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2)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2화(2/250)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음악실로 돌아온 이나리는 자신의 자리에 놓인 공책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문주원? 왜 음악 노트를 놓고 갔지? 숙제도 없었는데…….”
이나리는 공책을 열어보았다.
“이게 뭐야? 무슨 악보지?”
복잡한 악보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며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거… 아까 들려준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인데? 언제 이걸 다 그린 거야? 악보를 복사한 수준인데? 이게 뭐지 진짜?’
* * *
“주원아, 오늘 학교에선 어땠어?”
“뭐, 별일 없었어.”
주원은 방으로 들어가다 말고는 문득 아빠를 돌아봤다.
“아빠, 내 바이올린 버렸지? 어릴 때 쓰던 거.”
“…바, 바이올린? 그건 왜?”
“아니, 뭐 좀 확인해 보고 싶어서.”
문혁은 주원이가 걱정스러웠다.
아들 입에서 바이올린이란 단어가 나온 게 몇 년 만이던가?
‘사고 후유증일까?’
이혼 후, 주원이는 마음의 문을 닫았었다.
엄마가 떠나간 상처가 너무 컸는지 그 좋아하던 바이올린도 더이상 켜지 않았다.
‘그때 쓰던 바이올린이 2분의 1 사이즈였나?’
버리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 악기는 쓸 수가 없다.
조그맣던 아이가 이제는 문혁 자신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주원이도 그렇고 지환이도 그렇고. 정말 많이 컸어. 시간이 진짜 빠르네.’
이혼 후, 문혁은 지극 정성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들의 상처가 깊었다.
무엇보다 주원이는 하고 싶은 게 사라졌다.
아내가 가르쳐주던 바이올린은 구석으로 던져버린 지 오래였다.
좋아하는 것을 잃은 주원이의 방황은 생각보다 길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야 어느 날 친한 친구들과 재미로 밴드를 한다고 했다.
내심 마음이 놓였다. 어떤 음악이든 음악은 좋은 친구가 될 테니까.
굳이 꼭 바이올린일 필요는 없었다.
주원이에게 음악이 없는 삶은 무채색일 것만 같았으니까.
‘그건 나한테도 마찬가지지.’
주원이가 친구들과 장난으로라도 밴드를 결성해 노래를 부른다는 얘기가 너무 좋아서, 술 한잔 기울였던 밤이 문득 떠올랐다.
‘좋은 징조야.’
문혁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저에요. 아직도 공방에 계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그래, 밥은 먹었다. 근데 아직 작업이 안 끝나서 공방에 있단다.”
“얼른 마무리하고 들어가 쉬세요.”
문혁은 잠깐 머뭇거렸다.
“저기, 아버지. 주원이가…”
“주원이가 왜? 무슨 일 있는 게냐?”
“바이올린 얘기를 해서요.”
“…그래? 놀랐겠구나. 7~8년 만인가?”
“네, 그 정도 됐죠. 그래서 말인데요. 주원이가 쓸만한 악기 있을까요?”
“…음. 내가 주원이 생각하면서 만든 악기가 있어. 언젠가 줘야지 하고 있었는데…….따로 얘기해보마.”
“고마워요, 아버지. 너무 늦게 들어가지 마세요. 주말에 같이 식사해요.”
아들과 통화를 끝낸 문성주는 손주에게 문자를 보냈다.
– 주원아, 주말에 할애비 공방에 좀 들러라. 할 얘기가 있어.
문성주는 공방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바이올린 하나를 꺼냈다.
‘이제 주인을 만날 때가 됐구나. 오래 기다렸다.’
* * *
“문주원. 우리 이번에 학교 축제 나가자.”
“축제?”
“알지? 밴드 하면 여자애들이 엄청 좋아하는 거.”
“잘해야 좋아하지. 우리 완전 오합지졸인데. 그냥 재미로 시작한 거였잖아.”
“야! 그렇게 어려운 말 쓰지 마. 내 친구 안 같잖아.”
김우진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우리 밴드 실력이 어때서?”
차수혁도 발끈한다.
“문주원 보컬 되지. 나 드럼 많이 늘었고. 문제는 김우진이 기타를 졸라 못 친다는 거지.”
“나 정도면 괜찮거든? 게다가 우리는 비주얼이 끝내주잖아.”
김우진이 발끈했다.
“축제 나가려면 연습 좀 하든가. 차라리 기타 치지 말고 그냥 키보드 치든가.”
