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7)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7화(17/250)
방송이 끝난 뒤.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쏟아졌다.
특히 우리 반 단톡방.
평소엔 주로 게임 얘기를 하던 단톡방이었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대박. 너네 연주 듣고 소름 돋았잖아.
-잠깐이지만 문주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
-가족들이랑 숨죽이면서 봄. 다들 너희가 제일 잘했대.
-내 친구라니까 못 믿겠다는데 사진 좀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 알았냐?
-처음부터 끝까지 안자고 들었다!
-윤하준도 오늘 좀 멋있었음.
-지금 게임 할 수 있는 사람?
친구들의 화제가 금세 전환되었다.
이 정도만 해도 정말 오래 이야기 한 거였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답을 남긴 뒤 궁금함에 인터넷으로 반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문주원 바이올린 음색 미쳤다.
-나 바이올린 전공생인데 나보다 잘하는 듯. 근데 쟤가 전공생이 아니라고?
-갑자기 예술의 전당 온 줄.
-채널 M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클래식 연주자가 1등은 못하겠지. 요즘 누가 클래식 듣는다고.
-우승은 모르겠지만 음악은 진짜 좋았다.
-저 둘이 일반고 다닌다던데 일반고에 저렇게 바이올린 잘하는 애들 두 명이 있는 게 말이 되나?
-근데 문주원은 못하는 게 뭐야? 저 비주얼에 노래도 잘하고, 바이올린에 편곡까지. 완전 사기캐다.
-문주원 아이돌로 데뷔해도 센터 먹을 비주얼.
-파사칼리아라는 곡 처음 들어봤는데 너무 좋아. 그런데 이게 직접 편곡한 곡이라니. 어나더 레벨 아님?
-바이올린 소리가 이렇게 좋다니. 내 동생 하는 거 보면 엄청 시끄러운데.
-뭔가 되게 뭉클해. 감동.
한참 동안 시청자들의 반응을 읽다보니 뭔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내 음악을 들어줬던 게 얼마 만이지?
눈앞에서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작은 화면을 통해 전해졌을 선율들.
많은 사람에게 큰 감흥을 준 것 같아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제 생방송에서 관중들 앞에서 직접 마지막 무대를 보여 줄 일만 남았다.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파이널 무대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고 하였다.
나 혼자서 처음 서는 무대.
어떤 곡이 좋을까?
갖가지 생각이 넘쳐났다.
어떤 곡을 어떤 악기로 연주하면 좋을까?
* * *
주원의 아버지 문혁은 오랜만에 아버지 문성주의 공방에 들렀다.
“아버지 저 왔어요.”
공방 한편에서 작업을 하던 문성주가 고개를 들어 아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아버지. 같이 방송 보던 날이요. 애들 있어서 주원이의 바이올린 연주에 대해 길게 얘기 못 했잖아요.”
“그렇지.”
문성주는 악기를 만들 때만 끼는 두꺼운 안경을 벗어 책상 머리에 두었다.
“예사소리가 아니더구나. 정말 파가니니가 살아 돌아온 것만 같았어.”
“그랬죠? 저도 화면을 뚫고 나오는 주원이의 바이올린 음색에 정말 놀랐어요. 역시 아버지도 느끼셨네요.”
문성주는 어안이벙벙한 표정으로 말했다.
“7~8년의 공백이 무색하더구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진짜 하늘이 내린 재능 같더구나.”
“제가 주원이한테 물어보니 그 곡 하나만 엄청 연습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예전처럼 손가락이 유연하지 않고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게 정상이다. 안 그러면 이상한 거지. 그런데 말이다.
“네, 아버지.”
문성주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떻게 그런 거장 같은 연주가 가능한 게냐? 내가 들어본 그 누구의 연주보다 아름답더구나. 살아있는 게 감사할 정도였어.”
“주원이가 본격적으로 음악 하고 싶나 봐요. 문화예고 편입하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야지. 그런 눈부신 재능을 가진 애가 음악을 해야지. 참 긴 시간을 돌아왔구나.”
문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요. 이제야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거 같아요. 주원이한테 너무 미안했거든요. 좋아하는 음악, 못난 부모 때문에 그만둔 것 같아서요.”
