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232)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232화(232/250)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다큐멘터리 감독인 패트릭은 막바지 편집 작업에 돌입했다.
매년 비슷한 분위기와 장면으로 구성되었던 다큐멘터리가 주원의 샤펠 입소 후, 완전 다른 양상을 띠었다.
“훗, 이런 일도 있었지. 파울로 만치니가 머리를 산발로 하고 뛰어온 이 장면. 이걸로 예고편 하면 재밌겠는데?”
최종본을 살피던 패트릭의 말에 다른 직원이 크게 웃었다.
“으하, 감독님,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의견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마리안 윌슨 지휘자랑 몇몇 연주자들이 풀밭에 누워 구름 보던 장면이 좋지 않나요? 샤펠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지던 풍경이요. 그때 드론 촬영도 해서 영상 끝내주게 나왔잖아요.”
“하긴 그래. 그걸 예고편으로 쓰는 게 나을까? 이번 다큐멘터리는 버릴 장면이 없어. 한 편의 성장 영화 같기도 하고.”
“맞아요. 게다가 결과를 알고 최종본을 다시 보니 더 감동이더라고요.”
한참 동안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던 직원이 패트릭에게 시선을 돌렸다.
“블라디미르는 이제 유럽에서 활동은 어렵겠어요. 듣자 하니 처방전이랑 복용약을 다 증명했다던데. 솔직히 러시아에서 돈 주면 안 되는 일이 어딨겠습니까? 다큐멘터리만 봐도 눈에 시기와 질투가 가득하잖아요.”
“콩쿠르 측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으면 져야겠지. 다큐멘터리에서도 블라디미르의 시선 끝엔 언제나 주원이 있었어.”
“그런데 주원은 신경도 쓰지 않더라고요. 정말 대인배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주원을 질투했을까요?”
둘의 대화는 한참 동안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사흘 후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의 다큐멘터리가 유럽 전역에 방송될 예정이었다.
* * *
마치 비행기 좌석같이 깔끔하고 세련된 ICE(이체에 기차)의 실내 공간.
기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기분이 들뜨고 설레는 것이 정말 이제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들뜨고 즐거운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는 멤버들에게 제안했다.
“기차 타고 가면서 음악도 듣고 같이 무슨 곡할까 얘기도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짐짓 진지한 내 제안이었지만 다른 멤버들은 딴소리 일색이었다.
“와, 정말 우리 무슨 곡을 연주할지 생각도 안 하고 떠난 거 사실인가요?”
“으하하, 정말 재밌네요.”
“항상 정해진 스케줄에 정해진 곡을 연습해 왔는데, 이런 적은 평생 처음이에요.”
“자유롭게 해방된 느낌 너무 좋다!”
“연주할 곡은 잘츠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떠오르는 것으로!”
브뤼셀 북역에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지 ICE(이체에)기차를 타고 세 시간.
그리고 그곳에서 환승한 후 잘츠부르크까지.
나는 마치 소풍에서 고등학생을 인솔하는 선생님과 같은 마음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 대한 작은 책임감에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나도 몇 시간 동안은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기차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니 기차는 브뤼셀 시내를 벗어나 끝도 없이 펼쳐진 넓은 들판을 달렸다.
바깥 풍경은 한국과 참 달랐다.
한국에 살 때는 산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었고 뉴욕에 살 때는 높은 빌딩이 사방을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벨기에의 평원은 그저 푸른 하늘과 초록색 밭이 지평선까지 끝없이 이어질 뿐이었다.
마치 뉴욕 롱 아일랜드에서 본 대서양의 수평선처럼.
기차는 어느새 국경선을 넘어 독일로 들어갔고, 프랑크푸르트 역에 도착했다.
프랑크푸르트까지 오는 동안, 깔깔대던 멤버들은 모두 잠에 곯아떨어져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었다.
“헤이, 천재 연주자님들! 일어나야죠! 환승역 프랑크푸르트 다 왔어요.”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조금 더 이동한 우리는 드디어 잘츠부르크에 거의 다달았다.
서로 농담도 하고, 풍경 이야기도 하고, 또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오던 우리.
우리는 그제서야 기차 칸에 앉아 어떤 곡을 연주하면 좋을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기차를 타고 오느라 구겨진 매무새를 정리하던 펠릭스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섯 명이 연주해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 뭘까요?”
