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5)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5화(5/250)
“야! 나 소름 돋았어. 너 내 바이올린 쌤보다 소리가 비교도 안되게 좋아. 우리 쌤, 한국대 음대 바이올린 전공이라고.”
윤하준의 칭찬에 머쓱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오버하지 마. 나도 귀는 있거든? 너무 오랜만에 연주해서 아직 소리가 예전만 못해.”
“그런데도 이 정도라고? 도대체 연습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윤하준은 흥분한 듯 보였다.
“스타카토 그렇게 빠르게 하면 나는 다 뭉개지는데. 어떻게 한 거야? 나 좀 가르쳐줘. 내 바이올린에서 이런 소리가 나다니!”
“풉. 아까는 신동이라니까 비웃더니만.”
“아냐! 이제 신동이었다는 거 믿어. 근데 방금 연주한 곡 제목이 뭐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A Major야.”
“난 처음 들어봐.”
“이 곡 베토벤이 누구한테 헌정했는 줄 알아?”
“아니.”
윤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살리에리.”
“뭐? 그 모차르트를 독살한?”
“그걸 믿었어? 그건 픽션이야.”
“그래? 난 아마데우스 영화보고 모차르트를 살리에리가 독살한 줄 알았어.”
“영화의 극적 설정을 위해서 허구로 꾸민 거야.”
“와, 진짜 다들 그렇게 알고 있을걸?”
나는 이 곡을 처음 배웠을 때, 엄마에게 들은 얘기를 윤하준에게 전해줬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엄마와 나눈 대화는 생생하게 기억났다.
“베토벤도 살리에리의 제자였어. 살리에리는 많은 음악가를 가르치고 교육에 힘썼던 사람이지.”
“살리에리 엄청 억울하겠는걸? 살인자로 누명 쓴 거나 다름없잖아…”
그때 윤하준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음악사에는 그런 이상한 루머가 많았나 봐. 파가니니도 그렇잖아. 악마한테 영혼을 팔았다느니 그랬잖아.”
“……그렇네.”
나는 윤하준에게 바이올린을 돌려주었다.
윤하준은 건네받은 바이올린을 한참 쳐다보았다.
바이올린을 바라보는 윤하준의 눈빛은 아까 교실에서 봤던 그 눈빛이 아니었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운은 어느새 말끔히 사라졌다.
“문주원, 네가 켜니까 내 바이올린 소리가 더 좋아. 역시 내 마음의 문제였어. 요즘은 악기 보기만 해도 짜증 났었거든.”
“마음을 좀 편하게 가져라. 누가 쫓아오냐? 네 마음이 불편하면 듣는 사람도 다 알아.”
* * *
수업이 끝난 후.
음악교사 이나리는 정신이 몽롱했다.
아까 1학년 5반의 수행평가 시간이 계속 떠올랐다.
첫 부임지로 남고를 배정받았을 때, 참 아득했다.
내신에 목매는 일부 학생들을 빼고는 거의 다 전멸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도 자는 아이들을 보면서, 교사로서 참 난감했었다.
그런데, 오늘 문주원과 윤하준의 연주를 보는 순간 처음으로 하늘 고등학교에 배정된 것이 감사했다.
‘그렇게 뛰어난 음악성을 가진 애들이 둘이나. 특히 문주원…….’
윤하준은 본인 입으로 바이올린을 전공한다 했다.
일반고에서는 만날 수 없는 실력자의 바이올린이었다.
문화예고 출신인 이나리는 윤하준의 바이올린이 예고생 정도의 수준임을 금방 눈치챘다.
그리고 문주원!
엄청난 음악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도통 음악에 관심이 없는 학생.
‘문주원이 스스로가 본인이 가진 음악적 재능을 깨닫게 도와주고 싶어.’
이나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교육의 열정이 끓어오름을 느꼈다.
그녀는 아까 상황을 다시 한번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상황을 재구성하다 보니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윤하준의 첫 번째 연주와 두 번째 연주는 너무도 달랐다.
동일인이 의심될 정도로 다른 연주였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변했을까?
첫 번째 연주가 경직된 차가운 겨울이었다면, 두 번째 연주는 완연한 봄이었다.
‘문주원의 피아노가 너무 훌륭해서였을까?’
또랑또랑 구슬이 굴러가는 듯.
맑고 선명했던 문주원의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교감하며 만드는 아름다운 하모니.
그 선율은 칙칙한 음악실을 새싹이 파릇파릇한 봄의 들판으로 바꾸었다.
밤새 게임 하느라 피곤에 찌든 학생들 얼굴이 꽃미남들로 보일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실로 음악의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이래서 내가 음악을 좋아하지.’
