으면서도 한글 학교에서 한글을 배운 알렉스.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계 미국인인 부모님 덕분에 항상 자신의 정체성은 한국이 반이라는 생각을 했던 알렉스가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했다.
한국에 온 알렉스는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기로 했다.
집이 좁아 걱정했지만 알렉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머리만 기대면 잠들어. 그냥 아무 데서나 잘 자. 누울 공간만 있으면 됨.
이렇게까지 말하니 걱정이 좀 덜어졌다.
그리고 미사키와 장웨이도 각자의 고국에서 몇 차례 협연과 연주를 한 뒤 날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
바쁜 시기를 보내는 친구들이 나의 독주회 자리를 빛내주는 것이 고마웠다.
독주회는 이미 한국에 오기 한참 전부터 예정된 것이었기에 기본적인 준비는 모두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독주회에서 추가하고 싶은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길어졌고 이를 마무리해야 했다.
흔히들 클래식 공연이라 생각하면 굉장히 정적이고 격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고정관념에서 조금은 벗어난 연주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조금 다양하게 구성해 보았다.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을 받는 것보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었다.
나의 독주회를 보러 온 분들에게 음악적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다.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쓴다.
음악에 대한 배경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흥미가 가고 덜 지루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독주회에서 관객들이 재밌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노트북을 켰다.
그리곤 독주회에서 내가 청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걸 보고 대본처럼 읽을 생각은 아니지만 곡마다 전하고 싶은 말쯤은 미리 생각하고 싶었다.
그때 불쑥 지환이가 방문을 열었다.
“뭐해?”
“독주회 준비하는 중이야.”
지환이 뒤에는 알렉스가 실실 웃으며 서 있었다.
동생이 없는 알렉스는 지환이를 엄청 귀여워했다.
바쁜 나 대신 지환이와 함께 서울의 구석구석을 구경 다녔다.
지환이도 바쁜 가족들 때문에 여행을 많이 못 다녀봐서 알렉스와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마치 알렉스와 지환이가 형제 같아 보였다.
“그러고 있으니까 둘이 진짜 형제 같은데? 나만 빼고 놀러 다니니까 좋아?”
“형이 바빠서 그러잖아. 같이 다니면 나도 좋다고.”
“미안.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일정이 너무 빡빡해.”
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툴툴대는 지환이를 쓰다듬었다.
알렉스는 우리를 지켜보다 무언가 생각난 듯 나에게 말했다.
“근데 가는 곳마다 영감이 떠오른다며 메모하고 글을 쓰는데 딱 주원이 너 같더라.”
“그래? 피는 못 속이지.”
지환이가 노트북 옆에 바짝 다가와서 내가 작성하던 문서를 소리 내어 읽었다.
“독주회 때 이렇게 말하려고?”
“응, 어때?”
“그동안 아빠랑 형 연주회 몇 번 가봤지만 이런 건 처음 봐, 좋은데?”
“역시. 내 동생 뭘 좀 안다니까. 너네가 나 연습하는 거 한 번 봐줄래?”
“그래. 재밌겠다.”
나는 지환이와 알렉스를 앞에 두고 몇 번이나 연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환이가 내 침대에 뻗어버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졌다.
‘알렉스랑 놀러 다니느라 많이 피곤했었나 보네.’
잠든 지환이를 보며 알렉스도 웃었다.
“나는 혼자 자라서 그런지 지환이가 진짜 동생 같아. 한국에 있을 때 친하게 지내고 싶어.”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내가 뉴욕 가서 보답할게.”
지환이가 깨지 않게 나는 더 이상 연습은 하지 않았다.
알렉스도 살금살금 방문을 열고 나갔다.
지환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방에 가득했다.
나는 문득 생각난 내 팬카페에 들어갔다.
한국에 오기 전 나는 오랜 시간 나의 팬이 되어준 팬카페 회원들에게 독주회 공지를 한 바 있었다.
그리고 그중 열 세 분에게 독주회 티켓을 선물하기로 했다.
