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77)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77화(177/250)
내가 스트라디바리 다 빈치로 결정하자 베인앤푸쉬 직원들과 미리 와있던 보험 회사 직원들이 분주해졌다.
악기 사용에 대한 안내 사항과 읽고 사인해야 할 서류들을 일사불란하게 준비해 주었다.
그런 모습에서 그들의 전문성이 느껴졌다.
베인앤푸쉬의 대표님은 사인이 모두 끝난 서류를 살펴보셨다.
“이제야 ‘다 빈치’가 제소리를 찾을 수 있겠군요. 누군가의 투자 대상이 되어 컬렉션으로만 머물기엔 정말 아까운 악기였습니다.”
대표님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몇 마디를 덧붙이셨다.
“스트라디바리의 최고 걸작품이라 일컬어지는 ‘메시야’의 경우, 영국 옥스퍼드 애슈몰린 박물관에 소장돼 있죠.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 빈치는 주원 군의 곁으로 가게 되어 정말 기쁘군요.”
“감사합니다. 악기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음색을 찾도록 노력해야죠. 오랜 시간 잠들었던 만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악기는 마지막 점검을 마친 후, 뉴욕으로 안전하게 가져다주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악기 대여를 위한 모든 과정을 마친 후, 나는 윌과 함께 스트라디바리 협회를 나섰다.
* * *
이탈리아 피렌체.
파울로가 11살 때의 일이었다.
“파울로. 형이 연습할 때는 방해하지 말아야지.”
“형, 나랑 축구하자. 바이올린 지겹지도 않아? 맨날 연습이야. 집에 와서도 쉬지도 못 하고.”
“콩쿠르에서 아직 한 번도 입상을 못 했잖아. 그러지 말고 너도 연습하자.”
파울로에겐 다섯 살 터울의 형이 있었다.
형의 이름은 프랑코였다.
프랑코는 누구보다 바이올린을 좋아했고 열심히 했다.
파울로도 프랑코와 같은 선생님께 레슨을 받았지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항상 프랑코보다는 파울로를 칭찬했었다.
-파울로는 음감이 좋아요. 박자감도 좋고요. 단, 음악에 대한 관심이 프랑코보다 떨어지죠. 반대로 프랑코는 열정은 가득한데 음악성이 조금 아쉽습니다.
안타깝게도 프랑코에겐 음악적 재능이 부족했다.
좋아하는 만큼 재능도 따라줬으면 좋았을 텐데.
프랑코의 노력만큼 바이올린 소리는 좋지 않았다.
그게 재능의 문제였는지, 연습 방법의 문제였는지 파울로는 알지 못 했다.
그날도 프랑코는 콩쿠르 본선에서 떨어졌다며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날은 프랑코의 마음을 대변하듯 유독 비가 많이 내리던 저녁이었다.
우르르 쾅.
천둥 번개도 치는 요란한 날.
과속을 하며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이 빗길에 미끄러져 길을 건너던 프랑코와 부딪쳤다.
퍽-.
프랑코의 몸이 균형을 잃고는 오토바이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프랑코는 오토바이와 부딪치면서도 바이올린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 사고로 프랑코는 손을 다치게 되었고 좋아하던 바이올린을 그만두게 되었다.
사고를 낸 오토바이 운전자는 프랑코를 두고 급하게 도망갔고 잡히지 않았다.
다행히 그 주변을 지나가던 행인이 프랑코를 발견해 프랑코는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프랑코는 여러 차례 수술을 해야 했고 수술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모님은 프랑코의 수술비를 위해 하루 종일 일하셔야 했다.
새벽 어스름에 일을 나가 하늘에 별이 뜨는 시간에 오시는 부모님 때문에 할아버지가 파울로를 돌봐주셨다.
그래서 파울로는 할아버지가 오시기 전까지 학교가 끝나면 항상 형이 있는 병원에 가곤 했다.
프랑코는 언제나 창밖을 보며 붕대를 감은 손 위로 살짝 삐져나온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다친 프랑코와는 다르게 멀쩡한 바이올린이 늘 프랑코의 옆에 놓여있었다.
프랑코는 파울로를 보며 말없이 웃었지만 눈은 언제나 슬퍼 보였다.
파울로는 멀쩡한 바이올린이 미웠다.
아니, 사고를 낸 가해자가 미웠지만 그를 찾을 수 없었기에 형을 이렇게 만든 애꿎은 바이올린이라도 미워해야 했다.
그래야 뻥 뚫린 것 같은 가슴이 덜 아팠으니까.
바이올린을 못 하게 된 프랑코는 시름시름 메말라 갔다.
그리고 붕대를 풀었을 때, 돌아오지 않는 손가락의 감각에 목놓아 울었다.
