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4)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4화(4/250)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서 인기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가자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가끔가다 아예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 나타나면.
시청자들은 매우 열광한다.
그렇게 되면 프로그램의 인기가 떡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원석은 그만큼 발견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웬만큼 실력이 검증된 연습생이나 지망생들은 이미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 컨택이 된 상황이었다.
‘뉴페이스가 필요해. 아직은 연예계에 관심이 전혀 없는 원석을 발굴하면 제일 좋은데.’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예승석 PD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참가자의 등장이 누구보다 절실했다.
그는 근처 고등학교 축제 일정들을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하기 시작했다.
‘서림 고등학교, 양문 고등학교, 하늘 고등학교…….’
* * *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하늘 고등학교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왔다. 음악, 미술, 체육은 100 퍼센트 수행평가로 시험을 본다.
“오늘이 진짜 음악 수행평가라고?”
“아무 노래나 부르면 되는 거야?
“오늘은 악기 수행평가. 리코더 불어도 되고. 너 없냐? 없으면 내꺼 침 닦아서 써.”
“윽.”
“어차피 절대평가라서 완곡만 하면 점수 다 주잖아.”
“점수야 뭐 상관없어.”
대부분이 리코더였다. 그마저도 안 가져온 애들이 많아서 차수혁의 리코더에는 애들의 침이 마를 새가 없었다.
“아, 냄새나.”
“그럼 네가 갖고 오던가.”
대여섯 명을 돌아서 나에게 온 리코더의 냄새는 가관이었다.
에이 더러운데 그냥 피아노나 칠까?
그때, 이나리 쌤이 김우진을 불렀다.
“김우진, 악기 리코더?”
“아니요. 저는 기타요.”
“오! 기타. 곡목 소개하고.”
축제에 나가기로 한 뒤 김우진은 제법 기타를 열심히 연습했다.
김우진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꽤 들어줄 만했다.
“자, 이번엔 윤하준.”
“네.”
“악기는 뭐니?”
“저 바이올린이요.”
이나리 쌤이 윤하준의 바이올린을 흘끗 본다.
“올드 악기 같은데? 너 혹시 전공하니?”
“네, 저 바이올린 전공이요.”
“그랬구나. 선생님이 몰랐네. 오늘 켤 곡 제목 소개 해줘.”
윤하준이 바이올린을 전공한다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교실에서 누구와도 말 한마디 안 하는 윤하준과 바이올린이라.
조합이 잘 상상되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옆에 앉은 김우진과 차수혁이 말했다.
“쟤, 문화 예중 나왔잖아. 예고 떨어지고 우리 학교 왔다던데?”
“야, 너는 무슨 남의 사정을 그렇게 잘 아냐?”
“애들이 말해주니까 알지.”
나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누구나와 다 잘 어울리는 김우진은 내가 모르는 소식들을 많이 전해주곤 했다.
“근데 윤하준은 애들하고 말 한마디도 안 하잖아. 분위기도 우울하고. 급식도 혼자 먹던데?”
차수혁이 거들었다.
“예중에서 예고 떨어지는 경우가 흔한가?”
“많지 않다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바이올린을 들고나온 윤하준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급식도 혼자 먹는다니 그건 정말 몰랐는데?
윤하준에게 생기라곤 없었다. 우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윤하준, 연주할 곡목 이름 소개해야지.”
이나리 쌤의 말에 윤하준은 연주할 곡 이름을 쭈뼛쭈뼛 소개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 F Major 1악장 연주하겠습니다.”
따스한 봄날의 꽃향기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윤하준의 연주는 ‘봄’의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자와 음정은 흠잡을 데 없이 정확했다.
하지만 곡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침울한 연주였다.
절대평가라 A는 받겠지만, 전공자의 연주라 생각했을 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연주였다.
“윤하준, 연주 잘했어. 앞으로 선생님하고 입시 관련해서 많이 얘기 나누자.”
“네.”
윤하준은 악기를 들고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갔다.
“얘들아, 음악 전공할 친구들은 세부 전공 뭐라도 좋으니까 나한테 상담해. 도움 될 거야. 알았지?”
아이들은 이나리 쌤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
시험은 계속 이어졌다.
머릿속에서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윤하준의 우울한 바이올린 소리를 내가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어두운 윤하준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내가 겹쳐 보였다.
나는 윤하준 옆자리 애가 시험 보러 나가자 잠시 빈자리에 옮겨 앉았다.
“윤하준, 너 연주 한 번만 더해라. 반주 악보 있지?”
