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79)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79화(179/250)
나는 파울로를 보자마자 아까 들었던 훌륭한 연주에 대해 언급했다.
“아까 연주 좋더라.”
“고마워. 네 연주도 여전히, 아니 그때보다 더 좋더라.”
“나도 쉬지 않고 연습했지. 근데 오늘 연주, 다른 누구의 연주도 아니고 네 음악 같았어.”
내 말에 파울로는 슬며시 웃었다.
웃는 파울로에게 나는 음악을 듣던 내내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이제 누군가를 모방하는 건 그만둔 거 맞지?”
“맞아. 너라면 알아챌 줄 알았어. 아직 나만의 음색을 완벽히 찾아내진 못 했지만.”
“그건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니잖아. 우리가 평생 해야 할 일이지.”
“아! 너를 뛰어넘겠다고 한 말은 다 진심이야. 그러니까 긴장 풀지 말라고.”
“그래, 나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야.”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봤던 파울로의 모습과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수다스럽던 파울로가 조금 진지해졌다고나 할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음악으로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전해지는 나에 대한 투지.
그건 완벽히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별안간 파울로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 같은 천재는 몰라.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너도 평범하지 않아. 천재란 소리만 듣고 살았던 거 아니었어?”
“내 얘기가 아니야. 그리고 나는 너랑 같을 수도 없고.”
파울로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작게 늘어놓았다.
파울로의 눈빛엔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슬픈 감정이 보였다.
나는 파울로의 상황을 섣불리 넘겨짚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 눈에 그저 천재로 태어난 걸로 보이는 나에게도 남들이 알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상처가 가득한 것처럼.
파울로도 내가 모르는 슬픔과 상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언젠가 파울로가 내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를 기다려도 늦지 않는다.
‘그리고 파울로도 스스로 그 아픔을 딛을 방법을 찾아내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보다 지금은 자신의 음악을 만들겠다는 파울로의 결심이 반가웠다.
여전히 나에게 투지의 불꽃을 태우는 것도 좋았다.
그건 우리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아무튼 오늘 연주 훌륭했어. 파가니니 콩쿠르 때의 실수는 기억도 안날만큼.”
“그래, 오늘은 그거면 됐다.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어.”
파울로가 씨익 웃으며 돌아섰다.
파울로와 얘기를 마친 후, 나는 앙상블 팀원들에게 돌아갔다.
모두 이미 악기를 챙긴 상황이었다.
“미안, 파울로가 할 얘기가 있다고 찾아와서.”
“미안하긴. 근데 우리한테 할 얘기는 뭐야?”
“커피라도 마시면서 얘기할까? 내가 살게. 오늘 다들 수고했으니까.”
“좋아! 뒤풀이까지 확실하네.”
우리는 스몰토크를 하며 학교 앞 카페에 도착했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커피와 음료를 주문해 자리를 잡았다.
나는 시원한 라떼를 한 모금 마신 후, 친구들에게 본론을 얘기했다.
피아졸라의 곡을 함께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일이었다.
“나, 앙상블을 만들고 싶어. 시험 때문에 연습하는 것 말고, 평소에도 정기적으로 연습하는 거지. 당분간은 피아졸라의 곡에 몰두하고 싶고. 혹시 관심 있어?”
“우리한테 같이 앙상블 하자고 제안하는 거야?”
“맞아, 다들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었어. 그리고 몇몇 더 영입할 수도 있고. 아무래도 건반악기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러자 데이빗이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먼저 피아졸라 곡을 하고 차차 레파토리를 넓히자는 거지?”
“맞아.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작곡가의 곡들을 경험하고 싶어.”
“그러다가 연주할 기회가 생기면 하고?”
“물론이야. 그런 기회가 있으면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고.”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주억이며 내 제안을 수락했다.
“그럼 당장 오늘부터 연습 어때?”
“좋아! 무슨 곡부터 할까? 난 리베르 탱고.”
