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198)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198화(198/250)
‘그래, 계속 고민하느니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자, 돌덩이를 눌러놓았던 것처럼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내가 제안받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보단 하면서 부딪쳐 보자는 생각이었다.
내 음악이 혐오와 증오로 가득 찬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길 바라며.
또 그런 범죄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다독일 수 있길 바라며.
나는 고민 끝에 샐리 피셔 비서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중얼거렸다가 확신에 찬 얼굴로 방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는 내 모습을 친구들은 희한하게 보았다.
“주원아, 너 괜찮은 거지?”
“어, 고민이 있었는데 너네랑 얘기하다가 다 해결됐어.”
“뭐야. 털어놓기도 전에 다 끝난 거야? 뭔데?”
“나중에 얘기해줄게. 지금은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나는 기숙사 룸메이트들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는 윌에게 전화를 걸었다.
-윌, 혹시 백악관 음악회 관련해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학교 앞으로 갈게요. 연습실에 있다가 전화하면 나와요.
조금 후, 나와 윌은 줄리어드 앞 카페에서 만났다.
윌은 노트북을 펴서 그동안 백악관에서 한 연주회의 성격에 대해 브리핑해주었다.
그리고 함께 출연하기로 예정된 사람들의 리스트를 읊어주었다.
“백악관 측에서 메시지는 주원 씨에게만 부탁했어요. 하지만 음악회는 혼자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주원 씨랑 헤일리 그리고 에디 스마일스도 함께에요.”
“헤일리랑 에디도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프로그램 상으로는 셋이 한 곡씩 부르거나 연주하고 마지막 곡은 함께하는 방향으로 제시되어 있어요. 물론 그건 연주자들의 의견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적혀 있고요.”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헤일리와 에디랑 함께한다니 더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함께 음악을 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거야.’
인종과 국적이 모두 다른 세 명이 따로 또 같이 각자 다른 음악을 보여주는 거니까.
윌과 한참 동안 백악관 연주회에 관해 얘기하던 중 문자 하나가 왔다.
그건 헤일리의 어머니였다.
-주원 씨, 헤일리 때문에 상의드릴 일이 있는데 통화 가능할까요?
나는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메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 역시 백악관 음악회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헤일리가 아직 어린데 그런 큰 무대에서 잘할 수 있을까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 지도 망설이더라고요.
-헤일리가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을지 제가 생각해서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저도 같은 무대에 서니 너무 걱정마세요. 제가 헤일리 잘 챙길게요.
-안 그래도 주원 씨가 출연자 리스트에 있길래 안심이 되긴 했어요.
-헤일리가 그동안 새로운 곡 연습할 때마다 음성파일 보내줬거든요. 헤일리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전화를 끊은 후, 백악관의 샐리 피셔 비서관에게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윌과 한참 동안 음악회에서 어떤 곡을 연주하면 좋을지 살펴보았다.
“셋이 함께 부르는 곡은 특별히 ‘화합’의 의미가 강조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알만큼 유명하면서 메시지가 잘 전달될 곡이요.”
“그럼 우리 한번 각자 검색해서 찾아보죠.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거니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곡을 검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리고 저랑 헤일리 그리고 에디가 함께 불러도 어울릴 곡이어야겠죠. 하긴 편곡을 하면 되지만요. 암튼 곡이 주는 메시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각종 기사와 음악을 찾아보았다.
떠오르는 곡들을 하나씩 메모해보며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할 만한지 검토했다.
클래식, 재즈, 팝 모든 장르를 살펴보며 검색을 하던 중.
나는 우리 음악회의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곡을 찾았다.
‘이게 좋겠어.’
윌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학교 연습실로 돌아갔다.
그리곤 한참 동안 떠오르는 영감을 오선지에 쏟아냈다.
줄만 가득하던 노트가 어느덧 음표와 악상기호로 빼곡해졌다.
* * *
오늘은 뉴욕예술 고등학교의 초청으로 졸업생 강연을 하게 되어 있었다.
