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238)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238화(238/250)
카트리나와 전화를 끊고, 나는 동료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 얘기를 들은 모두는 기뻐했다.
“이제 야외 오페라 곡까지?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데? 얼마나 멋질까?”
“근데 우리의 행선지가 밝혀진 이유가 바로 ‘피렌체의 자랑 파울로’ 때문이라던데? 파울로, 그런 깜찍한 별명을 숨기고 있었어?”
발레리가 팔꿈치로 파울로의 허리를 쿡쿡 찔렀다.
파울로는 멋쩍은 듯 실실 웃었다.
“나도 시장님이 그렇게 부르셔서 깜짝 놀랐다고. 그래도 뭐 기분은 좋더라. 상황 파악해보니까 내가 프랑코 형한테 트윗북 한 게 리트윗되고 우리 사진 찍히고 그래서 일파만파 퍼진 건가 보더라고.”
“기차 역에 그렇게 많은 팬들이 나와 있다니. 우리 내일 거리 공연은 더 멋지게 준비해보자.”
“내일은 피아노도 있을 거니까 내가 피아노 칠게요. 야외에서 더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너무 좋은데? 무슨 곡 연주할까 빨리 찾아봐야겠다.”
“나도.”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표정으로 모두 어떤 곡을 연주할까 고민했다.
한참 동안 곡을 찾고 연습을 하던 중, 이로운 실장님이 우리에게 제안했다.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에 왔는데 맛있는 것 좀 먹읍시다! 파울로 고향인데 맛있는 곳으로 인도 좀 해줘요.”
“그럼 피렌체의 자랑 파울로가 나서야겠네요. 밥 먹고 젤라또도 먹으러 가요. 이탈리아에 온 이상 매일 젤라또는 필수로 먹어야 한다고요.”
“진짜 같이 배낭여행 다니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
발레리는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파울로의 뒤를 따라나섰다.
“파울로의 사연을 듣고 피렌체로 오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곳의 모두가 파울로를 사랑하는 것 같아서 좋아. 아픈 상처를 극복한 거잖아.”
“맞아. 그래서 더 의미 있어. 내가 가장 행복한 모습을 부모님이 봐주시면 기쁠 것 같아. 나한테 항상 미안해하셨거든.”
파울로의 여러 모습을 아는 나는 그의 그런 심경의 변화가 반가웠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매일 한 뼘씩 성장하고 있었다.
각자의 방법으로.
모두 다른 속도로.
우리가 꾸는 꿈도 다를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거리로 나갔고 파울로가 알려주는 현지인만 아는 맛집에서 맛있는 이탈리아 가정식을 맛볼 수 있었다.
모두가 정말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접시를 싹싹 비웠는데,
특히 눈 내린 듯한 얇은 치즈 가루와 화이트 라구 소스를 얹은 딸리아뗄레(이탈리아 생면)를 두 접시나 비운 브래들리는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탈리아 음식은 파스타의 종류도 이렇게 많고 또 소스도 너무 다양하네요. 정말 맛있어요!”
“브래들리, 아무리 맛있어도 입 주변에 묻은 소스 좀 닦아가며 드세요.”
식사를 마친 우리는 또다시 파울로의 안내에 따라 두오모와 시뇨리아 광장 사이의 유명한 젤라또 집에 갔다.
“여기가 백 년도 넘은 젤라또 맛집이야.”
우리는 여느 배낭여행객처럼 꾸덕꾸덕한 젤라또를 맛보기 위해 기꺼이 기다렸다.
기다리던 도중, 나는 친구들에게 수수께끼를 하나 냈다.
“달걀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알아?”
“그 문제? 콜럼버스 달걀 말하는 거 아니야? 달걀 끝을 조금 깨뜨려서 세우는 거잖아.”
“맞아. 그럼 똑같은 말을 콜럼버스보다 한참 전에 먼저 한 사람이 피렌체에 있었어. 그건 누굴까?”
내 질문이 끝나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피렌체의 자랑’을 향했다.
“파울로, 주원이 질문에 대답 좀 해봐. 누구야?”
“나 모르는데?”
“흐흣. 피렌체의 자랑이라면서 이걸 모르다니.”
“얼른 답이나 말해달라고.”
“그건 바로 피렌체 두오모의 돔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였어. 혁신적인 설계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한 돔을 완성해냈지. 모두가 달걀을 세울 수 없다고 할 때 끝을 조금 깨뜨려 세우면서 말이야. 멋지지 않아?”
나는 멤버들을 한 명씩 쳐다보며 얘기했다.
“우리가 내일 두오모 앞에서 공연하니까 얘기해 봤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직접 행동으로 아니라고 증명한 사람이니까. 우리 삶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멋진 분이네. 우리도 불가능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노력해보라 이거지?”
