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237)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237화(237/250)
두둑한 뱃살에 덥수룩한 턱수염을 멋지게 기른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장 마씨모.
출근해서 한가하게 종이 신문을 뒤적거리며 보다가 이탈리아 최대 철도회사인 이딸로(Italo)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역장님, 피렌체에 무슨 일이 있나요?
-아뇨. 요즘은 아시다시피 관광 성수기도 아니고, 피렌체는 평온합니다. 크허허. 아니 그건 그렇고 요즘 너무 연락이 뜸한 것 아니에요? 전화도 좀 하고 피렌체도 한 번 놀러오고 그래야….
-네네 역장님 하하. 더 자주 전화 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전화 드린 건, 어제 오늘 피렌체 도착 이딸로 열차 좌석이 전부 매진되어서요. 게다가 매진되었는데도 계속 예매 시도가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요? 어떻게 된 일이죠? 설마 저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아니겠죠? 으하하.
이딸로 직원과 농담 따먹기를 조금 더 하다가 전화를 끊은 마씨모는 운영 시스템의 좌석 예약 현황판을 열어 보았다.
‘정말 전 시간대가 매진이라고 뜨는데, 이거 시스템 문제는 아닌가?’
그는 의아한 마음에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Chao(안녕), 친구! 별일 없지?
마씨모의 대학 친구인 이탈리아 사회기반시설교통부 교통국장은 매우 귀찮다는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어이, 오랜만이야. 가장 한가한 때이니 뭐 놀고 있지. 웬일이야?
-역에 이상한 일이 하나 있어서. 혹시 시스템 오류가 아닌가 해서 급하게 전화를 했네.
-시스템 오류?
-어젯밤부터 우리 피렌체 역에서 하차하는 열차 편의 모든 좌석이 매진이고 오늘 그리고 내일 좌석도 빠르게 매진되고 있어. 혹시 시스템 오류 아닌지 알아보겠나?
-확인해보겠네.
교통국장은 잠시 전화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지시를 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고, 이내 전화는 끊겼다.
몇 분이 지났을까. 피렌체 역장은 다시 걸려 온 교통국장의 전화를 받았다.
-이거, 자네가 대답해 줘야 하는 문제인 것 같은데?
-무슨 말인가?
-열차 뿐만이 아니야, 피렌체 도착 항공편도 모두 매진이고, 심지어 전국 교통 상황판을 확인해 보니 자네 도시로 들어가는 A1번, A11번 고속도로에 정체가 시작되고 있어.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피렌체 역장은 바로 전화를 끊고 비서에게 피렌체 시장 집무실 전화 연결을 부탁했다.
***
로마, 리카르도와 안젤리카의 집.
안젤리카는 아침에 일어나 주원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 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터넷에 주원 일행의 행선지에 관한 정보가 이미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원 팀 다섯 연주자들 다음 공연은 피렌체 확정!
-잘츠부르크에서 밤 기차 타는 것을 목격했음. 나 잘츠부르크 현지인.
-열차는 오늘 아침 8시에 피렌체 역에 도착할 예정.
-나 간다. 이미 출발. 밀라노.
-나도 출발. 여기는 프랑스 리옹.
-유럽 배낭 여행 중인데요. 피렌체로 행선지 바꿉니다. 지금 출발이요. 근데 가서 잘 곳 없으면 어쩌죠?
-일단 가죠. 가면 어떻게든 해결됨.
벌써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원의 소식을 보고 안젤리카의 마음 속에도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밀려 올라왔다.
“아빠! 주원 오빠를 보려고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큰 소리로 아빠를 부르는 안젤리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리카르도가 안젤리카의 방문을 열었다.
“안젤리카, 뭐라고 했어?”
“주원 오빠가 피렌체에 오는 것을 사람들이 다 알아요.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영국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오, 그거 엄청난 일이구나. 사람들이 어떻게 알게 된 거지?”
“바이올린을 맨 다섯 명이 잘츠부르크에서 밤기차에 타는 것을 봤대요. 지금 이 트윗에 하트가 10만 개가 넘었어요.”
리카르도는 한 편으로는 주원의 버스킹이 대성공을 거둘 것에 기뻤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들과 팬들의 안전이 걱정되었다.
피렌체 집 관리인을 통해 피렌체 관광 안내소 담당자와 통화한 리카르도는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미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 앞에 수백 명의 팬들이 진을 치고 다섯 연주자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너무 많은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는 바람에 경찰이 나와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안젤리카, 주원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엄청 많은 모양이야. 그래도 아빠가 공연 후에 따로 볼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보마.”
“정말? 신난다아!”
