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84)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84화(184/250)
나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악기 매장에서 일렉 기타를 쳐 보았다.
닉 켈리 사장님과 긴 머리의 기타리스트는 내가 어떤 연주 주법까지 소화할 수 있는지 한계를 시험하려는 것 같았다.
밴딩부터 시작해서 마이크로 밴딩, 스윕 피킹, 스크래칭, 슬래핑과 팝핑, 더블 스탑, 여러 종류의 비브라토까지.
바이올린과 비슷한 듯 다른 메커니즘을 가진 일렉 기타의 주법을 함께 연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에디 스마일스의 곡과 유명한 영국의 밴드인 핫플레이의 곡을 연달아 연주하다 보니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한참 후, 어떤 손님이 기타를 매고 매장에 들어왔다.
그제야 우리는 연주를 멈췄고 시간을 확인했다.
두 시간이나 훌쩍 지나있었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원래는 어쿠스틱 기타 사러 온 거였는데요.”
“그랬었지. 근데 자네, 악기 다루는 실력이 상당한 걸? 정말 처음 쳐보는 게 맞다면 자네는 음악의 방향을 잘 못 잡은 걸지도.”
그가 내 바이올린 케이스를 흘끗 보며 말했다.
그에 말에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어쿠스틱 기타 추천해주세요.”
닉 켈리 사장님은 나에게 몇 가지 모델을 추천해주기 전에 예산을 물었다.
나에게 하는 첫 번째 플렉스였기에 예산은 상관없었다.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당당하게 말했다.
“예산은 크게 상관없어요. 악기 소리만 마음에 든다면요.”
예상외의 대답이었는지 사장님의 입이 귓가에 걸렸다.
“그래? 젊은 친구가 여유가 있나 보구만. 그럼 좋은 녀석이 있지. 자네 같은 사람이 제대로 소리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 악기.”
그는 나에게 옅은 갈색의 바디에, 옆판과 넥은 진한 고동색 악기를 보여 주었다.
“이 녀석은 소리가 끝내주지. 쳐보면 정말 마음에 들 거야. 이제는 뉴욕에서 멸종된 나무로 만들었거든.”
“일단 외관은 아주 마음에 들어요. 한 번 쳐볼게요.”
닉 켈리 사장님이 추천해준 어쿠스틱 기타의 사운드는 풍성하며 감미로웠다.
기타의 현을 뜯자마자 브릿지에 전해지는 진동.
소리는 기타의 상판에 울리며 공명했다.
‘마음에 드는 음색이야.’
“이 악기로 할게요. 그런데 저 가끔 일렉 기타 연습하러 와도 되나요? 언젠가는 일렉 기타도 사고 싶어요.”
“자네라면 매일 와도 되지. 가끔 내가 연주하는 클럽에도 오면 정말 재밌을 거야. 합주의 기쁨도 알 수 있고 말이야.”
나는 닉 켈리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어쿠스틱 기타를 기쁜 마음으로 구매했다.
띠링-
해외승인
USD 6800
“사장님. 그럼 저 정말 매일 올지도 몰라요. 학교에서 멀지 않거든요.”
“어느 학교를 다니고 있지?”
“줄리어드요.”
“뭐라고? 줄리어드 학생이었다고?”
긴 머리 기타리스트와 닉 켈리 사장님이 깜짝 놀랐다.
그러더니 닉 사장님이 웃으며 벽에 걸려있는 기타들을 어루만졌다.
“대단한 학생이었구만. 자네는 시간 될 때마다 오라고. 그럼 일렉 기타도 곧 사고 싶을걸?”
하루 종일 작곡과 바이올린 연습에 몰두하는 나.
때로는 연주를 위해 피아니스트와 호흡을 맞춰봐야 하는 시간도 있고, 또 친구들과 앙상블을 연습하는 시간도 있다.
그렇게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도 가끔 어쿠스틱 기타의 포근함이 그리운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또 새롭게 알게 된 일렉 기타의 매력.
오늘 처음이라 다소 어설펐지만 기분 만큼은 제대로였다.
확실히 악기는 다른 누군가의 연주를 들을 때와 내가 직접 연주할 때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서툴던 것을 제대로 해냈을 때의 희열.
감정을 자유롭게 발산했을 때의 짜릿함.
나는 오랜만에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바이올린 연습과 작곡에 몰두하다가도 틈틈이 닉의 기타 매장에 들렸다.
갈 때마다 여러 종류의 일렉 기타를 쳐보았고 그 시간은 정말 즐거웠다.
어느덧 주말이 되었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환기를 위해 기숙사 방 창문을 여니 부쩍 차가워진 공기가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은 바로 제이미 켈로그 쇼의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장웨이가 씩씩대면서 전화를 했다.