“우리는 이미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고 있잖아.”
“그건 그래. 다들 쏟아지는 연주회 미뤄놓고 사서 고생한다고 걱정하더라.”
우리는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백 년이 넘은 젤라또의 맛을 보는 데 성공했다.
피스타치오 맛과 리조(쌀) 젤라또가 특히 맛있었고, 과일 맛도 과육이 큼직하게 씹히면서도 자연의 향이 그대로 느껴져 너무 좋았다.
“그럼 이제 두오모 보러 가보자!”
뜨거운 햇살에 젤라또가 녹아도 우린 그저 신이 났다.
르네상스가 태동한 피렌체.
낭만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피렌체에서 우리는 친구들과 여행하며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기분을 만끽했다.
‘피렌체엔 역사와 유산이 사람들의 삶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
우리가 걷는 모든 곳에 역사적 의미가 깃들어 있었고 예술의 향기가 넘쳐났다.
드디어 두오모에 도착했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ore).
피렌체 역사지구에 속한 세계 문화 유산.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의 성당은 세계 건축 역사상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곳이었다.
피렌체 거리를 내려다보는 붉은 오렌지색 둥근 돔 모양의 지붕 큐폴라.
가까이서 보는 성당의 외벽은 빛바랜 듯 환한 모습이었고 신비롭고 장엄하기까지 했다.
‘내일 여기서 우리가 연주를 하는구나. 연주가 저절로 될 것만 같아.’
두오모를 한 바퀴 돌아보고 숙소에 온 우리는 다시 음악에 푹 파묻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예상보다 조금 일찍 카트리나가 피렌체에 도착했다.
카트리나는 우리 숙소로 와서 동료들과 인사를 한 뒤, 나와 내일 공연을 위해 연습을 했다.
카트리나는 공연을 위해 특별한 의상과 준비물까지 챙겨왔다.
각자 연습을 하다가도 나와 카트리나가 연습하는 장면을 보면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음악으로 꽉 찬 하루가 저물고 드디어 피렌체에서 버스킹을 하는 날이 밝았다.
***
리카르도와 안젤리카 그리고 토비는 기사가 운전하는 커다란 밴에 몸을 실었다.
피렌체 두오모에서 열릴 주원의 버스킹을 보기 위해 이제 막 출발하려는 참이었다.
베로니카가 안젤리카에게 볼키스를 하며 말했다.
“주원에게 안부 전해주렴. 토비도 잘 챙겨야 해!”
“알았어, 엄마. 걱정 마요.”
베로니카는 리카르도를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피렌체로 가는 모든 기차표가 매진되었다고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사람이 엄청 많을 테니 안젤리카 안 잃어버리도록 조심해요.”
“물론이지. 당신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리카르도와 토비 그리고 안젤리카가 탄 차는 피렌체를 향했다.
리카르도는 창밖을 보며 흥얼거리는 안젤리카를 보며 물었다.
“주원이 직접 보면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음. ‘로마의 휴일’ 오페라를 완성해 달라고 말할 거야.”
“허허. 그게 직접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야?”
“맞아. 70퍼센트만 완성된 채로 아직 미완성이라고 했잖아. 그게 완성되면 좋겠어. 그래서 떼아뜨로 로마에서도 공연하고 베로나에서도 했으면 좋겠어.”
“왜? 그렇게 원해?”
“음악은 사람들 가슴에 오랫동안 남으니까. 꼭 오빠가 완성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바라는 바야.”
리카르도는 주원을 처음 한국에서 봤던 순간부터 자신의 집에 머물렀던 모든 순간을 떠올렸다.
‘보석처럼 빛나는 음악가. 피렌체에서도 빛나고 있겠지.’
감추려 하지도 않겠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처럼 빛나는 주원.
리카르도 역시 주원의 미완성 오페라 ‘로마의 휴일’의 완성을 고대하고 있다.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던 리카르도가 기사의 말에 눈을 떴다.
“이제 곧 도착입니다, 리카르도.”
“그래, 알겠네.”
어느새 잠든 안젤리카와 토비를 보며 리카르도는 빙긋 웃었다.
창밖으로 아름다운 두오모의 큐폴라가 시야에 들어왔다.
‘왔구나.’
언제 와도 가슴이 뛰는 도시.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문화의 도시.
피렌체에 도착한 리카르도는 창문을 열어 그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
피렌체 그 자체를 상징하는 화려한 건물.
흰색과 빨강 그리고 초록색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중후한 건물.
그 위에 얹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석재 돔, 큐폴라.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혼이 담긴 아름다운 건축물 앞에 이탈리아의 명악기 파지올리 그랜드 피아노가 그 자태를 뽐냈다.