이로운 실장님은 랜덤으로 뽑은 열 세 명의 회원을 알려주었다.
나는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항상 제 음악과 활동을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
저의 첫 독주회에 열 세 분의 팬 여러분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당첨자는 아래 명단을 확인해 주세요.
-모르겠다, 아리아드나♡, 퇴근이제일좋아, zaharang123, 가현맘, 4000캐쉬좌, Jina, min☆, 세인트, 레♡, 너울너울, 포메리치, 띵띵이
좌석의 수가 한정적이어서 더 많은 분들을 초대하지 못 하는 것이 아쉽네요.
대신 직접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분들께 좋은 소식 알려드려요.
새롭게 출시된 KM 클래식 어플의 ‘라이브 콘서트 홀’에서 실시간으로 제 독주회를 감상하실 수 있다고 합니다.
직접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팬 여러분들은 라이브 영상으로 제 독주회에 함께 참석 부탁드립니다.
* * *
독주회가 5일 남은 날, 아빠의 학원 연습실에서 독주회 프로그램을 한창 연습하고 있을 때였다.
아빠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냥 들어오지.”
“점심때가 훌쩍 지났는데 안 나와서 들어와 봤어. 배 안 고파?”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니 배가 고파왔다.
우리는 연습실 근처에 아빠가 자주 간다는 분식집에 함께 갔다.
메뉴판에 각종 김밥 이름이 보이자 반가웠다.
생각해 보니 뉴욕에 있는 동안 김밥을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갑자기 군침이 돌았다.
“오랜만에 김밥 먹어야겠어. 두 줄 먹어야지. 엄청 오랜만이거든.”
“그럼 아빠는 다른 거 시킬 테니 나눠 먹자.”
“어릴 때 아빠가 소풍 때 김밥 싸준다고 부엌을 다 엉망진창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나.”
“그게 언제 적이야.”
“김밥만 보면 아직도 생각나네. 근데 안유리 교수님이랑은 잘 만나고 있어?”
“그럼, 잘 만나고 있지.”
“그럼 내 독주회에 모시고 와줘.”
분식집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지만 아빠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다.
“아빠,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지?”
“당연하지. 뭐든지.”
“내가 뉴욕에서 엄마 만났다고 했잖아. 엄마가 지환이 만나는 거 괜찮지?”
“그럼. 당연하지. 엄마가 지환이 보고 싶다고 얘기했어?”
“아니. 내가 지환이한테는 직접 만나서 설명해달라고 부탁했거든.”
“엄마한테 그런 부탁을 했었구나. 너희들한테는 아빠가 미안해. 아빠도 지환이한테 날 잡아서 제대로 얘기할게.”
순식간에 소고기김밥과 참치김밥이 나왔다.
“이런 얘기 이제 다 할 거야. 마음에만 담아두지 않을게. 그게 나은 것 같아.”
“그래, 아빠도 노력할게.”
오랜만에 먹는 김밥은 정말 맛있었다.
분식집에서 김밥을 먹으면서도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상처는 아물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에 관해 얘기했다.
나는 출시된 KM 클래식 어플에 대해 아빠에게 설명했다.
기존에도 클래식 스트리밍 어플이 있었지만 단점이 꽤 많았다.
검색이 불편한 곳, 음원의 수가 적은 곳, 예전 연주자의 음원만 있는 곳 등 어플마다 가진 문제점도 모두 달랐다.
그래서 석영진 대표님은 고민 끝에 적자에 허덕이는 영국의 한 클래식 스트리밍 업체를 사들였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8만여 개의 클래식 음원이 확보된 상태에서 다음 스텝을 밟았다고 한다.
대표님은 기존의 클래식 스트리밍 어플들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면서 손쉬운 검색과 다양한 무손실 음원을 갖췄다.
그리고 작곡가별, 연주자별, 시대별, 악기 편성별 등 쉽게 음악 탐색을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너튜브에 대항해 라이브 콘서트 홀이란 카테고리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 독주회를 어플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비용은 직접 보러 오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저렴하다고 했다.