“그게 어떻게 네 잘못이냐? 사람 사는 거, 자기 계획대로만 되는 거 아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때도 있는 게 당연한 거야.”
“아버지. 주원이가 음악 다시 시작해서 너무 좋아요.”
문혁은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주책맞게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버지 문성주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깊게 패인 아버지의 주름을 보면 언제나 죄송한 마음 뿐이었다.
“커피나 한 잔 마시자꾸나. 공방 앞에 아주 커피가 맛있는 집이 생겼어. 주인이 이탈리아에서 잠깐 살았더라고.”
“그래요? 아버지 반가우셨겠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원래는 그 집 주인이 성악으로 유학 갔다가 커피에 빠졌다더구나.”
“아버지 이제 매일 거기 들리시겠어요.”
문성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커피도 훌륭하고 음악 선곡까지 마음에 드는 집이야.”
“공방 옆에 그런 카페가 생기다니. 얼른 가봐요.”
“그래, 금방 정리할 테니 좀만 기다려라.”
* * *
어느덧 시간이 흘러 라이벌 매치 방송 날이 되었다.
라이벌 매치의 반응은 뜨거웠다.
가장 인기 있는 참가자인 저스틴과 신건형의 라이벌 매치가 성사되었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부터 게시판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당연 저스틴이 올라가지. 신건형은 음색 좀 독특한 거 말고 뭐 있냐?
-무슨 소리! 저스틴이야말로 목소리로 먹고 들어가는 거지 음악성이나 비주얼이나 악기 다루는 솜씨나 신건형이 당연히 올라 간다에 한 표.
-여기 문주원 팬은 없나요? 나는 문주원 순서만 기다리고 있음.
-문주원 팬 여기 추가요!
신건형과 저스틴의 무대가 화면에 펼쳐지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무섭게 펼쳐지며 그칠 줄을 몰랐다.
최고의 라이벌답게 둘의 무대는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실수 하나 없이 본인들의 매력을 발산하는 무대였다.
심사위원들은 참 난처했다.
심사 결과 3:1로 저스틴이 승을 거두자.
심사위원 황석환이 시즌 통틀어 한 번 쓸 수 있는 패스권으로 신건형을 합격시켰다.
“더이상 신건형 군을 못 본다니 제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두 분이 다른 분들과 라이벌 매치를 했다면 절대 떨어질 일은 없었을 거라 장담합니다.”
“감사합니다. 후회 없는 무대 만들겠습니다.”
극적으로 살아난 신건형 덕분에 팬들은 십 년 감수했다는 둥.
황석환 심사위원 사랑한다는 등의 반응이 넘쳐났다.
광고가 잠시 흐른 뒤.
반짝이는 두 대의 검정색 그랜드 피아노가 화면에 잡혔다.
-쉬어가는 타임인가요?
-클래식? 잠깐 화장실 다녀옵니다.
-피아노 치는 사람이 아직까지 두 명이나 살아남았었나?
-왜 그 문화예고 차석이라는 학생 있었잖아.
-어? 그럼 다른 한 명은 문주원이다! 오늘 우리 주원이 피아노 치나요? 미쳤다. 지난번에 바이올린도 그렇게 잘하더니.
심사위원과 대화하는 장면 후에 드디어 라이벌 매치 무대가 시작되었다.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을 나만의 스타일로 편곡한 곡.
두 명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TV에서 나와 박수호의 연주가 끝나자 아빠가 감탄하며 말했다.
“주원아! 정말 훌륭한 편곡에 엄청난 연주 실력이구나. 진짜 놀랐어.”
“고마워, 아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니? 편곡도 그렇고. 너 아빠 모르게 바이올린이랑 피아노 계속 연습했던 거니?”
그러자 옆에 있던 동생 지환이가 말했다.
“형, 진짜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거야?”
나는 동생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어 주었다.
“문지환, 고맙다.”
그러고는 아빠를 바라보았다.
“악기는 한동안 안 했어. 애들하고 밴드하면서 키보드치고 연습실에서 피아노 좀 치고 그랬지. 그런데…….”
“그런데?”