음악은 상상할 수 없는 곳까지 그녀를 이끌었다.
‘문주원은 특별해.’
평생 음악을 한 이나리는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아이가 아니다.
그 애는 음악을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
아직 그 운명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
* * *
하교 후에 나는 김우진과 차수혁과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가던 중이었다.
“오늘은 즉떡이다. 짜장으로 먹자.”
“오늘도 즉떡? 나는 그냥 떡볶이가 더 좋은데.”
둘이서 결론이 안 나자 나한테 표를 던지라고 한다.
“문주원, 네가 정해. 즉떡이야? 그냥 떡볶이야?”
문득 아까 윤하준의 바이올린을 켤 때의 느낌을 떠올리느라 친구들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 그냥 가까운 데로 가자. 컨디션이 좀 안 좋네.”
“그래? 많이 아파? 급식도 거의 안 먹고 일어나더니만.”
“아까 윤하준이 보자고 해서 빨리 일어났어. 배고파서 그런가? 뭐 좀 먹으면 나을 듯.”
그러자 김우진이 다시 묻는다.
“문주원, 너 요즘 피아노 레슨 받고 있냐?”
“아니.”
“그래? 그럼 너, 이제 바이올린 켜도 괜찮냐?”
그렇다. 김우진과 차수혁은 나랑 유치원, 초, 중, 고를 같이 나왔다.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도 같이 다니고, 내가 콩쿨에서 상을 모두 휩쓸던 시기도 잘 알고 있다.
연습하다가 짬이 나면 언제라도 나랑 같이 놀던 의리의 친구들이었다.
물론 우리 가족사에 대해서도 전부 알고 있다.
“어, 나 이제 괜찮더라. 며칠 전에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바이올린도 주셨어.”
“와! 잘했다. 아까 윤하준이랑 연주하길래. 이제 괜찮나보다 했어.”
“그럼 이제 다시 바이올린 전공하는 거야?”
차수혁의 물음에 잠시 망설였다.
“…그건 아직 모르겠어. 마음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네.”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떠들면서 우리는 즉석떡볶이 집에 도착했다.
[언니네 떡볶이]남고 앞에 떡하니 자리 잡은 이질적인 이름의 떡볶이 가게였다.
학생들의 낙서가 가게 벽을 빼곡하게 감싼 곳.
물론 우리 셋의 흔적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가게를 들어서려는데 누군가 희미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문주원.”
뒤돌아보니 윤하준이었다.
“너 뭐야? 우리 따라온 거야?”
윤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우진이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너도 즉떡 좋아해? 말을 하지.”
김우진이 윤하준을 헤드락해서 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각종 사리와 볶음밥까지 클리어한 우리는 배를 두드리며 나왔다.
“문주원, 잠깐 얘기할 수 있냐?”
윤하준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우진과 차수혁은 저만치 앞에 걸어가고 있었다.
“오늘 다짜고짜 부탁했는데 들어줘서 고마웠다.”
“나도 그랬잖아. 갑자기 너한테 한번 더 바이올린 연주하라고 하고.”
“그래도 오늘 고마웠다. 나 요즘 바이올린이 정말 싫었거든.”
나는 그저 윤하준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예고에 떨어진 뒤로, 아무랑 얘기도 안 하고 혼자 지냈어. 내 바이올린 소리는 공사장 소음처럼 느껴졌고.”
상황은 꽤 다르지만.
나도 바이올린과 어느 날 멀어졌었기에.
윤하준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학교에서 친구랑 얘기하는 것도, 점심을 같이 먹은 것도. 하교 후에 친구랑 떡볶이 먹어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야. 그리고…….”
“그리고?”
윤하준은 잠깐 머뭇거렸다.
“내 바이올린 소리가 아름답게 들린 것도 정말 오랜만이야. 고맙다. 문주원, 네 바이올린 소리를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윤하준, 내 바이올린 소리 따라오려고 하지 마. 그게 아무나 되겠냐?”
“…그래.”
“농담이야! 윤하준, 네 연주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좋아. 너만의 색깔이 담긴 연주가 좋더라.”
“정말? 고맙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는 말, 오랜만에 들어보네.”
그 말을 남긴 채, 윤하준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 * *
하늘 고등학교 축제가 다가오고 있었다.
김우진과 차수혁과 나는 틈틈이 축제 무대를 준비했다.
처음엔 망신당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연습할수록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급기야 차수혁과 김우진은 실용 음악 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너네 진짜 이러기야? 다 학원 다니면 나는 누구랑 노냐?”
