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83)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83화(183/250)
이로운 실장님은 오늘의 상황을 모두 영상에 담고 있었다.
왈리드와 MoMA 측과 사전에 협의를 한 상황이었다.
다이나믹한 전시회의 상황이 모두 끝나고.
석 대표님과 이 실장님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석영진 대표님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리 얘기된 건 아니었죠?”
나는 그 마음 이해한다는 듯 싱긋 웃었다.
석 대표님이 표정을 고치고 정색을 한 채 말을 이었다.
“아 정말 진땀 나네요. 무슨 영화라도 찍는 줄 알았네요. 머리카락이 다 쭈뼛 솟구쳤어요.”
“저도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죠. 한참 오블리비언 클라이막스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그분이 ‘빈센트!’ 외쳤을 때 깜짝 놀라서 악기 떨어뜨릴 뻔했다니까요.”
그러자 이로운 실장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와, 악기를 떨어뜨린다니 정말 상상도 하기 싫네요. 그거 지금 스트라디바리 다 빈치잖아요. 그런 말 말아요.”
이 실장님이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 순간.
“빈센트!”
내가 약간 장난기가 발동해서 갑자기 소리치자, 이 실장님은 진짜 깜짝 놀란 고양이처럼 온몸을 들썩이며 나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냈다.
“오, 실장님 진짜 놀라셨나 봐요. 앞으로는 혹시라도 절대 떨어뜨리지 않도록 악기에 목줄이라도 걸도록 할게요. 크큭.”
이 실장님과 나의 티키타카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는지, 석 대표님은 조금 혈색이 돌아온 표정으로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해 주었다.
“아무튼 오늘 전시회 구성과 내용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저 옆에 피카소, 고흐, 달리 그림이 전시된 곳보다 이 전시관이 더 인기가 많았다고 하니까요.”
사우디 특별전은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그중에서 빈센트의 작품에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모였다.
전시회장을 살펴보니 빈센트는 작품에 대해 궁금해하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빈센트를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특별전을 주관하는 호스트로서 왈리드 역시 매우 바빴다.
빈센트의 작품 근처에서 흐뭇하게 서 있는 나를, 왈리드가 멀리서 보고 성큼성큼 다가오면서 소리를 질렀다.
“주원아!”
너무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주변 관람객들의 시선이 모두 나와 왈리드에게 꽂히는 찰나.
“완전 대성공이야!”
“축하해. 수고했다.”
“주원이 네 덕분이야.”
“우리가 다 같이 한 거지. 그리고 빈센트 부모님 제시간에 맞춰 모시고 와준 것도 고맙고.”
“노력은 했지만 이런 상황까지 생길 줄이야.”
왈리드는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완전 흥분한 말투로 속사포같이 말을 이어갔다.
“흔하지 않은 음악과 미술의 콜라보에다가 기억을 되찾은 빈센트 어머니까지. 이런 대박이 또 어디 있겠어? 우리 스토리가 아마 내일 뉴욕타임즈 아트 섹션 메인으로 올라갈 것 같아. 정말 엄청난 일이야!”
“뉴욕 타임즈 아트 섹션 메인? 어떻게 그게 가능해?”
“MoMA에는 원래 뉴욕 타임즈 아트 기자가 항상 드나든다고. 아까 나한테 명함을 주고 간 기자가 귀띔해 줬어.”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사 중 하나인 뉴욕 타임즈, 그곳에 내일 대서특필 된다니.
이건 굉장히 좋은 일임이 틀림없었다.
“정말 잘 됐다! 근데 왈리드, 앞으로도 이런 콜라보 계속 해 보면 어때?”
“나야 너무 좋지. 좋은 협업 아이디어 떠오르는 대로 너한테 물어볼게. 덕분에 내 입지가 탄탄해질 것 같아. 뉴욕 타임즈에 내가 기획한 전시회 기사가 나온다면 아마 아버지한테도 전화가 올걸?”