***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나온 우리를 토스카나 지방의 따뜻한 햇살이 먼저 반겨 주었다.
그리고 눈앞에 우뚝 선 건물.
파울로가 고향에 도착한 기쁨을 만끽하며 다른 멤버들에게 건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저 앞에 보이는 멋진 건물이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이야. 대칭미가 아름다운 걸로 유명해.”
흰색과 짙은 초록색 대리석이 번갈아 끼워진 성당의 외관은 하나의 미술품을 보는 것처럼 정말 아름다웠다.
“어, 그런데 아침인데 오늘 역 광장 앞에 사람들이 꽤 많네?”
파울로의 말을 듣고 보니 역 앞 잔디 광장에 관광객인지 현지인인지 알 수 없는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어쨌든 우리 다섯은 리카르도의 별장 관리인을 만나기 위해 잔디 광장너머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앞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그때, 모여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뭐라 뭐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그 사람들의 무리가 우르르 우리에게 달려왔다.
“으악, 뭐지?”
사람들이 뛰기 시작하자 옆에서는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사람들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경찰은 또 뭐야? 다들 뭐 잘못했어요?”
바이올린 케이스와 짐 가방을 들고 좁은 쿠셋 칸에서 자느라 꾀죄죄하고 세수도 하지 못한 우리 다섯.
눈 앞에 펼쳐진 좀비 영화 같은 장면에 역에서 나온 바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굳어 버렸다.
다행히도 무리는 우리 바로 몇 미터 앞에 딱 멈춰서 신기하다는 듯 줄지어 우리를 쳐다보았고, 좀비가 아닌 멀쩡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뚫고 훤칠한 키에 정장을 입고 턱수염을 멋있게 기른 신사 한 분이 나와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얼어붙어 있는 우리를 반겼다.
“피렌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원, 발레리, 브래들리, 펠릭스, 그리고 피렌체의 자랑 파울로.”
그러자 모여든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다 같이 우리 이름을 순서대로 연호하기 시작했다.
“주원!”
“발레리!”
“브래들리!”
“펠릭스!”
“파울로!”
그때까지도 우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앞에 벌어진 비현실적인 상황을 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파울로가 여행용 가방을 자리에 놓더니 턱수염 신사 앞으로 턱턱 걸어가 악수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시장님,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저희를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 일찍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시장님이라고?”
“피렌체 시장님이 여기 왜 오신 거야?”
“파울로는 또 어떻게 알고?”
파울로가 뒤를 돌아 뭔가 호스트가 된 것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보았다.
“이분은 피렌체의 주세페 시장님이셔.”
그리고 파울로는 우리 나머지 넷을 주세페 시장님에게 하나하나 소개했고, 우리는 한 명씩 모두 시장님과 악수를 했다.
뭔가 공식적인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모여든 사람들은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고, 그중 한 명이 뒤에서 크게 소리쳤다.
“피렌체에서는 어디에서 공연을 하실 건가요?”
우리는 이미 전날 저녁에 피렌체에서의 버스킹 장소를 대략 이야기해 두었기 때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나는 약간 장난기 섞인 말투로 시장님 옆에 서 있는 파울로를 보며 말했다.
“그건 피렌체의 자랑 파울로가 대답해줄 겁니다.”
“크흠흠, 피렌체의 상징은 붉은 돔이잖아요. 두오모(대성당) 앞에서 하려고 해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첫 번째 연주는 두오모 앞에서 하기로 정했어요.”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피오레(꽃)’를 연호하기 시작했는데.
무리 맨 앞에 잘 보이지 않게 서 있던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 한 명이 낭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오모 앞에서 연주하면 아름다운 돔이 잘 보이지 않아요. 너무 높아서요.”
우리들의 시선이 그 아이에게 쏠렸고, 파울로가 그 아이 앞으로 가서 무릎을 굽혀 반쯤 앉은 자세로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너, 피렌체 사는구나? 맞아. 두오모 앞에서는 두오모의 예쁜 꽃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올려다 보려면 목도 아프고. 그럼 또 어디가 좋을까?”
“당연히 미켈란젤로 언덕이죠!”
“역시!”
사람들 중 반은 웅성거렸고, 반은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나머지 셋도 미켈란젤로 언덕이 어딘지 모르니 어리둥절하고 있었는데, 재빨리 검색해 보던 펠릭스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와! 여기는 정말 환상적인 곳이야! 완벽해.”
펠릭스가 보여주는 휴대폰 안의 사진은 지구라는 행성에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정말, 그런 배경을 뒤로 연주를 한다면 나도, 우리도 예술적 영감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울로가 우리 쪽으로 걸어와서 무언가 말하려고 했는데, 우리는 이미 한 마음이 되어 있었다.