“모든 곡을 다섯 명 전부가 연주할 필요는 없어요. 솔로 연주도 좋고 합주도 좋고 편성이 다른 곡은 편곡하면 되니까요.”
발레리가 여유 있는 말투로 느긋하게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콩쿠르처럼 지정곡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거나 하고 싶은 거 해요. 미리 너무 걱정 말자고요.”
“그럼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해야겠네.”
“안될 거 있겠어요? 그냥 우리 마음이지.”
“으하하. 더 재밌겠다! 음악 시작한 이래 이런 자유를 가져보는 게 얼마 만인지.”
사소한 대화를 나눠도 우리는 즐거웠고 설렜다.
한창 떠들고 있는 사이 기차에서 방송이 들려왔다.
-다음 역은 잘츠부르크 역입니다.
“와! 도착이다. 다들 짐 잘 챙겨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음악을 만든 곳.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
우리는 택시를 타고 바로 이로운 실장님이 잡아 주신 에어비앤씨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이동하는 도중 이로운 실장님이 너튜브 촬영에 관한 안내를 해주셨다.
“숙소에서는 촬영할 일 전혀 없을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여러분이 연주할 때만 촬영할게요. 그러니까 나는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세요. 여러분 연습할 때 저는 여행하고 자유롭게 지낼 겁니다.”
“실장님, KM 클래식에 입사 어떻게 안 될까요? 회사 분위기 너무 자유로워요.”
파울로의 넉살에 이로운 실장님이 눈을 찡긋했다.
“파울로 씨는 이미 우리 식구 아닌가요?”
“앗. 그렇게 말해주시니 제가 소속사가 생겼다는 게 실감 나네요.”
떠들다 보니 금세 숙소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린 우리 모두는 우리가 지낼 숙소를 보자마자 감탄사를 연발했다.
“와!”
숙소 앞에 도착한 우리는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들이 함께 묵을 숙소는 잘츠부르크의 구시가지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단독주택이었다.
시가지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절벽 위에 지어진 이 집 앞쪽으로는 하얀 벽에 회색 지붕들이 이어져 있는 잘츠부르크의 단정하고 고풍스러운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오른쪽으로는 언덕 꼭대기에 우뚝 솟은 호엔잘츠부르크성이 바로 올려다보였다.
그리고 반대쪽 뒤로는 멀리 알프스의 하얀 산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오는 엄청난 뷰를 갖고 있었다.
“와, 정말 모차르트가 왜 잘츠부르크에서 엄청난 음악을 만들 수 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침실과 욕실이 각각 여섯 개나 있고 최대 열두 명이나 지낼 수 있는 커다란 집.
우리는 각각 정한 방에 짐을 풀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우리 중 가장 배고파 보였던 브래들리가 펠릭스에게 물었다.
“펠릭스 고향이랑 가장 가까우니까 제일 잘 알 것 같아. 오스트리아에서는 뭘 먹어야 하죠?”
“음, 제일 유명한 음식은 슈니첼이요.”
“슈니첼? 그게 뭐에요?”
“송아지 고기 요리예요. 빵가루를 입혀서 얇고 넓게 튀긴 요리죠. 레몬즙을 뿌려서 먹는 거예요.”
“그럼 오늘은 우리 슈니첼 먹어볼까요?”
우리는 유명한 공연장인 펠젠라이트슐레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직 저녁 시간 한참 전임에도 사람들은 바글거렸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 종업원의 안내로 테이블로 이동하려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주원!”
“주원, 여기요.”
큰 소리가 들리는 곳에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바로 빈필의 마에스트로, 에른스트 폰 베르크만과 악장 리처드가 몇몇 단원들과 식사 중이었다.
“앗. 마에스트로!”
나는 홀린 듯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나를 본 마에스트로는 껄껄 웃으며 일어나 악수를 청하셨다.
“축하하네. 퀸 엘리자베스까지 석권하다니. 그런데 벌써부터 잘츠부르크에서 연주회가 있는 건가?”
“아니요. 아직 연주 일정은 시작 안 했어요.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전보다 더 바빠지겠군. 그때 무리해서 서울에서 자네와 연주회를 한 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어.”
친근하게 얘기하던 마에스트로가 갑자기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하셨다.
“그런데 퀸 엘리자베스 타이틀로 연주회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그러자 옆에서 식사를 하던 악장 로버트가 웃으며 말했다.
