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59)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59화(59/250)
“회사에 어떤 연주자들이 있나요?”
“아직은 소속 아티스트가 한 명도 없습니다.”
“저를 1호로 영입하려는 건가요?”
“하하.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수많은 연주자들을 봤지만, 제가 함께하고 싶은 연주자는 문주원 군이 처음이었습니다.”
석영진 대표는 나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듯 눈에 힘을 주며 이야기했다.
그는 가방에서 몇 장의 사진과 자료들을 꺼냈다.
“지금 짓고 있는 공연장 조감도와 내부 연습실 사진입니다.”
“오. 멋있는데요?”
사진속 조감도에는 크고 작은 규모의 여러 공연장이 보였다.
게다가 건물 밖에는 야외 공연장도 짓는 모양이었다.
무대를 앞에 두고 의자가 타원형으로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싱그러운 봄날에 야외에서 공연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연습실 내부 사진을 훑었다.
넓은 연습실엔 방음시설과 그랜드 피아노도 구비되어 있었다.
“지금 회사 건물과 공연장을 신축 중입니다. 클래식 전문 레이블도 만들 예정이고요.”
석영진 대표는 잡지사도 이미 인수했으며 자체 클래식 컨텐츠도 기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말 돈이 많으신가 봐요.”
“주원 군은 어려서 모르는데, 최근에 포브스지에서 제가 아시아 젊은 부호 1위에 뽑혔죠.”
곧이어 석영진 대표가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
“주원 군의 도움이 있으면 대한민국이 세계 클래식의 메카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던 최고의 지원을 약속드리죠.”
석영진 대표는 확신에 찬 어조로 계속 말했다.
“저는 원래 프로그램 개발자였습니다. 프로그램 개발이란 게 그렇습니다. 혼자 고독하게 싸워야 하는 순간이 많거든요.”
과거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동자에 그가 견뎠을 고독들이 어렸다가 사라졌다.
“음악도 마찬가지죠. 주원 군의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전장을 이끄는 장군이라면 모두를 불태우고도 남았을 거라고요. 그만큼 특별했습니다.”
열변을 토하는 석영진 대표를 보니 다시금 그의 클래식 사랑이 느껴졌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듯했다.
그에게 돈은 이미 차고 넘쳤으니까.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느껴졌다.
그에게 진심이 느껴졌지만,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오늘은 제가 연주자로서 계약하고자 나온 것은 아니에요.”
“그럼 오늘 왜 연락한 겁니까?”
“제가 악보를 출판하는 것을 도와주시죠. 저의 작품을 관리해 줄 곳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저는 곡을 쓰고 연주하는 것밖에 모르니까요.”
과거의 내가 작곡했던 곡은 대부분바이올린 곡이었다.
오케스트라 파트도 작곡했지만 그건 지나치게 부드러웠고 모험적이지 않았다.
그것들은 그저 바이올린 솔로가 돋보이기 위한 장치였으니까.
다시 음악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작곡가의 훌륭한 작품들을 파헤쳐보게 되었다.
그 작품들은 나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었고 나도 그런 곡들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나는 과거, 오케스트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작곡할 수 있는 교향곡은 한 번도 작곡한 적이 없었다.
아니 작곡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고 싶다.
현재를 사는 내가 받는 다양한 자극과 무한한 가능성.
나는 과거를 뛰어넘는 다양한 창작활동이 하고 싶었다.
솔로 바이올린만을 위한 음악이 아닌.
모든 악기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 예가 바로 지난 삶에서는 해보지 않았던 오페라의 작곡이었다.
창작 오페라.
이번 모레티 재단의 공연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꿈을 갖게 되었다.
아직은 세상에 등장하지 않은 수많은 나의 작품.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갈 수많은 작품.
그것들이 세상에 나오고,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만드는 데는 분명히 나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었다.
그렇기에, 석영진 대표의 도움이 필요했다.
석영진 대표는 자신이 기대했던 바와 달랐는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주원 군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가늠이 안됩니다만…….”
