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86)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86화(186/250)
콘서트장인지 TV쇼 녹화장인지 구분 안 될 정도로 뜨거운 열기.
떼창을 부르던 방청객들의 호흡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 에디.
노래를 부른 제이미.
함께 연주를 한 제이미 쇼의 밴드멤버들.
그리고 일렉 기타를 친 나.
함께 노래를 부르며 음악의 일부가 기꺼이 되어준 방청객들.
그렇게 음악 속에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나는 갖고 있던 일렉 기타를 밴드의 멤버에게 돌려주었다.
“고마웠어요. 다음에 이 쇼에 또 나오게 된다면 그땐 제가 기타를 가져올게요. 함께 연주해요.”
“나도 같이 했으면 진짜 신났을 텐데요. 그래도 모처럼 즐거웠어요. 이런 일은 제이미 쇼 밴드하면서 처음 겪어보네요.”
그리고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된 이래 무대에서 처음 노래를 불러봤다는 제이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그가 들뜬 숨을 가라앉히고 마지막 멘트를 했다.
“지금까지 제이미 켈로그 쇼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유명인들을 만나왔습니다만. 오늘처럼 즐겁고 에너지가 가득했던 시간은 없었습니다. 클래식계를 평정하고 다른 장르의 음악까지도 섭렵하는 주원,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 에디의 앞날을 응원하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방청객과 스태프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녹화를 성공적으로 끝낸 후.
에디 스마일스가 내 옆으로 왔다.
“개인 연락처 좀 알려줄래요? SNS보다는 전화번호가 좋을 것 같아서요.”
“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요. 그런데 제가 연습이나 작곡에 몰두하면 연락을 못 받을 때가 많은 점 양해 부탁드려요.”
“나도 그래요. 바이올린은 말할 것도 없고 일렉 기타 실력도 대단하더라고요. 나중에 제 콘서트에 한 번 꼭 나와줘요. 연락드릴게요.”
“좋아요. 그런데 저도 오늘 하나 떠오른 게 있어요. 멋진 기타가 들어간 곡이 작곡하고 싶더라고요. 에디 곡처럼요. 곡 완성되면 연락할게요.”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제이미 켈로그가 입이 근질근질 한 듯 끼어들었다.
“나도 좀 같이 얘기하자고요. 그 곡 나 줘요. 오늘 보니까 나는 가수해도 될 것 같아. 게다가 주원 씨가 만들어 주는 곡이라면? 무조건 내가 하고 싶군요. 농담 아니에요.”
“제이미, 주원이 나한테 먼저 얘기했다고요. 절대 양보 못 해요.”
에디와 제이미가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곡을 가지고 다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많이 보던 풍경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제이미 역시 나에게 연락처를 물어봤고 프로그램에 꼭 다시 나와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미국 심야 토크쇼 1위인 제이미 켈로그의 프로그램.
나의 정체성인 클래식 음악과 내가 좋아하는 다른 장르의 음악까지 솔직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꼭 초대해주세요. 다시 나올게요.”
“약속입니다.”
에디와 나는 녹화장을 빠져나오며 스몰 토크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에디는 나와 꽤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에디도 내게 친숙함을 느꼈는지 앞으로 종종 연락하며 편하게 친구로 지내자는 얘기도 건넸다.
“너, 오늘 녹화 끝나고는 뭐해?”
“하루 종일 나 때문에 고생한 매니지먼트 사람들 재밌는 곳에 데려가려고.”
닉 켈리 사장님이 오늘 밤, 펍에서 밴드 공연이 있다고 시간 되면 오라고 하셨었다.
녹화가 정확히 언제 끝날지 몰랐던 나는 초대에 확답은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 펍에 꼭 가고 싶었다.
아니 가야만 했다.
일렉 기타를 연주하면서 느꼈던 짜릿한 기분.
전기가 통하듯 손을 관통하는 느낌이 아직도 찌릿찌릿 남아있었으니까.
하지만 일단 먼저 저녁 식사부터 하고 갈 예정이었다.
내 대답을 들은 에디가 눈을 반짝거렸다.
“나도 같이 가자. 밥은 내가 살게.”
“그래? 근데 메뉴는 못 바꿔. 원래 우리 먹기로 한 게 있어서.”
“뭔데?”
“한국 음식!”
“한국 음식? 나 한 번도 안 먹어봤어. 근데 나 베지테리언인데 먹을 메뉴가 있을까?”
“훌륭한 메뉴가 있지. 먹어보면 앞으로 한식만 찾게 될걸?”
갑작스레 에디 스마일스가 우리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보아하니 닉 켈리 사장님이 계신 펍까지 같이 갈 모양이었다.