“뭐?”
“보통 소나타 악보에 바이올린이랑 피아노 악보 같이 있잖아?”
“어어… 반주 악보는 여기 있어.”
나는 얼떨떨한 표정의 윤하준에게 물었다.
“왜 베토벤의 스프링 소나타를 그렇게 차갑게 연주한 거야?”
“내가 그랬나?”
“어, 그것도 아주 시베리아 한복판처럼 아주 오싹오싹 추웠다고. 나 닭살 돋은 거 보이냐?”
나의 오버스런 제스처에 윤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내 말을 들을수록 윤하준은 더욱 우울한 기운을 뿜어냈다.
“역시 난 재능이 없나 봐. 예중에서 예고 떨어지는 애는 거의 없어. 난 그런 애야.”
“윤하준, 너 실력은 꽤 있는 거 같던데? 기본기는 괜찮아.”
윤하준은 내가 하는 조언이 못마땅한 눈치였다.
팔짱을 낀 채 시큰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러냐?”
“그냥 속는 셈 치고 몇 가지만 바꿔보자. 일단 활을 풍성하게 써봐. 첫 번째 ‘라’가 2분음표로 다운 보우(내림 활)잖아. 그다음 업 보우(올림 활)에 16분음표가 몇 개냐?”
“8개.”
“활을 끝까지 쓰지 않으면 부족하다고. 그리고 새끼손가락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 그거 몰라? 새끼손가락은 거들 뿐?”
“그런 말이 있어?”
무표정하던 윤하준이 조금씩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 형님이 있다면 그런 줄 알아. 새끼손가락에 힘 빼.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입시 끝나고 네가 원하는 대학에 붙었다고 상상해봐. 그리고 입학식 날을 상상하는 거지.”
“그게 되냐?”
“완전 이쁜 애가 빨간색 바이올린 케이스 메고 너 앞에 걸어오는 거지.”
“오, 아주 좋아.”
갑자기 윤하준 얼굴이 환해졌다.
윤하준은 생각보다 단순한 놈이었다.
입시 실패로 인한 상처가 커서 동굴 속에 갇혀 지냈을 뿐.
원래부터 우울한 녀석은 아닌듯했다.
한번 대화를 시작하니 곧잘 웃는 그런 녀석이었다.
과거의 나처럼 누군가 도와주길 바라는 거였을까?
윤하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문주원, 너 음악에 대해 뭐 좀 알아? 바이올린 소리 들어본 적이나 있어?”
“내 입으로 말하기 웃기지만 나 신동이었어.”
“풉.”
“진짜거든? 이따가 차수혁이랑 김우진한테 물어봐.”
“이 학교 들어와서 제일 웃겼다.”
“그래, 어쨌든 좋아. 너 다시 한번 연주하는 거다.”
“뭐 그러던지.”
결국 녀석의 승낙을 받아냈다.
드디어 이나리 쌤이 내 이름을 불렀다.
“문주원, 그만 떠들고 나와서 시험 봐.”
“넵.”
“악기는 뭐지?”
그 순간 침이 번들거리는 리코더를 흔드는 차수혁과 눈이 마주쳐 웃었다.
오! No! 저 리코더는 절대 불 수 없지.
다행이다. 저 리코더 안 불어도 돼서.
“선생님, 저 피아노요. 윤하준이 바이올린 켜고요. 제 피아노만 평가해주세요. 얘는 저 잠깐 도와주는 거예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던 이나리 쌤이 말했다.
“윤하준은 시험 봤는데? 그래 뭐, 알았어. 연주곡목은 뭐야?”
“아까 윤하준이 켰던 베토벤의 스프링 소나타, F Major 1악장이요.”
그 말과 함께 나는 피아노에 앉았다.
그리곤 바이올린을 든 윤하준을 바라보았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Violin Sonata in F major, op. 24, “Spring”)
1악장 알레그로.
나와 윤하준의 하모니가 시작되었다.
맑고 투명한 피아노 소리와 부드러운 바이올린 소리가 음악실에 울려 펴졌다.
침범벅이 된 리코더를 불던 녀석들에게도.
책상에 엎드려 꿈 속을 헤매던 녀석들에게도.
봄이 찾아왔다.
마음이 간질간질.
바람이 살랑살랑.
새싹이 움트는 그런 봄이었다.
그렇게 하늘 고등학교 1학년 5반 학생들은 완연한 가을 속에 봄을 만끽했다.
시커먼 녀석들에게 따뜻한 봄바람이 불었다.