나는 가지고 간 여러 악보를 테이블 위에 펼쳐 보았다.
바이올린 무반주곡과 협주곡뿐 아니라 그동안의 여러 습작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작곡한 ‘로마의 휴일’ 오페라 악보까지.
“이게 다 뭡니까?”
“제가 작곡한 곡들이요.”
“작곡이요?”
“오페라 같은 경우는 아직 작업이 다 끝난 상태는 아니에요. 시나리오에 일부 각색이 있어야 하고, 아리아 가사가 확정이 안 됐거든요.”
석영진 대표는 황급히 내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주원 군 말은 여기 있는 모든 곡이 주원 군 작품이란 말이죠?”
“네, 전부요.”
그러자 석영진 대표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주원 군. 그래요. 뭐 주원 군처럼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내가 돈을 버리더라도 출판해 드리죠. 그게 뭐 어렵겠습니까?”
“버린다니요?”
석영진 대표의 말에서 묻어나오는 가벼움이 내 신경을 건드렸다.
내 눈썹이 일순간 꿈틀거렸지만 석영진 대표는 내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듯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주원 군이 작곡한 곡이 상품성이 있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네?”
“저한테는 악보 출판이 크게 돈 드는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몇백 부 선물용으로도 만들어드리는 것도 쉬운 일이죠.”
“지금 진지하게 제 작품을 생각하지 않으시네요. 어떤 곡인지 살펴볼 생각도 않으시고요.”
그제서야 내 얼굴에서 표정 변화를 감지한 석영진 대표.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미안합니다. 내가 경솔했네요. 어쩌면 편견일 수도 있고요.”
“진심인 듯하니 사과는 받죠.”
“그럼 주원 군의 제안을 전문가들과 진지하게 검토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걸 바라는 것 같으니까요.”
“좋습니다. 그리고 문화예고 실기우수자 연주회에 오셔서 한 명의 연주자를 더 봐주세요.”
나는 석영진 대표에게 내가 실기우수자 연주회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더불어, 손성혁을 소개하며 그의 피아노 실력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주원 군이 그렇게 인정하는 학생 연주가 궁금하군요.”
“와서 연주 보시고 그 친구와 계약하면 어떨지 한번 검토해 보시죠. 피아니스트로 대성할 친구입니다. 지금껏 제가 본 또래 친구들 중에 압도적인 녀석이죠.”
* * *
KM 클래식의 대표 석영진.
아시아의 젊은 부호 1위에 선정된 석영진에게 최근 추가된 명함이다.
그는 당분간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클래식의 부흥에 힘을 쏟기로 마음 먹은 상태였다.
IT 개발자인 석영진은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것을 즐기는 습성이 있었다.
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서 감소하는 인구수 대비 클래식 전공자의 숫자를 계산해 본 적이 있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클래식 작곡과의 경우 미달하는 곳도 속출했다.
그만큼 인기가 없다는 반증이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실용음악의 놀라운 경쟁률을 생각해보면 학과 정원 미달이란 건 심각한 수준이었다.
명문대의 경우 그런 걱정은 아직 불필요하다.
하지만 오로지 잘하는 친구들만, 명문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건 맞는 걸까?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런 분야는 없다.
유독 그런 논리가 팽배한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
전공자들이 너도나도 유학을 다녀오지 않으면 아무 자리도 얻을 수 없는 바람에 학력 인플레는 더욱 심해졌다.
유학을 다녀와도 국내에 돌아와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교수 자리는 한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오케스트라 역시 자리는 쉽게 나지 않는다.
대중들이 듣지 않는 음악.
그런 음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현재 클래식의 미래.
그 미래를 바꾸려면 클래식은 사람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석영진은 이 시기에 발견한 문주원이 마치 지구를 구할 마지막 히어로처럼 느껴졌다.
석영진에게 클래식은 지구와 같은 존재였으니까.
