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246)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246화(246/250)
고척 스카이돔을 꽉 채운 이클립스의 팬들이 이클립스의 화려한 무대를 환호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1만 8000석이 넘는 고정 관중석과 그라운드에 꾸민 스탠딩석까지.
총 2만 명이 넘는 팬들이 이클립스의 공연을 찾았다.
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친구들이 멋진 공연을 한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대기실에서 아이돌처럼 메이크업과 머리를 받고 어색하게 모니터를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스태프들이 와서 다시 내 머리와 옷차림을 매만져 주었다.
“주원 씨. 이클립스 여섯 번째 멤버로 들어오시면 안 돼요? 멤버라고 해도 다 믿을 것 같아요.”
“저 은근 몸치라서요.”
“주원 씨 몸치였어요? 와! 춤추는 모습 더 보고 싶다.”
“네?”
“흐흐. 그런 귀한 짤 소장하고 싶다고요. 이제 곧 무대로 나가야 하는데 긴장되진 않으시죠?”
“그럼요, 열심히 해볼게요.”
“하긴 주원 씨 영상 보면 완전 무대 체질이던데 잘하실 거에요. 아까 리허설도 완벽했잖아요.”
대기실 모니터 속 직사각형 화면에 수혁이가 크게 잡혔다.
마이크를 잡은 수혁이가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배경 음악으로는 옛날에 내가 친구들을 위해 작사 작곡했던 ‘Shining Star’가 깔리기 시작했다.
수혁이와 우진이가 메인 무대에서 스탠딩석으로 이어져 있는 긴 런웨이를 지나 별 모양으로 만들어진 보조 무대로 걸어갔다.
1시간 정도 계속된 1부 공연이 끝나자, 메인 무대의 화려한 조명은 꺼지고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스탠딩석 중앙의 보조 무대에 집중됐다.
“여러분, 이 노래 누가 작사 작곡한 지 아세요?”
수혁이의 질문에 고척돔의 2만여 팬들이 너도나도 크게 내 이름을 외쳤다.
“주원!”
“주원이요!”
수혁이가 귀에 손을 대고 더욱더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했다.
팬들은 그 제스처에 응답해 더 큰 소리로 내 이름을 연호했다.
수혁이는 만족했는지 싱긋 웃으며 얘기했다.
“맞아요. 저희가 힘든 시기에 주원이가 이 곡을 만들어서 녹음해줬거든요. 본인이 피아노 치면서 불렀어요. 전화로 듣는데 너무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나요.”
수혁이 얘기하다가 살짝 울컥하는 기색이 보이자 팬들이 동요했다.
“울지 마!”
“울지 마!”
“이건 슬퍼서 우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저희를 이렇게 사랑해주셔서 감동 받았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초라하게 느껴질 때. 그때 이 곡을 딱 들었는데 친구가 세상 어디에 있던 제 편이 되어 준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마치 팬 여러분들의 사랑처럼요.”
“와아아!!!”
수혁이의 말에 팬들은 가슴 벅찬 감동을 받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내 음악을 사랑해주고 나란 인간을 사랑해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
나도 수혁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연주회장에서나 버스킹을 할 때나.
언제나 내 음악에 몰입해 환호해 주는 팬들이 없었다면.
내 음악을 들어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음악을 하는 동력을 잃었을지도 모르니까.
감정을 추스린 수혁이의 말이 이어졌다.
“제 친구 주원이가 작사, 작곡한 ‘Shining Star’ 불러드릴게요. 그리고 오늘의 특별 게스트를 소개합니다. 이 시대 최고의 음악가, 전 세계가 사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저의 절친 주원이를 소개합니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난 비현실적인 함성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그간 여러 곳에서 여러 무대를 경험했지만 이건 또 다른 상황이었다.
메인 무대에는 이클립스의 나머지 멤버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멀리 스탠딩석 한가운데의 보조 무대에 먼저 가 있던 수혁이와 우진이가 걸어 나오는 나를 마중하듯 런웨이 쪽으로 조금 걸어 나왔다.
나는 마치 우주 한가운데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모든 조명이 꺼진 돔구장 공연장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별이 홀로 빛나고,
수많은 관객들이 비추는 휴대폰 플래시가 까만 밤하늘의 작은 별들처럼 반짝이는 공간.
나는 커다란 별로 이어진 가느다란 길을 천천히 걸었다.
