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235)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235화(235/250)
나는 애슐리의 연락처를 받아서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 들어갔더니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펠릭스가 놀란 눈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며 크게 읽었다.
-블라디미르 페트로프가 허위 의료기록을 제출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상을 박탈당했다.
따라서 1위 주원 문, 2위, 파울로 만치니, 3위 발레리 뒤켄, 4위 펠릭스 숄츠, 5위 브래들리 짐머 그리고 6위는 한국의 가을 윤이 수상하게 되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측은 변경된 트로피와 부상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수상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 밝혔다.
블라디미르는 현재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지금 이게 믿어져요? 와! 어떻게 이런 일이. 시상식 뛰쳐나간 뒤에 사과하고 갈라쇼만 참석했어도 일이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텐데.”
블라디미르의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씁쓸했다.
아무리 재력가의 집안이라도 앞으로 블라디미르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니 스스로가 감당할 수밖에….’
모두가 블라디미르 관련 뉴스로 정신없었기에 나는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했다.
또 애슐리와 약속한 것도 있었기에 그 음악도 연습해야 했다.
“각자 사랑에 관한 음악은 알아서 연습하고요. 함께 할 곡 연습했으면 좋겠어요. 음, 제가 생각한 게 있는데요.”
나는 태블릿에서 악보를 클릭해 보여주었다.
“같이 연습하면서 군데군데 바로 편곡 좀 할게요. 일단 한 번 같이 해봐요.”
모두 악기를 꺼내서 연습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숙소에 가득 차자 이로운 실장님이 방에서 나와 우리의 연주를 감상했다.
바이올린 다섯 대의 성부를 나누고 솔로 바이올린이 임팩트 있게 등장하는 파트도 만들었다.
나는 브래들리를 보며 물었다.
“솔로 부분은 브래들리가 하면 어때요?”
“제가요? 좋아요. 좀 떨리긴 하지만 열심히 해볼게요.”
거실에서 함께 또 숙소 곳곳에서 한참 동안 우리의 음악이 흘렀다.
그렇게 음악과 이야기로 가득 찼던 잘츠부르크에서의 하룻밤이 또 지나고 있었다.
다음 날.
맑은 날씨를 확인한 우리는 악기를 챙겨 어제 봐둔 장소로 향해 숙소를 나섰다.
일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도시답게 도시의 낮은 활기찼다.
이로운 실장님은 실시간 라이브를 켜서 우리의 위치를 알렸다.
라이브가 시작되자마자 동시 접속자가 폭증하고, 실시간으로 많은 구독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지금 라이브가 열리는 그곳으로 가고 있어요. 진짭니다. 나 갈 때까지 모두 움직이지 마세요.
-와! 저도 잘츠부르크 지금 바로 날아갑니다.
-이거 찍고 있는 사람이 젤 부러움 ㅠㅠ KM 클래식에 자리 없음?
이로운 실장님은 구독자들의 반응을 읽어주며 웃으셨다.
“지금 바로 달려오신다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사람이 더 많겠는데요?”
이미 너튜브를 보거나 길거리에서 우리를 알아본 관광객과 현지인들 수십 명이 마치 선생님을 따라 소풍을 나서는 학생들처럼 무리 지어 우리를 따라왔다.
잘자흐 강을 끼고 걸어가는 우리의 시야에 자물쇠가 주렁주렁 걸린 마카르트 다리가 들어왔다.
우리는 마카르트 다리를 건너 근처 초록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넓지 않은 풀밭 옆에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차가 다닐 수 없는 넓은 산책로가 강을 따라 있었다.
강 건너편 줄지어 있는 건물들 위로 우뚝 서 있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은 우리는 각자 악기를 꺼냈다.
우리를 따라온 사람들도 잔디밭과 근처 계단 여기저기에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튜닝을 하는 소리가 들리자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이 더욱 모여들었다.
강을 따라 걷던 연인들, 모차르트의 도시를 거닐던 여행자들,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
이곳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고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할지 궁금해하는 눈빛들이 모였다.
시작은 펠릭스였다.
“사람 좀 더 모아 볼까?”
카프리스 전곡 레코딩이 소원이라던 펠릭스의 파가니니 카프리스 1번 연주가 시작되었다.
바이올린의 활이 네 개의 현을 쉴새 없이 넘나들며 만들어내는 소리.
모여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 보였다.
강아지와 장난치며 놀던 작은 어린아이가 얼어붙은 듯 입을 벌린 채 펠릭스의 연주를 쳐다보았고.
길가 건물들의 창문이 하나하나 열리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얼굴을 내미는 것이 보였다.
엄청난 기교로 가득 찬 2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고 마지막 음이 길게 드리우자.
관중들의 폭포수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연주하던 장소 바로 앞의 상아색 4층 건물 3층 테라스에 나와 펠릭스의 연주를 보고 있던 한 중년 남성이 손을 흔들며 엄청 큰 목소리로 ‘브라보!’를 외치자.