누군가에겐 춤이, 누군가에겐 랩이, 누군가에겐 락이, 누군가에겐 아이돌의 음악이 삶의 기쁨일 수 있다.
석영진에게는 클래식이 그랬다.
그래서 문주원의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석영진은 조금 실망한 터였다.
세상을 뒤흔들 만큼 뛰어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인 문주원.
아직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조차 거의 없다.
문주원의 음악을 처음 접한 뒤.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그의 이력을 조사했었다.
놀랍게도 최근 5년간 국내외 어떤 클래식 콩쿠르에도 도전한 적이 없었다.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3등을 한 이력이 전부.
그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한편으론 그 점마저 자신에게 행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문주원이 세계 음악계에 등장했을 때, 그 파장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먼저 연락이 와서 당연히 계약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문주원이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바이올린 무반주곡에 협주곡 그리고 창작 오페라까지 작곡을 했다고?’
황당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인 문주원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지만, 작곡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석영진은 문주원에게 성의를 보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클래식 작곡가 세 명과 미팅을 잡았다.
두 명은 국내 유명 대학의 교수, 한 명은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잠시 한국에 귀국한 작곡가였다.
그들과 안면을 터서 향후 자신의 사업에 도움을 얻기 위함도 있었다.
클래식의 부흥을 바라지만 자선사업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초대권을 뿌려서 가까스로 관중을 채운다 한들 그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없다.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고 클래식 전공자들이 안정적으로 음악을 하려면 아예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생동감 있는 분야가 돼야 한다.
골프, 스케이트, 수영, 축구 등.
천재적인 선수의 등장은 수많은 키즈들을 육성시켰다.
그건 차차 산업의 부흥으로까지 이어졌다.
‘문주원이 있으면 가능할 수 있어.’
아직 세상에 이름조차 없고 커리어를 시작하지도 않은 천재.
무시무시한 역사를 써갈 수 있는 장본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콩쿠르의 파이널을 수차례 직관한 석영진은 그동안 번번이 대상 수상자를 맞췄다.
부득이하게 직관이 불가능한 경우, 인터넷 콩쿠르 실황 중계를 밤새 본 적도 허다하다.
문주원의 연주를 단 한 번 보았을 뿐이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여태 봤던 수많은 연주자들을 뛰어넘고도 남을 천재임을 말이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연주였었지.’
아직 회사 건물의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관계로 석영진은 시내 호텔의 한 회의실에서 클래식 작곡가들과 만남을 가졌다.
“석영진 대표님. 요즘 음악계에 대표님 성함이 제일 핫하답니다.”
“그런가요?”
“클래식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시다니. 저희 같은 사람들은 감사할 뿐입니다.”
“전문가 여러분들의 도움이 더해지면 대한민국을 클래식의 메카로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자리에 동석한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더없이 밝았다.
“역시, 대표님. 모두 클래식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만 말하는 데 든든합니다.”
“그러게요. 다들 역사 속에 머지않아 사라질 장르라고 하죠. 특히 대한민국에선 더 빨리요.”
교수들의 호언을 뒤로하고 석영진 대표는 자신이 가져온 악보들을 그들에게 내밀었다.
그의 눈에는 진지함이 깃들어있었다.
“일단 오늘 이 작품들부터 잘 봐주셔야겠습니다. 제가 반드시 함께하고픈 바이올리니스트인데 본인이 작곡한 곡을 제대로 평가해달라고 하더군요.”
“작곡을 취미로 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곡을 분석하기 위해 저희 셋을 모으신 겁니까?”
짐짓 불쾌해 보이는 작곡가의 표정에 석영진은 조금 난처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습작이라도 권위 있는 분들의 제대로 된 평가를 들고 가야 문주원 군을 자신있게 영입할 수 있을 거다. 내가 이 정도 진심이라는 걸 보여줘야지.’
석영진은 더이상 긴 설명을 하지 않고 문주원이 준 작품의 악보를 펼쳤다.
세 명의 교수와 작곡가는 악보를 하나씩 들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는 작곡가의 입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