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218)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218화(218/250)
예상치 못하게 콘서트 홀 통로 한가운데 홀로 서서 주원과 눈이 마주친 블라디미르.
자신도 모르게 화끈거리는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이내 주원의 세 번째 곡인 차이코프스키 Valse-Scherzo in C major op. 34. 시작을 알리는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었고.
블라디미르는 뒤돌아 콘서트 홀의 문을 열고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왔다.
그런데, 블라디미르는 눈 앞에 펼쳐진 예상치 못한 장면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 맞다. 기자들….’
콘서트 홀 밖에서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도 블라디미르를 보곤 깜짝 놀랐다가 눈에 호선을 그렸다.
“엇, 블라디미르?”
스튜디오4 밖에는 미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 앞마다 무리를 지어 모여있었다.
순간 블라디미르를 발견한 기자들이 카메라맨들과 함께 몰려들었고, 블라디미르의 얼굴은 찌푸려졌다.
“블라디미르 씨. 지금 주원 군의 연주를 보고 나온 건가요?”
“주원 군을 라이벌로 의식한 나머지 연주를 보러 오신 겁니까?”
“아니 아직 주원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나오신 건가요?”
카메라를 들이대며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를 보자 블라디미르는 살짝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아. 하필 여기서 마주쳐 가지고. 창피하게. 이러면 내가 진짜 저놈을 의식해서 온 것 같잖아.’
블라디미르는 미간에 인상을 썼다가 카메라를 의식하고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와중에도 기자들은 계속 질문을 해댔다.
“주원의 연주가 어땠습니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자신이 우승할 거라 생각하시나요?”
그냥 억지 미소만 지은 채 기자들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려 했던 블라디미르는 마지막 질문을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질문을 한 기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 방금 연주를 보니 더욱 확실해지더군요. 제가 우승할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나요? 아직 세미파이널도 끝나지 않았는걸요.”
“조금만 더 말씀해 주시죠.”
블라디미르는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주원의 연주는요. 전통적인 해석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작곡가라도 된 듯 자기 멋대로 해석을 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걸요. 그럼 음정, 박자, 다이내믹, 아티큘레이션 그런 것들을 다 무시한 연주였다는 겁니까? 그렇게 기본도 안된 연주를 했다고요?”
“그게 가능한 말인가요?”
“이대로 기사 나가도 되겠습니까?”
블라디미르는 더 대답을 하다가는 논란이 커질 것 같다는 생각에 황급히 플라제 빌딩 밖으로 나갔다.
찰칵-
기자들은 블라디미르의 뒷모습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러댔다.
오늘 세미파이널 결과 발표를 위해 다시 이곳 플라제에 와야 하지만.
지금은 다른 누군가의 음악을 듣고 싶지 않았다.
* * *
차이코프스키 Valse-Scherzo in C major op. 34.
나는 이 곡을 정말 좋아한다.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G현과 가장 높은 E현을 많이 사용하는 이 왈츠 곡은 얼핏 첼로와 바이올린의 이중주로 들릴 만큼 저음과 고음의 구분이 확실하다.
연푸른 잔디밭을 뛰어오르는 소녀의 발끝처럼 통통 튀는 피아노 도입부를 들으면서.
내 마음도 한껏 즐겁게 부풀어 올라 가볍고 경쾌한 마음으로 보잉을 시작했다.
누구든 듣는 이에게 미소를 머금게 하는 멜로디와 가끔 짧게 지나가는 익살스러운 기교.
잠깐 약간의 먹구름이 지나가는 것 같은 단조의 느린 멜로디가 긴장감을 주지만.
이내 웅장한 겹음과 함께 즐거운 메인 테마로 돌아와.
빙글빙글 돌며 빠르게 춤추는 소녀와 소년, 커플과 부부, 그리고 수많은 즐거운 사람들의 파티 장면을 그리며 화려한 테크닉의 보잉이 이어졌다.
언제나 관객들은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또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곡.
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왈츠의 3박자에 맞춰 즐겁게 어깨까지 자연스레 움직이며 연주에 몰입했고.
마지막 업보우로 연주를 마친 후 오른손을 위로 활짝 올려 벅찬 기쁨을 표현했다.
* * *
주원의 차이코프스키 연주가 끝난 후, 앙리 뒤트와는 그 기나긴 여운에 마음이 행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의 프로코피예프 연주만을 앞두고 있었다.
