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93)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93화(193/250)
아이들과의 첫 수업이 끝난 후.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가고 애나 선생님과 음악실에 둘이 남았다.
나는 그제야 선생님께 여학생에 대해 물었다.
“아까 하이C까지 올라가던 그 여학생이요.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졌던데 음악을 하는 학생은 아닌가요? 그리고 그 친구, 낯을 좀 많이 가리는 성격인가 봐요.”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아이는 아니에요. 헤일리가 좀 낯을 가려요. 그래서 제가 애들하고 친해지라고 합창 수업 권유했고요.”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혼자 있더라고요.”
“헤일리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요. 아마도 레슨비는 전혀 감당이 안 될 거예요.”
“아이가 뜻만 있다면 제가 장학금을 지원하겠습니다. 학생 부모님께만 여쭤봐 주세요.”
그러자 애나 선생님이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감사한 일이지만 동정심으로 모든 애들의 인생을 바꿀 순 없어요. 일회성 도움은 오히려 아이들한테 상처가 되거든요.”
“동정심으로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저 아이의 음악적 재능이 아까워서 그렇죠. 저런 친구가 음악을 안하면 평생 헤맬 겁니다. 제가 어릴 적에 그랬거든요.”
“아…. 아무튼 너무 감사해요. 헤일리 어머니께 한번 연락드려 볼게요.”
“그럼 합창 악보는 편곡해서 다음 주에 가져올게요.”
“다음 주에 또 오시려고요?”
“애들이 일주일 동안 저랑 약속한 연습 잘했는지 확인하러 와야죠.”
“죄송하고 감사하네요.”
학교에서 나와 지하철로 가는 도중.
나는 아이들과 연습했던 도레미송을 흥얼거리며 학교로 돌아왔다.
* * *
다음 날, 작곡 전공 수업시간이었다.
오늘은 작곡가 슈베르트의 곡을 분석해서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교수님이 호명하면 한 명씩 앞에 나갔다.
학생들은 모두 PPT로 과제를 스크린에 띄워 곡의 형식과 구조, 작곡가 슈베르트의 특징을 분석했다.
첫 번째 학생은 슈베르트의 유명한 가곡인 ‘마왕’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했다.
두 번째 발표자는 페넬로페였다.
그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분석했다.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으로 후대에 불렸던 슈베르트.
그가 남긴 가곡의 숫자는 무려 600여 곡.
그 엄청난 숫자의 가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겨울 나그네’.
겨울 나그네는 24개의 가곡으로 이뤄진 ‘연가곡집’이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은 청년이 겨울에 이별 후, 방랑의 길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페넬로페는 마치 졸업 논문을 쓰듯 슈베르트의 가곡을 철저히 분석해 왔다.
페넬로페의 발표가 끝나자 이번에 교수님이 나를 호명했다.
“주원, 무슨 곡을 분석해 왔나? 발표해 보도록.”
“네.”
나는 강의실 앞으로 나가 스크린에 나의 과제를 띄웠다.
그리곤 교수님과 친구들을 향해 발표를 시작했다.
“저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을 분석해 왔습니다.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곡이죠.”
보통의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은 1악장과 2악장만 작곡되었다.
3악장은 몇 마디의 초고 스케치만 있을 뿐 완성되지 않았다.
“슈베르트는 불안정한 조성으로 여겨지던 b단조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많은 작곡가가 우울하고 불안정하게 생각하던 b단조를 고요한 느낌으로 그려냈죠.”
나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심도 있게 분석하며 그의 작품 세계에 관해 교수님과 친구들과 토론했다.
그리고 준비한 발표를 모두 마칠 무렵, 나는 다른 악보를 하나 스크린에 띄웠다.
그리곤 어리둥절하는 친구들과 교수님에게 말했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요. 제가 완성해 본 미완성 교향곡의 3악장입니다.”
순간 강의실이 소란스러워졌다.
교수님 역시 안경을 고쳐 쓰며 스크린에 띄워진 악보를 유심히 살폈다.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던 교수님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니, 이건. 정말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의 초고 몇 마디를 바탕으로 3악장을 완성했군. 정말 들어보고 싶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3악장이라니.”
“그럼 아쉬운 대로 피아노로라도 들려드릴까요? 지금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럴 수 있겠나?”
“들려 줘. 주원아!”
