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97)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97화(197/250)
나는 여러 연주회와 학업 그리고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준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왔고 맨해튼 도심 곳곳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책상 위에 깜빡 놓고 온 작곡 노트를 챙기러 기숙사에 들렀다.
그때, 진동으로 해 놓았던 핸드폰에서 ‘지이잉’ 신호가 왔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바이올리니스트 주원 씨인가요?
-네, 맞습니다만.
-저는 백악관 Office of Public Engagement(공공참여부서)의 비서관 샐리 피셔입니다.
-백악관이요?
백악관이라는 말에 조금 놀라긴 했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이었으니까.
-주원 씨의 행보를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헤일리 양의 인터뷰도 봤습니다.
-네, 그러시군요.
-혹시 퍼블릭 섹터(공공분야)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그녀는 나에게 꽤 전문적인 얘기를 건넸다.
최근 미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증오범죄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음악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지 물었다.
정말 좋은 취지였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었다.
내가 잠시간 말을 하지 않자 내가 혼자 고민하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샐리는 나를 계속 설득했다.
-정말 큰 역할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역할이 갖는 의미는 올해, 미국에서 주원 씨가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인 중 하나라는 뜻이거든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그녀는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곤 미국 국민을 향해 혐오 범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고 백악관 음악회에서 연주해 줄 것을 부탁했다.
-지금 바로 대답할 순 없을 것 같네요. 자세한 사항을 메일로 보내주시면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립니다. 주원 씨라면 음악으로 많은 혐오 범죄를 멈추게 할 수 있고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주원 씨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주원 씨의 음악은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 겁니다.
조금 후, 난 샐리 피셔 비서관이 보내준 메일을 보며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윌에게 전화해 서류와 내용을 한 번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제가 혹시 놓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는지 검토 부탁드려요. 그리고 제 다른 연주회나 콩쿠르 일정과 겹쳐서도 안 될 것 같고요.
-다각도로 검토하고 연락 줄게요. 일정에 무리만 없으면 참 좋은 취지네요. 그만큼 주원 씨가 사회 전반에 영향력이 있다는 얘기니까요.
잠깐 기숙사 방에 들려 작곡 노트를 챙겨가려던 나는 기나긴 통화를 하고서야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곤 기숙사 건물에서 나와 연습실이 있는 본관 건물로 이동했다.
최근 사회면을 장식했던 신문 기사들을 떠올려보았다.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도 있었도 한인타운 묻지마 범죄도 있었다.
그리고 백인우월주의자의 수퍼마켓 총기 난사 사건도 있었다.
‘음악으로 내가 사람들에게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문득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떠올랐다.
음악으로 온국민을 똘똘 뭉치게 해 마음을 하나로 모은 시벨리우스.
나도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화합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과거에는 하지 못 한 일이니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거야.’
하지만 어떻게?
어떤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면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쉽게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은 고민을 하며 연습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연습실 복도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건 바로 파울로였다.
파울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형, 내가 지금 급하게 연습이 잡혀서. 잠깐 카페에서 기다려 줘. 끝나자마자 갈게.
전화를 끝낸 파울로가 나를 발견했다.
나는 파울로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표정이 심각한데 무슨 일 있나 봐.”
“어, 형이 이탈리아에서 나 보러 왔는데 갑자기 앙상블 연습 보충이 생겨서. 지난번에 누가 펑크냈거든.”
“그럼 형이 뉴욕에 도착해서 아직 네 얼굴 한 번도 못 본 거야?”
“그치. 밥도 못 먹고 기다린다는데 좀 미안하네.”
“형은 어디 계셔? 내가 같이 점심이라도 먹고 있을게. 마침 나도 배가 고파서.”
순간 파울로의 시선이 나의 바이올린에 멈췄다.
“너, 연습하러 가는 길 아니었어?”
“밥 먹고 연습하면 되지. 어디야? 형한테 문자 보내서 내가 간다고 말씀드려줘. 너 이제 앙상블 연습 시작하면 적어도 두 시간은 할 거 아냐.”
“그래 줄 수 있어?”
“고마우면 나중에 밥 사라. 오늘은 내가 너희 형 맛있는 점심 사드릴 테니.”
“고마워. 신세 한 번 질게.”
파울로는 형이 기다리고 있는 카페를 알려주었고, 형에게 친구가 곧 도착할 거란 사실도 말해주었다.
조금 후, 학교 앞 카페에서 나는 한눈에 파울로의 형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친근하게 이탈리아어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파울로 형이시죠? 저 파울로 친구 주원이에요.”
그러자 파울로처럼 붉은 곱슬 머리를 가진 형이 나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신 나온다는 친구가 주원 씨? 이렇게 실제로 보니 반갑네요. 파울로가 이야기 많이 했거든요.
“네, 맞아요. 제 얼굴을 아시네요.”
“당연히 알죠. 파가니니 콩쿠르 영상을 얼마나 많이 봤는데요. 제가 바이올린을 정말 좋아합니다. 프랑코 만치니라고 해요.”
우리는 학교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프랑코는 마지막 남은 파스타를 먹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파울로는 학교에서 잘 지내나요? 한동안 바이올린 하는 걸 힘들어했거든요.”
“그래요? 파가니니 콩쿠르 때랑은 뭔가 분위기가 바뀐 것 같기는 했어요.”