스포트라이트 하나가 천천히 걷는 나를 따라왔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척돔 안에 꽉 찬 팬들이 숨죽인 듯이 고요해졌다.
서로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힘든 시간을 함께 겪어온 수혁이와 우진이.
내가 보조 무대에 도착해 친구들과 만나자, 마치 불꽃으로 별을 그리듯 무대의 가장자리에서 일제히 폭죽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우리 셋의 얼굴이 메인 무대 양쪽의 대형 스크린에 커다랗게 잡혔다.
난 별 무대 가운데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에 앉았다.
그리곤 ‘Shining Star’의 전주를 치기 시작했다.
유학을 떠나기 전,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담아 만들었던 이 곡.
친구들은 이 곡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수혁이와 우진이는 바로 내 옆에 서서 담백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가 중반으로 접어들었을 무렵, 나는 오른손은 멜로디를 치며 왼손으로 팬들에게 같이 부르자는 제스처를 했다.
고요했던 돔.
팬들은 한목소리로 우리와 노래를 같이 불렀다.
언제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노래는 어느덧 끝을 향했다.
우리의 길은 환하게 빛날 거야.
우린 항상 밝게 웃을 거야.
We are shining stars.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부른 노래가 끝나자 갑자기 보조 무대와 메인 무대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
그리곤 메인 무대 위 양쪽으로 커다란 스크린 위에 화면이 재생되었다.
어린 남자 아이 세 명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사진, 축구 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 속 소년들의 모습은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새 부쩍 커졌다.
장난기 어린 초등학생이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되었고 또 다른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사진이 바뀔 때마다 팬들의 함성은 더더 커졌다.
그리고 하늘고등학교 축제 때 무대 위에 선 우리의 모습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어느새 밝아지고 다시 세팅된 커다란 별 무대.
나는 키보드, 우진이는 기타, 수혁이는 드럼 세트 앞에 앉았다.
하늘고등학교 1학년 축제 때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의 모습을 본 팬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했다.
나는 마이크를 가까이하고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주원입니다.”
“꺄아아악!”
“이렇게 이클립스 공연에 게스트로 와서 행복합니다. 제 친구 수혁이랑 우진이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이클립스도요.”
“와아아!!”
“그럼 저는 한 곡만 하고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안돼요, 제발 가지 마세요!”
“가지 마!”
팬들의 함성이 귓가가 멍멍할 정도로 돔 안에 울려 퍼졌다.
우리가 무대에서 어떤 곡을 부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곡.
그건 바로 브루노의 ‘Just call me’였다.
언제나 힘들거나 외로울 때 그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의 우정을 생각하며.
우리는 다시 하늘고 1학년 학생이 된 것처럼 무대 위를 불태웠다.
에반스 실용음악학원에서 함께 연습했던 기억.
학교 끝나고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갔던 기억.
다시 음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잘됐네’ 말해주던 친구들.
화려한 돔에서 수만 명의 팬들의 사랑 속에 있을 때에도.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동굴 속에 박혀 있을 때에도.
조건과 상황에 관계 없이 우린 변함없는 친구였다.
If you ever find yourself lost in the middle of the sea
(네가 바다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다면)
I’ll sail the ocean to find you
(난 너를 찾아 대양을 항해할 거야)
If you ever find yourself scared in the dark and you can’t move
(네가 어둠 속에서 두려워 움직일 수 없다면)
I’ll be the lamp to guide you
(난 너를 안내할 등불이 될 거야)
수혁이의 드럼 비트 위로
우진이의 기타 그리고 내 키보드.
우리 셋의 목소리가 함께 더해졌다.
관중석에서 모든 팬들이 동시에 핸드폰으로 라이트를 밝혔다.
칠흑같이 까만 밤하늘에 별빛이 쏟아지는 것 같은 장관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수만 개의 불빛과 함께 음악은 무르익어 갔다.
You can just call me like I’m near you. Then I’ll be there.
(넌 그냥 곁에 있는 것처럼 나를 부르면 돼. 그러면 내가 갈 거야)
And I know when I need it, I can just call you like you’re near me
(그리고 알아, 내가 필요할 때, 나도 네가 곁에 있는 것처럼 그냥 널 부르면 돼)
And you’ll be there
(그러면 네가 올 거야)
‘Cause that’s what friends are supposed to do, oh, yeah
(친구라면 그렇게 하는 거니까)
이곳을 수놓은 수만 개의 빛처럼
우리의 우정은 더 밝게 빛났다.