“듣고 싶어.”
“제발 부탁이야.”
“혹시 동영상으로 찍어도 될까?”
강의실에 앉은 친구들이 소란스러워지자 교수님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 뭐 나도 듣고 싶으니 조용히 하라고 할 수도 없겠군.”
“하하.”
나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을 분석하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떠올려 보았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미완성으로 남겼을까? 더 이상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아름다운 미완성의 멜로디를 조금 더 완성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분석하며 그가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했다.
그가 남긴 초고의 스케치를 보며.
그가 남긴 미완성의 선율을 보며.
나의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나만의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3악장이 완성되었다.
나는 강의실 피아노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곤 호흡을 가다듬었다.
침묵 속에 흐르는 긴장.
오케스트라의 연주 대신.
한 대의 피아노로 들려줄 미완성 교향곡의 3악장.
부드러운 첼로의 음색을 담은 왼손의 움직임 위로.
맑고 투명한 오른손의 화성이 쏟아졌다.
연주가 끝난 뒤.
교수님은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않으셨다.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시켜 보려는 시도는 주원이 말고도 많았었지. 하지만 그 작품들은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어. 그런데 주원이의 곡은 정말 훌륭하구나. 지금 그냥 피아노로 친 것도 이 정도인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으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교수님은 끊임없이 내가 완성한 3악장에 대해 칭찬하시면서 나에게 질문하셨다.
“4악장은 완성 못 했나?”
“아직 미완성입니다만.”
강의실 안 친구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교수님도 미소지으며 마지막 말을 덧붙이셨다.
“4악장까지 완성되면 줄리어드 오케스트라가 초연하면 좋겠어. 클래식계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군.”
* * *
며칠 후, 나는 할렘에 위치한 조지 워싱턴 스쿨을 찾았다.
바로 학생들과 합창 수업을 하기 위함이었다.
‘일주일 동안 애들이 좀 연습을 해왔으려나? 그리고 헤일리의 부모님은 레슨을 허락해 주셨을까?’
기대감을 갖고 음악실에 도착했다.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음악실.
유리창으로 빼꼼히 들여다보니.
오늘도 헤일리만 아이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헤일리는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자꾸 만지며 뺨으로 늘어뜨렸다.
9~10살 또래의 한 남자아이가 헤일리의 앞으로 다가왔다가 ‘으악’ 하고 다시 아이들 무리로 뛰어갔다.
헤일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남자아이의 행동에 순간 나는 화가 났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둬서는 안 되겠네.’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이 일어나는 게 분명해 보였다.
드르륵.
음악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곤 조금 전에 헤일리 앞으로 뛰어갔다 온 남학생 앞으로 갔다.
그리곤 조용히 그 아이에게 말했다.
“잠깐만 나랑 음악실 바깥으로 가서 얘기 좀 할까?”
“지금요? 그냥 여기서 얘기하면 안 돼요?”
본능적으로 내가 좋지 않을 얘기를 할 것을 짐작했는지 학생은 움찔했다.
“잠깐이면 돼. 나가서 얘기하자.”
나는 그 학생과 음악실 바깥으로 나와 옆 교실 쪽으로 이동했다.
혹시나 내 목소리가 헤일리에게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무릎을 굽혀 남학생과 눈을 맞췄다.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줄래?”
“네. 뭔데요? 저 거짓말 안 해요. 아직도 산타 믿거든요. 친구들은 다 없다고 하지만요.”
“그래? 산타도 믿는 애가 왜 그랬어?”
“네?”
아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까 헤일리한테 뛰어가서 왜 소리 지르고 갔어? 그렇게 하면 헤일리가 속상하잖아.”
“아. 그건 저만 그런 건 아닌데. 헤일리 얼굴이 징그러워서요. 징그러운데 신기해서 보러 갔다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왜 징그러워?”
“얼굴에 엄청 길게 화상 자국이 있어요. 그래서 파충류껍질처럼 징그러워요.”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어른들이라면 보고도 못 본 척했겠지만.
아이들은 아직 그런 조절이 안 될 것이다.
속상했다.
이제 고작 10살~11살 정도 되었을 아이 얼굴에 왜 그런 화상 자국이 있을까.
그런 자국이 있는 것만으로도 상처일 텐데 아이들한테 따돌림까지 받다니.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학생에게 말해 주었다.