-어디야? 토요일인데 벌써 연습실 갔어?
-아니, 아직 방에 있어.
-그럼 거실로 좀 나와 봐.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심각해?
장웨이에게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생긴 것 같아 기숙사 거실로 나갔다.
장웨이는 나에게 인터뷰 기사를 하나 보여주었다.
“너 혼자 있을 때 보면 속상할 테니까 나 있을 때 보라고. 직접 네 연주 본 사람이라면 이딴 소리 못 할 텐데.”
장웨이가 보여준 기사는 올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 연주자 블라디미르의 인터뷰였다.
콩쿠르가 끝나고 시간이 꽤 지난 뒤, 그의 근황을 묻기 위해 진행된 인터뷰.
기나긴 그의 인터뷰 중간에 나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주원이 유명한 것은 그의 쇼맨쉽 덕분이다.
-나는 그가 콩쿠르에서 즉흥 카덴차를 연주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그가 이미 작곡해 놓고 즉흥인 것처럼 연주한 것인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만약 내가 파가니니 콩쿠르에 출전했다면 우승했을 것이다.
-파가니니 콩쿠르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수준보다 차이코프스키에 출전한 연주자들의 급이 언제나 높았다.
-파가니니 콩쿠르는 기교에 치중한 연주자들이 출전하는 콩쿠르다.
그 뒤부터는 또 다른 주제로 넘어갔기에 읽는 것을 멈췄다.
기사엔 댓글이 꽤 많았다.
내 연주를 본 사람이라면 실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드문드문 카덴차의 즉흥 여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은 있었다.
그리고 블라디미르가 파가니니 콩쿠르에 출전했다면 누가 우승했을지 모른다는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댓글에는 공격적인 댓글도, 우호적인 댓글도 있었지만 내가 화나는 것은 댓글이 아니었다.
블라디미르의 거만함과 경솔함.
그게 화가 났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은 좋지만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 짓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경직되었다.
장웨이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굳이 아침부터 이런 기사를 보여줘서 미안해. 하지만 너만 모르고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 이거 꽤 논란이 있을 것 같은데 괜찮아?”
“아니, 완전 화나. 그렇지만, 상대방을 도발하는 것보다 상대의 경솔함을 말하는 기사를 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즉흥 카덴차 열 개, 스무 개라도 즉석에서 연주할 수 있다고 기사라도 내야겠네.”
“석 대표님한테 말해서 꼭 기사 내. 알았지? 안 해주신다면 나한테 꼭 말해. 내 에이전시에라도 말할 테니까.”
나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장웨이도 뉴욕에서 최근 연주회가 있었다.
그런데 연주회 도중 작은 실수를 했고 한 평론가가 악평을 했다.
그때 마음 고생을 해서인지 내 일에 더 감정이입을 하는 것 같았다.
“고마워, 혹시라도 해명할 기회가 있다면 해야지 뭐. 마침 오늘 나 제이미 켈로그 쇼 녹화도 있거든.”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석 대표님과 이 실장님 그리고 윌과 함께 방송국으로 출발했다.
아직 녹화 시간이 꽤 남았지만 먼저 가서 메이크업과 머리를 해야 했다.
방송국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마친 후, 윌이 준비한 의상을 건네주었다.
선명한 파란색 셔츠에 검정색 바지로 갈아입은 나는 프로그램의 작가로부터 받은 대본을 훑어보았다.
조금 후, 진행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마이크를 차고 무대 뒤에 섰다.
나보다 앞서 에디 스마일스가 먼저 무대에 등장했고 프로그램의 호스트인 제이미 켈로그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차례가 되었다.
제이미 쇼 밴드의 화려한 연주와 함께 성큼성큼 무대로 걸어 나갔다.
방청객들은 환호했고 에디와 제이미도 박수로 나를 맞이했다.
유난히도 밝은 조명 아래.
수많은 스태프와 방청객 그리고 KM 클래식 직원들이 보는 앞에 소파에 앉았다.
이미 여러 차례 대본을 읽었지만 무대에 오르자 살짝 긴장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나의 얘기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니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요 며칠 계속 듣고 연주해봤던 에디 스마일스의 노래와 연주 음악.
그가 직접 연주했다던 기타의 사운드도 너무 훌륭했기에.
나와 같은 나이에 다른 음악을 하는 음악가와의 만남은 흥미로웠다.
사회자인 제이미는 나와 에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두 분은 서로에 대해 아시나요? 아니면 오늘 초면인가요?”
그러자 에디 스마일스가 먼저 대답했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만요. 주원 씨의 연주 영상은 보고 왔습니다. 바이올린 실력이 엄청나던걸요. 오늘 직접 들을 수 있다니 기대가 큽니다.”