모여서 박수를 치던 백여 명의 사람들은 위를 쳐다보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데, 같이 웃음을 터뜨리고는 잠시 휴대폰을 찾아보던 브래들리가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보았다.
“와, 저 건물은 지휘자 카라얀의 생가였네.”
“그래? 잘 보니 건물 앞에 작은 동상이 있는데, 카라얀인 것 같아!”
“우리 마음대로 정했는데 꽤 역사적인 장소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걸?”
무언가 더 뿌듯한 기분이 든 우리는 고개를 주억거렸고, 파울로는 펠릭스를 향해 엄지를 척 올려 보여주었다.
펠릭스는 이어서 다음 곡을 연주하기 전에 간단한 설명을 했다.
“오늘 제 친구들과 ‘사랑’이란 주제로 음악을 연주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리에 오면 자물쇠도 걸고 다들 사랑의 장미빛만 얘기하는데요. 저는 제 경험에 빗대어 ‘사랑의 슬픔’을 연주할게요. 크라이슬러라는 작곡가의 곡인데요, 제 앞에 계신 커플 분들. 귀 막으셔도 좋습니다.”
펠릭스의 말에 구경하던 커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한낮의 햇빛을 받아 하늘보다 더 맑게 에메랄드색으로 빛나고 있는 잘자흐 강과,
난간에 가득 걸린 형형색색의 자물쇠가 마치 여러 색의 장미 넝쿨로 뒤덮인 것 같이 아름다운 마르카트 다리를 배경으로,
우아하고 쓸쓸한 멜로디가 사랑의 슬픔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눈물을 삼키고 춤을 추는 여인의 손놀림처럼.
슬픔을 잊기 위해 밟는 발끝의 스텝처럼.
펠릭스의 오른손은 활과 함께 묵직한 A단조의 멜로디와 살짝 흐느끼는 트릴을 절묘하게 표현해 갔다.
조금은 어두운 사랑의 짙은 감성을 전하는 펠릭스의 바이올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졌다.
감미롭고 슬픔을 머금은 음이 쌓일수록 모두의 마음이 차분해졌다.
잠시 희망 섞인 C장조의 선율이 스쳐 지나가지만 다시금 찾아오는 슬픔.
하지만 감정에 지친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 같은 차분한 마무리로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파가니니 카프리스 연주가 끝났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성숙한 느낌인걸? 펠릭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감정인가?’
펠릭스의 연주가 끝난 뒤, 이번엔 파울로 차례였다.
“이렇게 청중과 바로 대화하면서 또 여러분의 표정을 보면서 연주할 기회는 없었어요. 이곳에선 제 음악에 점수를 매길 사람도 없으니까 마음이 편하고 감정이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에요.”
파울로의 아름다운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애슐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애슐리 다 와 가요?
-네, 전 이미 도착해서 큰 선글라스랑 모자 쓰고 보고 있어요.
애슐리가 무리 속에서 손을 높이 들어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나는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표시를 해 주었다.
파울로 다음 발레리의 연주가 시작되자 나는 곧바로 또 한 명에게 문자를 보냈다.
-마에스트로, 여기로 정말 오실 거예요? 오시면 지휘도 해 주세요.
-이미 와서 보고 있다. 너네 정말 재밌게 음악 하는구나. 이런 연주는 평생 해본 적이 없어.
-제가 보내드린 악보는 확인하고 오셨죠?
-물론이지.
-지금 자리에서 손 한번 들어보실래요?
진회색 폴로 티셔츠를 입은 마에스트로 베르크만이 인파 속에서 손을 높이 들었다.
나는 마에스트로를 데리고 그와 함께 연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갔다.
발레리의 아름다운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정신없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던 발레리가 내 옆에 서 있는 마에스트로를 발견했다.
발레리는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에스트로 베르크만? 빈필의 마에스트로?”
“훌륭한 연주였네, 발레리. 자네 부친 자크 뒤켄과도 난 각별한 사이지.”
“여긴 어떻게….”
파울로와 브래들리 그리고 펠릭스까지 마에스트로를 알아보고 모였다.
하지만 놀라서 우왕좌왕할 시간은 없었다.
즐거운 이야기는 조금 후에 해도 될 테니까.
그제야 나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우리 어제 같이 연습했던 곡 있죠? 그 곡 마에스트로랑 함께 할 거예요.”
“하, 마에스트로가 지휘하신다고?”
놀라는 것도 잠시.
우리는 각자의 바이올린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마에스트로 베르크만은 잔뜩 모인 사람들을 향해 인사했다.
나는 조금은 어색해하는 마에스트로를 위해 소개했다.
“이분은 어제도 펠젠라이트슐레에서 공연을 마치신 빈필의 마에스트로 베르크만이십니다.”
“와! 빈필의 지휘자요?”
“맞습니다. 저희처럼 거리에서 자유롭게 음악하는 것이 부럽다고 하셔서 초대했습니다. 수천 명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것은 일상이지만 이렇게 지휘하시는 건 처음이라고 해요. 박수쳐 주세요.”