프로코피예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13살에 입학했고 경이로운 수준의 두각을 나타냈던 인물이었다.
현대적 요소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펼쳤지만 고전의 미를 갖췄던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세계에서 주원의 모습이 얼핏 엿보이기도 했다.
오늘 주원이 연주할 곡은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이 곡은 원래 프로코피예프가 카나강 주변 페름이란 도시에서 체류할 때 작곡된 플룻을 위한 소나타였다.
프로코피예프는 맑은 날씨와 강 주변 아름다운 숲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후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제안으로 바이올린 곡으로 개작이 되었다.
바이올린의 화려한 음색과 더불어 풍부해진 색채감으로 호평받았으며 지금까지도 연주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곡.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모두 다른 이들에게 헌정되었는데 오늘 연주할 2번은 파리에서 머물렀을 때 그의 친구였던 요제프 시게티(헝가리 출신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헌정되었던 곡이다.
지-이잉.
피아노의 A음에 맞춰 주원이 마지막 곡을 위해 바이올린을 조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앙리 뒤트와는 심사채점표를 보며 오늘 주원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돌이켜 보았다.
현대곡에서만큼은 약점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주원은 시대를 막론하고 탁월한 음악적 해석 능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음악에 파고드는 몰입으로 청중과 심사위원들을 압도해버렸다.
‘대중이 현대음악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데 말이지.’
어느덧 미세한 조율의 과정이 끝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주원과 피아니스트가 동시에 음악의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코피예프 Violin sonata no. 2 in D major op. 94bis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시작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서정적인 선율이 노랫소리처럼 퍼졌다.
애수 띤 선율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이올린은 리드미컬한 패시지를 호소력 있게 연주하더니 이내 조가 바뀌며 격정적으로 주제를 표현했다.
‘아, 시시각각 변하는 테마에 맞게 음색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바꿔 표현하는 능력이라니. 대단해.’
복잡한 패시지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다가도.
어느새 돌아오는 제1 주제의 애절한 선율이 너울너울 물결이 일렁이듯 넘실거렸다.
여운 가득한 바이올린의 선율로 1악장을 끝맺은 후 이어진 2악장, 프레스코 포코 피우 모소.
생기 넘치는 분위기로 시작한 피아노의 서주에 바이올린이 경쾌한 선율로 합류했다.
밀도 있는 바이올린의 음색은 주제 선율을 예술적으로 표현했고.
어느 순간 관객들의 가슴을 확 열고 무아지경으로 그의 음악 세계에 빠지게 했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는 숨 가쁜 합주 속에서.
음악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던 앙리 뒤트와는 순간순간 본분을 잊지 않고 심사 항목에 메모를 하며 점수를 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집중해야 해.’
그렇게 되뇌면서 자신의 본분을 깨우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심사위원이 아니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주원의 무대를 보는 여느 청중이 될 것만 같았다.
현을 짚는 주원의 왼손과 활을 쥔 오른손이 풍성하게 움직일 때마다 온몸에 전기가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코피예프는 원래 의외성을 부여하는 멜로디로 청중을 긴장시키는 특징이 있지. 그런데 주원은 그런 곡의 특성을 극대화시키고 있어.’
점점 격정적으로 치닫는 바이올린이 숨 가쁘게 뛰어가자 피아노도 그에 질세라 함께 발을 맞췄다.
어느덧 접어든 4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바이올린의 열정적인 선율을 피아노가 리드미컬한 화음으로 감싸 안았다.
음을 한음 한음 강조하며 바이올린이 화려한 패시지를 거듭하고 곡의 구성이 대범해졌다.
바이올린이 진한 애수에 찬 주제를 노래하면.
피아노가 뒤따라 반전의 영롱한 멜로디를 새겼다.
그리고 선율이 역동적으로 치솟으며 힘차게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유니즌으로 소나타의 끝을 맺었다.
이마에 흩날리는 주원의 짙은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어쩌면 주원은 자신이 최고의 라이벌일지도.’
직접 듣고 보는 그의 무대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였다.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 같은 주원의 음악 세계.
앙리 뒤트와는 모두와 함께 그곳에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다시 여행이 미치도록 떠나고 싶었다.
미처 여행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많은 청중들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냈다.
“브라보!”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지고 감탄사가 난무했다.