어느 순간 불빛이 희미해진다 해도.
우리의 우정은 빛바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우리의 인생 사진이 한 장 더 기억에 새겨졌다.
***
KM 클래식의 클래식 오디션 본선에 오른 참가자는 모두 56명.
이들은 세미 파이널을 거쳐, 총 10명의 파이널 진출자가 가려졌다.
피아노 두 명, 바이올린 두 명과 오보에, 첼로, 플롯, 호른, 하프, 성악 각 1명씩 총 10명의 파이널 참가자들이 정해졌다.
최종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들이 속속 한국에 입국했다.
클래식 음악계는 거장의 한국 방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들의 연주회가 아닌 클래식 오디션 심사를 위한 방문.
그 외에 잡힌 일정도 대부분 주원과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이 관계자들을 놀랍게 했다.
주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 시대의 거장들.
오늘은 그들이 서울의 한 음식점에 모여 처음으로 함께 식사하는 자리였다.
고즈넉한 고궁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창문 가에 그들만을 위해 마련된 프라이빗한 원탁은 세계적인 음악계의 거장들이 모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현대 음악의 거장이라 불리는 자크 뒤켄은 이번 심사를 맡게 되며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수백 년 된 오래된 궁궐과 높은 오피스 빌딩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도시라. 정말 독특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주원의 무대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자크 뒤켄.
딸 발레리가 주원과 함께 음악 여행을 다니며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고 같은 음악가로서 부러움을 느꼈다.
‘나는 젊은 시절에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게다가 이제는 전 세계 누구라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클래식 오디션까지 개최하다니.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주원이 있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그는 일부러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서울의 구석구석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던 음식점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바로 주원이었다.
“안녕하세요. 자크 뒤켄 선생님.”
“반갑네. 발레리에게 얘기 많이 들었네. 그냥 자크라고 부르게.”
“네, 발레리는 잘 지내고 있죠?”
“물론이야. 음악 여행 다녀오고 나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지.”
주원은 그를 환대해 주었고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두 명의 심사위원들도 일어나 자크 뒤켄에게 다가왔다.
한 명은 이미 친분이 있는 빈필의 마에스트로 베르크만, 그리고 이무지치의 카를로 로밸리까지.
“어서 오세요. 자크.”
“마에스트로, 오랜만입니다. 유럽에서도 보기 힘든데 한국에서 뵙네요. 주원에게 감사해야겠네요.”
자크 뒤켄은 카를로 로밸리와도 악수를 했다.
“한국에 오니 왜 주원이 특별한 곡을 작곡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나요? 한국의 산을 닮은 고궁의 지붕, 뉴욕이나 도쿄와는 다른 현대와 과거의 공존, 역동적인 분위기 모두 대단한 곳이에요.”
자크의 말에 카를로 로밸리가 껄껄 웃었다.
“그럼 우리도 한국에서 좀 오래 지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저도 한국 오케스트라에 자리가 있나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하하하.”
자크 뒤켄은 세 명의 클래식 거장과 함께 원탁에 앉아 끝도 없는 음악 얘기를 꽃피우는 주원의 모습과, 통창 밖으로 보이는 우뚝 솟아 은색으로 빛나는 높은 빌딩이 오버랩되는 것을 보았다.
***
미국 뉴욕 JFK 공항.
흰색으로 빛나는 전용기 한 대가 관제탑의 안내를 받아 부드럽게 막 이륙하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이 비행기는 왈리드 집안의 전용기였다.
여러 명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비행기에 탄 왈리드는 기내의 안전벨트 등이 꺼지자 바로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압둘라에게 칭찬을 건넸다.
“미국에서 수고 많으셨어요. 미술 쪽은 이제 최고가 섭외된 것 같네요. 전에 모마(MoMA)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던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옆에 앉아 있던 검은 양복의 남자가 가볍게 감사의 표시를 하며 말했다.
“왈리드 왕자님이 결국 이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가 될 겁니다. 왕자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죠.”
“미술과 건축은 거장이 섭외되었지만 음악 쪽도 잘 성사돼야 할 텐데요.”
“그렇긴 하네요. 주원 씨가 요즘 워낙 떠오르고 있어서, 오랜 기간 저희 프로젝트를 위해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하는데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