이 모든 상황을 찍고 있는 이로운 실장님의 표정, 너튜브를 보고 다리를 찾아온 취재진들의 표정엔 놀라움이 가득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저 음악을 즐기는 시민들의 눈엔 지휘자의 유명세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네. 마에스트로에게도 이런 시간은 의미 있을 거야. 평가받지 않는 음악은 언제 해보신 지도 기억 안 날 테니까.’
우리는 봄이 지나가는 길목.
싱그러운 여름이 다가오는 시기.
초록이 풍성한 거리에서 연주를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나는 긴장한 표정의 애슐리와 눈빛을 주고받고는 간단하게 곡을 설명했다.
“저희가 지금 연주할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로망스’입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푹 빠질 준비 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자 파울로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악. 주원이 너무 오글거려. 온몸에 닭살 돋는 거 봐.”
“파울로, 주원이 듣겠다. 조용히 좀 해.”
“들었네. 쟤 우리 힐끔 본 거 봤어? 귀도 밝아.”
“파울로 넌 조용히 할 때가 제일 멋지더라. 그냥 입 꾹 다물고 있어 줘.”
어느새 절친이 된 발레리와 파울로는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티격태격하는 둘을 보며 나는 청중들과 마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쓴 애슐리가 어느새 맨 앞자리까지 온 것을 확인했다.
“이 곡을 들으면서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건 어떨까요? 음악의 힘을 빌려 평생을 함께하자고 고백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청중의 호응은 뜨거웠다.
마에스트로 베르크만이 우리 다섯 앞에 섰다.
그는 지휘단 없이 홀로 섰는데도 그 존재만으로 우뚝 솟아 있는 느낌이었다.
베르크만의 모습은 마치 등 뒤의 하얀 상아색 건물, 카라얀의 생가 앞에 서 있는 카라얀의 동상이 살아난 것처럼 압도적이었다.
우리가 무작정 떠나기를 결심했을 때 상상했던 모습과 같았다.
언덕 위의 고성과 하얀 알프스의 봉우리를 배경으로.
빙하가 녹은 물이 하늘빛처럼 흘러내리는 잘자흐 강물과 새소리를 반주로.
그리고 카라얀 이후 가장 위대한 지휘자로 꼽히는 마에스트로 베르크만의 손끝을 바라보며.
모차르트의 도시에서 우리는 벅찬 마음으로 서 있었다.
이윽고 베르크만, 그의 섬세한 지휘와 함께 쇼스타코비치 ‘로망스’의 선율이 잔잔한 강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새근거리는 숨소리.
초롱초롱한 눈망울.
우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우리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기자들의 입가에도 포근함이 담겼다.
물 흐르듯 이어지던 서정적인 선율이 마치 백조 두 마리가 하늘로 날아가듯 사랑을 노래했다.
마에스트로 베르크만의 표정에 보일 듯 말 듯 설렘이 느껴졌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우리의 악상은 변화했고.
그가 강조할 때마다 우리의 음악은 봄날에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힘찼다.
그렇게 다채로운 사랑의 이미지를 절묘한 음색으로 펼쳐가던 중.
브래들리의 솔로가 시작되었다.
조금은 떨려 보였던 브래들리의 표정이 편안해지며 로맨틱한 선율을 늘어놓았다.
브래들리의 아름다운 연주와 어우러지면서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다시 우리 다섯의 합주가 이어지고.
우리는 풍부한 화성 속에서 마치 하나의 바이올린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음악을 끝맺었다.
마에스트로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눈을 감은 채 은빛 지휘봉을 내리지 못하고.
우리들의 활은 숨죽인 채 허공에 머물렀다.
잠시 후 지휘봉이 내려감과 동시에 쏟아진 환호.
강렬한 환호성과 박수가 거리 중에 흩어졌다.
격 없는 연주회.
길 위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연주회.
하지만 그 안엔 무엇보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있었다.
모두가 감동에 젖어있던 바로 그때.
청중들 중 맨 앞에 서 있던 애슐리가 커다란 선글라스를 벗고 모자를 벗었다.
에슐리의 베이지색 원피스가 바람에 하늘거렸다.
애슐리를 알아본 브래들리의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애슐리, 여기 왜 있는 거야?”
“중요한 얘기를 하러 왔어.”
브래들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가 케이스에 악기를 넣고 애슐리에게 다가갔다.
일순간 사그락사그락 다급히 잔디 밟는 소리만 들렸다.
애슐리 앞에 선 브래들리가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도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그의 눈을 응시했다.
애슐리와 브래들리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사람들.
모두가 숨죽인 채 앞에 있는 둘을 바라봤다.
음악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없이 들릴 듯 말 듯 강물 소리만 간간히 흩뿌려지던 마카르트 다리 앞.
잠시 구름에 가렸던 해가 나오면서 마치 두 사람 위로 스포트라이트 같은 쨍한 햇빛이 막 내리쬐는 그때.
애슐리가 주먹 쥔 오른손을 브래들리 앞에 보였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