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209)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209화(209/250)
대문 밖에서도 위용을 드러냈던 저택의 모습이 그 형체를 전부 드러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넓은 정원엔 이름 모를 봄꽃들과 나무들이 즐비했다.
곳곳에 있는 직원들의 안내로 무사히 주차를 한 뒤, 우리는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이미 성대한 파티는 시작 중이었다.
하지만 파티라고 해서 영화에서 봤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이 정장이나 원피스처럼 멋진 차림이긴 하네.’
마르타는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작년에도 호스트 가정을 했었지만 이 파티에 오지는 못했어요. 성악 부문 참가자였는데 웰컴 파티에 오는 대신 연습을 택했거든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이렇게 성대하게 파티를 하는 콩쿠르가 또 있을까요? 참 의미깊은 행사예요.”
“우리 벨기에의 자랑이랍니다. 국가의 큰 행사니까요.”
저택의 직원들은 동그란 쟁반에 알록달록한 칵테일을 들고 다녔다.
마르타는 분홍색 칵테일을 집어 들었다.
“주원, 그럼 콩쿠르 참가자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다 만나요. 언제 집으로 다시 출발할까요?”
“적어도 참가자들이랑 인사는 다 한 번씩 하고 싶어서요. 괜찮을까요?”
“그럼요, 즐거운 시간 보내고 좀 이따 만나요. 나랑 줄리안은 다른 호스트 패밀리에게 가볼게요.”
마르타와 줄리안이 인파 속으로 사라진 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얀색 테이블보가 덮여있는 원형 테이블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참가자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파울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파울로는 축제에 안 온 모양이네.’
파티장엔 콩쿠르 참가자 석과 호스트 패밀리 석이 분리되어 있었다.
나는 절반 정도 사람이 앉은 테이블로 향했다.
웰컴 파티라는 것의 취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난 취지대로 콩쿠르의 참가자들과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내가 빈자리에 앉자 테이블에서 얘기를 하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그중 한 남자가 바로 나를 알아보았다.
“주원 씨? 난 베를린에서 온 펠릭스예요. 파가니니 콩쿠르 아주 인상 깊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펠릭스라는 남자가 내게 인사하자 주변에서 머뭇거리던 참가자들이 너도 나도 내게 다가와 인사하기 시작했다.
“난 러시아에서 온 카리나예요.”
“전 한국에서 온 윤가을이에요.”
마침 한국인이 같은 테이블에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반가웠지만 한국인 참가자를 만난 것이 유독 반가웠다.
그녀도 내 얼굴에 드러난 반가운 기색을 읽었는지 싱긋 웃으며 내게 물었다.
“혹시 옆으로 가도 될까요?”
“아, 네.”
그녀는 자신이 마셨던 물을 들고 비어있는 내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곤 내게 살짝 몸을 가까이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영어로 말을 해야 하니까 말을 잘 못 하겠네요. 제가 영어 울렁증이 살짝 있거든요.”
“저도 영어 울렁증 있었는데 그게 자꾸 영어로 말을 해야 없어져요.”
“진짜요? 그럼 저도 이참에 노력해야겠네요.”
윤가을 바이올리니스트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몇 번 주억거렸다.
그러다 그녀는 고개를 높이 빼서 파티장을 쓰윽 둘러보았다.
“80명 중에 한국인이 꽤 있는데 파티에 온 사람은 주원 씨랑 저뿐인가 봐요. 아무래도 콩쿠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연습하는 거겠죠?”
“부담이야 다 있을 거예요. 그래도 저는 축제 같은 이 파티의 분위기를 즐기면서 긴장을 좀 풀고 싶었어요.”
그러자 그녀가 머리를 작게 좌우로 흔들었다.
“주원 씨는 대단하시네요. 저는 콩쿠르 생각만 해도 떨려요. 이렇게 큰 규모 대회는 처음이거든요. 성대한 파티는 물론이고요. 그래서 저도 꼭 와보고 싶었어요.”
“저도 비슷해요. 그래도 파티 오니까 예상대로 재밌어요.”