나는 종종 애들이 다니는 실용음악학원에 가서 기다렸다.
여러 개 방에서 각기 다른 레슨이 이뤄지고 있었다.
레슨을 하는 사람, 연습을 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어린 시절, 클래식만 배웠던 나에게 이런 환경은 새롭게 다가왔다.
학원 벽에 붙은 여러 종이를 보며 시간을 때우던 중.
수더분한 인상의 안경 낀 한 남자가 들어왔다.
“학생, 선생님 아직 안 오셨어? 무슨 악기야?”
“아니요, 친구들이 지금 레슨 받고 있어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왜? 너도 레슨 받지?”
“저는 딱히 배우고 싶은 게 없거든요.”
“한번 배워보면 재밌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등록하면 다 할인해 줄게. 내가 이 학원 원장이거든.”
이 원장님. 학생한테 영업 제대로 하신다.
도망가야 할까?
“저는 괜찮아요.”
“시범 레슨은 공짜야. 악기 다룰줄 아는 거 있나?”
“피아노랑 바이올린이요.”
“클래식 피아노?”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원장님이 말했다.
“흐음. 그럼 더 쉬워, 내가 시범 레슨 10분만 해줄게. 나는 실용 음악과 재즈 피아노 전공이야.”
“재즈 피아노요? 클래식이랑 많이 달라요?”
“완전 다르지.”
원장님의 말에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재밌으면 배워봐. 어차피 친구들 기다린다며.”
아주 적극적인 선생님이었다. 조금만 더 듣고 있다간 아빠 카드도 긁고 음대 입시 준비까지 하게 될 판이었다.
그래 뭐, 어차피 애들 기다리는 거니까. 공짜 레슨이나 받자.
별생각 없이 원장님을 따라 키보드가 있는 방에 들어갔다.
“좋아하는 노래 있어? 아무거나 좋아.”
문득 지금 축제를 위해 준비하는 곡이 떠올랐다.
“‘Still fighting it’이요.”
“그래, 좋아하는 곡으로 연습하게는 게 최고지.”
원장님은 태블릿에서 금세 악보를 찾아냈다.
음표 위에 영문으로 코드만 표기되어있는 높은음자리 악보였다.
원장님의 연주는 아주 듣기 좋았다.
자신 있게 무료 시범 레슨을 권유할 만했다.
열에 아홉은 카드를 긁었을 것이다.
금세 다운 받은 악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연습한 곡처럼 능숙하게 연주했다.
심지어 본인 연주에 심취해 노래까지 불렀다.
건반 실력도 상당했지만 노래 실력까지도 꽤 좋았다.
가수였었나? 이런 생각까지 들던 찰나.
원장님이 물었다.
“어때?”
“연주도 노래도 듣기 좋았어요. 화성적으로도 아주 세련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오호.”
“클래식 음악만 해봐서 코드 이름 같은 건 모릅니다만.”
“그치, 클래식이랑은 완전 다르지. 실용 음악은 100명의 연주자가 연주하면 100개의 다른 곡이 나온다고.”
본인 음악에 굉장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 부분이 좀.”
손가락으로 태블릿 속 악보를 가리켰다.
“그 부분이 왜?”
“제가 직접 쳐볼게요.”
“실용 음악은 배워본 적 없다며?”
“듣는 귀는 있으니까요.”
“…그래.”
나는 키보드 앞에 앉아 ‘Still fighting it’을 치기 시작했다.
“여기 이 부분. 이런 식으로 바꿔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아르페지오로 하되 아까 화성이랑 다르게 이렇게 하면 어때요?”
“텐션 보이싱이구나. 디미니쉬 7th로 코드도 바꾸고? 어라? 진짜 악보에 표기된 코드보다 더 듣기 좋네.”
시종일관 웃으면서 가볍게 얘기했던 원장님의 표정이 일순간 진지해졌다.
“너 실용 음악 한 번도 안 해본 거 맞아? 코드 진행 아예 배워본 적도 없고?”
“없어요.”
“실용 음악 한번 제대로 배워보지 않을래?”
갑작스레 힘이 실린 원장님의 질문에, 나는 긍정의 예스를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부터 나도 그 학원 연습실에서 키보드를 치며 혼자 연습을 시작했다.
레슨을 받지 않고 연습실만 대여하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김우진과 차수혁의 레슨이 끝나면 종종 셋이 합주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보낸 우리들의 일상에 음악이 더해졌다.
음악이 사라졌던 순간에도.
음악이 다시 내 삶에 스며든 순간에도 그 녀석들은 함께였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