우리 둘의 합주가 끝나자 교실 안은 고요했다.
숨죽인 듯 조용하던 친구들은 이내 엄청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와, 무슨 CD 틀어놓은 줄 알았잖아.”
이나리 쌤도 놀란 표정으로 한마디 하셨다.
“너네 정말 잘했어! 채점하는 것도 깜빡하고 넋 놓고 봤네.”
슬쩍 윤하준의 표정을 보니 꽤나 만족해 보이는 모습이다.
음악 시간이 끝나고 윤하준이 이나리 쌤에게 질문하는 소리를 들었다.
“선생님, 점심시간에 잠깐 음악실 사용해도 되나요?”
“당연히 되지! 하준아, 오늘 두 번째 연주 특히 좋았어. 언제든 쓰고 싶을 때 얘기만 해.”
“네, 선생님.”
선생님의 대답을 들은 윤하준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야, 문주원. 너 점심 먹고 잠깐 음악실에서 나 좀 보자. 10분도 안 걸릴 거야.”
“그래, 뭐 알았어. 그럼 같이 밥먹고 바로 오자. 너 학교 급식 먹지?”
그러자 윤하준이 살짝 쭈뼛댄다.
“…어, 나도 먹긴 먹지.”
“그래, 그럼 같이 가서 먹고 음악실로 오자.”
“그래도 되나?”
“안 될 게 뭐 있어.”
“네 친구들이 나랑 같이 먹는 거 괜찮을까? 나 원래 밥 혼자 먹었거든.”
“밥은 같이 먹어야 맛있지. 그리고 같은 반이면 다 친구야.”
윤하준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몇 교시가 지나고.
급식실에서 점심을 서둘러 먹은 우리는 음악실에 왔다.
음악실에 들어오자마자 윤하준은 왠지 비장하게 말했다.
“문주원, 내 바이올린 한 번만 켜봐 주라.”
“내가 왜?”
“슬럼프에 빠진 뒤로 내 바이올린 소리가 끔찍하게 싫었거든.”
“너 오늘 두 번째 연주 꽤 괜찮았어.”
“…그랬지? 나도 오랜만에 느낀 거라 너무 생소해서. 뭔가 확인하고 싶어.”
다시 켜볼까?
할아버지께서 주신 바이올린을 켰을 때 손가락의 감각이 예전 같지 않았는데…….
바이올린을 켰을 때 어색했던 그 느낌이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주신 바이올린을 받아오긴 했지만.
그 후로 바이올린을 연습한 적은 없었다.
그때 이후로 바이올린은 방치된 채 내 방 한구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바이올린을 싫어하게 된 윤하준의 마음이 이해됐다.
바이올린을 싫어해 본 경험. 그건 나도 윤하준도 경험해 본 것이었으니까.
이렇게 부탁하는 녀석의 마음도 응어리졌을 테지.
그래서 나는 윤하준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바이올린 제대로 켜는 거 정말 오랜만이야. 너한테 어떻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지 뭐.”
나는 윤하준이 건네주는 바이올린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어떤 곡을 켤까?
생각해 보는 도중.
문득 어린 시절, 나에게 콩쿠르 전체 대상을 안겨줬던 곡이 떠올랐다.
수없이 연주했던 곡.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생각나는 거 잠깐 앞부분만 연주할게.”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A Major. Op12-2.
1악장 Allegro vivace
스타카토로 빠르고 가볍게 활을 통통 튀기며 연주를 시작했다.
오랜 시간의 공백 때문인지 여전히 어색함이 가득했다.
손가락이 정확한 음정을 짚어내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길이가 긴 곡이나 고난도의 곡을 연주하기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연주하기에 꽤 괜찮은 곡이었다.
높은 난이도로 승부를 보는 곡이 아니라 순수한 감성으로 연주하는 곡이니까.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에는 모차르트의 향기가 느껴진다.
천재에게도 그런 풋풋한 시절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음악적으로는 미성숙하지만 베토벤 초기 작품에서만 느껴지는 신선함.
밝고 귀여운 악상이 제법 부드럽고 경쾌하게 그려졌다.
생기있는 음색.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운 터치.
쾌활한 활기가 음악실 안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랜만에 제대로 한 연주여서 그런지 몸이 경직되어 최선의 연주를 할 수 없었다.
나는 연주를 멈추고 윤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까지만 할게. 이 곡 뭔 줄 알아?”
윤하준은 입을 크게 벌린 채로 굳어 있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