우리 테이블은 서로서로 인사를 나눴고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윤가을 바이올리니스트는 하고 싶은 말을 하다가 막히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파이널에서 어떤 작곡가의 곡이 나올까요? 2012년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작곡 부문이 폐지가 되면서 이제 작곡자를 추측하기도 어려워졌잖아요.”
“추측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어차피 미발표곡인데요.”
“게다가 그건 파이널 곡이잖아요. 지금부터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요.”
공통된 주제를 갖고 있어서인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화가 잘 통했다.
그러자 내 옆에 앉은 윤가을이 간절히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저는 제발 뒷 순서를 뽑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일단 1라운드만 통과하면 좋겠어요. 파이널 무대는 지금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고요.”
“하긴 80명 중 56명은 떨어지는 거니까요.”
“근데 이 중에서 악몽 꾸는 사람은 없어요? 무대 위에서 악보를 까먹거나 하는 그런 악몽이요.”
“으,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한창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장내를 일순간 집중시키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사회자의 목소리였다.
“이곳의 주인이자 여러분을 초대한 분, 대대로 벨기에의 수많은 음악가를 후원하고 매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시는 후원자, 에머슨 회장님을 소개합니다.”
사회자의 설명에 따르면 파티의 호스트인 에머슨 회장은 벨기에의 손꼽히는 자산가로 여러 사업을 하고 있지만 가장 메인은 주류사업이라고 했다.
그는 인상 좋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온화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날카로움과 강인함이 느껴지는 눈빛을 갖고 있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참여하신 바이올리니스트들과 호스트 패밀리 여러분 안녕하세요. 에머슨입니다. 이렇게 콩쿠르의 시작을 알리는 웰컴 파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왕관의 주인은 가려져야겠지만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에머슨의 인사에 대저택을 가득 채운 참가자들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고 긴장되는 설렘도 엿보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에머슨 회장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그가 웃으며 참가자 석 쪽을 가리켰다.
“호스트 패밀리 여러분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겠지만, 이분들은 잘 모르지 않습니까?”
“얼마나 부자이신지 대신 말씀 드릴까요?”
호스트 패밀리 석에서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에머슨 회장은 껄껄 웃었다.
“저는 많은 부를 쌓았고 그런 부를 이렇게 사회에 환원할 때 기쁨을 느낍니다. 게다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위한 일이라면 더 그렇죠. 그래서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발표할 것이 있습니다.”
장내가 수군거렸다.
-따로 상금이라도 걸려나?
-뭘까? 굳이 이 자리에서 말하려는 거 보니 콩쿠르랑 관계가 있나 본데?
그가 잠깐 뜸들이며 말을 멈추었다가 입을 뗐다.
“좋은 음악과 와인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게 해주죠. 그래서 올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가 되는 분의 이름을 딴 빈티지 와인을 만들려 합니다. 당연히 그분과 최고의 조건으로 계약을 할 것이고 앞으로 모든 기쁜 자리에서는 그분의 음악과 함께 할 것입니다.”
에머슨 회장의 깜짝 발표에 장내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모든 기쁜 순간에 함께하는 음악과 와인이라.’
뭔가 사람들의 삶에 음악이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런 제안은 부차적인 일이다.
이것 때문에 ‘우승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성대한 파티를 열고 또 우승자의 이름까지 딴 빈티지 와인을 만든다니.
단순한 사업 아이디어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잠시 후, 에머슨은 와인을 들고 돌아다니며 테이블에 앉은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에머슨은 자신이 제안한 빈티지 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너무 좋은 의견 같아요. 만약 제가 우승을 하면 제 이름을 딴 빈티지 와인이 세상에 생기는 거잖아요?”
“모든 사람의 행복한 순간에 함께하는 음악과 제 이름을 딴 와인이라니. 콩쿠르에서 우승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요.”
참가자들은 기뻐하며 에머슨 회장의 의견에 찬사를 보냈다.
나 역시 모두의 의견에 공감했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한 발짝 나아간다면?
물론 결정은 그와 회사의 몫이겠지만 난 제안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 와인은 한시적으로 한정적인 수량으로 판매되는 거죠?”
“맞아요.”