일단 나는 좀 전에 에디가 알려준 번호로 주소를 하나 전송했다.
“이 식당으로 오면 돼.”
“오케이.”
맨해튼 32번가 한인타운에 위치한 ‘초당마을’.
한식이 그립다고 했더니 알렉스가 데려와 줬던 곳이었다.
힙한 플레이스는 아니지만 꽤 정겨운 분위기의 한식당.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석 대표님과 윌 그리고 이로운 실장님과 에디 스마일스까지.
우리 다섯 명은 메뉴판을 보고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에디에게 베지테리언에게 좋은 음식을 추천해 주었다.
메뉴판에서 화려한 비주얼을 뽐내고 있는 돌솥비빔밥과 파전.
에디는 베지테리언이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냐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종업원에게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기를 빼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우리가 시킨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쫙 깔렸다.
윌은 가게 사장님께 허락을 받고 우리가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찍어 KM 클래식 계정에 업로드했다.
영상을 올리자마자 구독자들은 에디의 얼굴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주원이랑 에디 스마일스? 둘이 친했던 거야?
-나도 저기서 같이 밥 먹고 싶어.
-제이미 켈로그쇼 같이 출연한다는 기사 봤었는데.
-에디는 비빔밥이 진짜 맛있나 봐. 거의 씹지도 않고 넘기는 듯.
에디는 맛있다는 말을 거듭 반복하면서 비빔밥을 흡입했다.
게다가 바삭바삭한 파전을 한 입 베어 문 에디는 그 맛에 놀랐는지 파전 한 판을 다 먹어치웠다.
각자 음식을 주문하고 파전은 나눠 먹으려고 한 것이었는데 에디 덕분에 우리는 파전에 손도 대지 못했다.
부스러기만 남은 파전 접시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에디.
“앞으로 나는 이 집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올 거야. 온스타에 인증샷도 찍어서 올려야지.”
‘에디가 K푸드에 눈을 떴구만.’
밥을 다 먹은 우리는 닉 켈리 사장님이 연주한다는 펍으로 이동했다.
Bar에서는 바텐더가 위스키와 칵테일을 준비하고 있었고.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무대 위에선 하나같이 머리가 긴 밴드의 연주자들이 머리를 흩날리며 연주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 위엔 닉 켈리 사장님 대신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오랜 시간 같이 있었지만 이름은 물어보지 못했었던.
나에게 수십 가지 기타 주법을 알려준 바로 그 긴 머리 기타리스트였다.
한 곡이 끝났고, 무대 위에서 나를 알아본 기타리스트가 손을 올려 인사했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뒤,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만나네요. 저는 주원이에요.”
“주원? 이제 기억할게. 나는 밴드 플루토의 기타리스트 카일이야.”
“닉 켈리 사장님은요? 오늘 여기서 공연하신다던데.”
“닉? 곧 올 거야.”
“그래요? 카일, 그러면 닉이 올 때까지 내가 기타 한 번 연주해 봐도 돼요?”
“오 그럼. 조심해. 이건 그날 가게에서 연주했던 것보다 더 좋은 거라고. 나의 영혼과 같은.”
그러면서 카일은 흔쾌히 자신이 메고 있던 일렉 기타를 벗어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불꽃 같은 화려함은 없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연주를 같이 한 것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흰색 페인트 여기저기에 세월의 흔적이 있는 기타.
나는 몇 번 줄을 튕겨보고 몇 가지 비브라토와 스케일을 연습한 뒤, 어떤 곡이 좋을지 생각했다.
문득 떠오르는 곡이 있었다.
그리고는 카일에게 진짜 연주를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싱긋 웃어 보였다.
바로 카프리스 24번.
카일에게 힌트를 준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만 말해줬다.
파-가-니-니.
당연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겠지만.
카일은 껄껄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나에게 OK 모양을 지어 보여주고 두 손을 펴서 위로 올리는 시늉을 하며 빨리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나의 정체성과도 같은 곡.
바이올린 곡이지만 기타로도 충분히 바꿔 연주할 수 있고, 어쿠스틱보다 일렉 기타의 속주와 비브라토가 원곡의 느낌을 훨씬 잘 살려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용히 왼손으로 카프리스 24번 첫 음을 짚고.
오른손으로 피크를 잡았다.
시끌벅적한 뉴욕의 펍 안에서, 나는 너무나 오랜만에 카프리스 24번의 첫 테마의 연주를 시작했다.
그것도 일렉 기타로.
청명하게 울려 퍼지던 요정의 노래를 허스키 보이스의 락 가수가 부르듯.