“사고란 누구한테나 닥칠 수 있어. 원해서 그런 일을 겪는 사람은 없어. 앞으로는 절대 그런 식으로 놀리면 안돼. 헤일리가 얼마나 속상하겠어?”
“헤일리도 우리 피해요. 인사도 안 하고요.”
“너 같으면 네 얼굴 보고 징그러워서 소리지르는 아이랑 친구할 수 있겠어?”
“아니요.”
아이는 자신이 따돌림 당하는 모습을 상상했는지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나랑 약속해. 앞으로 헤일리에게 그런 행동하지 않겠다고.”
“네. 노력해볼게요.”
휴.
한숨이 났다.
한창 티없이 밝게 자라야 할 어린 학생이 가진 상처.
어린 아이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상황을 이제야 파악한 나는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음악실로 들어갔다.
나는 헤일리가 엎어져 있는 책상 앞으로 갔다.
내가 똑똑, 책상을 노크하듯 두드리자 헤일리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헤일리는 머리카락으로 왼쪽 얼굴부터 목까지 길게 있는 화상 자국을 가리려 했다.
나는 그 아이의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얘기했다.
내가 조금도 놀라거나 움찔거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그 애의 눈빛이 흔들렸다.
“안녕하세요.”
“노래를 너무 잘하던데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
헤일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좋아해요.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하고 부르는 것도 좋아해요. 혼자 있을 때만 부르지만요.”
“그럼 내가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
“어떤 부탁이요?”
“헤일리가 솔로 파트를 맡아줬으면 좋겠어. 할 수 있지?”
내 제안에 조금 주저하던 헤일리가 결국 용기내어 대답했다.
“…네.”
“용기내줘서 고마워.”
조금 후 애나 선생님이 오셨고 나는 아이들에게 헤일리가 솔로 파트를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 다들 피아노 옆으로 나와보자. 헤일리는 솔로니까 내 옆에 서 봐.”
쭈뼛거리던 헤일리가 내 옆으로 와서 섰다.
그리고 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습을 시작했다.
헤일리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솔로를 시작했다.
“Lets start at the very beginning, very good place to start.”
헤일리는 행여 머리카락에 가려진 왼쪽 얼굴이 보일까 신경 썼다.
그 탓에, 헤일리는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고개를 점점 숙이고 목을 움츠렸다.
나는 잠시 피아노 치던 것을 멈췄다.
“조금만 자신 있게 불러봐. 내가 지금 줄리어드에 다니고 있는데 거기 성악 전공하는 친구들 정말 많거든. 근데 헤일리, 네 목소리가 그 친구들보다 더 좋아.”
“정말요? 줄리어드 형, 누나들 보다요?”
“헤일리가 그렇게 노래를 잘한다고요?”
헤일리도 깜짝 놀라며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아마 자신감 있게 제대로 부르면 그럴걸?”
“정말요? 헤일리! 큰 목소리로 노래 불러줘!”
“맞아, 맞아. 큰 소리로 듣고 싶어.”
자신에게 살가운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이 낯선지 헤일리의 두 눈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응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헤일리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는 경쾌하게 다시 피아노를 치며 헤일리에게 ‘자신감 있게!’를 외쳤다.
그리곤 들려온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
“Lets start at the very beginning, very good place to start.”
“우와아!!”
학생들은 헤일리의 노래 실력에 감탄했고 그녀는 점점 자신감을 얻었다.
아이들은 음악에 푹 빠졌고 신나게 몸을 움직이며 노래를 불렀다.
어느새 땀이 흠뻑 젖은 아이들.
언제나 혼자 있던 헤일리도.
징그럽다며 헤일리를 피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모두 한 마음으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음악 안에, 아이들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조화를 이뤘고,
헤일리는 신나는 표정으로 타고난 목소리를 맘껏 뽐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렸다.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보고 계신 애나 선생님께 넌지시 물었다.
“선생님, 합창 대회에서 꼭 한 곡만 불러야 하나요?”
선생님은 나를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바로 대답을 해 주셨다.
“아니에요. 시간 제한만 있어요.”
나는 ‘됐다’는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선생님께 말했다.
“오, 잘 됐네요. 두 곡을 멋지게 이어 붙일 생각이 떠올랐어요.”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