많은 기자들이 들뜬 기색의 왈리드와 나를 어느덧 에워쌌다.
그들은 우리의 모습을 쉴새 없이 사진에 담았다.
전시회장 창문 밖에는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나는 취재진들이 퍼붓는 질문에 간단히 답변을 한 후, 모마를 빠져나왔다.
석 대표님과 이 실장님 그리고 윌과 함께 모마를 빠져나온 우리.
우리 넷은 윌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윌의 사무실은 세계적인 공유 오피스 ‘워케이션(Workation)’의 한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다.
뉴욕의 유일한 직원인 윌을 위해 석 대표님은 공유 오피스를 계약했다.
혼자서 사무실을 구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시스템이라는 이유였다.
당분간 스케줄이 가득 차 있는 관계로 이에 관한 회의를 하기 위해 들른 윌의 오피스.
기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이 깔끔하게 놓여 있는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엔 스트라이프 카페트가 깔려있어 아늑함을 더했다.
석 대표님은 그간 윌의 수고를 칭찬하셨다.
“뉴욕에서 주원이 스케줄 모두 담당하고 언론 인터뷰에 공연, 또 최근엔 시카고 출장까지. 참 수고 많았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제 근무 환경은 최상입니다. 컨텐츠 찍을 때 주원 군 연주 들으면요.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까울 정도예요. 편집할 것도 없다니까요.”
이번엔 이로운 실장님이 향후 내 스케줄에 대해 브리핑을 해주셨다.
“가장 먼저 놀라운 소식을 알려 드릴게요.”
석 대표님, 윌과 나의 눈이 이 실장님의 입으로 향했다.
“이건 최근 연락이 온 따끈따끈한 스케줄인데요. 시간이 촉박한 스케줄이라 일단 무조건 예스했습니다. 혹시 주원 군이 싫다고 하면 바로 얘기하면 되지만 거절하기에 너무 아까웠거든요.”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은 스케줄이 있었다고? 평소 이 실장님의 업무 방식과는 너무 다른데?’
우리는 예능 아나운서처럼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이야기하라고 이 실장님을 독촉했다.
이 실장님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밀을 털어놓듯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석 대표님은 이미 알고 계신 눈치였고, 윌과 나는 미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제이미 켈로그 쇼라고요?”
윌이 먼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이 실장님에게 물었다.
“거기는 대중 가수들이나 배우들이 나오는 곳인데, 왜 주원 씨를 불렀을까요?”
“파가니니의 엄청난 테크닉을 섭렵하면서 콩쿠르를 압도하고 센트럴 파크에서 바이올린 버스킹으로 벌써 너튜브 조회수 1천만을 넘은 주인공을 안 부르는 것이 더 이상하죠!”
고개를 끄덕이던 윌은 이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주원 씨, 토크쇼 괜찮겠어요?”
토크쇼.
뭐 별거 있나. 노래 없이 음악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시청자들을 감동 시킬 자신이 있으니까.
“좋아요. 제이미 켈로그 쇼, 유명한 사람은 다 나오는 프로그램이잖아요. 미국 시청자들에게 제 음악을 제대로 들려주죠, 뭐.”
석 대표님과 이 실장님의 표정이 환해졌다.
출연만 하면 너튜브 수억 뷰로 올라갈 수 있는 미국 최고의 토크쇼이니 기대가 큰 것 같았다.
이로운 실장님이 말을 이어갔다.
“그다음은 미래 전자 광고 촬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주원 군의 첫 번째 레코딩이죠.”
“모두 다 처음 하는 것뿐이네요. 한국에서 TV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고 주원 군의 음악을 보여주면 되죠. 부담스러워 말아요.”
“네, 또 다른 무대라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이걸 계기로 사람들이 음악도 더 들을 수 있을 거고요.”
“그런데 단독 출연이 아니고요. 요즘 인기가 많은 에디 스마일스랑 함께 출연이요.”