파울로는 우는 형의 모습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슬픈 눈이어도 미소를 지어줬던 프랑코 형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그 뒤로는 형의 곁을 늘 함께하던 바이올린도 병실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바이올린이 병실에 다시 나타난 어느 날이었다.
바이올린을 애처롭게 쓸고 있던 프랑코가 파울로를 보며 바이올린을 건넸다.
“파울로, 날 위해 콩쿠르에서 우승해줄 수 있어? 딱 한 번이라도 좋아.”
“콩쿠르에서 우승?”
“어, 그래서 나한테 트로피를 갖다 줘. 그럼 힘내서 재활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르겠어. 하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파울로는 그 부탁이 형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너무나 미웠던 바이올린을 건네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형의 모습은 마치 인생의 마지막 부탁을 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으니까.
“알았어. 그럼 내가 트로피 갖다 줄 테니까 형은 재활 치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받아야 해.”
“어, 그리고 가끔 병원에 와서 연습해 줘. 바이올린 소리가 듣고 싶어.”
집안이 어려워져 바이올린을 더 이상 배울 수 없던 파울로는 한 곡을 열심히 연습해 이전 레슨 선생님을 찾아갔다.
갑작스레 연락도 없이 집에 찾아온 파울로를 보고 선생님은 깜짝 놀라셨다.
“프랑코 일은 정말 안 됐다. 그런데, 파울로 너 다시 바이올린 배우려고?”
“네, 선생님. 그런데 저 지금은 돈을 드릴 수 없어요. 대신 콩쿠르에서 우승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상금 타서 갚을게요.”
“흠. 청소년 콩쿠르라도 우승은 쉽지 않아. 연습한 곡이 있다면 한 번 해 보거라.”
파울로는 며칠간 연습한 곡을 선생님께 들려드렸다.
하지만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그동안 레슨을 안 했더니 티가 나는구나. 나는 무료로 봉사해줄 순 없단다. 돈도 안 받고 가르쳐줄 순 없어.”
어린 파울로는 몇 번이나 다시 선생님을 찾아갔지만 선생님은 번번이 거절하셨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셨다.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던 파울로는 형이 모아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DVD들이 떠올랐다.
DVD들을 찾은 파울로는 영상을 틀어놓고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특징을 따라해 보기 시작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활을 쓰는 방법, 비브라토의 움직임, 셈여림, 활의 사용 폭 그리고 표정까지도 모두 따라했다.
마치 그 바이올리니스트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그렇게 그와 똑같아 질 때까지 연습을 한 후, 선생님을 다시 찾았다.
“파울로, 오늘이 마지막이다. 더 이상 네게 시간을 쓸 수 없구나. 이렇게 무작정 계속 찾아오면 곤란해.”
“알겠어요. 이번엔 제대로 연습해왔어요.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파울로는 다시 연기하듯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연주를 들은 선생님은 깜짝 놀라셨다.
그리곤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선생님은 이번 연주를 듣고는 파울로의 콩쿠르 우승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결국 콩쿠르에서 상금을 타면 레슨비를 갚는 조건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파울로는 최고 연주자들의 음악을 카피하며 콩쿠르에서 우승을 휩쓸기 시작했다.
프랑코는 파울로가 갖고 오는 트로피를 볼 때마다 행복해했다.
상금의 일부는 바이올린 레슨비로 나머지 전부는 모두 프랑코의 치료비로 흘러 들어갔다.
파울로는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사실보다, 가족들의 한숨이 가벼워졌다는 사실이 더 행복했다.
특히, 바스라져 사라질 것만 같았던 형이 차츰 회복되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한 번 우승한 콩쿠르는 다시 나갈 수 없었고 파울로는 늘 새로운 콩쿠르를 찾아 나섰다.
그런 과정을 반복할수록 파울로의 머릿속엔 우승과 상금만 남을 뿐이었다.
‘모든 콩쿠르에 다 나가서 상금을 휩쓸어 버리겠어.’
피렌체 청소년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다음 해, 이탈리아 청소년 음악 콩쿠르 우승.
그해 가을, 잘츠부르크 청소년 음악 콩쿠르 우승.
그리고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2등.
하지만 가장 큰 무대였던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주원에게 아픈 패배를 당한 후.
파울로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게다가 파울로를 부모님 대신 키워준 할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셨다.
기력이 쇠해 침대에 누워있던 할아버지가 파울로에게 다정한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파울로야. 나는 네 바이올린 연주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구나.”
“사람들은 제 연주에 영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할아버지는 모르셨어요?”
“영혼이 없긴. 바이올린을 미워하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했던 거겠지. 너에겐 연주가 가족을 살리려는 일이었으니까.”
미워하는 대상과의 불편한 동행.