학교 측에선 편하게 와서 내 얘기를 조금만 후배들에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거절할까 고민했지만, 교장 선생님은 간곡하게 부탁하셨다.
-연설문 준비해올 것 없어. 그냥 선배로서 편하게 얘기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럼 정말 편하게 얘기하고 후배들이 질문하면 대답도 해주고 할게요.
-너무 좋지.
나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토크쇼 제안과 연주회나 강연들.
모두 다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예술의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보탬이 되고 싶었다.
누구나 중, 고등학교 시절엔 고민이 많을 테니까.
‘나도 그랬었고.’
미리 학교 측의 동의를 받아 윌과 함께 너튜브 영상도 찍기로 했다.
오랜만에 온 뉴욕예술고등학교.
친구들 없이 혼자 온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선생님들께 인사도 하고 클럽 룸도 둘러볼 겸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점심 시간이라 학교를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앗! 선배님. 오늘 강연 땜에 오신 거죠?”
“지금 어디 가세요? 같이 사진 한 번 찍어요.”
“주원 선배님. 저도 바이올린 전공이에요. 요즘 선배님이 작곡한 곡으로 맹연습 중이에요.”
“선배님, 저는 드리머즈 후배예요.”
나에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후배들에게 모두 인사하며 답해주고 걸어가던 중, 드리머즈 후배를 만났다.
내가 얼굴을 모르는 후배인 걸 보니 신입생인 듯했다.
“신입생이야?”
“맞아요.”
“근데 내가 선배인 건 어떻게 알았어?”
“드리머즈 멤버 중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클럽 룸에 사진도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는걸요.”
“아아. 그 사진. 우리 클럽 데이 때 사진이 아직도 걸려있구나.”
“네! 근데 지금 어디 가세요?”
“나 드리머즈 클럽 룸. 같이 갈래?”
“좋아요. 다른 클럽 멤버들한테도 얼른 오라고 연락해야겠어요.”
“앗. 굳이 그럴 것까지는….”
말려봤지만 소용없었다.
클럽 드리머즈의 후배는 핸드폰으로 바쁘게 연락을 돌렸다.
익숙한 학교 복도를 지나 클럽 룸으로 가는 길.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내 뒤에는 뉴욕 예술고등학교 후배들이 무리 지어 졸졸 따라왔다.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 찍는 건 물론, 동영상 촬영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까지.
정신없지만 기분 좋았고 뭔가 책임감이 느껴졌다.
끼이익-
클럽 드리머즈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직접 만들다 만 무대 장치들과 크게 틀어놓은 음악 소리.
낯익은 피아노와 춤추며 노래하는 학생들의 모습까지.
마치 나와 친구들의 과거를 시곗바늘로 돌린 듯했다.
‘여전하네.’
발성을 연습하는 후배들도 있었고 안무를 맞춰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익숙한 MR 속 후배들이 부르는 노래.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연습하고 있네.’
후배들이 연습하고 있는 노래는 바로 ‘The greatest entertainer’에서 나왔던 ‘No matter what anyone says’였다.
왈리드의 집에서 이 뮤지컬 영화를 보고 가사와 음악에 감동 받아 한동안 내 플레이리스트 1번에 있었던 곡.
클럽 룸의 후배들이 한 명씩 내가 들어온 것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앗! 어떻게 여길….”
“나도 클럽 드리머즈 멤버였다고.”
“알죠. 너무 반가워서 그래요.”
“오늘 좀 이따가 후배들 모아놓고 강당에서 이야기 하는 시간이 있거든.”
“클럽 룸에 오실 줄은 몰랐죠. 저 선배님 팬이에요. 영화 음악이랑 바이올린 곡이랑 제 플레이리스트에 가득하다고요.”
“저도요.”
“난 KM클래식도 구독한다고요.”
“야! 나도거든.”
후배들의 외침에 윌이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그럼 오늘 영상 찍어서 올리는 거 찬성하는 건가요?”
“으아악! 너무 좋아요. 그럼 저도 천만 뷰 주인공 되는 건가요?”
후배들은 어느덧 윌의 카메라 앞에 몰려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내 앞에 옹기종기 모인 후배들.