“미켈란젤로 언덕, 좋아! 두 번째 연주는 그곳에서!”
옆에서 경찰들과 무언가를 논의하던 주세페 시장님도 우리 의견에 동의했다.
“피렌체 두오모 광장은 물론 미켈란젤로 언덕, 정확히는 미켈란젤로 광장이죠. 많은 사람들이 여유 있게 연주를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 맞습니다.”
연주를 할 장소가 두 군데나 정해져 너무 기쁜 마음으로 시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던 우리는, 그제야 우리가 세수도 하지 못하고 기름이 줄줄 흐르는 머리로 팬들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숙소에 가서 완벽한 연주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온 이탈리아이니, 이탈리아어로.
“본조르노(Buongiorno)! 여러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피렌체에서 저희를 환영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려요. 저희는 내일 아름다운 두오모 아래 피렌체 대성당 앞 광장에서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나는 파울로와 함께 서 있던 그 아이를 살짝 쳐다보았다.
“그리고, 귀여운 이 친구가 제안해 준 대로 미켈란젤로 광장에서도 공연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도록 할게요.”
모여든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고.
뒤를 살짝 돌아보니 발레리, 브래들리, 펠릭스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주원, 언제 이탈리아어를 했어요?”
“태어나기 전부터요? 크큭.”
“뭐라고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되었기에 공연 시간은 KM클래식 공식 계정에서 알려드리겠다고 한 후.
모세의 기적처럼 양쪽으로 갈라지며 우리에게 길을 내어 주는 사람들.
우리는 그 사이로 길을 건너 산타마리아 노벨라 대성당 앞으로 갔다.
그리고 곧 그 앞에서 리카르도가 보내준 관리인을 만날 수 있었다.
“주원 군이시죠? 리카르도가 보낸 마르코라고 합니다. 이거 뭐 팬들의 반응이 대단한데요? 다들 어떻게 이렇게 알고 왔을까요?”
“안녕하세요. 며칠 동안 신세 좀 지겠습니다. 저도 솔직히 놀랐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필요한 것은 뭐든지 저에게 말씀하십시오. 안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든든하네요.”
마르코를 따라 조금 걸어 도착한 곳은 두오모 광장 주변 고급 주택이었다.
도심에 위치하다 보니 리카르도의 로마 저택 같은 거대한 정원은 없었지만 집안 내부는 왈리드의 뉴욕 펜트하우스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곳에도 파지올리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파지올리 그랜드 피아노를 보는 순간.
‘버스킹에 피아노도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야외에서 하는 연주다 보니 소리의 볼륨에서 아쉬운 적이 좀 있었다.
‘이런 것도 가능할지 한 번 여쭤볼까?’
나는 동료들에게 집안 구석구석을 소개해주는 마르코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두오모 앞에 그랜드 피아노를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피아노 치면서 연주하면 어떨까 해서요.”
“이 집에 있는 피아노를 옮기는 것 말고 다른 곳의 피아노를 옮기는 것은 가능해요.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시면 바로 알아보죠.”
각자의 방에 짐을 풀고 우리는 악기를 들고 거실에 모였다.
내일은 어떤 연주를 하면 좋을까 서로 좋아하는 음악도 들려주고 얘기를 나누던 중.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바로 문화예고에 교환 학생을 왔었던 카트리나의 메시지였다.
내가 리카르도의 집에서 머물면서 한 달 동안 다녔던 산타체칠리아 예술고등학교의 학생이었던 카트리나.
-주원아, 피렌체에 왔다며? 벌써 소문 다 퍼졌어.
-카트리나! 오랜만이다. 반가워. 나도 역에서 팬들 보고 놀랐어. 너는 지금 어디 있어?
-나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 재학 중이야.
-너 내일 시간 되면 피렌체 와서 우리랑 거리 공연하면 어때?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두오모 앞에서 하기로 했어.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카트리나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고 우리는 오랜만에 얘기를 나눴다.
가끔 메일로 안부를 주고 받았지만 얼굴을 본 것은 교환 학생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카트리나는 내 제안에 무척 기뻐했다.
그러면서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 순간 나는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페라가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옛날에 네가 좋아했던 오펜바흐의 그 노랜 어떨까? 사람들이 쉽게 오페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제안한 오페라 곡의 제목을 들은 카트리나는 전화기 너머로 ‘꺄악’ 소리를 질렀다.
“너무 좋아. 그걸 내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거리 공연을 한단 말이지? 그럼 날 도와주는 역할은 누가 할 거야?”
“그거야 당연히 내가 하면 되지.”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