파울로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잊고 있었던 과거의 감정이 떠올랐다.
“맞아요. 상금과 우승 타이틀만이 의미 있었어요.”
“그만하면 됐다. 프랑코를 위해 우승하고 상금 타오는 거. 그 정도면 충분해. 이제는 네 음악을 하자꾸나. 프랑코도 바이올린만 못할 뿐이지 이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잖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사람들에겐 우승자 타이틀만 중요할 뿐이에요. 누구의 음악인지 구분도 못 할걸요?”
“나는 네 음악을 알아. 누구를 따라하지 않을 때의 자유로운 음악을 알고말고.”
할아버지는 말씀 중에도 쿨럭쿨럭 마른 기침을 하셨다.
할아버지와의 대화로 파울로는 조금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매일 할아버지의 침대 앞에서 연습했다.
누군가를 따라하지 않고 자신만의 소리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당장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할 뿐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
할아버지는 파울로의 손을 힘없이 붙잡았다.
그리곤 파울로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셨다.
기력이 없는 할아버지는 파울로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들릴 듯 말 듯 말씀하셨다.
“매일 네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 고통을 잊는 것 같았단다. 고맙다 파울로. 죽어서도 네 음악이 그리울 것 같구나.”
파울로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파울로의 음악을 듣고 그런 얘기를 해 준 사람은 할아버지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한 음악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자신이 지독하게 미워했던 바이올린은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줄리어드에서 예상치 못하게 주원을 보자 동요하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이내 굳게 결심하고 결의를 다지기 위해 다시 한번 주원을 도발했다.
주원이한테는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아무리 도발해도 꿈쩍 않는 주원은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할 수 있도록 좋은 자극이 돼 줄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주원은 파울로가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사람 같았다.
마치 돌아가신 할아버지처럼.
‘자신 있어. 나만의 음악을 꼭 완성하고 말겠어. 하늘에서 할아버지가 들을 수 있도록.’
* * *
“박자를 조금 더 리드미컬하게. 소피아, 정직한 연주는 곤란해.”
비올라 연주자 소피아는 피아졸라 음악의 리듬을 특히 어려워했다.
소피아의 연주를 듣던 페르난도는 벌떡 일어나 악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곤 소피아에게 오른손을 건넸다.
소피아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페르난도가 말했다.
“연주가 어려우면 일단 춤부터. 내가 탱고를 알려줄게. 주원이 네가 방금 그 부분 바이올린으로 연주 좀 해줘.”
“좋아. 그런 방법도 있었네.”
나는 피아졸라의 곡을 리드미컬하게 연주했고.
머뭇거리던 소피아는 페르난도의 손에 이끌려 탱고를 추게 되었다.
질질 끌려다니며 경직된 소피아와 열정이 넘치는 페르난도의 상반된 모습이 대비됐다.
첼로 전공 데이빗은 내 연주를 보고 틈을 타 음악에 합류했다.
우리 둘의 연주에 맞춰 소피아는 리듬을 익혔다.
왜 전공자가 리듬을 어려워할까 의문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더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이 있기 마련이고 또 선천적으로 자질도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소피아는 탱고 리듬처럼 변칙적인 리듬을 어려워하지만 바흐의 음악처럼 정교한 음악은 완벽에 가깝도록 연주한다.
반면 페르난도는 소피아와 정반대다.
그럼 잘하는 음악만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들의 음악에 발전은 없을 것이다.
오로지 내가 잘하는 것만 파고든다면 연습 과정은 어려울 리 없고 내 음악은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같을 테니까.
조금씩 소피아의 경직된 자세가 풀어지고 편안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페르난도의 리드에 맞춰 몸을 틀었다 고개를 돌렸다 노력하는 소피아.
어느새 리듬이 몸에 착착 감기기 시작했다.
“와. 방금 봤어? 나 탱고에 소질 있나 봐.”
“언제든 탱고를 추고 싶으면 내가 파트너가 되어 주지.”
페르난도의 제안에 소피아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페르난도는 남미 특유의 그루브로 훌륭히 역할을 소화해냈다.
둘은 마치 대회에 나온 댄서들처럼 인사를 하고 다시 악기를 든 채 자리에 앉았다.
나와 데이빗은 감탄사로 소피아를 응원했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뺨의 소피아를 보며 다시 연습할 것을 제안했다.
“숨이 차진 않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다시 연습 시작해도 되겠어?”
“물론이야. 이번엔 아주 느낌이 좋아. 우리 옷까지 강렬하게 입을까?”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된 연습은 이전보다 훨씬 좋았다.
소피아의 박자 감각이 몰라보게 발전했다.
몸으로 익힌 감각이 음악이 되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열심히 연습했고 실내악 발표 날이 성큼 다가왔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