“다시 음악하니까 너무 재밌더라고. 잃어버린 나를 찾은 기분도 들고.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그러다 보니 편입도 생각하게 된 거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아빠가 말했다.
“편입 준비하려면 레슨 선생님 구해야지? 레슨도 받아야 할 텐데?”
“레슨 없이 그냥 준비하면 떨어지려나?”
“독학으로 예고 들어가는 애는 없다고 봐야지.”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당연히 혼자 연습해서 시험 볼 생각이었다.
아무리 예전의 기량을 되찾지 못했다 해도.
나는 파가니니였다.
아직 예전 기량을 찾으려면 한참 연습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레슨은 불필요하다고 생각됐지만, 아빠를 설득할 명분이 없었다.
내가 과거에 파가니니였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수 백년전 상황이랑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변한 게 많을 테니.
흘러간 세월 속에 변한 부분. 내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레슨 선생님이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아빠, 아는 분 있어?”
“아는 사람이야 많지. 그런데 너를 제대로 알아봐 줄 사람이 필요해. 넌 좀 특별해서.”
아빠는 느꼈나 보다. 내 음악에서 특별함을.
“…음, 지금 떠오르는 친구는 아빠 대학교 친구 지금 연희대 기악과 교수로 있는 친구 있거든. 기환이 삼촌 기억 나니?”
“아니.”
“기환이한테 한 번 물어볼게. 그 친구가 티칭에는 일가견이 있어서.”
“연희대 교수님이라고?”
“그래, 지금 좀 바로 전화해봐야겠다.”
아빠는 핸드폰에서 서둘러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자마자 아빠 친구분이 전화를 받았다.
“기환이니? 나야, 문혁. 늦은 시간에 미안하다. 요즘 바쁘지?”
아빠는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십 분 정도 지났을까?
아빠가 전화를 끊고 나한테 왔다.
“주원아, 조만간 악기 들고 너랑 연희대로 가기로 했어.”
“레슨해 주신대?”
“…그게. 직접 가르치는 건 어렵고. 일단 한 번 연주하는 거 봐야 전공에 관한 조언이든 선생님 소개해 주는 게 가능할 것 같다고 하네.”
“그래, 알았어.”
일단 마음은 정했으니 편입 준비는 오디션 마지막 무대 끝나면 본격적으로 준비해야겠다.
“아빠, 나 연습실 좀 다녀올게.”
“지금 이 시간에? 너무 늦었는데 내일 가지.”
“파이널 무대 준비할 게 남아서 그래.”
“이번엔 무슨 곡 하니?”
“비밀이야, 생방송에서 봐.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
“그래, 근데 아빠 보러 가도 되는 거야?”
“어, 가족석 있다고 했어. 지환이 오면 힘들까 봐 그냥 말 안 했는데 아빠 오려고?”
“당연하지. 아빠랑 지환이랑 보러 갈게. 가족석까지 있는데 안가면 되겠어?”
“어, 수혁이랑 우진이도 올 거야.”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 형들이랑 같이 있으면 지환이도 좋아하겠다. 그럼 연습실 잘 갔다 와.”
“다녀올게.”
늦은 밤, 나는 에반스 실용음악학원 연습실로 향했다.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북적인다.
연습실마다 연습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복도에 서서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수군댄다.
그들 중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채널 M 오디션 프로에 나오는 학생 맞죠? 좀 전까지 보다 왔거든요. 진짜 너무 멋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진짜. 원장님 말씀이 맞았네. 여기 다닌다고, 원장님한테 레슨도 받고 친하다고 했는데 안 믿었거든요.”
“최종호 원장님이 저한테 진짜 잘 해 주세요. 오늘 같이 무대에서 연주한 박수호랑도 여기서 연습했어요. 원장님이랑 피아노도 같이 옮겼고요.”
“정말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모든 장르를 다 잘 소화해요? 노래도 피아노도 예술이고. 특히 바이올린 대박. 그런 소리가 나는 악기인 줄 처음 알았다니까요.”
멋쩍게 대화를 이어가던 중, 문을 열고 최종호 원장님이 들어오셨다.
“문주원 왔어? 야! 너 잘 만났다.”
“원장님 왜요?”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