나는 카프리스 24번의 메인 테마를 한 옥타브 낮춘 중저음으로 시작하면서 중간에 고음의 비브라토를 넣었다.
제1변주를 지나 속도를 더하는 제2변주는 일렉 기타 특유의 속주로 표현하고 있는데.
순간 제각기 웅성이고 있던 펍 안이 조용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속삭이는 소리도 들렸다.
– 무슨 곡이지?
– 핼로윈(독일의 메탈 밴드) 곡인가?
눈을 감고 잔뜩 비브라토를 넣은 제3변주를 지나 고음의 아르페지오로 향하면서 나는 살짝 눈을 뜨고 펍 안을 둘러 보았다.
바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은 물론 바텐더까지 모두 이야기를 멈추고 나를 보고 있었다.
역시 넋을 놓고 나의 연주를 보고 있던 밴드 플루토의 드러머가 황급히 드럼에 앉아서 스틱을 잡더니.
나의 일렉 기타 연주에 기본 드럼을 입히기 시작했다.
“와우!”
펍 안에서 가벼운 환성이 터져 나왔다.
신이 난 나는 드러머에게 살짝 눈짓을 보내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제5변주와 제6변주에 잔뜩 애드립을 넣었다.
바이올린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거친 겹음과 강하게 울리는 초킹 비브라토, 그리고 힘찬 스타카토로 변주의 효과를 더욱 높였다.
기타의 현을 짚는 왼손은 멈출 줄 몰랐고.
사운드는 점점 거칠어져 갔다.
엄청난 속주에 접어들자 펍의 손님들의 입이 벌어지고 너도나도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신들린듯한 연주를 선보이며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연주 내내 뜨거운 희열이 느껴졌다.
미끄러지며 내려오는 마지막 음으로 끝마친 연주.
펍을 가득 채운 손님들의 뜨거운 환호와 휘파람이 뒤섞였다.
“Awesome!”
“Incredible!”
쏟아지는 박수 세례에 피가 끓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환호하며 머리 위로 박수를 보내는 분.
바로 닉 켈리 사장님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나에게 사장님이 수고했다며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셨다.
“일렉 기타 얼른 사야겠는데? 자네는 다른 사람의 기타로는 만족 못할 것 같아.”
조금 후, 닉 사장님이 백발이 성성한 멤버들과 함께 무대 위에 올랐다.
그리곤 종횡무진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70대의 나이에도 저렇게 열정적일 수 있다니.’
닉 켈리 사장님의 음악에 대한 진심을 느끼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렇게 또 다른 음악으로 채워진 뉴욕의 밤이 저물고 있었다.
* * *
오늘은 드디어 미래 전자의 스마트폰 광고의 촬영일.
미래의 배우를 꿈꾸는 샬롯은 에이전시를 통해 오늘 광고에 출연하게 되었다.
무려 200여 명의 보조 연기자가 즐겁게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하는 광고.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면 이렇게 많은 보조 연기자들이 출연할까?’
바이올린 소리는 한 번도 직접 들어본 적이 없는 샬롯.
그래도 밝게 웃고 즐거운 척하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뭐가 됐든 행복한 순간을 상상하면 되니까.
그저 음악이 즐거운 듯 웃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라고 했다.
배우를 꿈꾸지만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샬롯.
먹고 살기 위해서 여러 일을 하지만 제일 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것이 보조 연기자 일이었다.
광고 촬영 현장이든 영화 촬영이든, 드라마 촬영이든 잡히는 대로 모두 출연했다.
최저시급이고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길었지만 그것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행인 5, 웨이트리스, 좀비 시체 등 샬롯이 경험한 단역은 셀 수 없다.
게다가 오늘은 엑스트라 200명 중에 하나이니 얼굴이 나올 리도 만무하다.
문득 샬롯은 자신이 2백 명 중 한 명의 보조 출연자인 것이 슬프게 다가왔다.
그러자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오늘 촬영 온 이곳.
샬롯은 촬영으로 뉴욕의 명소에 많이 가봤지만 이렇게 맨해튼이 훤히 보이는 아름다운 장소는 처음이었다.
마치 숨겨진 비밀의 장소 같달까?
촬영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샬롯은 우울한 마음에 공원 한편의 계단에 앉아 허드슨 강 너머 맨해튼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빌딩은 화려하게 빛나는데 내 인생은 초라하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또르르 눈물이 떨어졌다.
‘왜 내 삶은 이렇게 힘들까?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한 방울로 시작한 눈물은 어느새 주룩주룩 떨어지고 있었다.
실연이라도 한 듯 펑펑 울고 있는 그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무슨 일 있으세요?”
잘생긴 얼굴에 키가 큰 아시아인이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