“아디오스 노니노는 어때?”
“나는 오블리비언이 좋더라.”
2주동안 긴 시간을 함께 연습한 우리.
발표가 끝난 날 또다시 연습을 하며 즐거워하다니.
‘나처럼 음악에 푹 빠진 애들뿐이네.’
* * *
오늘은 수업이 끝난 후, 오랜만에 뉴욕예술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나와 친했던 친구들 모두 뉴욕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했다.
알렉스와 로즈는 NYU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게 되었다.
필립은 NYU에서 연출을 전공하게 되었다.
왈리드 역시 NYU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해리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게 되었다.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여전히 뉴욕이라는 공간 안에 있었고 여전히 가슴 속엔 예술을 향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오늘은 이른 저녁에 왈리드의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알렉스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과는 졸업식 이후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왈리드의 집은 줄리어드에서 꽤 가까운 곳이었다.
학교에서 연습을 하다가 악기를 맨 채로 왈리드의 집으로 향했다.
왈리드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한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왈리드가 여기 산다고?’
하늘을 향해 치솟은 건물을 한참 올려다 보았다.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올라간 왈리드의 집.
‘설마 왈리드 진짜 사우디 왕자였었나? 근데 왜 4인용 기숙사에 살았던 거지?’
의아했지만 솔직히 왈리드가 왕자건 아니건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다.
왈리드는 솔직히 말했는데 농담으로 생각한 건 나였으니까.
그저 지금은 신기한 감정뿐이었다.
맨해튼의 전경이 훤히 보이는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펜트하우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왈리드의 경호원과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거실에는 이미 나를 제외한 친구들이 모두 도착한 상태였다.
나는 친구들의 곁으로 가 인사를 나누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며 알렉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몰랐던 눈치네. 나도 오늘 와서 알았어. 근데 우리 빼고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더라.”
100평은 넘을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집.
사방이 통유리창으로 되어있어 시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실.
널따란 테이블엔 각종 디저트와 음료가 있었다.
왈리드는 나를 보자마자 뛰어왔다.
“주원아. 이게 얼마 만이야?”
“너 진짜 사우디 왕자였던 거야?”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
“4인용 기숙사에서 사는데 농담인 줄 알았지.”
“그건 내가 투쟁해서 얻은 결과였어.”
그러자 로즈가 불쑥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 투쟁을 뭐하러 해? 이런 집에서 나는 하루만 살아봐도 좋겠다.”
“나도.”
“너 또 투쟁하면 꼭 나한테 말해라. 내가 대신 여기서 지낼게.”
“나는 청소도 깨끗하게 해 놓을 자신 있다고.”
오랜만에 만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등학생 때처럼 즐겁고 순수했다.
왈리드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집에 선포했다고 한다.
수많은 이복 형제들은 왈리드의 그런 결정을 반가워했고 형제들 중 그 누구도 탐내지 않는 미술관 사업과 예술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을 가고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런 이유였다.
이제야 왈리드가 예전에 했던 말들이 다 이해가 됐다.
“네가 왕자라서 놀라긴 했지만 솔직히 나랑 상관은 없지. 친구라는 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역시, 내가 이래서 고등학교 친구들을 좋아한다니까. 다들 나한테 뭐라도 얻으려는 사람들뿐인데.”
그러자 필립이 제 가슴을 두드리며 호언장담했다.
“걱정 마. 우리는 절대 너한테 안 그래. 그래도 뭐 혹시 나중에 내 뮤지컬에 투자하겠다면 안 말려.”
“크큭. 나도. 나도 내 영화 투자한다고 하면 절대 안 말리지.”
해리까지 투자 운운하자 모두 한바탕 웃었다.
우리는 간단한 디저트를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왈리드의 요리사가 차려주는 근사한 코스요리를 먹었다.
서로의 근황을 업데이트하느라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그러던 중 왈리드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나 정말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
“뭔데?”