“제가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회장님께서 제 말을 기분 나쁘게 듣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에머슨 회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내 나이쯤 되면 말이죠. 건방지거나 예의 없는 태도를 지닌 사람은 눈빛만 봐도 압니다. 그러니 걱정 말고 말 해봐요.”
“그렇다면 와인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다시 음악가들에게 환원하시면 어떨까요? 적어도 퀸엘리자베스 기념으로만 만들어지는 것보다 의미 있을 것 같아서요.”
“그거 재밌는 생각이군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죠. 나처럼 나이가 많아지면 이 많은 돈을 어떻게 쓰고 죽을까 보단 의미 있게 삶을 마무리 하고 싶기 마련이니까요.”
그는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와인을 연거푸 들이마시던 그가 파티장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에 가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백발의 노인이 멋들어지게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참 멋있었다.
그가 이룬 부가 얼마나 대단하고.
그의 사업이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는 음악과 함께 삶을 즐기는 사람 같아서 좋아 보였다.
파티가 한창 무르익어 갔고 나도 와인을 들고 돌아다니며 아직 인사 나누지 못한 참가자들과 마저 인사를 나누었다.
저 멀리서 마르타와 줄리안이 웃으며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돌아선 순간.
난 나를 차갑게 주시하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언론에서만 수차례 본.
그래서 마치 실제로 아는 사람인 것 같은.
블라디미르, 그가 내 앞에 서 있었다.
* * *
블라디미르 페트로프는 브뤼셀의 가장 호화로운 호텔인 스타이겐의 스위트룸에 도착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측에선 참가들이 지낼 수 있는 호스트 패밀리와 연결 시켜준다 했지만.
다른 사람이 사는 좁은 집에서 오랜 기간을 함께 지내야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강제사항도 아니었다.
‘그런 건 돈이 없는 참가자들이나 신청하겠지. 내가 모르는 사람 집에서 한 달이나 지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블라디미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넓은 스위트룸엔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도 놓여있었다.
방에서도 연습할 수 있었지만 24시간 연습할 수 있게 호텔의 홀 하나를 대관해 버렸다.
블라디미르의 아버지는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사업은 나날이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블라디미르에게 원하는 것은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이었다.
그것이 블라디미르의 집안을, 또 러시아의 명예를 드높일 거라는 아버지의 믿음이었다.
그는 그런 아버지의 믿음에 부응하고 싶었다.
블라디미르는 클래식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 같은 주원이 항상 눈엣가시였다.
주원의 행보는 여느 콩쿠르 우승자와는 전혀 달랐고 그의 기사를 볼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너무 경박해. 이번 콩쿠르를 통해 내가 진정한 클래식이 뭔지 보여주겠어.’
인기와 돈 때문에 이 음악 저 음악을 넘보는 클래식 콩쿠르 우승자라니.
블라디미르는 여유롭게 악기를 꺼내 콩쿠르의 곡들을 연습했다.
오늘 환영 파티가 있지만 제시간에도, 꼭 참석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파티에 참석한다는 러시아의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주원을 보면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파티에 가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주원을 만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으니까.
‘뭐든지 기선제압이 중요하지.’
웬만한 연주자들은 콩쿠르에서 정신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니까.
한참을 연습하던 블라디미르는 문자를 수신했다.
-네가 찾던 바이올리니스트 주원이 파티에 왔어.
블라디미르는 미소를 지은 채 악기를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기사가 운전하는 대형 세단을 타고 파티가 열리는 대저택으로 향했다.
‘왔다 갔다에 얼굴 보고 얘기까지.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겠네. 돌아와서 연습하면 되고.’
블라디미르의 머릿속엔 착착착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의 행보엔 조금의 낭비도 없었고 우승을 향한 계획에도 차질이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주원을 만난다는 사실이 약간 흥분되기까지 했다.
최고급 수트를 입고 파티에 도착한 블라디미르의 눈은 주원을 찾았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많은 사람과 얘기하며 웃고 있는 주원을 발견했다.
블라디미르는 날 선 기세로 성큼성큼 주원의 앞으로 걸어갔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