“기숙사에서 에디의 곡을 친구들이 많이 들어서 저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타이틀 곡도 좋지만 기타 연주 음악도 너무 좋더군요.”
서로에 대한 칭찬을 시작으로 몇 가지 질문이 더 오고 갔다.
에디가 먼저 요즘 인기 있는 자신의 곡을 무대 위에서 불렀다.
에디의 노래가 끝나고 이제는 내가 바이올린을 한 곡 연주할 차례였다.
그런데 사회자인 제이미가 한 가지질문을 던졌다.
“이건 대본엔 없는 질문이었는데요. 제가 궁금하던 겁니다. 혹시 주원 씨는 다른 콩쿠르는 안 나갑니까? 제가 알기론 파가니니 콩쿠르보다 더 큰 규모의 국제 콩쿠르도 몇 있다고 알아서요. 만족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네, 저는 현재로서는 콩쿠르에 더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파가니니 콩쿠르에 나갔던 이유가 몇 가지 있었는데요. 제가 원했던 결과를 다 얻을 수 있었거든요. 특히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이었던 캐논도 연주할 수 있었고요.”
“혹시 최근 논란이 됐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바이올린 우승자 블라디미르의 인터뷰 보셨나요?”
제이미가 오늘 아침 장웨이가 보여준 기사에 대해서 언급하다니.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오늘 아침에 친구가 기사를 보여줘서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이미의 질문에 나는 지체없이 대답했다.
“일단 저는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즉흥 카덴차를 연주했습니다. 미리 작곡하고 연습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 분명히 밝힙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리고 나는 나를 찍고 있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리고 블라디미르가 제 대답을 꼭 봤으면 좋겠군요. 블라디미르가 콩쿠르 참가자의 수준을 평가한 것이 무례하게 느껴졌습니다만, 만약 블라디미르가 파가니니 콩쿠르에 출전했어도 제가 우승하는 건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자 제이미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블라디미르가 제대로 겨뤄보자면서 콩쿠르에 함께 출연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꼭 그렇게 증명해야 한다면 굳이 피할 이유도 없죠.”
미소지으며 자신 있게 대답하는 나에게 방청객의 환호가 쏟아졌다.
휘익-
방청석에서 휘파람 소리가 넘쳐났다.
제이미와 에디도 크게 소리 내어 웃었고 두 손을 하늘 높이 올려 박수쳤다.
제이미는 이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쇼를 진행했다.
“여러분, 이 분위기를 이어서 주원 씨의 무대를 서둘러 볼까요?”
방청객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스태프들이 검정색 업라이트 피아노를 무대 위로 옮겼다.
그리고 미리 연습을 맞춘 피아니스트가 피아노에 앉았다.
나는 할아버지의 바이올린을 들고 그 피아니스트의 옆에 섰다.
“나중에 어떤 도전을 하고 연주를 할지 모르겠지만요. 일단 오늘은 여러분께 아름다운 곡을 하나 들려드리죠. 브람스의 FAE 소나타 중 3악장 스케르초를 들려드리겠습니다.”
F-A-E 소나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디트리히라는 세 명의 작곡가가 협업하여 만든 곡이다.
그들의 친구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을 생각하며 만들었던 곡.
F-A-E란 요아힘의 좌우명이었던 Frei aber einsam ‘자유롭지만 외로운’이란 뜻이다.
이 중 3악장인 스케르초만을 브람스가 작곡했다.
나는 오늘 3악장 스케르초를 연주할 예정이었다.
자유롭지만 고독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을 향한 세 작곡가의 선물.
자유롭지만 때로는 고독한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였다.
과감한 동작과 함께 시작한 대범한 활의 움직임.
그 뒤를 잇는 피아노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화성.
악상은 크레센도로 점점 커져 갔다.
어느덧 바이올린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음악.
점점 높이 치솟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자유로운 듯 고독하게 펼쳐졌다.
피아노의 연타와 함께 펼쳐지는 카랑카랑한 바이올린의 거친 음색.
정열적이면서 때로는 서정적인 브람스의 스케르초가 녹화장 안을 뒤덮었다.
방청객들의 뜨거운 시선 속에 흐르는 선율은 더없이 열정적이었다.
인간의 감정을 노래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감정마저 추스르지 못하는 고독한 인간.
외롭기에 아름다운.
고독하기에 황홀한.
치명적인 바이올린의 음색이 녹화장을 고독하게 날아다녔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마음에 품은 음악에 대한 열정.
때로는 쓸쓸하고 외롭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고 생명력 있는 음악을 꿈꾸며.
마지막 겹음을 내리그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