“그렇죠. 그때랑은 좀 다를 거예요.”
프랑코는 시종일관 손을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레 파울로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파울로가 프랑코 때문에 바이올린을 하고 콩쿠르를 섭렵하고 다닌 이유.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까지.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그 이야기들을 듣자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걱정하는 프랑코에게 알려주었다.
“파울로는 항상 자신감이 넘쳐요. 저랑 친구들하고 친하게 잘 지내요. 그리고 무엇보다 바이올린을 좋아해요. 그건 확실해요.”
“다행이네요. 파울로한테 물어봐도 별 대답 안 해줄 것 같았는데. 주원 씨가 대신 나온 것만 봐도 파울로가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이에요.”
* * *
뉴욕의 유일한 클래식 라디오 전문 채널 NYCM.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Classic today’의 진행자 조셉은 오늘도 프로그램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최근 들어 뛰어난 클래식 연주자들의 등장으로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클래식계.
그중 가장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이는 단연코 바이올리니스트 주원이다.
인기가 높아지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 들어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 블라디미르의 도발 때문에 여러 언론사의 기사에 주원은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오늘은 특별 프로그램으로 두 명의 패널이 나와 주원과 블라디미르의 음악을 들어보고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기로 되어 있다.
-최근 클래식 음악계의 라이벌 전격 분석 시간!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주원 VS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 블라디미르
프로그램의 광고가 나간 이래, 청취자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자신들의 의견과 주원과 블라디미르에게 궁금한 점을 담은 글이 게시판을 가득 채웠다.
오늘 프로그램을 위해 유명한 음악잡지 기자 두 명이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두 연주자의 연주 영상을 보며 여러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찰스 레이놀즈 기자가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저는 저희 잡지의 기사 취재차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갔었습니다. 비록 파가니니 콩쿠르는 너튜브로 봤지만요. 그런데 저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취재 내내 블라디미르의 음악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어요. 그의 음악에서 품격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말 그대로 ‘고전’ 그 자체 같았습니다.”
그러자 진행자가 되물었다.
“그 말씀은 바이올리니스트 주원의 음악은 품격이 없다는 걸로 비교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솔직히 그런 면이 있습니다. 주원의 바이올린 실력이나 작곡 실력이 놀라운 것은 사실이나 품격은 부족하죠. 정통 클래식을 고수하는 블라디미르에 비해 확실히 가벼워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점 또한 그렇고요. 마치 물가 내놓은 아이 같다고나 할까요?”
그러자 다른 패널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주원의 음악이 품격이 없다고요? 우리가 같은 음악을 듣고 있는 게 맞나요? 얼마 만에 사람들이 클래식에 관심 갖게 되었나요? 품격이요? 팝은 품격이 없고 클래식은 품격이 있는 건가요?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이 음악을 망치고 클래식의 종말을 오게 할 겁니다.”
둘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점점 벌어졌다.
그러자 찰스 레이놀즈 기자가 더 강한 논조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음악의 격에 대한 이야기는 논외로 하죠. 저는 아무튼 블라디미르의 바이올린을 직접 들었기에 그의 연주가 대단했고 그의 팬이 되었다는 말을 할 뿐입니다. 그리고 또 주원의 경우, 너무 돈만 밝히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바이올리니스트 주원 씨가 돈만 밝히다니요? 금시초문이네요.”
“나이도 어린데 벌써 영화 음악에, 광고에 또 KM클래식이라는 스타트업에 지분이 상당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의 돈으로 본인이 투자를 하는 것도 욕먹는 시대인가요?”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오래된 것도 아닌데 너무 한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 그렇죠.”
다른 패널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박했다.
“이래서 클래식 음악이 발전을 못 하는 겁니다. 저는 오히려 주원 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에 한 번씩 관심을 갖고 접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만 봐도 그렇고요. 그리고 영감이 떠올라 영화 음악도 작곡하고 자신이 번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된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
“인기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그 사람 팬일 수는 없습니다. 블라디미르의 음악을 더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는 것을 주원 씨가 알았으면 하네요.”
두 기자의 설전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진행자 조셉은 난처했다.
하지만 마치 싸우듯이 토론하는 둘의 모습에 프로그램의 순간 청취율은 치솟았다.
* * *
백악관의 샐리 피셔 비서관의 제안을 받은 이후, 나는 긴 고민에 빠졌다.
‘음악밖에 모르는 내가 어떤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결코 가볍지 않은 고민이었다.
한참 고민을 하던 나는 기숙사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 있는 TV를 켜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복도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고 곧 기숙사 방문이 열렸다.
같은 방 룸메이트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주원아, 혼자 뭐해?”
“머리가 복잡해서 좀 생각하느라.”
“뭔데 그래? 내가 해결해 줄게.”
친구들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와 틀어놓았던 TV에서 흘러나오는 앵커의 목소리가 섞였다.
앵커는 월드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월드 뉴스입니다. 베를린에서 어제 신(新)나치주의자의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아시아계 여행자들이었습니다. 가해자는 백인우월주의자로서 신나치주의 단체에 가입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무고한 여행객을 상대로 ….
친구들의 가벼운 농담 사이로 들려오는 무거운 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일어난 국제뉴스였지만 당장 나에게 닥친 일처럼 마음이 아팠다.
그러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뭐라도 해야 하는 걸까?”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