흡사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베니스의 카니발처럼 폭발적인 열기였다.
무대 위에서 여러 번 인사한 주원이 바이올린을 들고 대기실로 사라졌다.
그 후로도 여러 참가자들의 무대가 이어졌고
결국 6일간에 걸친 세미파이널 라운드가 모두 끝이 났다.
앙리 뒤트와는 심사위원들과 함께 최종 심사에 돌입했다.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의 채점표를 모두 공개했고 그 결과가 차곡차곡 취합되었다.
“이 참가자는 역시 평판대로 현대곡에서 아주 뛰어난 연주를 보였죠. 쟈크 뒤켄의 딸이라지요?”
“맞습니다. 글렌 캠프도 쟈크 뒤켄의 제자니까요. 아마도 참가자 중에서 현대곡 레파토리가 가장 광범위한 참가자가 아닐까 싶네요.”
“올해는 정말 뛰어난 참가자들이 많네요. 파이널 무대가 기대됩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무대도 있었죠.”
“연주자들의 개성이 하나같이 뛰어나서 한 마디로 평가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압도적인 참가자는 있었죠.”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지경이네요.”
그러자 심사위원장인 앙리 뒤트와가 말했다.
“그럼에도 우린 파이널에서 누가 제일 잘할지 속단할 순 없습니다. 샤펠에선 정신력 또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니까요.”
“참가자들끼리 보이지 않는 기싸움도 상당하죠.”
“없을 수가 있을까요? 왕관의 자리는 하나뿐이니까요.”
심사 결과는 취합되었고 조금 뒤, 플라제의 스튜디오 4 홀에서는 세미파이널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파이널리스트 발표 직후.
각종 언론에선 속보로 파이널리스트 열두 명의 이름이 속속들이 공개됐다.
발레리 뒤켄 (벨기에)
파울로 만치니 (이탈리아)
주원 문 (한국)
브래들리 짐머 (영국)
치샤오준 (중국)
펠릭스 숄츠(독일)
바스티앙 페르소나즈(프랑스)
블라디미르 페트로프 (러시아)
올렉시 샤르딘 (오스트리아)
카즈야 우치다(일본)
에스더 화이트(미국)
가을 윤(한국)
최연소 참가자 올렉시 샤르딘과 최고령 참가자 브래들리 짐머가 나란히 파이널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의 주원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는 수준 높은 연주로 이견 없이 파이널에 안착했다.
이들은 이제 뮤직 샤펠에서 함께 지내며 마지막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유독 참가자들의 실력이 뛰어난 이번 대회에서 누가 과연 우승할지 클래식계의 이목이 브뤼셀에 집중되어 있다.
-Brussels Morning
* * *
내 집처럼 편안했던 마르타와 줄리안의 집에서 떠날 시간이 되었다.
둘은 내가 이 집에 처음 온 날 선물했던 커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세요.”
“정말요? 이 티셔츠 마음에 쏙 들어요.”
마르타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파이널에 줄리안이랑 가서 응원할게요. 피켓도 만들어 갈게요.”
“피켓까지요? 그동안 너무 감사했어요. 가족처럼 대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잊지 못할 거예요.”
“주원 씨가 연습하는 소리를 들으며 함께 있는 내내 정말 행복했답니다.”
미야옹.
루이가 이별을 예감했는지 오늘따라 부쩍 치댔다.
나는 루이를 조심스레 안아 올려 얼굴을 비비댔다.
“루이도 고마웠어.”
나는 마르타와 줄리안에게 차례로 허그를 했다.
둘은 다정하게 내 등을 토닥여 줬고 나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딩동-
집 앞에 콩쿠르 측에서 보낸 검정색 세단이 도착해 있었다.
나는 차 트렁크에 캐리어를 넣고 바이올린을 챙겨 좌석에 앉았다.
차창을 열고, 서 있는 마르타와 줄리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잊지 못할 거야. 온기가 가득했던 길모퉁이 3층 집.’
나의 발자국이 가득했던 길을 지나며 브뤼셀 거리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12명의 파이널리스트들과 합숙 하는 뮤직 샤펠로 가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오랜 건물들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렸다.
‘나는 그곳에서 파이널리스트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미발표 현대곡은 어떤 곡일까?’
두 가지 물음을 품은 채.
자동차는 뮤직 샤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