“기타 없는 밴드가 어딨어? 그리고 여자애들이 기타리스트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알아?”
이 녀석들이 왜 축제에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났는지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요 며칠 파가니니가 나오는 꿈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한데.
그냥 얘들이랑 축제나 나갈까? 가서 망신 좀 당해 봐?
쪽팔려서 고개 못 들고 다닐 정도로 망하면 파가니니고 뭐고 다 기억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마치 내 안에 두 개의 인격이 있는 것처럼.
점점 머릿속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파가니니의 잔상을 떨치고 싶었다.
“그래, 까짓거 망신당하지 뭐. 혼자도 아니고. 축제 나가자!”
“오케이. 다 죽었어.”
그러자 김우진이 축제에 관한 썰을 풀기 시작했다.
“작년 우리 학교 축제에 기획사에서도 왔었다고. 그래서 2학년 선배 뽑혔잖아. YK 들어갔어.”
“YK? 대박.”
“우리는 비주얼도 되니까 가능성 있어.”
“그게 그렇게 쉽겠어? 됐고! 오랜만에 연습이나 하자.”
* * *
아빠와 엄마는 캠퍼스 커플이었다.
아빠는 비올라 전공, 엄마는 바이올린 전공이었다.
둘은 결혼을 했다. 그리고 나를 낳았다.
엄마는 나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돌아와서 내 동생 지환이를 낳고 또 미국으로 갔다.
엄마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라고 했다.
엄마는 거의 미국에서 지냈다.
일 년에 한두 번 엄마가 올 때마다, 나는 엄마에게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다.
엄마가 한국에 없는 동안에도 바이올린을 매일, 엄청나게 연습했다.
다시 만날 엄마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나는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보면 엄마랑 같이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현인 G 현을 연주할 땐, 엄마가 포근하게 앉아 주는 느낌이 들었고.
가장 높은 E 현을 연주할 땐, 엄마의 예쁜 목소리가 떠올랐다.
연습하면 연습할수록 바이올린은 재밌었고, 매력적인 소리가 났다.
실력이 좋아질수록 내가 내는 바이올린의 음색은 깊어져만 갔다.
내 나이에 나갈 수 있는 콩쿨은 모두 나가기 시작했고, 대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보통 초등부 콩쿨 대상은 예중 입시를 목전에 앞둔 6학년이 받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3학년인 내가 전체 대상을 휩쓸었다.
신문에는 바이올린 신동이 나타났다며 연일 이름이 오르락거렸다.
엄마는 그런 나를 참 자랑스러워했다.
“주원아, 이번에 신문에서 어떤 평론가가 너를 보고 ‘파가니니의 환생’이라고까지 표현했더라. 역시 우리 아들 대단해!”
엄마는 내가 콩쿨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때마다 무척 기뻐했다.
휴가 때, 미국에서 들어온 엄마가 말했다.
“주원아, 엄마는 미국에서 계속 살 거야. 아빠랑은 헤어지게 됐어.”
“아빠랑 헤어진다는 게 무슨 소리야? 나랑 한국에서 살자.”
“그건 안돼. 주원아… 엄마랑 미국으로 가지 않을래? 엄마가 뉴욕필하모닉 악장이 되었어. 너라면 엄마를 뛰어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있어.”
“엄마, 난 그런 거 몰라. 그냥 우리 가족 다 같이 살고 싶어.”
“아직 네가 어려서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너랑 지환이한테는 엄마도 미안하게 생각해.”
엄마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엄마, 나 지환이 밥도 잘 먹이고, 바이올린도 잘해. 학교에서 시험도 맨날 백 점 맞아. 엄마 미국 가지 마. 우리랑 여기서 살아.”
“주원아, 엄마랑 같이 갈 수 없겠니?”
“싫어, 아빠는 그럼 어떻게 해. 지환이는?”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
“엄마가 안 가면 되잖아.”
아무리 울며 애원해도 엄마는 들어주지 않았다.
원래도 자주 볼 수 없었던 엄마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해 겨울, 나는 열병을 앓았다.
아빠와 할아버지는 나를 밤새 간호했고.
나는 오랫동안 아팠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바이올린을 켜지 않았다.
엄마가 사라진 후.
내 인생에서 음악도 사라졌다.
* * *
[크레모나 공방. 현악기 메이커 문성주]나는 주말이 되어 할아버지 공방에 왔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할아버지 공방에 오면 늘 바이올린이 가득했기에 의식적으로 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요 며칠 파가니니의 꿈을 꿔서일까?