“우리 그럼 나도 같이 연습해볼까? 이거 내가 엄청 좋아하는 곡이거든.”
“와우. Unbelievable.”
윌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모조리 찍으며 웃고 있었다.
크게 MR을 틀어놓고 시작된 즉석 연습.
팬심으로 내 주위에 몰려있던 후배들은 음악이 나오자 돌변했다.
나처럼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녀석들이었다.
우리는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안무가 시원시원하고 동작이 큰 관계로 어렵지 않았다.
이 곡은 춤보다는 가사와 멜로디가 관건이었다.
나는 후배들과 연습하면서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좀 더 자신감 있게. 노래 가사처럼 당당하게.”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해.”
“아주 좋아. 지금처럼.”
내가 격려할수록 후배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고 목소리는 더욱더 파워풀해졌다.
노래가 끝난 순간, 난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너네들 이따 내 강연 보러오는 거 맞지?”
“맞아요. 오늘 강당에서 점심시간 끝나고 다 모이는 거잖아요.”
“그럼 우리 이렇게 해 볼까?”
나는 드리머즈 클럽 후배들을 모아놓고 떠오른 생각을 전했다.
“그게 가능할까요?”
“정말요?”
“으아! 은근 흥분되는걸요.”
걱정하면서도 신이 난 후배들을 보며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 교장 선생님께서 나한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주라고 하셨거든. 이거보다 좋은 메시지가 있을까?”
후배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뒤늦게 클럽 룸에 도착한 후배들까지 수십 명의 멤버들이 모였다.
나는 후배들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연습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 음악으로 우리의 에너지와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여주자고.”
“와아아!”
“오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전혀 몰랐다고요.”
또 한 번의 연습이 끝난 뒤, 모두 헐떡거리는 숨을 들이마셨다.
“우리 좀 이따 보자. 내가 신호 보내면 알았지? 순서 기억해.”
“네에에!”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커다란 후배들의 대답.
그들의 열정적인 에너지가 나와 친구들의 지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역시, 오길 잘했어.’
그리고 조금 후에 있을 뉴욕예술고 후배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졌다.
클럽 룸을 나와 교장 선생님과 예전에 나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는 넌지시 운을 띄웠다.
“이따가 후배들한테요 제가 솔직히 제 이야기를 전할 거예요.”
“고맙다, 주원아. 너 엄청 바쁠 텐데 이렇게 후배들 위해 와줘서.”
“어떤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할지는 기대해주세요.”
“뭔데 그래? 혹시 바이올린 연주해 줄 거니?”
“나 동영상 찍어야겠네.”
“영상은 윌이 찍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래, 뭐가 됐건 주원이 네가 해주는 말은 다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조금 후, 약속한 시간이 되어 뉴욕 예술고 학생들이 모두 강당에 모였다.
사회를 맡은 레베카 쌤은 학생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나는 아무 것도 없는 넓은 무대 정 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널따란 강당의 의자를 가득 채운 후배들.
의자 사이사이로 드리머즈 클럽 후배들의 얼굴이 보였다.
그 애들은 나를 보고는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나도 손을 들어 화답하자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멋있어요!”
“팬이에요!”
“사랑해요!”
괴성과도 같은 고백이 난무하자 강당 안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후배들을 진정시키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학생들의 눈을 바라보며 그간 내가 음악을 하며 느꼈던 생각들을 진솔하게 풀어나갔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내 말을 경청했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다.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나는 성실하게 모든 질문에 솔직히 답했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헤어짐의 시간.
나는 학생들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이 보기에 저는 어려움도 없을 것 같고 인생이 탄탄대로였을 것 같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어요. 저에게도 어둡고 두려운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깨달았죠. 타인의 시선보단 스스로 자신을 당당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우리는 모두 특별하니까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마친 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음악이 강당에 흐르기 시작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후배들은 박수를 치다가 멈췄다.
그 순간, 나의 신호와 함께.
클럽 드리머즈의 한 후배가 객석의 한 가운데서 벌떡 일어났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