“마에스트로, 주원은 보통 음악가가 아닌 거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 그거야 그렇네만. 그럼 뭔가? 도대체 무슨 일로 여기 온 게야? 빈필 연주회에 깜짝 협연자일 리는 없고 말이야.”
“마에스트로는 연주회가 있으신 건가요?”
마에스트로는 내일 펠젠라이트슐레에서 연주회가 있다고 하셨다.
나는 마에스트로에게 애매한 대답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음, 저는 친구들과 뭔가 계획은 있는데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내일 알 수 있어요. 궁금하시면 내일 문자 보내드릴게요.”
“하하. 이거 뭐 수수께끼라도 되나? 내일은 오전에 리허설이 있으니까 연락주게. 안 가르쳐주니 더 궁금하구만.”
나는 빈필의 마에스트로 베르크만과 단원들에게 인사를 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 테이블로 돌아오니 이미 내 음식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
배가 고팠는지 벌써 파울로의 접시는 반이나 비워져 있었다.
나도 레몬즙을 얇게 튀겨진 고기에 뿌리고 한 입 베어 먹었다.
‘이건 완전 얇은 돈까스랑 맛이 똑같은데? 아. 근데 소스가 아쉽다.’
든든하게 밥을 먹은 후 우리는 모차르트의 생가를 구경 갔다.
활기 넘치는 게트라이데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노란색 집.
이제는 박물관으로 개조된 모차르트가 태어나 자랐던 바로 그 집.
모차르트가 실제로 사용했던 바이올린과 갈색 그랜드 피아노가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친필이 담긴 편지와 악보를 볼 수 있었다.
35세의 나이에 요절했음에도 600곡이 넘는 많은 작품을 남겼던 모차르트.
아름다운 알프스와 에메랄드 색의 잘자흐 강을 보며 자랐을 모차르트를 상상했다.
‘어린 모차르트가 이 집에서 여러 작품을 탄생시켰겠지.’
그의 유년 시절을 상상하며 악보를 유심히 관찰했다.
모차르트의 숨결이 담긴 생가에서 오랜 시간 그의 발자취를 느낀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곤 각자의 악기를 꺼내 거실에서 만났다.
어제까지 큰 무대에서 수천 명의 청중 앞에서 함께 연주했던 동료들과 함께 잘츠부르크의 주택에서 연습이라니.
집의 거실엔 갈색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었다.
피아노 위엔 몇 가지 악보도 있었다.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내일 어떤 곡을 연주하면 좋을지, 어디서 연주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연주할 곡목은 거의 결정되었고 장소가 문제였다.
“모차르트 생가 앞에서 연주는 어떨까요?”
“구시가지의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연주하고 싶어요.”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에서 연주는 요?”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계속 이야기가 오갔다.
문득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꼭 미리 정해야 하나?’
“그냥 내일 악기 들고 나가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연주하면 어때요?”
“여기로 오기로 한 것도 즉흥적이었으니, 어디서 연주할지도 즉흥적으로. 좋아요!”
모두 뭔가 논리적으로 분석하려고 고민하느라 주름이 잡혔던 이마가 확 펴졌다.
“자, 그럼 이제 내일 연주할 곡 연습해 볼까요?”
“으아! 재밌겠다. 바이올린으로 버스킹을 할 줄이야. 내 평생 가장 다이나믹한 일이라고요.”
“그럼 바로 연습해 보죠.”
칠흑 같은 밤하늘에 별이 쏟아질 때까지 이어지던 음악과 이야기는 새벽이 되어서야 멈췄다.
우리는 모두 각자 방으로 돌아갔고, 나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와 금세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우리는 아침 햇살을 받아 더 하얗게 우뚝 솟아 보이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을 끼고 언덕을 내려왔다.
어깨에 악기 케이스를 하나씩 맨 다섯 명의 젊은 음악가, 우리들의 모습은 마치 행진하는 브레멘의 음악대 같다고나 할까.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잠시 걷다 보니 우리는 금방 구시가지의 골목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기념품 가게가 보이고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나 했더니, 골목길이 끝나고 갑자기 탁 트인 커다란 광장이 나왔다.
지리에 밝은 펠릭스가 폰을 켜서 지도를 보더니 말했다.
“우리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뒤쪽으로 나왔네. 대성당 건물 반대쪽으로 가면 멋진 분수가 있는 큰 광장이 나올 거야.”
“와, 분수 좋은데!”
“가보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반대편 광장으로 통하는, 하얀 대리석 조각으로 장식된 아치를 향해 달려갔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