마음속 한구석에 깊이 감춰버린 바이올린이 문득 궁금해졌다.
아니면 엄마에 대한 원망이 희미해져서일까?
그때는 너무 어렸었다.
어른들의 복잡한 마음을 모두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었다.
지금이라고 다 이해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세상의 모든 것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알게 되었다.
끼이익.
공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나무의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주원이 왔어? 아픈 데는 없고?”
할아버지께 파가니니가 나오는 꿈에 대해 얘기해 볼까 망설여졌다.
하지만 괜한 걱정만 끼쳐드릴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이젠 괜찮아요. 그런데 왜 공방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너, 아빠한테 예전에 쓰던 바이올린 어디 있냐고 물었다면서?”
“아빠가 할아버지께 얘기했나 봐요. 맞아요.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다 큰 너한테 어릴 때 쓰던 악기는 크기가 안 맞지. 그건 2분의 1사이였단다.”
“기억도 잘 안나요.”
“잠깐 기다려라. 내가 줄 게 있어. 널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만든 거란다.”
조금 후에 할아버지가 악기 하나를 가지고 오셨다.
할아버지는 고운 천으로 정성스레 악기를 닦으며 질문을 하셨다.
“주원아. 바이올린을 한 대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니?”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어떤 악기를 만들지 구상하고 나무를 고르고, 재단하고 구성 요소들을 붙이고 칠하고 말리는 그 과정이 적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도 걸린단다.”
“그렇게 소중한 걸 저에게 주신다고요?”
“그럼. 우리 손주한테는 여기 있는 거 다 줘도 아깝지가 않지.”
참 다정하신 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악기에서 기품이 느껴지고 할아버지의 애정이 느껴진다.
짙은 갈색 나무에 고운 결.
부드러운 곡선이 아름다운 바이올린.
떨리는 마음으로 활을 들어 소리를 내어 보았다.
지-잉 지-잉
그래, 이 소리였지.
그런데 몸의 감각이 사뭇 이상했다.
온몸에 전기가 오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릿 지릿.
손가락의 느낌도 예전 같지 않았다.
생경한 느낌.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그래도 소리 정도는 내 볼 수 있겠지?
G 현부터 E 현까지 차례로 개방현을 그어보았다.
줄감개를 돌리고, 두 개의 현씩 겹음으로 소리를 내며 음정을 맞췄다.
악기의 소리가 깊고 풍부하며, 힘이 느껴졌다.
솔, 라, 시, 도, 레, 미, 파♯, 솔.
간단한 스케일을 켜본다.
아직도 손가락이 잘 돌아갈까?
조금 어색하다.
몇 번 켜다 보니 소리는 제법 들어 줄만 해졌다.
깊게 울리는 저음의 묵직한 소리.
날카롭게 꽂히는 고음.
이 소리가 바이올린의 매력이지.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잡은 바이올린이어서 그런지 손가락의 감각이 예전 같지 않았다.
나는 악기의 소리를 내 보는 것을 멈췄다.
“할아버지. 이 악기 음색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악기를 찬찬히 살펴보던 나는 부드러운 곡선의 f홀 안에 쓰인 글씨를 읽었다.
“캐논(cannone)이라고 쓰여 있네요.”
낯이 익은 이름이다.
“주원아, 너 파가니니 알지?”
“파가니니요?”
할아버지가 왜 파가니니의 이름을 말하는 거지?
“…알죠.”
“파가니니가 죽기 전에 사용한 악기 이름이 캐논이었어. 주세페 과르네리라는 유명한 장인이 만든 악기였지.”
“그래요?”
“소리가 대포처럼 커서 붙여진 이름이었단다.”
“…네.”
할아버지는 다정한 눈빛으로 나에게 옛날 얘기를 해주셨다.
“할애비가 크레모나 악기 제조학교에서 유학했던 시절, 매일같이 제노바 시청에 가서 파가니니의 악기를 구경했었단다. 그리고 파가니니 콩쿨 우승자 연주회에서 과르네리 캐논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지.”
할아버지는 눈은 아이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얼마다 소리가 깊고 크던지. 또 얼마나 기품있고 우아한 소리가 나던지. 지금도 그 소리가 잊히질 않아.”
“아직도 생생하신 거예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너에게 과르네리 캐논을 사주지는 못하지만. 그 소리와 모습을 기억해 몇 년 동안 정성 들여 만들었단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