“에디 스마일스요? 저도 알아요. 요즘 기숙사에서 친구들이 노래 많이 듣거든요.”
우리는 세 가지 스케줄에 관한 이야기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눴다.
기숙사에서 밤에 열리는 소소한 파티에서 에디의 음악을 들었던 얘기부터 시작해서 제이미 쇼에서 어떤 클래식을 연주할지까지.
우리의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또 광고의 컨셉과 레코딩의 수록곡에 대한 토론까지.
주제는 끝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다음 날.
정말 뉴욕 타임즈 메인에 나와 빈센트의 스토리가 걸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아트 섹션이 아니라 하루 수백만 명이 보는 미국판의 메인 페이지 오른쪽에 공연 사진과 함께 올라갔다는 것.
기사는 단지 나의 연주로 화가의 어머니가 치매로 잊었던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는 뭉클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가 연주한 악기가 스트라디바리 ‘다 빈치’라는 것과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부터 줄리어드 입학, 영화 음악 작곡과 빌보드 1위와 같은 나의 최근 스토리까지 상세히 다루고 있었다.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와 카네기홀 데뷔 때도 기사화됐었지만 이렇게 메인을 장식하지는 못했었다.
그리고 중의적인 표현과 운율로 항상 위트 넘치는 뉴욕 타임즈의 헤드라인도 눈길을 끌었다.
– Moon’s Melody Lights Up the Mom’s Memory (‘문’의 멜로디가 엄마의 기억에 불을 밝히다)
인터넷 화면에 뜬 뉴욕 타임즈의 메인 페이지를 바라보는 나의 가슴 속에, 다시금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밝은 빛과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일이라면.
나는 갈 것이다.
언제든. 어디든.
* * *
아침부터 작곡 실기수업과 음악사 수업 그리고 도로시 교수님과의 전공 실기 수업까지.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다.
도로시 교수님과의 1:1 전공 실기 수업이 끝난 후 겨우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샌드위치와 주스를 먹는 중이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정신이 없는 것 같네.’
너튜브에서 머리를 식힐 겸 제이미 켈로그쇼에 같이 출연할 에디 스마일스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지나가다 들은 적은 많았는데 내가 직접 찾아 들어본 건 처음이네.’
처음 들은 곡은 어쿠스틱 기타의 소리가 매력적인 곡이었다.
두 번째는 일렉 기타의 소리가 유난히도 돋보이는 곡이었다.
노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두 곡 다 에디 스마일스 본인이 작곡한 곡이었고, 심지어 기타는 직접 연주한 것이었다.
더 찾아보니 앨범에 기타 연주곡도 하나 수록되어 있었다.
그의 기타 연주 영상을 클릭해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서 샌드위치를 먹어치웠다.
그의 기타 연주를 듣다 보니 한국에서 석 대표님과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도 엄청 좋은 기타를 사고 싶다고 대표님한테도 말했었는데.’
그간 돈을 꽤 벌었지만 나만을 위해 무언가를 사본 적이 없었다.
바이올린이야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악기도 마음에 들고 이제는 다 빈치까지 있으니 새 악기를 사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하지만 좋은 어쿠스틱 기타 하나쯤은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이어폰에는 에디 스마일스의 기타 연주곡이 흘러나왔고 나는 그 음악을 들으며 가까운 악기 매장을 검색했다.
그리니치 빌리지에 위치한 기타 매장을 발견했다.
해리의 영화 음악을 위해 자주 들렀던 애덤의 스튜디오와 아주 가까운 위치였다.
나는 서둘러 카페테리아를 나섰고 조금 후 기타 매장 앞에 도착했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의 1층, 그곳에 위치한 닉 켈리의 스트리트 기타샵.
크지 않은 쇼윈도 밖으로 멋진 그림이 그려진 기타가 즐비했다.
어쿠스틱 기타부터 일렉 기타까지.