특히 내가 어플만의 특색을 위해 대표님께 제안했던 것이 있었다.
-협주곡을 연습할 때요. 오케스트라의 연주만 녹음된 버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피아노는 가상 악기로 녹음한 교육용 기계가 있지만 그건 기계 값도 거의 백만 원에 곡마다 팩을 따로 사야 해서 굉장히 비싸거든요.
-그런데 만약 가상 악기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레코딩을 하려면 그것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학생들 주머니 가볍게 하자고 엄청난 출혈을 할 수는 없는 법이죠.
-저에게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요. 아마도 이걸 수락할 오케스트라도 분명 있을 거예요.
협주곡을 연습할 때, 연주자들은 보통 오케스트라와 두 번 정도의 리허설을 갖는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협연자와 협연을 하기 전에 모든 준비가 완벽히 끝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연에서 종종 연주되는 곡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일단 그 곡들부터 레코딩하면 좋을 텐데.’
나는 대표님께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은 방법을 알려드렸고 결국 대표님은 어플에 그 기능을 넣는 것에 성공했다.
아빠는 너무 좋은 기능이라며 자신도 연습할 때 꼭 사용하겠다고 했다.
밥을 먹으면서 긴 이야기를 듣던 아빠가 문득 이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주원아. 요즘 모든 클래식 음원을 다 기계로 찍어서 들려주는 어플이 인기라던데? 이름이 뭐더라?”
“그래? 그럼 사운드가 직접 연주하는 거랑 비슷해?”
“똑같을 수야 없지. 그런데도 연주자의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으니 음원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고 하더구나.”
처음 듣는 얘기였다.
아빠는 앙상블을 같이했던 동료들과 나눈 얘기를 한참 전해주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 걸까? 얼마 후면 웬만한 연주자들은 모두 기계에게 밀려날지도 모르겠구나.”
“아빠.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사람의 감정이란 게 얼마나 복잡미묘한데. 기계가 그걸 전부 따라올 수 있을까? 게다가 바이올린이 얼마나 섬세한 악기인데.”
KM 클래식의 어플이 출시된 시기에 이런 얘기를 들은 것이 신경 쓰였다.
예술은 감정의 영역이기에 기계가 침범하지 못할 거란 내 생각은 잘못된 것일까?
알 수 없는 찝찝함을 가진 채 연습실에 돌아갔다.
띠리릭.
한 통의 메일이 수신되었다.
발신인은 바로 리카르도였다.
그동안 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안젤리카와 리카르도.
리카르도가 보낸 장문의 메일엔 그동안의 사정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미래 서울 병원에서 여러 가지 적합성 테스트와 검사를 거쳐 오랜 시간을 대기했던 안젤리카.
수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기 환자가 워낙 많아 당장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이탈리아로 돌아가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미래 서울 병원으로부터 수술 가능 날짜를 확답받고 다시 얼마 전에 한국에 입국해 소아병동에 입원 중이라고 했다.
리카르도는 안젤리카의 현재 컨디션은 좋지만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내 독주회에 못 오는 것을 너무 안타까워한다고 전해주었다.
리카르도는 안젤리카의 수술은 내 독주회가 끝나고 이틀 뒤라 가족들 모두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자네의 독주회가 열리는 서울에 있는데도 참석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네. 우리를 이해해주길 바라네. 안젤리카의 수술이 잘 되길 기도해주게.
리카르도의 메일을 본 순간.
나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안젤리카가 수술 하기 전에 꼭 병원에 들르겠다는 말도 남겼다.
리카르도에게 메일을 보낸 후, 난 미래 서울 병원의 원장님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그분께 전화를 걸었다.
-주원 군. 반가워요.
-원장님. 잘 지내셨죠?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모습 보면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연락을 준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요.
-뭔가요? 힘 닿는 대로 도와드리죠.
-혹시 소아 병동 환자들을 위해 작은 연주회를 해도 될까요?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