“뉴욕 모마(MoMA : Museum of Modern Art, 뉴욕에 위치한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에 사우디 왕실 소장품 미술 특별전이 개최되거든. 내가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 일종의 첫 시험대인 셈이지.”
“모마에서?”
“오. 듣기만 해도 대단한데?”
“6층을 통째로 빌려서 특별전을 개최하는데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데 방법도 잘 떠오르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얘기 좀 해줘.”
왈리드의 얘기를 듣다 보니 문득 어떤 작품으로 전시회를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왈리드에게 아이디어를 주려면 대상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인지도 전혀 모르는 상황.
그런 상태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왈리드, 그럼 어떤 작품이 뉴욕으로 오게 되는지 보여줄 수 있어? 제목과 내용을 설명해주면 더 좋고.”
“물론이지.”
왈리드는 거실 한켠에 설치된 빔프로젝터로 뉴욕 모마 미술관 특별전에 전시될 작품들의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었다.
고흐, 모네, 피카소 등.
대부분이 나도 이름을 아는 화가들의 작품이었다.
그림에 대한 왈리드의 지식은 해박했다.
뉴욕 예술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건 알지만 왈리드가 음악 역시 좋아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왈리드는 예술 전반에 대해 굉장한 관심과 소양을 지닌 듯했다.
그리고 왈리드가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몇 장의 사진들.
그건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왈리드가 뉴욕의 갤러리들을 헤매다가 만나게 됐으며 최근 구매해 왕실 리스트에 소장된 작품이라고 했다.
왈리드는 화가의 예술성을 높게 평가했고 그의 작품이 장차 미술계를 흔들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다른 유명 작가의 작품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할 거야. 그게 좀 아쉬워.”
그런데 왈리드의 다음 말은 놀라웠다.
“이 작품들은 지금 우리 집에 걸려있어.”
“바로 볼 수 있다는 얘기야?”
“어, 따라와 봐.”
우리는 모두 왈리드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운동장처럼 넓은 펜트하우스.
광활한 복도를 지나 몇 개의 방과 화장실을 지나 나타난 곳.
왈리드가 문을 열자 나타난 방의 모습은 생소한 풍경이었다.
방안의 공기가 다소 낮았고 습도도 적절한 상태로 유지되는 것 같았다.
온통 하얗게 칠해진 벽에는 여러 개의 그림이 미술관처럼 드문드문 걸려있었다.
‘아까 봤던 그림이구나.’
직접 본 그림의 느낌은 사진과는 달랐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마치 음악처럼 익숙했다.
화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왈리드는 그림을 유심히 살피는 나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직 화가가 끝내지 못한 작품들이 있어. 연작(같은 주제로 잇달아 그리는 작품)이거든.”
“화가의 작업실은 뉴욕에 있어?”
“어, 소호에 있어. 내가 가끔 가거든.”
“나도 한 번 가서 보고 싶다. 그리고 직접 물어보고 싶어. 근데 이 작품의 제목은 뭐야?”
“Memory and Oblivion이야.”
“기억과 망각?”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술의 끝은 결국 통한다고.
클래식이건 실용음악이건.
가사가 있는 음악이건 없는 음악이건.
넓게는 음악이건 미술이건 무용이건.
우리는 인간의 감정을 노래하고 표현한다.
때로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도 하고 자연의 무서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다채로운 감정을 쏟아붓고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
왈리드가 찾아냈다는 화가의 작품을 보며 내가 느꼈던 감정.
그건 내가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언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 일치했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주제를 다른 재료로 표현했다.
하나는 붓과 물감으로.
하나는 음악으로.
그렇게 하나의 단어가 각기 다른 영감이 되어 돌아왔다.
“왈리드. 미술관에서 연주회를 하면 어때? 멋진 콜라보가 될 것 같은데.”
“설마 네가 연주해 주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술이 서로 통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