그곳은 70세가 넘은 닉 켈리라는 장인이 기타를 만드는 곳이었다.
인터넷에서 여러 개의 기타 매장을 찾았지만 이곳에 유독 마음이 간 이유.
바로 한국에 있는 할아버지가 생각나서였다.
삐걱거리는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간 기타 매장.
각양각색의 기타 뿐만 아니라 기타를 만들고 고치는 도구들이 가득 놓여 있는 그곳은 마치 할아버지의 악기 공방처럼 익숙한 모습이었다.
벽에 걸려 있는 악기들이 바이올린에서 기타로 바뀌었을 뿐.
매장 안에선 긴 머리의 남자가 엠프를 연결해 일렉트릭 기타를 치고 있었다.
그의 실력은 수준급이었고 자꾸 그에게로 시선이 갔다.
현란한 핑거링과 깔끔한 연주 실력.
범상치 않아 보이는 실력자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인상 좋은 노인이 그의 소리를 유심히 듣고 있었다.
그들은 기타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고 노인은 긴 머리의 기타리스트에게서 기타를 건네받았다.
그런 노인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집중하느라 온 지도 몰랐네. 학생, 기타 보러 왔어?”
“네, 어쿠스틱 기타 사러 왔어요.”
“잠깐만 기다려. 곧 좋은 악기 추천해 줄 테니까.”
그러자 악기를 수리 중인 긴 머리의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닉의 악기는 어쿠스틱도 일렉 기타도 최고야. 학생, 일렉 기타도 한 번 쳐봐요. 전통 방식을 고수해서 직접 만드는 악기가 요샌 흔치 않거든.”
“그래요? 궁금하긴 하네요. 친구들이 일렉 기타 치는 건 많이 봤지만 제가 직접 쳐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럼 사장님이 악기 수리해주는 동안 내가 조금 알려줄게. 어쿠스틱 기타 칠 줄 알면 수월할 거야.”
긴 머리의 기타리스트가 나에게 제안했다.
마치 이 가게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있었던 것처럼.
사장님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한 번 쳐보는 거야, 재밌겠는걸?’
“그럼 기다리는 동안 몇 가지 주법만 좀 알려주세요.”
“흐음. 제일 간단한 거 몇 개 알려주지. 사장님, 이 악기 써도 되죠?”
“물론.”
긴 머리의 기타리스트는 매장에 걸린 악기 하나를 꺼내 나에게 몇 가지 연주방법을 보여주었다.
일렉 기타는 어쿠스틱 기타와는 달리 호소력 있는 음색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나는 그에게 악기를 건네받아 바로 연주 주법을 따라해 보았다.
시원시원하게 뻗어가는 소리, 길게 드리우는 여음이 마음에 들었다.
문득 그냥 연주 주법 몇 개만 해보는 것보다 제대로 된 곡 하나를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에디 스마일스의 기타 연주곡 아세요? 그거 들으면서 왔는데 좋더라고요.”
“알지, 나도 요즘 일 때문에 에디 곡을 연습 중이었어. 근데 그건 초심자가 하기엔 어려울 텐데?”
“그렇다면 더 해보고 싶네요.”
“하. 그 태도 마음에 드네. 얼마든지 가르쳐 주지.”
긴 머리의 기타리스트는 여러 주법을 섞어가며 에디 스마일스의 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했다.
나는 그가 기타의 지판을 집는 손가락과 피크로 줄을 튕기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의 연주가 끝난 후, 나는 입으론 좀 전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물론 그처럼 완벽하게 할 순 없었고 흉내내는 정도였지만 재밌었다.
피크를 움직일 때마다 퍼져나오는 기타의 독특한 음색이 꽤 마음에 들었다.
연주가 끝나고 고개를 들어보니 기타리스트와 닉 켈리 사장님의 표정에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
“학생, 일렉은 안 쳐봤다며.”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