우리 일행은 악기와 악보를 챙겨 버스킹 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두오모 아래 파지올리 피아노 주변은 우리의 연주를 관람하려는 세계 곳곳의 여행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광장 주변의 건물 각 층 창문에도 사람들이 얼굴을 내밀고 공연이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사람들이 길을 터주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런 멋진 공연을 준비해줘서 고마워요.”
“나중에 우리나라에서 연주회 하면 꼭 보러 갈게요.”
“주원 덕분에 클래식 좋아하게 됐어요. 고마워요.”
“피렌체의 자랑 파울로! 난 파울로 팬이에요.”
우리는 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으며 두오모 광장에 섰다.
우리 다섯은 함께 인사하며 각자의 이름을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카트리나를 소개했다.
“오늘은 특별히 산타 체칠리아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제 친구 카트리나가 함께 합니다. 한 곡을 부르기 위해 로마에서 어젯밤 달려온 친구예요.”
카트리나는 인사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제가 한국으로 교환 학생 갔을 때 주원이를 처음 만났어요. 그때도 알았답니다. 이렇게 음악계에 큰 획을 그을 인물이라는 것을요.”
사람들이 환호의 함성을 지르며 내 이름을 연호했다.
“주원! 주원!”
카트리나의 이탈리아어를 나는 영어로 한국어로도 통역해 주었다.
“카트리나가 한 말 그대로 통역한 겁니다. 제가 덧붙인 거 없어요.”
“으하하. 덧붙여도 괜찮아요.”
각국에서 몰려든 팬들은 즐거워하며 환호했다.
카트리나는 자신이 여기서 부르게 된 노래를 관중들에게 소개했다.
“이 곡 역시 주원이 추천해 준 곡이에요. 물론 저도 엄청 좋아하는 노래고요. 주원이 이 곡을 추천해 준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바로 사람들이 오페라를 친숙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곡이라는 이유였죠. 오늘 주원의 피아노와 또 특별 도움으로 함께 합니다.”
“특별 도움이 뭔가요?”
카트리나는 관중 속에서 누군가 외친 질문에 빙긋 웃었다.
“조금 후에 알게 되실 거예요.”
카트리나의 말이 끝나자 나는 잔뜩 몰린 관중을 향해 간단히 곡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 저희가 함께 할 곡은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입니다.”
호프만이 겪었던 세 개의 사랑에 관한 옴니버스 형식의 오페라인 ‘호프만의 이야기’.
그 1막에 등장하는 기계 인형 올림피아의 노래였다.
로마의 과학자인 스팔란차니의 집에서 올림피아를 보고 첫눈에 반한 호프만.
올림피아는 스팔란차니의 조작에 따라 인형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제목을 듣자마자 이 곡을 아는 관객들이 크게 환호했다.
카트리나는 환호를 보내는 관객을 향해 꾸벅 인사하더니.
이내 몸을 가다듬었다.
하늘색 봉제 인형 같은 원피스를 입고 부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카트리나.
순식간에 카트리나의 표정이 기계 인형처럼 인위적으로 변했다.
“와하하!”
곧바로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 지켜보는 관중들.
나는 파지올리 피아노에 앉아 카트리나를 바라보았다.
곧 영롱한 피아노 소리가 두오모 광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카트리나의 맑은 목소리가 더해졌다.
-나무 숲 안식처의 새들이여
-낮 하늘의 별들이여
매력적인 목소리로 고음을 노래하기 시작하는 카트리나.
시작하자마자 높은 A플랫까지 올라가는 소프라노의 엄청난 고음이 두오모의 큐폴라를 휘감고 올라가 피렌체 구석구석으로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표정 연기와 감정의 표현도 노래의 일부에 녹아들어야 하는 오페라.
카트리나가 표현하는 복잡한 기교와 감정의 섬세한 변화가 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모두가 사랑스러운 어린 소녀에게 말을 하네
-아 모두가 사랑을 말하네
-아 여기에 사랑스러운 노래가 있다네
-올림피아, 올림피아의 노래가!
나의 피아노는 그녀의 노래와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기량을 한껏 뽐내는 카트리나의 목소리는 바로 기계 인형 ‘올림피아’ 그 자체였다.
그런데 갑자기 카트리나의 목소리가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아! 아! 아.아.아..아…”
노래를 부르던 목소리가 힘없이 작아지며 그녀의 몸이 배터리가 다된 장난감처럼 뻣뻣한 몸짓으로 허리가 푹 꺾어졌다.
“엇!”
감동의 눈빛으로 노래를 감상하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깜짝 놀랐는데,
몇몇은 전혀 놀라지 않고 같이 듣던 사람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피아노에서 경쾌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싱긋 웃으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허리를 굽히고 있는 카트리나의 등 뒤로 다가갔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